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군' 국방부 졸책 실태

항상 일 터지고 수습하니 ‘엉망진창’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군에서 사건이 터지면 국방부는 극약처방을 내린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 정책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지, 물음표를 짓게 한다. 이대로 가다간 국군이 오합지졸 당나라 군대가 될까 우려된다. 점점 산으로 가는 군대를 만드는 ‘졸책’들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육군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 내무반에서 윤 일병이 선임병 5명과 초급 간부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해 사망했다.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주범인 모 병장은 법정에서 징역 45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6월에는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육군 22사단 55연대 GOP에서 임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장병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임 병장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 받았다. 

탁상공론 때문
병영혼란 여전
 
‘윤 일병 사건’과 ‘임 병장 사건’이 터진 이후 갖은 군 사건사고 소식이 쏟아졌다. 군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군은 변화의 의지를 내비쳤다.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1차원적인 대책만 나왔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는커녕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는 ‘졸책’들이 줄지어 나왔다.
 
국방부는 지난해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를 통해 20개 과제로 구성된 ‘병영문화 혁신안’을 제시했다. 국방부의 병영혁신안은 ▲장병 기본권 제고를 위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구타 및 가혹행위 관련 신고포상제도 도입 ▲현역 입영대상자 판정기준 강화 ▲현역복무 부적합자 조기 전역 ▲GOP 부대 근무병사 면회제도 신설 등 20개 단기 및 중장기 과제가 포함됐다. 하지만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육군은 ‘이등병(훈련병)-일병-상병 3계급 혹은 ‘일병-상병’ 2계급 체계를 기본으로 한 계급체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갓 입소한 훈련병들에게 훈련병이 아닌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고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로 배치되면 바로 일병 계급을 부여해 ‘이등병 괴롭히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수병사만 병장계급을 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군대문화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계급 단순화 방안들이 쏟아졌다. 여기에는 병사의 숙련도에 따라 계급을 부여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있었다. 계급 단순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군 복무기간이 36개월이던 시절 만들어진 계급제도를 복무기간이 크게 단축된 현재에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계급 단순화의 당사자인 장병들은 부정적이다. 부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병 상호간에는 계급을 떠나 ‘호봉’ 개념이 자리하고 있어 계급체계 단순화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사고 터질 때마다 비슷한 처방 내려
급하게 내놓는 정책들 실효성 물음표
 
군대 내에서 사용하는 명칭도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는 지난달 16일 병사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보호 관심 병사’ 명칭을 10년 만에 폐기하기로 했다. 이날 국방부는 “지난해 22사단 총기 난사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사건 직후 부각된 관심병사라는 용어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보호·관심병사 관리제도’라는 명칭을 ‘장병 병영생활 도움제’로 변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호·관심병사 관리제도는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를 A급(특별관리), B급(중점관리), C급(기본관리) 등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기준 보호·관심병사는 A급 8433명, B급 2만4757명, C급 2891명 등이다. 국방부는 기존 3개 등급이었던 보호관심 병사 분류 그룹을 ‘도움’과 ‘배려’ 2등급으로 단순화했다. 관심 병사 명칭을 ‘도움 병사’ ‘배려 병사’로 바꿨다. 하지만 관심 병사 지정 여부는 비밀이었던 제도여서 결국 바뀐 것은 명칭뿐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본질 빗나가…

근본대책 전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군 희망준비금 제도를 두고도 말이 많다. 희망준비금 제도는 전역하는 장병에게 100만∼200만원을 지급해주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희망준비금 제도는 공약 파기 수준이다. 국방부는 78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고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병사들이 자신의 월급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국방부에 따르면 희망준비금에 가입한 장병의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만4789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병사 수는 약 44만1000여명으로 3.3%에 불과한 병사들만 희망준비금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군 당국은 장병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본인 부담으로 희망준비금을 적립해도 참여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80% 수준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국군희망준비적금’이라는 이름의 상품을 출시했다. 연이율은 기간에 따라 국민은행은 4.4∼5.8%, 기업은행은 3.8∼5.3%의 금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최대 저축한도가 240만원이어서 제도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상품을 통해 박 대통령이 공약한 300만원을 모으려면 군 복무 21개월 동안 매달 14만2800원을 적금으로 부어야 한다. 올해 장병들의 월급은 이등병 12만9400원, 일병 14만원, 상병 15만4800원, 병장 17만1400원이다. 2012년 국방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1만원도 채 모으지 못한다고 응답한 병사는 63.2%에 달했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육군 25사단 1대대를 대상으로 ‘중대별 수신용 공용휴대전화’를 선보였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25사단 1대대 예사 3개 중대에서 중대당 수신용 휴대전화 4대를 운용하고 있다”며 “각 중대의 계급별 생활관에 1대씩 지급, 일과시간이 아닐 때 공용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제도 시범운용 초기 엿새간의 수신용 공용휴대전화 사용실적은 165건으로, 계급별로는 이등병 75건(46%), 일병 37건(22%), 상병 24건(15%), 병장 29건(17%)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신용 공용휴대전화는 2세대(2G)폰이다. 같은 생활관의 병사 계급별로 대표자를 지정해 수신용 공용휴대전화를 지급한 뒤 같은 계급의 병사가 대표자에게 이 전화기를 가져다 사용하는 방식이다. 각 중대 행정반에서 2G폰을 보관하고 있다가 부모가 거는 전화를 바꿔주는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연간 사용료가 60억여원 가량이고, 같은 계급의 대표자에게 이 전화를 빌려 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이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부모가 장병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통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지 몰라도 자칫 잘못 운용되면 당나라 군대로 가는 지름길이 될 거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화상면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국방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10월부터 ‘화상면회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16일 국방부와 미래부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개 SW와 loT(사물인터넷) 관련 기술개발·활용 촉진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군 내 사건사고 등으로 인한 장병 부모 등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직접 얼굴을 보면서 소통할 수 있는 화상면회 시스템을 공개SW 기반으로 구축한다. 시범운영은 5월부터 시작된다. 
 
이 같은 제도는 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그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장병 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편부모 또는 부모가 없는 장병의 경우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소통의 활로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기는 현대화
제도는 글쎄∼
 

육군의 ‘병사 전투체력 강화’ 방침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병사 교육훈련체계는 기존 핵심평가 과목인 사격, 정신교육, 체력단련, 전투기량 등 4개 부문에서 경계근무 요령을 추가한 5개로 늘어난다. 사격훈련은 구간을 정해놓고 사격하던 기지거리 사격(100m, 200m, 250m)에서 전투사격으로 바뀐다. 체력단련의 경우 기초체력과 2개의 전투체력 과목을 혼합한 형태로 바뀐다.
 
특히 전투체력 과목에는 군장메고 10km 급속행군, 5km, 뜀걸음 등이 추가된다. 군장 메고 10km 급속행군은 2시간10분 내에, 5km 뜀걸음은 40분 내에 주파해야 합격이다. 육군은 핵심 5개 평가과목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특급, 1급, 2급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특급 등급을 받으면 조기 진급 및 포상 휴가, ‘특급전사’ 명칭이 부여된다.
 
이러한 육군의 방침은 강군을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전장에서 핵심은 보병이기 때문에 체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첨단 무기가 발전하며 군이 현대화되는 시점에 너무 강도 높은 훈련으로 장병들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개인마다 다른 체력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도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군 당국은 군대 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2000년)’ ‘병영생활 행동강령(2003년)’ ‘선진병영문화 비전(2005년)’ ‘병영문화 개선운동(2011년)’ 등 비슷한 처방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강군 위한 노력 없고 돈질만?
이면엔 ‘군피아’ 뿌리 박혀 
 

전문가들은 병영문화 혁신안에 병영 시설개선 등 장병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병영문화 혁신안에는 관련 예산확보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독일식 ‘군사 옴부즈맨(국방 감독관) 같은 독립적인 외부감사기구 설치는 군사보안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처럼 군이 껍데기만 바뀌고 알맹이는 그대로다 보니 군 관련 문제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군피아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불량 방탄복 2000여벌이 특전사 장병들에게 보급됐다. 애초 시험운용에서 ‘생존률이 낮고 모든 면에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군수담당 장교가 부적합 의견을 전부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불량 방탄복이 임무수행에 적합하다는 내용으로 시험평가 문서를 조작한 육군 전모(49)대령을 지난달 24일 구속기소했다. 전 대령은 특전사 군수처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 5월 군수업체 S사가 제작한 ‘다기능 방탄복’에 대한 예하부대 2곳의 시험평가 결과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전사는 방탄복 성능이 대테러·침투 등 실제 작전에 적합한지 납품 전에 확인하기 위해 2009년 3공수여단 정찰대와 707대대에 문제의 방탄복을 시험 운용하도록 했다. 707대대는 “방탄 플레이트 등급이 낮아 생존율이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또 ‘어깨보호대 때문에 사격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혼자 착용할 수 없다’ ‘신속하게 해체되지 않아 긴급 상황 발생 시 생존성이 낮다’는 등 모든 면에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전 대령은 707대대의 이런 의견을 배제하고 야전부대 운용시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특전사령관 결재를 거쳐 통과됐고 S사가 사업을 따내 2010∼2012년 세 차례에 걸쳐 13억원 상당 2062벌의 불량 방탄복을 납품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불량 방탄복 문제가 제기되자 북한군의 신형 개인화기인 AK74 소총까지 막을 수 있게 개선된 방탄복으로 교체 중이다. 합수단은 S사를 압수수색하고 주변 금융 거래 내역을 살피며 해당 장교들과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합수단은 박 중령도 수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우리 군 주력 전투기 KF-16 등의 정비대금 243억원을 빼돌린 예비역 중장 등 고위 공군 장교들도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업체 로비스트로 영입돼 정보수집과 수사무마, 정비대금 부풀리기에 적극 가담했다. 지난달 16일 합수단에 따르면 공군작전사령관과 공군교육사령관 출신인 천기광(68) 예비역 중장은 2008년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에 영입돼 회장까지 지냈다. 이 회사는 공군 하사관 출신 박모(53·구속기소)씨가 세운 회사였다.

껍데기만 바뀌니
갈수록 점입가경
 
2009년에는 공군본부 장비정비정보체계개발단 과장을 지낸 우모(55) 예비역 대령이, 그 이듬해에는 항공전자장비 정비부대장 출신인 천모(58) 예비역 대령이 영입됐다. 이후 블루니어는 이들 예비역 장교 3명이 활약하며 주력 전투기 정비업체로 급성장했다. 그리고 2006∼2011년 KF-16 피아식별장치(CIT) 등 2902개 부품 정비 관련예산 457억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합수단은 이들 예비역 장교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처럼 군 문제 이면에는 ‘군피아(군대+마피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에게 군은 단지 돈을 벌기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군 정책이 제대로 나올리 만무하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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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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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