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3>‘스폰서 검찰’ 파문으로 본 대기업 단골 ‘접대명소’ 대탐사

노는 물 다른 ‘하이레벨’ 들어가는 ‘구멍’도 다르다



‘스폰서 검찰’파문으로 대한민국 접대 문화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른 가운데 상류층만의 은밀한 접대 장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그들만의 영역’인 탓이다. 베일에 가려진 만큼 강력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돈 많고 높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질펀한 술판을 벌일까. 창간 14주년을 맞아 독자들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VVIP’들이 자주 드나드는 유흥업소 지도를 완성해봤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대기업 단골 ‘접대 명소’리스트를 참고했고, 주요 대기업 대외업무 담당자들과 화류계 종사자들이 도왔다.

재계 떠도는 ‘접대 X파일’ 입수 …‘술상무’ 공유
룸살롱 등 100여 곳 정보 기록 “영업 지침서 활용

재계에 이른바 ‘접대 X파일’이 떠돌고 있다. 2∼3년 전 화류계 종사자들이 업소 홍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파일은 평소 접대가 많은 각 대기업의 ‘술상무’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 X파일’엔 룸살롱, 섹시바, 나이트클럽 등 100여 곳에 달하는 각 업소의 상호와 위치, 담당자 연락처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매일같이 ‘오늘은 어디로 갈까’고민하는 접대 담당자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 룸살롱 위주로 작성된 이 리스트에 따르면 대기업 단골 유흥업소는 대한민국의 ‘밤 문화 메카’로 꼽히는 신사역과 강남역, 선릉역 주변을 비롯해 논현동, 역삼동, 삼성동, 서초동 등 강남 지역에 대거 몰려있다.

‘밤문화 메카’ 강남
50% 이상 집중 분포

우선 신사역 인근에 있는 R룸, D룸, L룸, B룸이 눈에 띈다. 강남역 근처에서 영업 중인 K룸, J룸, C룸, B룸과 삼성동 G룸, B룸, C룸, F룸도 이른바 ‘룸돌이’(유흥업소 마니아) 사이에선 꽤 유명한 업소들이다. 화류계 1번지로 소문난 ▲논현동 S룸 ▲역삼동 M룸 ▲서초동 B룸 ▲선릉역 C룸 ▲뱅뱅사거리 N룸 ▲봉은사 Y룸 등도 파일에 들어있다.

대기업 대외업무 직원들이 손에 쥐고 있는 명단엔 강북에서 내로라하는 업소들도 포함돼 있다. 북창동 N룸, P룸, B룸, N룸과 장안동 L룸, E룸, G룸, R룸을 필두로 명동 M룸, 무교동 B룸, 신촌 B룸, 종로 S룸, 수유동 B룸 등이다. 또 광희동 Y룸, 길동 K룸, 노량진 B룸, 방이동 B룸, 여의도 A룸, 수유동 B룸 등 서울 시내 곳곳과 인천 B룸, 수원 E룸, 일산 K룸, 부산 C룸, 대구 D룸, 울산 M룸 등 지방 업소도 올라있다.


이들 업소의 공통점은 2000년대 들어 룸살롱 업계의 대세로 굳어진 ‘북창동 스타일’이란 점이다. 소위 ‘2차’는 기본. 한마디로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하드코어식 서비스가 특징이다. 대부분 1인당 또는 시간제로 술값이 계산된다.

모그룹 한 직원은 “술값을 여러달에 걸쳐 분할 결제하는 등 접대비 한도 문제 때문에 단골 술집을 정해 놓을 수밖에 없다”며 “접대 상대자마다 기호가 다른 점을 감안해서라도 여러 업소를 순환식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룸살롱이라고 다 같은 룸살롱이 아니다. 보통 ‘화끈한’대중 유흥업소들은 술값이 저렴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샐러리맨급의 접대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지갑이 두둑하고 나이가 지긋한 점잖은 임원들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얘기다.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접대는 주로 고위층, 상류층만의 ‘철옹성’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바로 전통적인 개념의 최고급 룸살롱인 ‘텐프로’업소다. 텐프로는 술시중을 드는 여종업원들이 봉사료의 10%만 술집에 지불하고 90%를 챙긴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흔히 연예인 못지않은 ‘나가요걸’의 미모와 고객 수준이 강남 상위 10% 안에 드는 프리미엄급 룸살롱을 뜻한다.

일정 부분의 신체 접촉만 허용되는 등 노골적인 북창동 스타일에 비해 다소 건전(?)하다. 반면 술값은 일반 룸살롱의 수배에 달한다. 비교적 상식적인 수준의 술자리와 페이가 높다보니 여대생들의 ‘몰래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 부근에만 30∼40곳이 성업 중이지만 손에 꼽히는 진정한 텐프로는 10여 곳에 불과하다는 게 유흥업 관계자들의 전언. Y호텔, H호텔, L호텔, R호텔 등 대부분 유명 호텔 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는 이미 언급한 ‘쩜오(상위 15%)’나 ‘세미텐(상위 20%)’수준이다.

CEO급 이상은 더 ‘큰 물’을 찾는다. ‘상위 1%’가 주 고객인 이들 업소 역시 강남에 몰려있는데, 청담동 F룸과 압구정동 G룸, 논현동 D룸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어지간한 재력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요정도 빼놓을 수 없는 재계 거물들의 ‘아지트’다. 강남보다 강북에 많다. 과거 창업 1세대들이 ‘문지방이 닳도록’들락날락한 요정은 최근 룸살롱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1960∼1980년대 강북의 4대 요정은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청운각’등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요정문화는 한풀 꺾였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엔 일부 요정만 남고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대신 그 자리엔 요정과 룸살롱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요정식 룸살롱’이 출현했다. 재계 유력 인사들의 ‘밀담’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요정룸’이다.

강북의 K요정, D요정 등은 정통 요정과 달리 현대식 룸살롱에 ‘기생’스타일의 접대부를 고용해 기업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VVIP’의 비즈니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100년 전통의 종로 O요정은 지난해 접대부의 성매매 알선이 경찰에 적발돼 잠시 문을 닫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진짜 텐프로’ 숨어있다
현대판 ‘기생집’ 인기

재벌가 로열패밀리들이 즐겨 찾는 ‘AAA’급 업소들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오너일가의 사생활이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1급 기밀’인 탓이다. ‘오른팔’이나 ‘그림자’가 아닌 이상 공식 외출 외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이들이 없다. 다만 각종 사건사고로 구설수에 올라 유명해진 유흥업소를 통해 ‘황제’와 ‘황태자’들의 ‘밤 동선’을 그려볼 수 있다.

모그룹 회장의 아들이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폭행 사건이 벌어졌던 청담동 ‘G가라오케’는 사건 이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전까지 B급 수준에 머물다 A급으로 올라섰다는 후문. 단지 재벌가 자제가 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가에선 ‘재벌 출입’여부가 업소 위상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G가라오케 인근엔 H가라오케 등 10여 개의 잘나가는 가라오케가 성업 중이다. 이들 업소의 주대는 그리 비싸지 않아 20∼30대 재벌가 2∼3세가 주된 고객층이다.

모그룹 회장의 추태로 뜬 업소도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이 취재에 나섰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기사화되지 않았다.

재계 한 호사가는 “평소 주사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모그룹 회장이 재벌가 자제의 폭행 사건 직후 신촌 W룸을 찾아 레이스 초반부터 입에 담지도 못할 육두문자를 쉼 없이 내뱉은 것도 모자라 접대부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러 난리가 났었다”며 “수행원들이 사태를 조용히 수습했지만 이 사건이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W룸은 장안의 명소로 떠올랐다”고 귀띔했다.

청담동 W바는 경제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8월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하기 전 들러 유명해졌다. 정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 새벽까지 ‘베스트 프렌드’박모씨와 단골술집 W바에서 술을 마셨다.

W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S바는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 그룹 후계자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업소다. S바는 대학생 중 엄선한 ‘영계’들만 고용,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S클럽은 별도의 VIP룸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으로, 압구정동 L룸은 중견 제약회사 회장이 ‘꽃뱀’일당에 돈을 뜯기는 사건으로, 삼성동 H룸은 룸살롱 마담이 재계 거물들의 은밀한 밤 문화를 폭로한 사건으로, 여의도 E룸은 투자회사 회장과 접대부의 간통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최근엔 강남의 회원제 ‘룸+클럽’인 O클럽과 Y클럽에서 재벌 2∼3세들이 ‘난잡 파티’를 자주 벌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 클럽은 신인 여자연예인들이 호스티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아예 대놓고 재벌들만 상대로 영업에 나선 업소도 있다.

강남과 여의도에 업장을 운영하는 P룸은 신개념 멤버십 카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손님을 골라 받고 있다. 멤버십 카드는 주식회사 개념을 도입해 손님이 업소 지분을 갖는 일종의 ‘고객주주’ 제도다. 당연히 주주가 아니면 입장불가다. 고객층 역시 일반 업소와 차원이 다르다.

삼성동 M클럽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업소가 관리하는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퇴짜다. M클럽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무전기를 든 건장한 ‘형님’들이 손님을 통제한다.

이 업소 직원은 “철저히 멤버십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사람은 돌려보낸다”며 “그렇다 보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재계 유명인사와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부동산 재벌까지 특수계층으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밤 황제’ 회장님
자리다툼 치열


그러나 정작 매일같이 ‘밤이슬’을 맞는 회장님들의 ‘아방궁’은 따로 있다. 이들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업소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는 탓이다. 결국 업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것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논현동 K업소와 서초동 N업소는 ‘밤의 황제’로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들이 자리다툼을 할 정도로 출입이 잦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두 업소는 한 팀이 건물 전체를 전세 내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대학 이상의 학력으로 고수익을 올려 외제차를 끄는 등 밖에선 졸부 이상의 재력을 과시한다. 하룻밤 술자리 비용은 보통 500만∼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부가적으로 회원이 되기 위해선 500만∼1000만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된다.

화류계 한 종사자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최소 30억원 이상 들어간 K업소와 N업소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가거나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재력은 물론 얼굴이 곧 명함일 정도의 높은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어야 철옹성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