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박카스 아줌마’ 찾는 청년들, 왜?

크로스백 맨 종로의 여인들 따라가 보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노인에게 피로회복제 등을 건네면서 암암리에 성매매를 제안하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의 활동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젊은 청년들이 박카스 아줌마와 접촉하는 일이 인터넷상을 통해 이따금씩 공개되면서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 종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 7일 늦은 오후 <일요시사>는 ‘박카스 아줌마’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종로를 찾았다. 지하철 종로3가역 근처 중 특히 2번 출구 유니클로 뒷골목과 11번 출구 종묘 방향으로 가는 길에 크로스백을 맨 아줌마들이 밀집해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2G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번을 말해. 2만5000원이라고.” 단골로 추정되는 사람과 통화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호기심에 접근
 
이중 한 여인이 벤치에 앉아 있던 노인에게 접근한 뒤 비타민 음료를 건넸다. 노인이 음료를 받아 마시는 순간, 은밀한 거래가 성사됐다. 이들은 팔짱을 낀 채 종로 골목을 지나갔다. 주변 상인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이 도착한 곳은 허름한 외관의 여관이었다. 그리고 10여분이 지났을까, 박카스 아줌마와 노인은 미소를 머금은 채 유유히 여관 골목을 빠져나왔다.
 
박카스 아줌마들은 종로 일대에서 점조직 형태로 움직인다. 주요 출구를 기준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활동을 벌인다. 일정 구역에서는 바통 터치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말장난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인근 상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한 상인은 “(박카스) 아줌마들의 행동반경을 다 꿰뚫고 있다”며 “노인들에게 접근해 팔짱 끼는 모습을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요즘엔 젊은 청년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한 여인은 “잘 해줄게”라며 기자에게 다가와 병 음료를 꺼내며 성매매를 제안하기도 했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당황할 틈조차 없었다. 일부 젊은이들이 박카스 아줌마를 만난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했지만 직접 피부로 느껴보니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최근 한 인터넷 성인 커뮤니티에 ‘박카스 할머니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삽시간에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가 논란이 됐다. 젊은 청년이 60~70대 할머니와 성매매를 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박카스 할머니 후기’를 작성한 A씨는 박카스 할머니를 직접 만나기 위해 종로3가역을 찾았다. 먼저 소문대로 2번 출구 유니클로 뒷골목으로 나왔다. 하지만 크로스백을 맨 할머니들은 보이지 않았다. 추웠지만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종로 뒷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던 끝에 종묘 방향 11번 출구 쪽을 향했다. 그제야 크로스백을 맨 박카스 할머니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잘 해줄게 ” 단속 비웃는 아줌마들
노인은 기본, 이제는 젊은이들까지…
 
전통 시장에서 나물 등 반찬을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호기심 가득했던 A씨의 모험은 이대로 끝날 것만 같았다. 갈등하던 A씨는 다시 종로3가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내 허탕을 쳤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더 종묘로 향해 ‘괜찮은 할머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의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A씨의 눈에 들어온 할머니는 이곳 할머니들 가운데서 유독 빛이 났다. 곱상한 외모, 날씬하고 적당한 키, 짝퉁 명품 토트백까지, 나무랄 데 없는 도시적인 스타일이었다. 이 할머니는 박카스 할머니로 추정되는 이들 사이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A씨는 이 할머니의 눈을 주시했고 결국 마주쳤다. 이 할머니는 A씨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매매 의사를 확인했던 것이다.
 
눈빛 교환 직후 할머니는 먼저 자리를 떴다. A씨는 적당한 거리를 두며 할머니의 뒤를 따랐다. 10여분을 걸었을까, 한적한 골목 사이로 여관이 나왔다. A씨와 할머니는 여관방에 나란히 입장,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A씨는 할머니가 미리 데워놓은 물로 몸을 간단하게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 이때부터 소문이 현실이 됐다.
 

할머니는 누워 있는 A씨의 위로 올라왔다. A씨는 준비해둔 콘돔을 사용, 할머니와 15분 남짓 성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할머니는 앞으로는 미리 연락을 달라며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A씨가 그토록 궁금해 했던 박카스 할머니의 실체였다.
 
A씨가 박카스 할머니와 성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한 인터넷 성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 글의 영향이 컸다. 자신의 후기에 앞서 ‘모르는 할머니와…’라는 제목의 후기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초로 박카스 할머니와의 은밀한 관계를 공개한 B씨는 “예전에도 한 적이 있다”며 2년만에 다시 한 번 한다고 운을 띄우며 생생한 후기를 남긴 바 있다.
 
당시 B씨는 종로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를 만나 말을 걸었다. “할머니 박카스 얼마?” 이내 할머니는 “박카스 1000원, 떡은 3만원.” B씨는 “화끈하게 놀아보자”며 할머니를 따라갔다. 드디어 도착한 ㅅ○○여관 2층. 할머니는 B씨의 손을 잡고 샤워실로 향했다.
 
 
그리고 성관계를 가졌다. B씨는 할머니를 ‘누나’라고 표현하면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는 것이다. 이 글의 조회 수는 폭발적이었고 댓글도 가관이었다. 이후 박카스 아줌마 후기는 유행처럼 번졌다. 이들은 단순히 성관계 과정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할머니의 신체를 촬영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할줌마와 여관을…
 
믿기 어렵지만 노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박카스 아줌마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은 50∼60대 ‘할줌마(할머니+아줌마)’를 찾아 종로 거리를 헤매고 있다. 할줌마들은 젊은이들의 발길을 반기는 기색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성매매방지특별법 10년을 맞아 불법 성매매가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음성적인 성매매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대범하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인 성생활 팁
 
▲만성질환 관리 = 노인들의 성기능 감소나 성기능 장애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갱년기 증상 등 만성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주기적인 건강관리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성매매 피하기 = 성매매 박카스 아줌마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성관계를 하는 경우 성병 감염으로 인한 병원 신세를 피하기 어렵다. 노인들은 면역력이 약한 만큼 성병에 걸리기 쉽고 또 그로 인한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한 성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성 의욕 문제 = 노인의 성생활은 아직도 건재하고 사랑 받으며, 존재감을 인정받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노년기에는 사회적인 지위나 신체건강상태, 역할상실 등의 문제로 자아존중감이 낮아질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생활만족도를 높게 하는 중요한 심리적 요인이 되는 노인의 성생활은 삶의 의욕과 연관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자신을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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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