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별기획<5>대한민국 연예계 ‘파워피플 14인’

“옷 주름은 세탁소 사장이 연예계 주름은 우리가…”

일요시사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연예관계자의 조언을 토대로 국내 연예계를 이끌어 가는 ‘파워피플 14인’을 선정했다. 방송, 영화, 가요 등 연예 각 분야에서 남녀 연기자 및 가수, 영화감독, 드라마 제작자, 음반 제작자 등 연예인에 한정짓지 않고 연예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을 뽑았다.

대한민국 ‘MC 최고의 라이벌’ 강호동-유재석
배용준·이병헌·비… “우리들은 한류스타”


강호동(39·방송인)
강호동은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영광의 대상을 거머쥐며 KBS 사상 최초로 연예대상 2연패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천하장사 출신의 씨름 선수로 1993년 MBC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한 강호동이 모래판을 떠나 연예계에 입문할 때만 해도 그의 성공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수많은 스포츠 스타가 그러했듯 강호동도 천하장사 유명세로 반짝 활동을 하다가 그만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MBC <소나기>를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천생연분>을 시작으로 MC 전성시대를 열었다.
 
강호동의 가장 큰 매력은 힘있는 리더십이다. 방송계에서는 강호동의 리더십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얼굴의 카리스마’에 있다고 분석한다. 리더로서의 역할이 빛을 발한 프로그램은 역시 KBS 2TV <1박2일>. <1박2일>에서의 강호동은 나머지 멤버들을 이끄는 ‘맏형’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역할을 해내는 등 프로그램 제작진으로서도 ‘의지력 100%’의 대상이다. MBC <무릎팍도사>와 SBS <스타킹> <강심장> 등의 진행자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강호동이 앞으로 어떤 노력으로 지금의 인기를 지속해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광수(49·코어콘텐츠미디어 제작이사)
김광수 이사는 80년대 초 TV 쇼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활동하던 댄스그룹 ‘짝꿍’ 멤버로 연예계와 인연을 맺은 뒤 김완선, 김종찬, 윤상, 김민우, 노영심, 손무현 등의 매니저를 하며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후 발라드 가요 장르의 확립, 뮤직비디오의 선풍, 기업형 연예인 모델의 성공, 컴필레이션 앨범 히트 등 손대는 분야마다 성공신화를 일구며 ‘타고난 기획자’ ‘황금알을 낳는 미다스 손’이란 별칭을 얻었다.

엠넷미디어 콘텐츠제작 본부장을 지낸 그는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GM기획을 엠넷미디어와 합병하면서 자회사 개념으로 코어콘텐츠미디어를 만들었다. 엠넷미디어를 그만 둔 뒤엔 코어콘텐츠미디어를 통해 가수 발굴 및 드라마, 영화 제작 등을 하고 있다. 씨야, 다비치, 티아라, 초신성, 양파, 이효리, 김종욱, 블랙펄 등 음반 보단 음원 쪽에 강한 가수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음반제작에 대한 그의 역량과 안목을 확인할 수 있다. 김광수 이사는 최근 10여 년 전 자신이 밀리언셀러 스타가수로 띄운 조성모와 재회한데 이어 가수 아이비의 프로듀싱을 맡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가수 이효리의 경우처럼 그의 손을 통해 다시 정상정복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희(30·탤런트 겸 영화배우)
김태희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성공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신인으로서 ‘악역을 잘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은 후 계속 답보의 연속이었다. 연기력의 상승곡선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말 개봉한 <중천>은 정우성과 김태희의 캐스팅,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무협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화려한 CG와 액션은 좋았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멜로라인을 형성하기엔 정우성과 김태희 모두 역부족이었다.

특히 김태희는 너무나도 아름답기만 했다. ‘첫 작품이라서’라는 위로 후 두 번째로 도전한 작품은 2007년 개봉한 영화 <싸움>. 독특한 연출력으로 주목받던 한지승 감독과 연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 설경구까지 가세했음에도 영화는 조용히 막을 내려야 했다. 그러던 김태희가 드라마 한 편으로 그동안 제기됐던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켰다. <아이리스>로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중편드라마 부문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것. 그동안 높은 인기만큼 신인상과 인기상, 커플상 등을 수상해왔지만 매번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연기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그에게 우수연기상 수상은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이후 김태희는 여기 저기서 쏟아지는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안방극장을 점령한 김태희는 양윤호 감독의 영화 <그랑프리>로 이번에는 스크린 점령에 나선다.

박진영(38·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제작자로 god, 비, 박지윤, 원더걸스, 2AM, 2PM 등의 스타가수를 프로듀스 한 박진영은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중이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이자 대표이사인 그는 2003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미국 음반 시장에 진출했다. 그가 작곡한 Mase의 ‘The Love You Need’, 윌 스미스의 ‘I Wish I Made That’ 등이 실린 음반은 모두 ‘빌보드 200’ 10위 안에 들었다.

1992년 그룹 ‘박진영과 신세대’로 데뷔한 뒤 1994년 앨범 ‘Blue City’로 솔로로 변신, ‘날 떠나지 마’ ‘엘리베이터’ ‘그녀는 예뻤다’ ‘Honey’ 등을 불렀다.
 

배용준(37·탤런트 겸 영화배우)
1994년 데뷔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브라운관 스타로 불리다 2002년 출연작 <겨울연가>가 일본 NHK를 통해 방영되면서 일본 팬들 사이에서 ‘욘사마’라는 존칭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일본의 한국문화 붐을 이끌었다.

2003년 데뷔 10년차에 영화 <스캔들>을 통해 뒤늦게 스크린에 데뷔하여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2008년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브라운관에 복귀하여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BOF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였으며 키이스트의 실제 최대주주이다. 2010년 ‘2010-2012년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27·가수)
비는 대한민국의 댄스가수 겸 연기자 겸 소속사 사장이다. 비라는 예명은 가수로 활동시 사용하고, 연기자로 활동할 때에는 정지훈이라는 본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002년 5월 ‘나쁜남자’로 데뷔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뒤 2집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스타덤에 올랐다.

184㎝의 큰 키로 보여주는 화려한 춤과 허스키 보이스, 천진한 웃음이 매력. TV드라마, 영화에도 진출해 연기자·가수 겸업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그리고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힙 코리아> 다큐멘터리에도 출연을 한 적이 있다.
 

송강호(37·영화배우)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갖춘 국내에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항상 충무로 캐스팅 일순위로 꼽힌다. 1995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으로 출연,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송능한 감독의 <넘버3>에서 불사파 두목이면서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조필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칙왕>에서 처음으로 주연으로 발탁이 되었고, <괴물>은 1300만여 명을 기록, 한국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넘버3> <조용한 가족>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반칙왕>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박쥐> 등 출연작마다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톱스타 자리를 굳혔다.

‘칸의 여왕’ 전도연·송강호 ‘출연하면 흥행 자신’
김광수 대표·정태원 대표  “문화 흐름은 우리가”

유재석(37·개그맨)
‘뚝사마’ 유재석은 2005년 <KBS 연예대상>, 2006년 <MBC 연예대상>, 2008년 <S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면서 연예대상 그랜드슬램 달성한 최초의 연예인이다.

방송계에서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얼굴의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강호동과 달리 유재석의 리더십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분석한다.

유재석과 방송을 함께 해본 동료 연예인들은 그의 성실함과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높게 평가한다. 유재석 전성시대를 이끈 또 하나의 요인으로 그의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프로 정신을 꼽을 수 있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스스로를 던진다. 겸손함과 친화적인 성격 등 인간적인 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병헌(39·탤런트 겸 영화배우)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잘 생긴 외모, 그윽한 목소리, 뛰어난 연기력으로 단숨에 청춘 스타 대열에 올라선 그는 1995년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로 스크린에 데뷔해 2000년 600만 관객을 동원한 <공동경비구역 JSA> <내 마음의 풍경>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국민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거칠고도 고독한 연기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던 <달콤한 인생>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나는 비와 함께 간다>와 KBS 드라마 <아이리스>에 출연하며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며 맹활약 중이다.

이병훈(65·연출가)
이병훈 PD는 한국 사극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에 MBC에 입사하여 1974년에 <113 수사본부>로 데뷔, 2002년 정년 퇴임했다.

<제3교실>(1975), <남강의 이승훈>(1982),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500년>(1990). MBC 드라마 <허준>(1999), MBC 드라마 <상도>(2001), MBC 드라마 <대장금>(2003), SBS 드라마 <서동요>(2006), MBC 드라마 <이산>(2008) 등을 연출했고, 현재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동이>의 연출도 맡고 있다. 이병훈 PD의 작품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다.

중동지역까지 수출된 <대장금>은 한류열풍을 이끌었고, <허준>은 2000년 이후 방송된 드라마 중 회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현재 일본에서 방영 중인 <이산> 역시 또 다른 한류 붐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효리(31·가수)
1998년 5월 여성 아이돌 그룹인 핑클의 리더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4집 이후 활동을 중단한 핑클의 멤버들은 팀을 해체하지 않은 상태로 개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효리는 2003년 8월 첫 번째 솔로 앨범 <STYLISH>를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은 2003년은 ‘이효리의 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효리의 말과 패션이 거리에 쏟아지는 이른바 ‘효리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앨범으로 이효리는 그 해 <M-NET 뮤직비디오> 시상식, <KMTV 가요대전>, <KBS 가요대상>, <SBS 가요대전>, <서울가요대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6년 2월 두 번째 솔로 앨범 <Dark Angel>, 2008년 7월 세 번째 솔로 앨범 <It’s Hyorish>, 2010년 네 번째 솔로 앨범 <H-Logic>을 발표했다. 이효리는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음악, 패션 등으로 화제를 불러모으며 이슈가 되고 있다. 이효리는 2006년 이후에는 MC로서의 활동도 보여줬다.

2006년에는 KBS <해피투게더 시즌2-프렌즈>, 2008년 상반기 SBS <일요일이 좋다-체인지>, KBS 2TV <상상플러스 시즌2>를 진행했다. 2009 <SBS 연예대상>에서는 <패밀리가 떴다>로 유재석과 함께 대상을 수상하면서 예능인이 아닌 가수가 연예대상을 처음으로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임권택(74·영화감독)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17세에 소품보조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임권택 감독은 1962년 영화 <두만강아 잘 있거라>의 감독으로 데뷔했다.

조선후기 화가 장승업의 생애를 그린 <취화선>을 통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현재까지 10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2002년 금관문화훈장을, 2005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동서대학교에서 2008학년도 수시2학기 모집부터 전국최초로 임권택 감독의 이름을 붙인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이 신설되었다.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은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공동으로 아시안필름 아카데미를 추진하고 있다.

전도연(37·영화배우)
데뷔 초에는 드라마 배우,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1993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이 연기 데뷔작이다.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여주인공을 맡으며 영화 배우로 데뷔해 그 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뒤 <내 마음의 풍금>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별을 쏘다> <프라하의 연인> 등 여러 드라마, 영화에 출연했고 대종상 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다수의 국내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2007년 5월27일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3월 9살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을 발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으며 2009년 1월22일에는 첫 딸을 출산해 현재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정태원(46·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자이자 글로벌 프로젝트가 포함된 30여 편의 국내외 영화 제작 및 700여 편이 넘는 외화를 수입, 명실공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와 노하우를 보유한 최정상 제작자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한국 코미디 영화의 황금기를 주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및 <황금나침반> 등 다수의 흥행 영화를 수입했다. 2008년 <삼국지:용의 부활>로 글로벌 프로젝트 제작을 주도하며 국내를 뛰어 넘어 세계로 발돋움한 굴지의 제작자이다. 의욕적이고 탄탄한 토대 위에 할리우드 메이저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수준 높은 외화들을 지속적으로 수입, 국내 관객들의 지적 욕구 충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창의성을 기본으로 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 노하우로 꾸준히 한국 영화를 제작, 다양한 장르와 독창적인 소재 개발을 통해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하는 굳건한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전쟁 블록버스터 <포화속으로>를 제작,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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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