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세현 한국건설경영협회 상근부회장

"건설업 위기 방치, 황금알 낳는 거위 죽이는 격"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우리나라에서 건설업만큼 파급효과가 큰 산업은 없다. 우리나라에선 인테리어, 부동산중개업 등 무려 1000만명이 건설업 직간접 종사자로 분류된다. 이 같이 국가경제를 떠받쳐온 건설업이 최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3년에는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절반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과연 건설업의 위기를 극복할 해법은 없을까? <일요시사>가 한국건설경영협회 김세현 부회장을 만나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건설업은 그동안 공장과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수출산업을 뒷받침했고,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요즘 건설업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난 2013년에는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절반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건설업의 몰락은 곧바로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일요시사>와 만난 한국건설경영협회 김세현 상근부회장은 “건설업의 위기를 방치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격”이라고 일갈했다. 과거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경기부양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설업계를 다시 살릴 방법은 없을까? 다음은 김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 그런데 특히 건설업계가 많이들 어렵다고 하는데 얼마나 어려운가?
▲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새해 벽두부터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인 동부건설이 경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동부건설 뿐만 아니라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상당수가 현재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에 처해 있다. 법정관리나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 어떤 점이 건설업계를 이렇게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
▲ 일감 부족과 일감을 얻더라도 저가낙찰로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의 건설투자가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지난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서 40조원 가량의 공공공사를 발주했지만, 58조원 규모에 이르렀던 지난 2009년도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어렵게 수주한 공사들은 저가낙찰을 강요하는 정부의 가격경쟁 위주 입찰정책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회사가 어려우니 일단 공공공사를 수주해 당장의 위기를 넘기고, 또 다른 공사를 저가에 낙찰 받아서 메우는 그야말로 ‘돌려막기식’ 경영으로 내몰리고 있다.

- 정녕 작금의 건설업계를 살릴 방법은 없나?
▲ 우선 일감을 줘야 한다. 일감을 주면 일자리도 늘어난다. 그러면 서민경제가 살아난다. 건설업계에 일감을 주는 것이 국가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길이다.


- 지금 정치권에서는 성장보다 복지확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 박근혜정부는 복지재원을 증세가 아닌 경제 활성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설업계에 일감을 줘야 한다.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업종별 고용창출 효과를 분석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기·전자 산업은 4명 미만이었고 건설업은 무려 15.1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27개 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건설업만큼 파급효과가 큰 산업은 없다. 특히 타 산업과 달리 건설업의 경우 투자에 따른 고용과 생산효과가 매우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건설업이 살아야 서민이 산다"
"과도한 가격경쟁, 업계 숨통 조여"

- 건설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또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인가?
▲ 건설사들이 합당한 이윤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지금 공공건설 낙찰액이 공사예정가의 70%가 채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00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야 할 수 있는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건설사들에게는 7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니 건설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이익을 남겨야 건설사들도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국가에 세금도 낼 수 있다.

- 건설업계가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입찰담합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처벌로 건설업계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들었다.
▲ 2013년 새 정부 출범 이래 건설업계는 4대강을 시작으로 경인아라뱃길, 인천도시철도, 대구도시철도, 부산지하철, 호남고속철도, 서울지하철 9호선 공사 등 대형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담합조사를 받았다. 입찰담합과 관련한 무차별적 조사를 받느라 건설사들은 모든 업무가 마비됐고 365일 내내 조사받기 바쁜 형편이다.

지난해까지 해당 건설사들에게는 무려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정부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참가도 제한됐고, 관련 임직원들은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이중, 삼중의 처벌로 건설사들이 살 수가 없는 지경이다.

- 국내 대형건설사들 거의 대부분이 입찰담합에 연루됐다. 단순히 일부 업체의 일탈행위라기보다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 건설공사 입찰담합은 성숙하지 못한 국내 건설문화와 공공공사 입찰시스템의 후진성에 원인이 있다. 정부가 국책사업의 조기완공과 업체 간 물량 균형배분을 위해 하나의 사업을 여러 개의 공구로 분할해 동시 발주했다. 업체당 1개 공구만 수주하도록 해서 사실상 건설사들이 담합 아닌 담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사업이다. 정부는 10년 이상 걸리는 대규모 치수사업을 조기완공을 목표로 동시 발주했다.

- 정부의 입찰담합 조사가 건설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 해외건설 수주에서 대외신인도가 하락했고, 경쟁국들은 해당 내용을 흑색선전에 이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행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격이다.


- 그렇다고 입찰담합을 무조건 봐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영국의 경우는 지난 2009년 건설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입찰담합 사건을 일괄 조사해 119개 사업자에 대해 약 230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한 후 사건을 종결한 그랜드 바겐을 실시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도 토목공사와 도로공사 분야의 담합에 대해 일괄조사 및 제재금 부과로 사건을 종결한 사례가 있다. ‘담합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조치’의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권 국가들은 건설 산업의 특성상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시행하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금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언제까지 입찰담합 등 과거의 잘못에 대한 비난과 처벌에 연연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경제 살리기에는 건설업만큼 효과적인 산업도 없다. 보다 적극적인 건설일감 창출, 그리고 건설사들이 그에 합당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신다면, 우리 건설사들은 침체된 국가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시대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mi737@ilyosisa.co.kr>


<김세현 부회장 프로필>

▲ 충암고 교사
▲ 육군학사장교 총동문회 회장
▲ 친박연대 사무총장
▲ 18대 대선 새누리당 직능총괄본부 시·도 상황실장
▲ 한국건설경영협회 상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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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