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재계 사정 막전막후

검찰 캐비닛에 불량 기업들 ‘빼곡’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검찰의 대규모 비리 사정이 본격화되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비자금 등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내막에는 경기 불황에 따른 투자압박용이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재계를 바짝 긴장하게 하는 정부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검찰의 기업 사정이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해 역외탈세, 자원개발 비리 혐의 등 사정 칼날이 그룹 전체로 번지는 형국이다. 포스코건설에 이어 SK건설, 신세계, 롯데 금호아시아나, 동부그룹, 동아원이 검찰 수사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동국제강도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 덮친 칼바람
어디까지 털리나
 
SK건설의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의혹이 과징금 선에서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지만 검찰은 이례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측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지난 17일 새만금 방수제 공사입찰 담합혐의로 SK건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2009년 12월, 한국농어촌공사는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를 공고했다. SK건설을 비롯한 12개 건설사가 응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SK건설은 다른 경쟁사들과 짜고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방식으로 1038억원 규모 ‘동진 3공구’ 공사를 따냈다. 이를 감지한 공정거래위원회는 SK건설에 22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공정위 심의위원회 의결서를 검토한 검찰은 SK건설에 대한 기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2013년 개정된 ‘공정위는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이 있으면 반드시 형사고발을 해야 한다’는 법 조항을 발동,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신세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최근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그룹 총수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신세계는 법인 계좌에서 발행된 수표를 물품 거래 대신 현금화해 총수일가 계좌에 일부 입금, 비자금 목적으로 법인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계열사 당좌계좌에서 발행된 60억∼70억원 상당의 수표의 향방을 쫓고 있다. 이 중 30억원 가량이 총수일가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나머지 30억∼40억원의 용처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해당 계좌를 통한 자금 거래 내역을 추적하면서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행위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영기)는 2011∼2012년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사업본부로 사용처가 명확치 않은 수십억원대 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쇼핑이 직원의 계좌를 거쳐 현금화한 후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칼 빼든 사정당국…대기업 노심초사
돌연 전방위 수사에 숨은 노림수는?
 
검찰은 이를 위해 롯데쇼핑 임직원들의 계좌내역을 추적하는 한편 예산담당 실무 직원 5명을 소환해 자금의 이동 경위와 사용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이사의 개인적 비리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인 바 있다.
   
동부그룹에도 먹구름이 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들로부터 수백억원을 횡령한 정황을 잡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관련 자료를 토대로 비자금으로 조성된 금액 중 상당액이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과 딸 김주원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자금의 흐름을 쫓고 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의 동서인 윤대근 동부CNI 회장이 10억원 안팎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사로 인해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알려진 동아원도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박찬호 부장검사)는 동아원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브로커 김모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동아원은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의 장인 이희상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일회성? 기획설?
다음 타깃은…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는 2010∼2011년 동아원이 자사주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도록 돕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원은 지난 2013년 검찰의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의 대대적인 비자금 추적 조사 때 비자금 유입처로 의심돼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 중 275억원을 부담하기로 한 바 있다. 검찰은 김씨와 함께 고발된 동아원 관련자 등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그룹 내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부터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도 당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이 미국법인을 통해 약 1000만 달러(약 110억 원)를 미국으로 빼돌리고 그중 일부를 도박에 사용한 정황도 포착해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장 회장이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이 회사 미국법인 계좌로 약 1000만 달러를 받은 뒤 그중 수십억원을 손실 처리하고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장 회장이 미국의 여러 도박장에서 거액을 도박자금으로 사용하면서 여러 차례 돈을 따 총 50억원 가량의 도박 수익을 얻었다는 자료를 미국 금융·수사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회장에게 횡령 혐의와 함께 해외 재산도피 및 외화 밀반출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동국제강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였고 조사 자료를 최근 검찰에 넘겼다. 관세청도 국내외에서 장 회장 관련 자료를 입수해 상당 부분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세청, 관세청 조사 결과와 그동안 내사해 온 내용을 정리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동국제강이 당진제철소 건립 과정에서 건설비를 과다 계상했다는 의혹, 부산에서 진행한 사업 과정에서 홍콩법인에 보낸 거액의 회사자금의 용처를 둘러싼 의혹 등도 살펴볼 방침이다.
 
사정당국의 몰아치기식 수사 배경에는 금융정보분석원의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검찰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금융정보분석원을 주목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금융정보분석원은 금융기관을 이용한 범죄자금 이동을 막고 외화 불법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금융권은 2000만원 이상 현금을 넣거나 뺄 경우 거래자의 신원과 거래금액 등을 전산으로 금융정보분석원에 자동 보고해야 한다. 불법 재산이라고 의심되는 뭉칫돈 거래가 있을 때에도 정보가 제공된다.
 
금융정보분석원은 검찰, 경찰, 국세청, 선거관리위원회, 금융위, 국민안전처 등 7개 법 집행기관이 요건에 맞춰 요청할 때 자료를 제공한다. 그간 논란이 됐던 비자금 사건 대부분이 금융정보분석원 자료에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2013년 CJ그룹 비자금 수사가 대표적이다. 사실 지금 거론되는 대기업 비리는 금융정보분석원이 1∼2년 전에 발견해 검찰에 넘겼으나 묵혀져 온 것들이다. 재계는 금융정보분석원 자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혀 있을까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될 수 있었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국방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사회에 만연된 이런(부정부패)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를 살려냈다 하더라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투자 위한 채찍?
고용 위한 매질?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쓴소리를 두고 재계에서는 전방위 고강도 사정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와 재계가 지난해부터 미묘한 갈등을 빚었던 ‘사내 유보금’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그동안 재계에 투자를 적극 요청했다. 하지만 재계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내유보금을 풀지 않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분석기관인 CEO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0대 그룹의 83개 상장사 사내유보금은 총 537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6개월 전인 1분기의 508조7000억원에 비해 5.7% 증가한 규모다. 이 기간 유보율도 1679.1%에서 1733.6%로 54.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들의 현금성자산 증가는 내수부진에 따른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상승에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총설비투자는 2010년까지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2010년 이후 4년째 120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2013년 설비투자액은 전년보다 5조원 감소했다.
 
 
이처럼 투자가 줄어들고 사내유보금이 증가하자 배당 등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해 경기회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하여 정부는 국민의 소득확대를 통해 경기회복을 이루는 순환구조를 구축한다는 명분 하에 배당 확대 정책을 펼쳤다. 기업이 자금을 쌓아두고만 있을 경우 자금 순환이 되지 않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배당확대 정책은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총수일가와 외국인 투자자만 배당소득을 누리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정책목표와 어긋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말 안 들으니 때릴 수밖에…길들이기?
기업이 두들겨 맞으면 경기 살아나나?
 
기업이 금고를 굳게 닫자 내수경기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디플레이션 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을 꺼내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가계 가처분 소득 증대 차원에서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인센티브 등 여러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투자재원 확보 차원이라는 명분이었다.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의 거센 반발에 사내유보금 과세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재계의 엇박자는 근로자 임금 인상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올해 임금을 동결한 삼성전자가 그렇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임금동결에 동참했다. 삼성SDI의 경우 1% 내외로 임금을 올렸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동결이나 마찬가지다.
 
삼성의 임금동결에 힘입은 재계는 임금동결을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노조 투표를 통해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S-OIL도 올해 연봉계약서에 동결로 서명했다. 이처럼 재계는 내수진작을 강조한 정부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최경환 부총리는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대기업의 임금인상이 당장 어렵다면 협력업체에 적정 대가 지급 등을 통해 자금이 중소 협력업체에 흘러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임금은 한 번 올리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는 기업부문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높여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동반돼야 한다”고 정부에 역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재계 밀당
내수경기 물음표
 
최근 정부는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1%대로 낮췄다. 내수진작을 이끌겠다는 심산이지만 재계는 고요하다. 종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재계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 고려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 없이 대대적인 사정 칼날을 들이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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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