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어디서? 누가? 로또 1등 대해부

고생 끝 행복 시작 “한방이면 인생역전”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로또 맞았다’ 대박 났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로또 당첨 확률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것. 실제로 로또 당첨확률은 300만분의 1에 이를 정도로 낮다. 그럼에도 로또구매 열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특히 로또 1등이 이따금 배출되는 ‘명당’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들 중 일부는 로또 당첨으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맞는다. 누구나 한번쯤 꿈 꾸는 로또 1등, 그 영예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최근 로또 636회 당첨번호 6개를 모두 맞힌 1등 당첨자는 총 8명으로 이들은 18억3236만원씩 받게 된다. 당첨번호 5개와 보너스 번호가 일치한 2등은 44명으로 5552만원씩, 당첨번호 5개를 맞힌 3등은 1973명으로 123만원씩 받게 됐다. 당첨번호 4개를 맞힌 4등(고정 당첨금 5만원)은 9만830명, 당첨번호 3개가 일치한 5등(고정 당첨금 5000원)은 146만1300명이었다.

전국 10대 명당
주말엔 인산인해
 
로또 636회 당첨번호를 모두 맞춘 1등 8명 중 자동번호를 선택한 당첨자는 5명, 수동방식을 이용한 이들은 3명이다. 1등 당첨 지역은 경기도에서 4명, 서울 2명, 충남과 부산이 각각 1명씩이었다. 최근 유난히 로또 당첨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도 있었다. 전북 익산에서는 로또 당첨자가 5주 연속 나왔다. 이 지역에서는 올해만 4번째 2등 당첨자가 배출됐다. 익산시를 순회하듯 마동, 중앙동, 남중동, 신동에서 로또 당첨자가 나왔다. 로또 636회 당첨번호 발표 결과 익산지역 모현동 ‘천하명당복권방’에서 2등 당첨자가 배출됐다.
 
그렇다면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복권 판매점은 어디일까.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스파’는 633회에 이어 634회 당첨으로 지금까지 총 18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로또 명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635회 1등 배출점은 성남시 금광동 ‘꿈에본 그 자리’, 고양시 일산동 ‘오렌지25’, 부천시 심곡본동 ‘이지마트24 심곡2호’, 대전 비래동 ‘금산인삼엑스포’, 대전 관저동 ‘썬마트’, 부산 남포동 ‘재벌로터리’, 대구 본리동 ‘일등복권편의점’과 함께 서울 상계동 ‘스파’가 포함됐다.
 

복권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나눔로또 262회차부터 현재까지의 1등 당첨 판매점 중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로또 판매점은 부산 동구 범일동 830-195번지에 위치한  ‘부일카서비스’이다. 이곳은 그동안 1등 배출자를 무려 25명을 배출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어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스파’가 18명으로 당당히 로또복권 1등 당첨점 ‘빅2’로 자리 잡고 있다.
 
이어서 충남 아산시 ‘로또 명당인주점’, 경기 용인시 ‘로또휴게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버스판매소’, 경기 화성시 ‘올인’,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제이복권방’, 경기 포천시 소홀읍 ‘행운복권방’이 각 6회씩의 로또복권 1등 당첨자를 배출해 ‘로또 명당 베스트10’을 차지했다.
 
 
주말이면 부산 ‘부일카서비스’와 서울 상계동의 ‘스파’에는 인파가 몰린다. ‘로또 명당’으로 소문이 자자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특정 판매점에서 로또복권 1등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번 유명세를 타면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1등 당첨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로또 명당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 로또 명당으로도 이어진다. 로또 마니아들로부터 온라인 명당으로 소문난 한 로또복권 정보 커뮤니티 ‘로또리치(lottorich)’는 지난해 7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 최다 1등 당첨자 배출’ 기록 인증을 받았다.
 
국내 로또 판매점은 전국 6000여 곳에서 성업 중이다. 이중에는 육지에서 배로 3∼4시간 이상을 들어가야 하는 백령도 ‘백령로또’도 포함돼 있다. 복권구입 소외지역인 도서지역에도 점차 복권 판매점이 들어서고 있다.

한 판매점에서
1등 18명 배출
 

그런데 2009년부터 2013년 8월까지의 당첨 결과를 보면 꿈같은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돈을 찾아가지 않은 1등 당첨자는 17명에 달한다. 이들의 미수령 액수는 총 326억5150만원이다. 1등 당첨자의 당첨금을 포함한 총 미수령 당첨금은 2078억원을 기록했다. 로또 명당을 찾아 원정구매에 나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로또복권 당첨자가 당첨금을 미수령할 경우 소멸시효 1년이 지나면 미수령 당첨금은 기획재정부 소관 복권기금에 편입돼 공익사업에 쓰이게 된다.
 
리치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의 설, 추석 등 민족명절 연휴 기간에 당해년도 평균 로또 판매량대비 5~7% 가량 판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자료에는 평균 로또 1등 당첨 금액도 약 23억원에서 29억원 가량으로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늘어난 로또복권 판매량과는 다르게 1등 당첨자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또리치는 ‘당첨 후기’ 게시판을 통해 실제 로또 당첨자들의 사연을 공개한다. 당첨 영수증 사진, 당첨금 수령 통장사진, 지급 영수증 사진 등 로또 당첨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진들로 자신의 당첨 사실을 ‘인증’한다.
 
명절기간 판매량 5∼7% 증가
일확천금 꿈꾸며 명당 순례
 
로또 635회 1등 당첨자 최강원(가명)씨는 은행에서 18억원을 수령한 직후 해당 업체 인터뷰에 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강원씨는 “신분노출이 두려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내가 쓴 당첨 후기에 축하 댓글을 달아준 많은 회원들에게 보답하고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최씨는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있던 40대 가장이었다.
 
그는 “아내가 항상 불안해 했다. 내가 언제 회사에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신세이기 때문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자마자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이제 해고 당할 걱정 안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은 계약이 연장 안되면 말 그대로 백수다. 혼자 벌어서 가족들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또 1등 당첨이 누구보다 절실했다”고 말하며 비정규직의 애환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씨는 당첨 직후 당첨 용지를 장롱 속 깊숙이 넣어 놓았다. 그런데 몸에서 떨어지니 불안하고 ‘집에 도둑이 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가는 길 내내 ‘혹시 날치기라도 당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서울역에 도착한 뒤 바로 농협을 찾았지만 하필 점심시간이어서 기다려야 했다. 은행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2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그 시간이 최씨에게는 2시간처럼 느껴졌다. 
 
당첨금을 받은 최씨는 당첨금 사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처음 로또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내 자식들에게는 이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였다. 돈 때문에 어려웠던 시절이 많았기에 자식들은 그런 걱정 안 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가족들하고 여행 한번 못 가보고 살았다. 이제 돈 걱정 없으니 여행을 다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신혼여행도 돈이 없어서 못 갔다. 늦었지만 신혼여행도 가고 싶다. 좋은 집을 장만해서 이사도 하고 싶고 나머지는 알뜰하게 관리해서 노후를 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트 직원이
2번 연속 당첨
 
해당업체를 통해 로또 1등에 당첨된 50대 여성 성차경(가명)씨도 마트 직원으로 알려져 2회 연속 마트 직원의 로또 1등 당첨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씨는 “앞서 1등에 당첨된 마트 여직원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며 “그 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 분도 저도 정말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에 앞서 633회 1등에 당첨된 성씨는 당첨 직후 해당 사이트 당첨 후기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사연을 알렸다. 성씨는 ‘간절했던 로또 1등에 당첨됐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후기를 남겼다. 꿈같은 주말을 보낸 성씨는 월요일 오전 농협을 방문, 이중 삼중 봉투로 봉인하고 비닐봉투에 넣고, 가방에 넣어서 꼭 안고 있던 당첨 용지를 꺼내 로또 1등 당첨금 12억원을 수령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남편의 사업실패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남편은 지방으로, 자녀들은 서울로, 저는 생활비라도 벌려고 마트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월급 150만원으로 생활했다. 그래서 로또 1등 당첨이 정말 간절했다”고 말했다. 당첨금을 받고 나니 제일 먼저 사랑하는 가족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희망 없던 비정규직 한순간에 ‘억∼’
집 장만하고 미뤘던 신혼여행 떠나

성씨의 당첨 후기가 공개되자 게시글의 조회수와 댓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성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되기 전까지 계약직이라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 지내왔다고 한다.  

이밖에도 ‘당첨 후기’ 게시판에는 다양한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작은 치킨가게를 운영하던 김판석(가명)씨는 581회 1등에 당첨됐다. 김씨는 로또 당첨 직후 가게 문을 닫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김씨는 가족들과 함께 당당하게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을 하고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밤을 지새웠다.

김씨는 몇 번의 창업 실패로 빚을 안고 있는 상태였다. 카드 돌려막기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로또 당첨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옥탑방에서 돈에 쪼들리며 하루하루를 한숨으로 채웠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아내가 돈 때문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남들 하는 것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고 싶은데 돈이 없었다. 그때를 떠올리니까 또 눈물이 난다. 이제는 웃을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첨금으로 집 한 채와 차를 사고 나머지 돈으로는 가게를 차리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모에게 2억을 입금했다.

604회 유일한 수동 1등 12억 당첨자 주호영(가명)씨는 해당업체에 가입한지 5개월만에 1등과 3등에 동시에 당첨됐다. 주씨는 “당첨 사실을 들었을 때 꿈만 같았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로또만이 희망이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로또를 했는데 1등, 3등 동시당첨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은행에서 당첨금을 받는 순간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591회 29억 1등에 당첨된 김혜영(가명)씨는 “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맞벌이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로또를 시작했는데 1등에 당첨되다니 꿈만 같다.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매주 1만원씩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로또 구입비의 절반은 기부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소액을 투자하기 때문에 내가 당첨이 안 되어도 다른 사람에게 기부가 됐다는 생각에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꾸준히 구입
자동보다 수동
 

로또리치는 지금까지 총 33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이 업체에서 공개한 실제 1등 당첨자는 직업, 나이, 성별, 당첨금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일명 ‘온라인 로또 명당’으로 불리는 로또복권 정보업체 사이트에 가입해 당첨 예상번호 조합을 받아 로또를 수동 구매했다. 언젠가부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며 직접 마킹하는 게 대세가 됐다. 로또리치를 통해 1등에 당첨된 33명의 사람들은 길게는 3년, 짧게는 한달, 평균 13개월 정도 꾸준히 로또를 구매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로또 당첨자들의 이야기는 로또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로또 조작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을 본 적이 없고, 특정 번호 조합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증멸할 뚜렷한 근거는 없어 보인다.
 
나눔로또가 당첨금을 수령하러 온 1등 당첨자 161명을 대상으로 ‘당첨 사실을 누구에게 알릴 것인가’를 물어본 결과, 배우자에게 알리겠다는 답변은 40%였고 당첨 사실을 혼자만 알겠다는 의견은 37%였다. 쉽게 말해 로또 당첨 시 동네방네 당첨 사실을 떠들고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5 스포츠토토 백서
 
국민체육진흥공단(www.kspo.or.kr)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가 게임 내용과 참여 방법 등을 자세히 수록한 가이드북 <2015 스포츠토토 완전정복>을 출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간한 <2015 스포츠토토 완전정복>은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토토팬들의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온 <스포츠토토 완전정복>을 바탕으로, 고정배당률 게임인 프로토의 소수핸디캡 및 언더/오버 방식 추가 등 변경된 사항들을 반영한 최신 개정판이다.
 
이 책에는 현재 발매하고 있는 다양한 게임에 대한 설명과 참여 방법은 물론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 배당률 계산, 적중결과 확인 방법,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의 행태 및 위험성 등 토토 참가자들에게 유용한 여러 가지 내용을 총망라했다.
 
건전한 스포츠 레저 게임으로 자리 잡은 스포츠토토의 모든 것을 담은 이번 단행본은, 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보부터 적중률을 자랑하는 고수에 이르기까지 스포츠토토를 즐기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필수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이번 단행본은 스포츠토토를 사랑하는 모든 스포츠팬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제작하게 됐다”며 “완전정복 개정판을 통해 스포츠토토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레저게임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5 스포츠토토 완전정복’은 전국 6500여개의 스포츠토토 판매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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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