창간14주년특별기획<5>대한민국 연예계 ‘파워피플 14인’

“옷 주름은 세탁소 사장이 연예계 주름은 우리가…”

일요시사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연예관계자의 조언을 토대로 국내 연예계를 이끌어 가는 ‘파워피플 14인’을 선정했다. 방송, 영화, 가요 등 연예 각 분야에서 남녀 연기자 및 가수, 영화감독, 드라마 제작자, 음반 제작자 등 연예인에 한정짓지 않고 연예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을 뽑았다.

대한민국 ‘MC 최고의 라이벌’ 강호동-유재석
배용준·이병헌·비… “우리들은 한류스타”


강호동(39·방송인)
강호동은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영광의 대상을 거머쥐며 KBS 사상 최초로 연예대상 2연패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천하장사 출신의 씨름 선수로 1993년 MBC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한 강호동이 모래판을 떠나 연예계에 입문할 때만 해도 그의 성공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수많은 스포츠 스타가 그러했듯 강호동도 천하장사 유명세로 반짝 활동을 하다가 그만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MBC <소나기>를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천생연분>을 시작으로 MC 전성시대를 열었다.
 
강호동의 가장 큰 매력은 힘있는 리더십이다. 방송계에서는 강호동의 리더십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얼굴의 카리스마’에 있다고 분석한다. 리더로서의 역할이 빛을 발한 프로그램은 역시 KBS 2TV <1박2일>. <1박2일>에서의 강호동은 나머지 멤버들을 이끄는 ‘맏형’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역할을 해내는 등 프로그램 제작진으로서도 ‘의지력 100%’의 대상이다. MBC <무릎팍도사>와 SBS <스타킹> <강심장> 등의 진행자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강호동이 앞으로 어떤 노력으로 지금의 인기를 지속해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광수(49·코어콘텐츠미디어 제작이사)
김광수 이사는 80년대 초 TV 쇼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활동하던 댄스그룹 ‘짝꿍’ 멤버로 연예계와 인연을 맺은 뒤 김완선, 김종찬, 윤상, 김민우, 노영심, 손무현 등의 매니저를 하며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후 발라드 가요 장르의 확립, 뮤직비디오의 선풍, 기업형 연예인 모델의 성공, 컴필레이션 앨범 히트 등 손대는 분야마다 성공신화를 일구며 ‘타고난 기획자’ ‘황금알을 낳는 미다스 손’이란 별칭을 얻었다.

엠넷미디어 콘텐츠제작 본부장을 지낸 그는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GM기획을 엠넷미디어와 합병하면서 자회사 개념으로 코어콘텐츠미디어를 만들었다. 엠넷미디어를 그만 둔 뒤엔 코어콘텐츠미디어를 통해 가수 발굴 및 드라마, 영화 제작 등을 하고 있다. 씨야, 다비치, 티아라, 초신성, 양파, 이효리, 김종욱, 블랙펄 등 음반 보단 음원 쪽에 강한 가수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음반제작에 대한 그의 역량과 안목을 확인할 수 있다. 김광수 이사는 최근 10여 년 전 자신이 밀리언셀러 스타가수로 띄운 조성모와 재회한데 이어 가수 아이비의 프로듀싱을 맡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가수 이효리의 경우처럼 그의 손을 통해 다시 정상정복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희(30·탤런트 겸 영화배우)
김태희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성공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신인으로서 ‘악역을 잘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은 후 계속 답보의 연속이었다. 연기력의 상승곡선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말 개봉한 <중천>은 정우성과 김태희의 캐스팅,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무협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화려한 CG와 액션은 좋았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멜로라인을 형성하기엔 정우성과 김태희 모두 역부족이었다.

특히 김태희는 너무나도 아름답기만 했다. ‘첫 작품이라서’라는 위로 후 두 번째로 도전한 작품은 2007년 개봉한 영화 <싸움>. 독특한 연출력으로 주목받던 한지승 감독과 연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 설경구까지 가세했음에도 영화는 조용히 막을 내려야 했다. 그러던 김태희가 드라마 한 편으로 그동안 제기됐던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켰다. <아이리스>로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중편드라마 부문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것. 그동안 높은 인기만큼 신인상과 인기상, 커플상 등을 수상해왔지만 매번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연기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그에게 우수연기상 수상은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이후 김태희는 여기 저기서 쏟아지는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안방극장을 점령한 김태희는 양윤호 감독의 영화 <그랑프리>로 이번에는 스크린 점령에 나선다.

박진영(38·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제작자로 god, 비, 박지윤, 원더걸스, 2AM, 2PM 등의 스타가수를 프로듀스 한 박진영은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중이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이자 대표이사인 그는 2003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미국 음반 시장에 진출했다. 그가 작곡한 Mase의 ‘The Love You Need’, 윌 스미스의 ‘I Wish I Made That’ 등이 실린 음반은 모두 ‘빌보드 200’ 10위 안에 들었다.

1992년 그룹 ‘박진영과 신세대’로 데뷔한 뒤 1994년 앨범 ‘Blue City’로 솔로로 변신, ‘날 떠나지 마’ ‘엘리베이터’ ‘그녀는 예뻤다’ ‘Honey’ 등을 불렀다.
 

배용준(37·탤런트 겸 영화배우)
1994년 데뷔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브라운관 스타로 불리다 2002년 출연작 <겨울연가>가 일본 NHK를 통해 방영되면서 일본 팬들 사이에서 ‘욘사마’라는 존칭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일본의 한국문화 붐을 이끌었다.

2003년 데뷔 10년차에 영화 <스캔들>을 통해 뒤늦게 스크린에 데뷔하여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2008년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브라운관에 복귀하여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BOF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였으며 키이스트의 실제 최대주주이다. 2010년 ‘2010-2012년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27·가수)
비는 대한민국의 댄스가수 겸 연기자 겸 소속사 사장이다. 비라는 예명은 가수로 활동시 사용하고, 연기자로 활동할 때에는 정지훈이라는 본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002년 5월 ‘나쁜남자’로 데뷔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뒤 2집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스타덤에 올랐다.

184㎝의 큰 키로 보여주는 화려한 춤과 허스키 보이스, 천진한 웃음이 매력. TV드라마, 영화에도 진출해 연기자·가수 겸업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그리고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힙 코리아> 다큐멘터리에도 출연을 한 적이 있다.
 

송강호(37·영화배우)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갖춘 국내에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항상 충무로 캐스팅 일순위로 꼽힌다. 1995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으로 출연,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송능한 감독의 <넘버3>에서 불사파 두목이면서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조필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칙왕>에서 처음으로 주연으로 발탁이 되었고, <괴물>은 1300만여 명을 기록, 한국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넘버3> <조용한 가족>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반칙왕>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박쥐> 등 출연작마다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톱스타 자리를 굳혔다.

‘칸의 여왕’ 전도연·송강호 ‘출연하면 흥행 자신’
김광수 대표·정태원 대표  “문화 흐름은 우리가”

유재석(37·개그맨)
‘뚝사마’ 유재석은 2005년 <KBS 연예대상>, 2006년 <MBC 연예대상>, 2008년 <S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면서 연예대상 그랜드슬램 달성한 최초의 연예인이다.

방송계에서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얼굴의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강호동과 달리 유재석의 리더십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분석한다.

유재석과 방송을 함께 해본 동료 연예인들은 그의 성실함과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높게 평가한다. 유재석 전성시대를 이끈 또 하나의 요인으로 그의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프로 정신을 꼽을 수 있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스스로를 던진다. 겸손함과 친화적인 성격 등 인간적인 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병헌(39·탤런트 겸 영화배우)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잘 생긴 외모, 그윽한 목소리, 뛰어난 연기력으로 단숨에 청춘 스타 대열에 올라선 그는 1995년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로 스크린에 데뷔해 2000년 600만 관객을 동원한 <공동경비구역 JSA> <내 마음의 풍경>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국민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거칠고도 고독한 연기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던 <달콤한 인생>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나는 비와 함께 간다>와 KBS 드라마 <아이리스>에 출연하며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며 맹활약 중이다.

이병훈(65·연출가)
이병훈 PD는 한국 사극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에 MBC에 입사하여 1974년에 <113 수사본부>로 데뷔, 2002년 정년 퇴임했다.

<제3교실>(1975), <남강의 이승훈>(1982),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500년>(1990). MBC 드라마 <허준>(1999), MBC 드라마 <상도>(2001), MBC 드라마 <대장금>(2003), SBS 드라마 <서동요>(2006), MBC 드라마 <이산>(2008) 등을 연출했고, 현재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동이>의 연출도 맡고 있다. 이병훈 PD의 작품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다.

중동지역까지 수출된 <대장금>은 한류열풍을 이끌었고, <허준>은 2000년 이후 방송된 드라마 중 회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현재 일본에서 방영 중인 <이산> 역시 또 다른 한류 붐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효리(31·가수)
1998년 5월 여성 아이돌 그룹인 핑클의 리더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4집 이후 활동을 중단한 핑클의 멤버들은 팀을 해체하지 않은 상태로 개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효리는 2003년 8월 첫 번째 솔로 앨범 <STYLISH>를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은 2003년은 ‘이효리의 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효리의 말과 패션이 거리에 쏟아지는 이른바 ‘효리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앨범으로 이효리는 그 해 <M-NET 뮤직비디오> 시상식, <KMTV 가요대전>, <KBS 가요대상>, <SBS 가요대전>, <서울가요대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6년 2월 두 번째 솔로 앨범 <Dark Angel>, 2008년 7월 세 번째 솔로 앨범 <It’s Hyorish>, 2010년 네 번째 솔로 앨범 <H-Logic>을 발표했다. 이효리는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음악, 패션 등으로 화제를 불러모으며 이슈가 되고 있다. 이효리는 2006년 이후에는 MC로서의 활동도 보여줬다.

2006년에는 KBS <해피투게더 시즌2-프렌즈>, 2008년 상반기 SBS <일요일이 좋다-체인지>, KBS 2TV <상상플러스 시즌2>를 진행했다. 2009 <SBS 연예대상>에서는 <패밀리가 떴다>로 유재석과 함께 대상을 수상하면서 예능인이 아닌 가수가 연예대상을 처음으로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임권택(74·영화감독)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17세에 소품보조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임권택 감독은 1962년 영화 <두만강아 잘 있거라>의 감독으로 데뷔했다.

조선후기 화가 장승업의 생애를 그린 <취화선>을 통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현재까지 10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2002년 금관문화훈장을, 2005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동서대학교에서 2008학년도 수시2학기 모집부터 전국최초로 임권택 감독의 이름을 붙인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이 신설되었다.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은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공동으로 아시안필름 아카데미를 추진하고 있다.

전도연(37·영화배우)
데뷔 초에는 드라마 배우,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1993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이 연기 데뷔작이다.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여주인공을 맡으며 영화 배우로 데뷔해 그 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뒤 <내 마음의 풍금>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별을 쏘다> <프라하의 연인> 등 여러 드라마, 영화에 출연했고 대종상 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다수의 국내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2007년 5월27일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3월 9살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을 발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으며 2009년 1월22일에는 첫 딸을 출산해 현재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정태원(46·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자이자 글로벌 프로젝트가 포함된 30여 편의 국내외 영화 제작 및 700여 편이 넘는 외화를 수입, 명실공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와 노하우를 보유한 최정상 제작자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한국 코미디 영화의 황금기를 주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및 <황금나침반> 등 다수의 흥행 영화를 수입했다. 2008년 <삼국지:용의 부활>로 글로벌 프로젝트 제작을 주도하며 국내를 뛰어 넘어 세계로 발돋움한 굴지의 제작자이다. 의욕적이고 탄탄한 토대 위에 할리우드 메이저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수준 높은 외화들을 지속적으로 수입, 국내 관객들의 지적 욕구 충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창의성을 기본으로 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 노하우로 꾸준히 한국 영화를 제작, 다양한 장르와 독창적인 소재 개발을 통해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하는 굳건한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전쟁 블록버스터 <포화속으로>를 제작,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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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