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3>‘스폰서 검찰’ 파문으로 본 대기업 단골 ‘접대명소’ 대탐사

노는 물 다른 ‘하이레벨’ 들어가는 ‘구멍’도 다르다



‘스폰서 검찰’파문으로 대한민국 접대 문화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른 가운데 상류층만의 은밀한 접대 장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그들만의 영역’인 탓이다. 베일에 가려진 만큼 강력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돈 많고 높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질펀한 술판을 벌일까. 창간 14주년을 맞아 독자들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VVIP’들이 자주 드나드는 유흥업소 지도를 완성해봤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대기업 단골 ‘접대 명소’리스트를 참고했고, 주요 대기업 대외업무 담당자들과 화류계 종사자들이 도왔다.

재계 떠도는 ‘접대 X파일’ 입수 …‘술상무’ 공유
룸살롱 등 100여 곳 정보 기록 “영업 지침서 활용

재계에 이른바 ‘접대 X파일’이 떠돌고 있다. 2∼3년 전 화류계 종사자들이 업소 홍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파일은 평소 접대가 많은 각 대기업의 ‘술상무’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 X파일’엔 룸살롱, 섹시바, 나이트클럽 등 100여 곳에 달하는 각 업소의 상호와 위치, 담당자 연락처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매일같이 ‘오늘은 어디로 갈까’고민하는 접대 담당자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 룸살롱 위주로 작성된 이 리스트에 따르면 대기업 단골 유흥업소는 대한민국의 ‘밤 문화 메카’로 꼽히는 신사역과 강남역, 선릉역 주변을 비롯해 논현동, 역삼동, 삼성동, 서초동 등 강남 지역에 대거 몰려있다.

‘밤문화 메카’ 강남
50% 이상 집중 분포

우선 신사역 인근에 있는 R룸, D룸, L룸, B룸이 눈에 띈다. 강남역 근처에서 영업 중인 K룸, J룸, C룸, B룸과 삼성동 G룸, B룸, C룸, F룸도 이른바 ‘룸돌이’(유흥업소 마니아) 사이에선 꽤 유명한 업소들이다. 화류계 1번지로 소문난 ▲논현동 S룸 ▲역삼동 M룸 ▲서초동 B룸 ▲선릉역 C룸 ▲뱅뱅사거리 N룸 ▲봉은사 Y룸 등도 파일에 들어있다.

대기업 대외업무 직원들이 손에 쥐고 있는 명단엔 강북에서 내로라하는 업소들도 포함돼 있다. 북창동 N룸, P룸, B룸, N룸과 장안동 L룸, E룸, G룸, R룸을 필두로 명동 M룸, 무교동 B룸, 신촌 B룸, 종로 S룸, 수유동 B룸 등이다. 또 광희동 Y룸, 길동 K룸, 노량진 B룸, 방이동 B룸, 여의도 A룸, 수유동 B룸 등 서울 시내 곳곳과 인천 B룸, 수원 E룸, 일산 K룸, 부산 C룸, 대구 D룸, 울산 M룸 등 지방 업소도 올라있다.

이들 업소의 공통점은 2000년대 들어 룸살롱 업계의 대세로 굳어진 ‘북창동 스타일’이란 점이다. 소위 ‘2차’는 기본. 한마디로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하드코어식 서비스가 특징이다. 대부분 1인당 또는 시간제로 술값이 계산된다.

모그룹 한 직원은 “술값을 여러달에 걸쳐 분할 결제하는 등 접대비 한도 문제 때문에 단골 술집을 정해 놓을 수밖에 없다”며 “접대 상대자마다 기호가 다른 점을 감안해서라도 여러 업소를 순환식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룸살롱이라고 다 같은 룸살롱이 아니다. 보통 ‘화끈한’대중 유흥업소들은 술값이 저렴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샐러리맨급의 접대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지갑이 두둑하고 나이가 지긋한 점잖은 임원들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얘기다.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접대는 주로 고위층, 상류층만의 ‘철옹성’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바로 전통적인 개념의 최고급 룸살롱인 ‘텐프로’업소다. 텐프로는 술시중을 드는 여종업원들이 봉사료의 10%만 술집에 지불하고 90%를 챙긴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흔히 연예인 못지않은 ‘나가요걸’의 미모와 고객 수준이 강남 상위 10% 안에 드는 프리미엄급 룸살롱을 뜻한다.

일정 부분의 신체 접촉만 허용되는 등 노골적인 북창동 스타일에 비해 다소 건전(?)하다. 반면 술값은 일반 룸살롱의 수배에 달한다. 비교적 상식적인 수준의 술자리와 페이가 높다보니 여대생들의 ‘몰래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 부근에만 30∼40곳이 성업 중이지만 손에 꼽히는 진정한 텐프로는 10여 곳에 불과하다는 게 유흥업 관계자들의 전언. Y호텔, H호텔, L호텔, R호텔 등 대부분 유명 호텔 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는 이미 언급한 ‘쩜오(상위 15%)’나 ‘세미텐(상위 20%)’수준이다.

CEO급 이상은 더 ‘큰 물’을 찾는다. ‘상위 1%’가 주 고객인 이들 업소 역시 강남에 몰려있는데, 청담동 F룸과 압구정동 G룸, 논현동 D룸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어지간한 재력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요정도 빼놓을 수 없는 재계 거물들의 ‘아지트’다. 강남보다 강북에 많다. 과거 창업 1세대들이 ‘문지방이 닳도록’들락날락한 요정은 최근 룸살롱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1960∼1980년대 강북의 4대 요정은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청운각’등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요정문화는 한풀 꺾였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엔 일부 요정만 남고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대신 그 자리엔 요정과 룸살롱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요정식 룸살롱’이 출현했다. 재계 유력 인사들의 ‘밀담’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요정룸’이다.

강북의 K요정, D요정 등은 정통 요정과 달리 현대식 룸살롱에 ‘기생’스타일의 접대부를 고용해 기업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VVIP’의 비즈니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100년 전통의 종로 O요정은 지난해 접대부의 성매매 알선이 경찰에 적발돼 잠시 문을 닫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진짜 텐프로’ 숨어있다
현대판 ‘기생집’ 인기

재벌가 로열패밀리들이 즐겨 찾는 ‘AAA’급 업소들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오너일가의 사생활이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1급 기밀’인 탓이다. ‘오른팔’이나 ‘그림자’가 아닌 이상 공식 외출 외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이들이 없다. 다만 각종 사건사고로 구설수에 올라 유명해진 유흥업소를 통해 ‘황제’와 ‘황태자’들의 ‘밤 동선’을 그려볼 수 있다.

모그룹 회장의 아들이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폭행 사건이 벌어졌던 청담동 ‘G가라오케’는 사건 이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전까지 B급 수준에 머물다 A급으로 올라섰다는 후문. 단지 재벌가 자제가 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가에선 ‘재벌 출입’여부가 업소 위상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G가라오케 인근엔 H가라오케 등 10여 개의 잘나가는 가라오케가 성업 중이다. 이들 업소의 주대는 그리 비싸지 않아 20∼30대 재벌가 2∼3세가 주된 고객층이다.

모그룹 회장의 추태로 뜬 업소도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이 취재에 나섰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기사화되지 않았다.

재계 한 호사가는 “평소 주사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모그룹 회장이 재벌가 자제의 폭행 사건 직후 신촌 W룸을 찾아 레이스 초반부터 입에 담지도 못할 육두문자를 쉼 없이 내뱉은 것도 모자라 접대부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러 난리가 났었다”며 “수행원들이 사태를 조용히 수습했지만 이 사건이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W룸은 장안의 명소로 떠올랐다”고 귀띔했다.

청담동 W바는 경제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8월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하기 전 들러 유명해졌다. 정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 새벽까지 ‘베스트 프렌드’박모씨와 단골술집 W바에서 술을 마셨다.

W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S바는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 그룹 후계자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업소다. S바는 대학생 중 엄선한 ‘영계’들만 고용,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S클럽은 별도의 VIP룸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으로, 압구정동 L룸은 중견 제약회사 회장이 ‘꽃뱀’일당에 돈을 뜯기는 사건으로, 삼성동 H룸은 룸살롱 마담이 재계 거물들의 은밀한 밤 문화를 폭로한 사건으로, 여의도 E룸은 투자회사 회장과 접대부의 간통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최근엔 강남의 회원제 ‘룸+클럽’인 O클럽과 Y클럽에서 재벌 2∼3세들이 ‘난잡 파티’를 자주 벌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 클럽은 신인 여자연예인들이 호스티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아예 대놓고 재벌들만 상대로 영업에 나선 업소도 있다.

강남과 여의도에 업장을 운영하는 P룸은 신개념 멤버십 카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손님을 골라 받고 있다. 멤버십 카드는 주식회사 개념을 도입해 손님이 업소 지분을 갖는 일종의 ‘고객주주’ 제도다. 당연히 주주가 아니면 입장불가다. 고객층 역시 일반 업소와 차원이 다르다.

삼성동 M클럽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업소가 관리하는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퇴짜다. M클럽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무전기를 든 건장한 ‘형님’들이 손님을 통제한다.

이 업소 직원은 “철저히 멤버십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사람은 돌려보낸다”며 “그렇다 보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재계 유명인사와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부동산 재벌까지 특수계층으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밤 황제’ 회장님
자리다툼 치열

그러나 정작 매일같이 ‘밤이슬’을 맞는 회장님들의 ‘아방궁’은 따로 있다. 이들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업소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는 탓이다. 결국 업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것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논현동 K업소와 서초동 N업소는 ‘밤의 황제’로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들이 자리다툼을 할 정도로 출입이 잦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두 업소는 한 팀이 건물 전체를 전세 내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대학 이상의 학력으로 고수익을 올려 외제차를 끄는 등 밖에선 졸부 이상의 재력을 과시한다. 하룻밤 술자리 비용은 보통 500만∼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부가적으로 회원이 되기 위해선 500만∼1000만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된다.

화류계 한 종사자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최소 30억원 이상 들어간 K업소와 N업소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가거나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재력은 물론 얼굴이 곧 명함일 정도의 높은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어야 철옹성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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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