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꽃잔치 놀러오세요 ②거제 지심도

해안선 숲길 따라 수줍게 핀 동백

‘수줍은 봄’은 경남 거제의 바다에 먼저 깃든다. 붉게 핀 동백꽃이 3월이면 해안선 훈풍을 따라 소담스런 자태를 뽐낸다. 장승포항 남쪽의 지심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동백 군락지 가운데 한 곳이다. 거제팔경 중 봄이 되면 더욱 들썩이는 곳도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지심도다. 거제의 섬과 해안 곳곳에서 동백이 피어나지만, 지심도가 유일하게 ‘동백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산책하며 만나는 수백년 된 동백꽃
희귀 동·식물 서식하는 경남의 ‘보고’

지심도의 식생 중 50%가량이 동백으로 채워진다. 원시림을 간직한 섬은 봄이 오면 동백 터널을 만들어낸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4월 하순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춘다. 2월 말~3월 중순이 꽃구경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지심도에서는 100년 이상 된 동백이 숲을 이룬다. 수백년 된 동백이 서식하고, 전국에 몇 안 된다는 흰 동백꽃도 이곳에서 핀다. 흰 동백꽃은 날씨가 맞고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행운의 꽃이다. 동백꽃에는 ‘하나뿐인 사랑’이라는 꽃말이 있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오붓하게 산책하며 만나는 꽃이다. 선착장에 내리면 지심도의 주요 관광지를 잇는 둘레길이 조성되었고, 동백 꽃망울은 길목에서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해안 절벽이 있는 마끝, 포진지, 활주로를 거쳐 망루까지 두루 거니는 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동백과 찾아온
수줍은 봄

지심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음 심(心)’ 자를 닮아 지심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군사 요지로 이용됐다. 섬 뒤쪽으로는 포진지로 이용된 구덩이와 견고한 탄약고도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선명하다. 전등소장(발전소장) 사택은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가옥으로 보존 상태가 좋다. 사택 마당에는 어김없이 동백꽃이 피어 있다. 

이곳 주민들은 해방 이후 하나둘씩 모여 터전을 마련했다. 제주도 해녀들은 물질을 위해 이곳까지 건너오기도 했다. 1970년대만 해도 지심도에는 해녀 20명이 미역, 홍합, 전복 등을 건져 올리며 정착해 살았다고 한다. 섬에는 한때 초등학교 분교가 있었으며, 1980년대에는 재학생이 3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 바다 건너 거제도의 돈벌이가 쏠쏠해지면서 대다수 해녀와 주민들은 섬을 떠났다. 한적하던 지심도가 다시 분주해진 것은 관광 훈풍이 불면서부터다. 최근에는 민박집만 10곳 가까이 성업 중이다.
지심도는 동백꽃만 훌쩍 보고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섬이다. 지심도의 자연환경은 생태적으로도 우수한 가치가 있다. 남해안 특유의 상록활엽수림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었으며, 개가시나무를 비롯한 희귀 식물과 멸종 위기종인 팔색조, 솔개, 흑비둘기 등이 서식한다. 동백 숲길을 걷다 보면 동박새, 직박구리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다.


지심도 뒤로 펼쳐지는 장승포 바다
도다리쑥국·제철물회 등 별미 조우

지심도는 낚시꾼들에게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동섬, 찬물고랑, 노랑바위, 샛끝벌여 등이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포인트다. 바위 곳곳에는 계절이 무색하게 낚시꾼들이 가득하다. 볼락, 농어, 방어 등이 사시사철 낚시꾼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대나무와 그물을 이용한 뜰채 낚시는 지심도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재래식 고기잡이 방법이다. 관광객들은 개량형 들망으로 낚시꾼 흉내를 내볼 수 있다. 봄이면 지심도 인근에서 학꽁치가 많이 잡힌다.
지심도 동백꽃의 붉은 기운 뒤로는 장승포 바다가 펼쳐진다. 섬 정상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맑은 날이면 남쪽 대마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3월 동백꽃의 향연이 마무리되면 4월은 유자 향이 섬을 채운다.
장승포항에서 지심도까지는 하루 왕복 다섯 차례 여객선이 운항한다. 오전 8시30분에서 오후 4시30분까지 두 시간 단위로 배가 뜬다. 지심도에서 장승포항으로 가는 여객선은 오전 8시50분부터 오후 4시50분까지 두 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며,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수시로 증편된다. 

해금강 조망하는
우제봉 전망대

3월이면 거제 곳곳에서 동백꽃을 만날 수 있지만, 우제봉 가는 길은 주변 바다 풍광과 어우러져 꽃 보는 재미를 더한다. 우제봉은 명승 2호 거제 해금강을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다. 우제봉 전망대 주변으로 나무 데크 길이 조성되었으며, 높게 솟은 해송과 드문드문 만나는 동백꽃이 반갑다. 산책로 초입의 해금강호텔 뒤편이나 서자암 앞마당의 동백꽃이 탐스러운 편이다. 전망대에서는 해금강과 대병대도, 소병대도가 좌우로 내려다보인다. 해금강은 사자바위, 촛대바위, 미륵바위 등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기암괴석을 간직하고 있다. 우제봉 전망대를 둘러보는 데는 도보로 한 시간이면 족하다. 

해금강 일대의 해변 비경인 신선대, 바람의언덕 등은 모두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풍차가 돌아가고 봄바람이 일렁이는 바람의언덕은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학동몽돌해변을 비롯한 거제의 해변과 마을 곳곳에서는 봄 바다의 정취가 묻어난다. 구조라마을의 매화는 봄이면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교된 구조라초등학교 교정에 들어서면 하얗게 핀 ‘춘당매’를 호젓하게 만날 수 있다. 

거제의 봄은 별미와 조우하는 시간이다. 도다리쑥국과 제철 물회가 입맛을 당긴다. 갓 잡아 올린 도다리에 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은 담백하면서 향긋한 맛을 낸다. 애주가들의 해장에도 좋다. 지세포 해변의 물회 식당은 소라, 멍게, 문어 등으로 풍성한 맛을 낸다. 물회를 쌈과 함께 먹는 점이 독특하다. 인근 지심도 해녀였던 어머니의 정성을 이어받은 식당도 있어 몸과 마음이 더욱 넉넉해진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지심도→학동몽돌해변→거제 해금강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지심도→장승포항→학동몽돌해변→구조라마을
둘째 날 : 우제봉 전망대→거제 해금강→신선대→바람의언덕

관련 웹사이트
· 거제관광문화  http://tour.geoje.go.kr
· 동백섬 지심도   www.jisimdoro.com

문의 전화
·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4172
· 지심도   055-681-6007

대중교통
버스> 서울-거제(장승포)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1회(07:20~23:30) 운행, 약 5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비행기> 서울-김해 : 김포국제공항에서 비행기 하루 30여회(07:00~20:30) 운항, 약 1시간 소요.
                             김해국제공항에서 장승포까지 시외버스 하루 12회(07:55~20:35) 운행, 약 1시간 10분 소요.
여객선> 장승포-지심도 : 거제여객터미널에서 하루 5회(08:30~16:30) 운항, 약 15분 소요.

자가운전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고현→장승포

숙박
· 베니키아호텔거제 : 거제시 성산로, 055-991-1000, www.benikeahotel.kr
· 라이트하우스호텔 :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3, www.geojelighthouse.com

식당
· 거제보재기집 : 물회, 일운면 지세포해안로 175, 055-682-0111
· 성포횟집 : 도다리쑥국, 거제시 고현로10길, 055-633-9960

주변 볼거리
여차~홍포 해변, 산방산비원, 내도, 공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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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