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어디서? 누가? 로또 1등 대해부

고생 끝 행복 시작 “한방이면 인생역전”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로또 맞았다’ 대박 났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로또 당첨 확률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것. 실제로 로또 당첨확률은 300만분의 1에 이를 정도로 낮다. 그럼에도 로또구매 열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특히 로또 1등이 이따금 배출되는 ‘명당’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들 중 일부는 로또 당첨으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맞는다. 누구나 한번쯤 꿈 꾸는 로또 1등, 그 영예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최근 로또 636회 당첨번호 6개를 모두 맞힌 1등 당첨자는 총 8명으로 이들은 18억3236만원씩 받게 된다. 당첨번호 5개와 보너스 번호가 일치한 2등은 44명으로 5552만원씩, 당첨번호 5개를 맞힌 3등은 1973명으로 123만원씩 받게 됐다. 당첨번호 4개를 맞힌 4등(고정 당첨금 5만원)은 9만830명, 당첨번호 3개가 일치한 5등(고정 당첨금 5000원)은 146만1300명이었다.

전국 10대 명당
주말엔 인산인해
 
로또 636회 당첨번호를 모두 맞춘 1등 8명 중 자동번호를 선택한 당첨자는 5명, 수동방식을 이용한 이들은 3명이다. 1등 당첨 지역은 경기도에서 4명, 서울 2명, 충남과 부산이 각각 1명씩이었다. 최근 유난히 로또 당첨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도 있었다. 전북 익산에서는 로또 당첨자가 5주 연속 나왔다. 이 지역에서는 올해만 4번째 2등 당첨자가 배출됐다. 익산시를 순회하듯 마동, 중앙동, 남중동, 신동에서 로또 당첨자가 나왔다. 로또 636회 당첨번호 발표 결과 익산지역 모현동 ‘천하명당복권방’에서 2등 당첨자가 배출됐다.
 
그렇다면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복권 판매점은 어디일까.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스파’는 633회에 이어 634회 당첨으로 지금까지 총 18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로또 명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635회 1등 배출점은 성남시 금광동 ‘꿈에본 그 자리’, 고양시 일산동 ‘오렌지25’, 부천시 심곡본동 ‘이지마트24 심곡2호’, 대전 비래동 ‘금산인삼엑스포’, 대전 관저동 ‘썬마트’, 부산 남포동 ‘재벌로터리’, 대구 본리동 ‘일등복권편의점’과 함께 서울 상계동 ‘스파’가 포함됐다.
 

복권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나눔로또 262회차부터 현재까지의 1등 당첨 판매점 중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로또 판매점은 부산 동구 범일동 830-195번지에 위치한  ‘부일카서비스’이다. 이곳은 그동안 1등 배출자를 무려 25명을 배출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어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스파’가 18명으로 당당히 로또복권 1등 당첨점 ‘빅2’로 자리 잡고 있다.
 
이어서 충남 아산시 ‘로또 명당인주점’, 경기 용인시 ‘로또휴게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버스판매소’, 경기 화성시 ‘올인’,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제이복권방’, 경기 포천시 소홀읍 ‘행운복권방’이 각 6회씩의 로또복권 1등 당첨자를 배출해 ‘로또 명당 베스트10’을 차지했다.
 
 
주말이면 부산 ‘부일카서비스’와 서울 상계동의 ‘스파’에는 인파가 몰린다. ‘로또 명당’으로 소문이 자자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특정 판매점에서 로또복권 1등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번 유명세를 타면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1등 당첨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로또 명당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 로또 명당으로도 이어진다. 로또 마니아들로부터 온라인 명당으로 소문난 한 로또복권 정보 커뮤니티 ‘로또리치(lottorich)’는 지난해 7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 최다 1등 당첨자 배출’ 기록 인증을 받았다.
 
국내 로또 판매점은 전국 6000여 곳에서 성업 중이다. 이중에는 육지에서 배로 3∼4시간 이상을 들어가야 하는 백령도 ‘백령로또’도 포함돼 있다. 복권구입 소외지역인 도서지역에도 점차 복권 판매점이 들어서고 있다.

한 판매점에서
1등 18명 배출
 

그런데 2009년부터 2013년 8월까지의 당첨 결과를 보면 꿈같은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돈을 찾아가지 않은 1등 당첨자는 17명에 달한다. 이들의 미수령 액수는 총 326억5150만원이다. 1등 당첨자의 당첨금을 포함한 총 미수령 당첨금은 2078억원을 기록했다. 로또 명당을 찾아 원정구매에 나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로또복권 당첨자가 당첨금을 미수령할 경우 소멸시효 1년이 지나면 미수령 당첨금은 기획재정부 소관 복권기금에 편입돼 공익사업에 쓰이게 된다.
 
리치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의 설, 추석 등 민족명절 연휴 기간에 당해년도 평균 로또 판매량대비 5~7% 가량 판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자료에는 평균 로또 1등 당첨 금액도 약 23억원에서 29억원 가량으로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늘어난 로또복권 판매량과는 다르게 1등 당첨자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또리치는 ‘당첨 후기’ 게시판을 통해 실제 로또 당첨자들의 사연을 공개한다. 당첨 영수증 사진, 당첨금 수령 통장사진, 지급 영수증 사진 등 로또 당첨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진들로 자신의 당첨 사실을 ‘인증’한다.
 
명절기간 판매량 5∼7% 증가
일확천금 꿈꾸며 명당 순례
 
로또 635회 1등 당첨자 최강원(가명)씨는 은행에서 18억원을 수령한 직후 해당 업체 인터뷰에 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강원씨는 “신분노출이 두려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내가 쓴 당첨 후기에 축하 댓글을 달아준 많은 회원들에게 보답하고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최씨는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있던 40대 가장이었다.
 
그는 “아내가 항상 불안해 했다. 내가 언제 회사에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신세이기 때문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자마자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이제 해고 당할 걱정 안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은 계약이 연장 안되면 말 그대로 백수다. 혼자 벌어서 가족들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또 1등 당첨이 누구보다 절실했다”고 말하며 비정규직의 애환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씨는 당첨 직후 당첨 용지를 장롱 속 깊숙이 넣어 놓았다. 그런데 몸에서 떨어지니 불안하고 ‘집에 도둑이 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가는 길 내내 ‘혹시 날치기라도 당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서울역에 도착한 뒤 바로 농협을 찾았지만 하필 점심시간이어서 기다려야 했다. 은행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2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그 시간이 최씨에게는 2시간처럼 느껴졌다. 
 
당첨금을 받은 최씨는 당첨금 사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처음 로또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내 자식들에게는 이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였다. 돈 때문에 어려웠던 시절이 많았기에 자식들은 그런 걱정 안 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가족들하고 여행 한번 못 가보고 살았다. 이제 돈 걱정 없으니 여행을 다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신혼여행도 돈이 없어서 못 갔다. 늦었지만 신혼여행도 가고 싶다. 좋은 집을 장만해서 이사도 하고 싶고 나머지는 알뜰하게 관리해서 노후를 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트 직원이
2번 연속 당첨
 
해당업체를 통해 로또 1등에 당첨된 50대 여성 성차경(가명)씨도 마트 직원으로 알려져 2회 연속 마트 직원의 로또 1등 당첨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씨는 “앞서 1등에 당첨된 마트 여직원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며 “그 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 분도 저도 정말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에 앞서 633회 1등에 당첨된 성씨는 당첨 직후 해당 사이트 당첨 후기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사연을 알렸다. 성씨는 ‘간절했던 로또 1등에 당첨됐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후기를 남겼다. 꿈같은 주말을 보낸 성씨는 월요일 오전 농협을 방문, 이중 삼중 봉투로 봉인하고 비닐봉투에 넣고, 가방에 넣어서 꼭 안고 있던 당첨 용지를 꺼내 로또 1등 당첨금 12억원을 수령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남편의 사업실패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남편은 지방으로, 자녀들은 서울로, 저는 생활비라도 벌려고 마트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월급 150만원으로 생활했다. 그래서 로또 1등 당첨이 정말 간절했다”고 말했다. 당첨금을 받고 나니 제일 먼저 사랑하는 가족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희망 없던 비정규직 한순간에 ‘억∼’
집 장만하고 미뤘던 신혼여행 떠나

성씨의 당첨 후기가 공개되자 게시글의 조회수와 댓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성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되기 전까지 계약직이라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 지내왔다고 한다.  

이밖에도 ‘당첨 후기’ 게시판에는 다양한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작은 치킨가게를 운영하던 김판석(가명)씨는 581회 1등에 당첨됐다. 김씨는 로또 당첨 직후 가게 문을 닫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김씨는 가족들과 함께 당당하게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을 하고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밤을 지새웠다.

김씨는 몇 번의 창업 실패로 빚을 안고 있는 상태였다. 카드 돌려막기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로또 당첨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옥탑방에서 돈에 쪼들리며 하루하루를 한숨으로 채웠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아내가 돈 때문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남들 하는 것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고 싶은데 돈이 없었다. 그때를 떠올리니까 또 눈물이 난다. 이제는 웃을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첨금으로 집 한 채와 차를 사고 나머지 돈으로는 가게를 차리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모에게 2억을 입금했다.

604회 유일한 수동 1등 12억 당첨자 주호영(가명)씨는 해당업체에 가입한지 5개월만에 1등과 3등에 동시에 당첨됐다. 주씨는 “당첨 사실을 들었을 때 꿈만 같았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로또만이 희망이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로또를 했는데 1등, 3등 동시당첨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은행에서 당첨금을 받는 순간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591회 29억 1등에 당첨된 김혜영(가명)씨는 “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맞벌이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로또를 시작했는데 1등에 당첨되다니 꿈만 같다.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매주 1만원씩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로또 구입비의 절반은 기부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소액을 투자하기 때문에 내가 당첨이 안 되어도 다른 사람에게 기부가 됐다는 생각에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꾸준히 구입
자동보다 수동
 

로또리치는 지금까지 총 33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이 업체에서 공개한 실제 1등 당첨자는 직업, 나이, 성별, 당첨금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일명 ‘온라인 로또 명당’으로 불리는 로또복권 정보업체 사이트에 가입해 당첨 예상번호 조합을 받아 로또를 수동 구매했다. 언젠가부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며 직접 마킹하는 게 대세가 됐다. 로또리치를 통해 1등에 당첨된 33명의 사람들은 길게는 3년, 짧게는 한달, 평균 13개월 정도 꾸준히 로또를 구매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로또 당첨자들의 이야기는 로또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로또 조작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을 본 적이 없고, 특정 번호 조합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증멸할 뚜렷한 근거는 없어 보인다.
 
나눔로또가 당첨금을 수령하러 온 1등 당첨자 161명을 대상으로 ‘당첨 사실을 누구에게 알릴 것인가’를 물어본 결과, 배우자에게 알리겠다는 답변은 40%였고 당첨 사실을 혼자만 알겠다는 의견은 37%였다. 쉽게 말해 로또 당첨 시 동네방네 당첨 사실을 떠들고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5 스포츠토토 백서
 
국민체육진흥공단(www.kspo.or.kr)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가 게임 내용과 참여 방법 등을 자세히 수록한 가이드북 <2015 스포츠토토 완전정복>을 출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간한 <2015 스포츠토토 완전정복>은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토토팬들의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온 <스포츠토토 완전정복>을 바탕으로, 고정배당률 게임인 프로토의 소수핸디캡 및 언더/오버 방식 추가 등 변경된 사항들을 반영한 최신 개정판이다.
 
이 책에는 현재 발매하고 있는 다양한 게임에 대한 설명과 참여 방법은 물론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 배당률 계산, 적중결과 확인 방법,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의 행태 및 위험성 등 토토 참가자들에게 유용한 여러 가지 내용을 총망라했다.
 
건전한 스포츠 레저 게임으로 자리 잡은 스포츠토토의 모든 것을 담은 이번 단행본은, 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보부터 적중률을 자랑하는 고수에 이르기까지 스포츠토토를 즐기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필수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이번 단행본은 스포츠토토를 사랑하는 모든 스포츠팬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제작하게 됐다”며 “완전정복 개정판을 통해 스포츠토토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레저게임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5 스포츠토토 완전정복’은 전국 6500여개의 스포츠토토 판매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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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