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군' 국방부 졸책 실태

항상 일 터지고 수습하니 ‘엉망진창’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군에서 사건이 터지면 국방부는 극약처방을 내린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 정책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지, 물음표를 짓게 한다. 이대로 가다간 국군이 오합지졸 당나라 군대가 될까 우려된다. 점점 산으로 가는 군대를 만드는 ‘졸책’들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육군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 내무반에서 윤 일병이 선임병 5명과 초급 간부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해 사망했다.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주범인 모 병장은 법정에서 징역 45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6월에는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육군 22사단 55연대 GOP에서 임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장병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임 병장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 받았다. 

탁상공론 때문
병영혼란 여전
 
‘윤 일병 사건’과 ‘임 병장 사건’이 터진 이후 갖은 군 사건사고 소식이 쏟아졌다. 군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군은 변화의 의지를 내비쳤다.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1차원적인 대책만 나왔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는커녕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는 ‘졸책’들이 줄지어 나왔다.
 
국방부는 지난해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를 통해 20개 과제로 구성된 ‘병영문화 혁신안’을 제시했다. 국방부의 병영혁신안은 ▲장병 기본권 제고를 위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구타 및 가혹행위 관련 신고포상제도 도입 ▲현역 입영대상자 판정기준 강화 ▲현역복무 부적합자 조기 전역 ▲GOP 부대 근무병사 면회제도 신설 등 20개 단기 및 중장기 과제가 포함됐다. 하지만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육군은 ‘이등병(훈련병)-일병-상병 3계급 혹은 ‘일병-상병’ 2계급 체계를 기본으로 한 계급체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갓 입소한 훈련병들에게 훈련병이 아닌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고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로 배치되면 바로 일병 계급을 부여해 ‘이등병 괴롭히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수병사만 병장계급을 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군대문화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계급 단순화 방안들이 쏟아졌다. 여기에는 병사의 숙련도에 따라 계급을 부여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있었다. 계급 단순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군 복무기간이 36개월이던 시절 만들어진 계급제도를 복무기간이 크게 단축된 현재에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계급 단순화의 당사자인 장병들은 부정적이다. 부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병 상호간에는 계급을 떠나 ‘호봉’ 개념이 자리하고 있어 계급체계 단순화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사고 터질 때마다 비슷한 처방 내려
급하게 내놓는 정책들 실효성 물음표
 
군대 내에서 사용하는 명칭도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는 지난달 16일 병사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보호 관심 병사’ 명칭을 10년 만에 폐기하기로 했다. 이날 국방부는 “지난해 22사단 총기 난사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사건 직후 부각된 관심병사라는 용어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보호·관심병사 관리제도’라는 명칭을 ‘장병 병영생활 도움제’로 변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호·관심병사 관리제도는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를 A급(특별관리), B급(중점관리), C급(기본관리) 등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기준 보호·관심병사는 A급 8433명, B급 2만4757명, C급 2891명 등이다. 국방부는 기존 3개 등급이었던 보호관심 병사 분류 그룹을 ‘도움’과 ‘배려’ 2등급으로 단순화했다. 관심 병사 명칭을 ‘도움 병사’ ‘배려 병사’로 바꿨다. 하지만 관심 병사 지정 여부는 비밀이었던 제도여서 결국 바뀐 것은 명칭뿐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본질 빗나가…

근본대책 전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군 희망준비금 제도를 두고도 말이 많다. 희망준비금 제도는 전역하는 장병에게 100만∼200만원을 지급해주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희망준비금 제도는 공약 파기 수준이다. 국방부는 78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고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병사들이 자신의 월급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국방부에 따르면 희망준비금에 가입한 장병의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만4789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병사 수는 약 44만1000여명으로 3.3%에 불과한 병사들만 희망준비금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군 당국은 장병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본인 부담으로 희망준비금을 적립해도 참여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80% 수준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국군희망준비적금’이라는 이름의 상품을 출시했다. 연이율은 기간에 따라 국민은행은 4.4∼5.8%, 기업은행은 3.8∼5.3%의 금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최대 저축한도가 240만원이어서 제도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상품을 통해 박 대통령이 공약한 300만원을 모으려면 군 복무 21개월 동안 매달 14만2800원을 적금으로 부어야 한다. 올해 장병들의 월급은 이등병 12만9400원, 일병 14만원, 상병 15만4800원, 병장 17만1400원이다. 2012년 국방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1만원도 채 모으지 못한다고 응답한 병사는 63.2%에 달했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육군 25사단 1대대를 대상으로 ‘중대별 수신용 공용휴대전화’를 선보였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25사단 1대대 예사 3개 중대에서 중대당 수신용 휴대전화 4대를 운용하고 있다”며 “각 중대의 계급별 생활관에 1대씩 지급, 일과시간이 아닐 때 공용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제도 시범운용 초기 엿새간의 수신용 공용휴대전화 사용실적은 165건으로, 계급별로는 이등병 75건(46%), 일병 37건(22%), 상병 24건(15%), 병장 29건(17%)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신용 공용휴대전화는 2세대(2G)폰이다. 같은 생활관의 병사 계급별로 대표자를 지정해 수신용 공용휴대전화를 지급한 뒤 같은 계급의 병사가 대표자에게 이 전화기를 가져다 사용하는 방식이다. 각 중대 행정반에서 2G폰을 보관하고 있다가 부모가 거는 전화를 바꿔주는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연간 사용료가 60억여원 가량이고, 같은 계급의 대표자에게 이 전화를 빌려 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이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부모가 장병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통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지 몰라도 자칫 잘못 운용되면 당나라 군대로 가는 지름길이 될 거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화상면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국방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10월부터 ‘화상면회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16일 국방부와 미래부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개 SW와 loT(사물인터넷) 관련 기술개발·활용 촉진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군 내 사건사고 등으로 인한 장병 부모 등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직접 얼굴을 보면서 소통할 수 있는 화상면회 시스템을 공개SW 기반으로 구축한다. 시범운영은 5월부터 시작된다. 
 
이 같은 제도는 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그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장병 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편부모 또는 부모가 없는 장병의 경우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소통의 활로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기는 현대화
제도는 글쎄∼
 

육군의 ‘병사 전투체력 강화’ 방침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병사 교육훈련체계는 기존 핵심평가 과목인 사격, 정신교육, 체력단련, 전투기량 등 4개 부문에서 경계근무 요령을 추가한 5개로 늘어난다. 사격훈련은 구간을 정해놓고 사격하던 기지거리 사격(100m, 200m, 250m)에서 전투사격으로 바뀐다. 체력단련의 경우 기초체력과 2개의 전투체력 과목을 혼합한 형태로 바뀐다.
 
특히 전투체력 과목에는 군장메고 10km 급속행군, 5km, 뜀걸음 등이 추가된다. 군장 메고 10km 급속행군은 2시간10분 내에, 5km 뜀걸음은 40분 내에 주파해야 합격이다. 육군은 핵심 5개 평가과목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특급, 1급, 2급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특급 등급을 받으면 조기 진급 및 포상 휴가, ‘특급전사’ 명칭이 부여된다.
 
이러한 육군의 방침은 강군을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전장에서 핵심은 보병이기 때문에 체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첨단 무기가 발전하며 군이 현대화되는 시점에 너무 강도 높은 훈련으로 장병들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개인마다 다른 체력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도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군 당국은 군대 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2000년)’ ‘병영생활 행동강령(2003년)’ ‘선진병영문화 비전(2005년)’ ‘병영문화 개선운동(2011년)’ 등 비슷한 처방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강군 위한 노력 없고 돈질만?
이면엔 ‘군피아’ 뿌리 박혀 
 

전문가들은 병영문화 혁신안에 병영 시설개선 등 장병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병영문화 혁신안에는 관련 예산확보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독일식 ‘군사 옴부즈맨(국방 감독관) 같은 독립적인 외부감사기구 설치는 군사보안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처럼 군이 껍데기만 바뀌고 알맹이는 그대로다 보니 군 관련 문제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군피아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불량 방탄복 2000여벌이 특전사 장병들에게 보급됐다. 애초 시험운용에서 ‘생존률이 낮고 모든 면에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군수담당 장교가 부적합 의견을 전부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불량 방탄복이 임무수행에 적합하다는 내용으로 시험평가 문서를 조작한 육군 전모(49)대령을 지난달 24일 구속기소했다. 전 대령은 특전사 군수처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 5월 군수업체 S사가 제작한 ‘다기능 방탄복’에 대한 예하부대 2곳의 시험평가 결과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전사는 방탄복 성능이 대테러·침투 등 실제 작전에 적합한지 납품 전에 확인하기 위해 2009년 3공수여단 정찰대와 707대대에 문제의 방탄복을 시험 운용하도록 했다. 707대대는 “방탄 플레이트 등급이 낮아 생존율이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또 ‘어깨보호대 때문에 사격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혼자 착용할 수 없다’ ‘신속하게 해체되지 않아 긴급 상황 발생 시 생존성이 낮다’는 등 모든 면에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전 대령은 707대대의 이런 의견을 배제하고 야전부대 운용시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특전사령관 결재를 거쳐 통과됐고 S사가 사업을 따내 2010∼2012년 세 차례에 걸쳐 13억원 상당 2062벌의 불량 방탄복을 납품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불량 방탄복 문제가 제기되자 북한군의 신형 개인화기인 AK74 소총까지 막을 수 있게 개선된 방탄복으로 교체 중이다. 합수단은 S사를 압수수색하고 주변 금융 거래 내역을 살피며 해당 장교들과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합수단은 박 중령도 수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우리 군 주력 전투기 KF-16 등의 정비대금 243억원을 빼돌린 예비역 중장 등 고위 공군 장교들도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업체 로비스트로 영입돼 정보수집과 수사무마, 정비대금 부풀리기에 적극 가담했다. 지난달 16일 합수단에 따르면 공군작전사령관과 공군교육사령관 출신인 천기광(68) 예비역 중장은 2008년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에 영입돼 회장까지 지냈다. 이 회사는 공군 하사관 출신 박모(53·구속기소)씨가 세운 회사였다.

껍데기만 바뀌니
갈수록 점입가경
 
2009년에는 공군본부 장비정비정보체계개발단 과장을 지낸 우모(55) 예비역 대령이, 그 이듬해에는 항공전자장비 정비부대장 출신인 천모(58) 예비역 대령이 영입됐다. 이후 블루니어는 이들 예비역 장교 3명이 활약하며 주력 전투기 정비업체로 급성장했다. 그리고 2006∼2011년 KF-16 피아식별장치(CIT) 등 2902개 부품 정비 관련예산 457억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합수단은 이들 예비역 장교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처럼 군 문제 이면에는 ‘군피아(군대+마피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에게 군은 단지 돈을 벌기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군 정책이 제대로 나올리 만무하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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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