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세현 한국건설경영협회 상근부회장

"건설업 위기 방치, 황금알 낳는 거위 죽이는 격"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우리나라에서 건설업만큼 파급효과가 큰 산업은 없다. 우리나라에선 인테리어, 부동산중개업 등 무려 1000만명이 건설업 직간접 종사자로 분류된다. 이 같이 국가경제를 떠받쳐온 건설업이 최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3년에는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절반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과연 건설업의 위기를 극복할 해법은 없을까? <일요시사>가 한국건설경영협회 김세현 부회장을 만나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건설업은 그동안 공장과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수출산업을 뒷받침했고,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요즘 건설업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난 2013년에는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절반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건설업의 몰락은 곧바로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일요시사>와 만난 한국건설경영협회 김세현 상근부회장은 “건설업의 위기를 방치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격”이라고 일갈했다. 과거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경기부양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설업계를 다시 살릴 방법은 없을까? 다음은 김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 그런데 특히 건설업계가 많이들 어렵다고 하는데 얼마나 어려운가?
▲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새해 벽두부터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인 동부건설이 경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동부건설 뿐만 아니라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상당수가 현재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에 처해 있다. 법정관리나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 어떤 점이 건설업계를 이렇게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
▲ 일감 부족과 일감을 얻더라도 저가낙찰로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의 건설투자가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지난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서 40조원 가량의 공공공사를 발주했지만, 58조원 규모에 이르렀던 지난 2009년도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어렵게 수주한 공사들은 저가낙찰을 강요하는 정부의 가격경쟁 위주 입찰정책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회사가 어려우니 일단 공공공사를 수주해 당장의 위기를 넘기고, 또 다른 공사를 저가에 낙찰 받아서 메우는 그야말로 ‘돌려막기식’ 경영으로 내몰리고 있다.

- 정녕 작금의 건설업계를 살릴 방법은 없나?
▲ 우선 일감을 줘야 한다. 일감을 주면 일자리도 늘어난다. 그러면 서민경제가 살아난다. 건설업계에 일감을 주는 것이 국가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길이다.


- 지금 정치권에서는 성장보다 복지확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 박근혜정부는 복지재원을 증세가 아닌 경제 활성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설업계에 일감을 줘야 한다.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업종별 고용창출 효과를 분석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기·전자 산업은 4명 미만이었고 건설업은 무려 15.1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27개 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건설업만큼 파급효과가 큰 산업은 없다. 특히 타 산업과 달리 건설업의 경우 투자에 따른 고용과 생산효과가 매우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건설업이 살아야 서민이 산다"
"과도한 가격경쟁, 업계 숨통 조여"

- 건설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또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인가?
▲ 건설사들이 합당한 이윤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지금 공공건설 낙찰액이 공사예정가의 70%가 채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00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야 할 수 있는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건설사들에게는 7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니 건설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이익을 남겨야 건설사들도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국가에 세금도 낼 수 있다.

- 건설업계가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입찰담합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처벌로 건설업계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들었다.
▲ 2013년 새 정부 출범 이래 건설업계는 4대강을 시작으로 경인아라뱃길, 인천도시철도, 대구도시철도, 부산지하철, 호남고속철도, 서울지하철 9호선 공사 등 대형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담합조사를 받았다. 입찰담합과 관련한 무차별적 조사를 받느라 건설사들은 모든 업무가 마비됐고 365일 내내 조사받기 바쁜 형편이다.

지난해까지 해당 건설사들에게는 무려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정부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참가도 제한됐고, 관련 임직원들은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이중, 삼중의 처벌로 건설사들이 살 수가 없는 지경이다.

- 국내 대형건설사들 거의 대부분이 입찰담합에 연루됐다. 단순히 일부 업체의 일탈행위라기보다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 건설공사 입찰담합은 성숙하지 못한 국내 건설문화와 공공공사 입찰시스템의 후진성에 원인이 있다. 정부가 국책사업의 조기완공과 업체 간 물량 균형배분을 위해 하나의 사업을 여러 개의 공구로 분할해 동시 발주했다. 업체당 1개 공구만 수주하도록 해서 사실상 건설사들이 담합 아닌 담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사업이다. 정부는 10년 이상 걸리는 대규모 치수사업을 조기완공을 목표로 동시 발주했다.

- 정부의 입찰담합 조사가 건설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 해외건설 수주에서 대외신인도가 하락했고, 경쟁국들은 해당 내용을 흑색선전에 이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행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격이다.


- 그렇다고 입찰담합을 무조건 봐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영국의 경우는 지난 2009년 건설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입찰담합 사건을 일괄 조사해 119개 사업자에 대해 약 230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한 후 사건을 종결한 그랜드 바겐을 실시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도 토목공사와 도로공사 분야의 담합에 대해 일괄조사 및 제재금 부과로 사건을 종결한 사례가 있다. ‘담합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조치’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권 국가들은 건설 산업의 특성상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시행하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금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언제까지 입찰담합 등 과거의 잘못에 대한 비난과 처벌에 연연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경제 살리기에는 건설업만큼 효과적인 산업도 없다. 보다 적극적인 건설일감 창출, 그리고 건설사들이 그에 합당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신다면, 우리 건설사들은 침체된 국가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시대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mi737@ilyosisa.co.kr>


<김세현 부회장 프로필>

▲ 충암고 교사
▲ 육군학사장교 총동문회 회장
▲ 친박연대 사무총장
▲ 18대 대선 새누리당 직능총괄본부 시·도 상황실장
▲ 한국건설경영협회 상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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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