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주총 시즌' 떨고 있는 기업들

국민연금에 치이고 외국큰손에 치이고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2015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외국인 큰손의 주총 압박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연루된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3월 말까지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 결산 등을 위한 정기 주총이 이어진다. 지난달 27일 KT&G가 주총을 개최했고 오는 13일에는 포스코가 정기 주총을 연다.

올해 역시 주총데이는 '3월 금요일'이다. 다수의 상장사 정기 주총이 몰린 '슈퍼 주총데이'는 주주들의 참여와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 정부가 개선에 나섰으나 기업들은 귀를 닫았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사회책임투자 연구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총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 236개사 중 금요일 (3월13·20·27일)에 주총을 여는 곳은 183개(77.5%)에 달한다.

3월 금요일
183개 주총

13일에는 삼성 계열사와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에스원, 현대차, 현대모비스가 이날 오전 9시에 주총을 연다.

20일에는 30여개 상장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예고했다. 네이버, 농심, AK홀딩스, LS, 한솔홀딩스, 만도, 한국항공우주, 신도리코, 한라, 아이에스동서, 녹십자, 웅진씽크빅 등이다. NHN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등 상장사들은 27일 주총을 예고했다.


올해 주총의 가장 큰 화두는 경영권 분쟁이다. 엔씨소프트, 일동제약, 한국토지신탁, 신일산업, 참엔지니어링, 광희리츠 등 다수 기업이 경영권분쟁을 겪고 있다.

한때 동업자였던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넥슨이 경영권 간섭에 나서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넥슨은 지난달 지분보유 목적에서 경영참여를 분명히 했고 이사 선임과 주주명부 열람, 부동산 처분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엔씨소프트에 전달했다.

엔씨소프트의 등기이사 임기가 대부분 내년에 종료를 앞두고 있고 올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임기만 만료되기 때문에 김 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15%를 보유, 9.9%를 보유한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며, 투자협업이라는 약속을 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동제약도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이사 선임 요구 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일동제약의 이사진은 총 10명. 이정치 회장을 포함한 3명이 이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녹십자는 이중 감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 요구했다. 사실상 경영에 본격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부결시키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캐스팅보트'는 3대 주주인 피델리티가 쥐고 있다.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 일동제약과 녹십자와 지분 차가 크지 않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부결 당시에 피델리티는 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토지신탁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고펀드와 프론티어PEF는 한국토지신탁 2대 주주인 아이스텀이 보유한 지분 35.2%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대 주주인 엠케이전자의 보유 지분은 37.6%다.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영권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신일산업이다. 신일산업은 1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권 참여 선언을 하며 지분을 늘려온 개인 투자자 황귀남씨가 주인공이다. 황씨는 11% 선의 지분을 확보했다. 신일산업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은 9%에 불과하다.

이미 황씨는 2월 초 신일산업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영 회장과 송권영 부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황씨와 신일산업은 경영진 횡령 및 배임 혐의 등 13건의 소송에 연관되어 있다. 주총은 법원에서 정한 직무대행자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신일산업 주총 최대 화두는 김 회장의 재신임 여부다.

올해도 반복되는 금요일 슈퍼 주총데이
경영권 분쟁 회사들 마지막까지 초긴장

참엔지니어링은 최종욱 전 대표가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을 내고, 한인수 회장을 횡령·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주인이 바뀔 위기에 처해 있다. 법원은 두 달 전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김종국 광희리츠 각자대표가 박광준 각자대표 외 3명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광희리츠의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김 각자대표는 한밭컨설팅과 함께 박 대표 해임 안건을 처리할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한 상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광희리츠의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관치 논란으로 그간 사외이사 선임 등에만 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해 왔던 국민연금의 입김이 올해는 세질 것으로 보이면서 긴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에서 마이너스 수익률(2.4%)을 기록했다. 손해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경영권 견제에 그치지 않고 아예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미 네이버, 포스코, KB금융, KT 등 6개 기업에서 1대 주주이며 삼성전자는 이건희회장 보다 지분을 2배 이상 많이 가지고 있다.

대주주 횡령·배임
회사 주인 바뀌나

기업경영성과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30대 그룹 상장사 107곳에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64개 기업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7.81%를 보유했지만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4.69%에 그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도 국민연금이 1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일기획과 호텔신라의 경우 국민연금이 각각 11.3%와 10.4%의 지분을 보유한 데 반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주식이 전혀 없다.

삼성증권, 삼성SDI, 삼성화재, 에스원,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에서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다.


대림그룹의 대림산업과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증권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각각 11.4%와 7.1%다. 각 그룹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앞섰다. 이밖에 금호타이어, 신세계아이앤씨, CJ오쇼핑, 롯데푸드, 대림산업, SKC, CJ제일제당,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서 국민연금은 대주주 일가에 비해 2배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107곳 지분
국민연금 > 대주주

가장 좌불안석인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보다 3배 높은 10조원대에 낙찰 받았다. 고가 매입 논란에 주주들은 등을 돌렸고,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은 한 달 반만에 14조8000억원가량 날아갔다.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주식가치를 떨어뜨린 만도, 롯데그룹 계열사, 한진칼 등의 기업에 어김없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차 주총의 화두가 되는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재선임 ▲정의선 부회장 현대제철 등기임원 재선임 ▲송충식 현대제철 부사장 신임 등기임원 선출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위원 추가 선임 ▲박의만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이은택 중앙대 교수 신임 사외이사 선출 ▲최병철 현대모비스 부사장 재선임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재선임 등 안건에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도 국민연금의 표심에 기대야 할 처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으로 반 재벌 정서가 심화된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 주총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중에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 중에서 국민연금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국공항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주주들 거센 압박
눈치보며 사외이사 모시기

형제 간 경영권 경쟁이 벌어진 롯데그룹도 국민연금 눈치를 보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지배구조를 이끌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는 동빈·동주 형제가 다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등에서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외국계 큰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헤지펀드 아센더케피털,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 등이 이번 주총 시즌에 배당 확대 등 주주 이익 환원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펀드의 주주제안이 예정된 주요 상장사는 모토닉, 삼호개발, 인포바인, KTcs, 삼성공조, 대창단조 등이다.

먼저 SC펀더멘털은 자동차 부품사 모토닉에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제안할 계획이다. 양사는 소송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SC펀더멘털은 앞서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고 배당금 증액·감사 선임 등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지만 모두 거절 당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서와 의안 상정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SC펀더멘털은 KT계열사 KTcs에는 배당확대와 외부 감사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대차·롯데
연기금 눈치

휴대폰인증서 보관서비스 업체인 인포바인은 아센더캐피털의 위협을 받고 있다. 아센더캐피털은 주총 때 배당확대를 요구할 방침. 아센더캐피털은 인포바인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그보다 많은 지분인 9.3%를 보유한 미국계 피델리티펀드도 아센더캐피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펀드는 자동차 냉각기 계통 부품 생산업체 삼성공조에 주주환원정책 시행을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 미국계 투자업체인 코리아밸류오퍼튜니티펀드는 삼호개발(건설업체)에, 스위스계 투자기관인 NZ알파인은 대창단조(중장비제조업체)에 배당확대, 주주환원 강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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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