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신수 아버지 ‘다이아 스캔들’ 풀스토리

아들 얼굴에 먹칠을…“돈 없다” 배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아버지가 한 개인 사업가에게 다이아몬드 원석 수입 대금 8억여원을 빌린 뒤 수년 째 이를 갚지 않아 고소 당했다. 추씨는 민사소송에서 패소, 법원의 재산 명시 명령에 불응했다가 결국 법원으로부터 감치 명령을 받고 경찰에 연행돼 구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추씨는 ‘배째라’식으로 법원의 상환 판결을 불이행하고 있다. 이들 간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그 내막을 살펴봤다.
 
 
지난달 9일 경찰에 따르면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의 부친 추모씨는 사기혐의로 부산구치소에 3시간가량 감치됐다가 풀려났다. 원석 가공 사업을 하는 추씨는 2007년 중국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들여오면서 세관에 신고를 하지 않아 밀수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사기혐의도 더해졌다. 개인 사업가 박모씨 등에게 다이아몬드 원석 수입 대금 8억원을 빌렸는데 수년째 이를 갚지 않아 고소를 당한 것이다.
 
아들 들먹이며
사업가 등쳤다
 
추씨는 2012년 상환이행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데 이어 지난해 10월 법원의 재산목록 제출요구도 무시하며 법정 출석요구에도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추씨는 법원으로부터 감치 명령을 받고 자택인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에 붙잡혀 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추씨는 “재산목록을 성실하게 제출하겠다”고 서약한 뒤 풀려났다. 그러나 말 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가 박씨는 경상남도 사천에 있는 한국우주항공산업 관련 사업권을 얻기 위해 지인들을 찾던 도중 같은 해 11월경 열린우리당 경남도당 사천시지부장을 맡고 있었던 현 조익래 사천시의원을 만나게 됐다. 조 의원은 사업권을 유치해주겠다며 한국우주항공산업 사장을 만나거나 집권당 당 대표들과 통화를 하는 등 박씨 앞에서 위세를 과시했다.
 
이듬해 4월, 조 의원은 박씨를 만나 다이아몬드 사업을 제안했다. 박씨에 따르면 조 의원은 좋은 물건이 있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3억원을 빌려주면 2주 이내에 갚겠다고 했다. 매수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상환할 수 있다고 박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중국 원석 들여오면서 미신고…밀수 혐의
수입대금으로 빌린 8억원 갚지 않아 피소
 
이 같은 조 의원의 제안에 박씨는 4월19일부터 30일까지 상환하겠다는 차용증을 받고 돈을 송금했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에 돈을 받지 못했다. 이에 조 의원은 박씨를 찾아와 2주의 기간을 더 줄 것을 요청했고변재 기간을 5월15일로 연장했다.
 
그리고 2주 후, 조 의원은 다시 박씨를 찾아 5억을 더 빌려주면 앞서 차용한 3억과 함께 상환하겠다고 했다. 박씨는 3억도 갚지 않으면서 돈을 더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조 의원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추신수의 아버지인 추씨를 불러 자기와 함께 사업을 하는 형님이라고 소개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추씨는 “내 아들이 추신수인데 거짓말 하겠느냐”며 “이 사업이 너무 아까워서 그런다. 5억을 빌려주면 틀림없이 2주 이내에 상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유명인의 아버지인 추씨의 말에 넘어갔고, 결국 추씨와 조 의원은 공동으로 5월17일부터 5월29일까지 상환하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하고 박씨로부터 5억원을 추가로 더 빌려갔다.
 
시의원과 한통속
속이고 또 속이고
 
이후 추씨와 조 의원은 물건을 팔기 위해 홍콩에 갔다가 현지서 물건을 분실했다며 상환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박씨에게 통보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홍콩에서 보험신고를 해놓아서 일부의 돈은 회수가 가능하고, 박씨의 돈을 상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박씨에게 담보로 골동품 몇 점을 건네며 보관하라고 했다.
 
 
박씨는 여러 차례 상환독촉을 했다. 그리고 2007년 11월6일, 조 의원은 모 대기업 중국 법인의 김모씨가 창원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3개월의 시간을 주면 대의변재를 해 줄 것이라면서 담보로 건넸던 골동품을 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는 돈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골동품을 내주었지만 결국에는 담보물까지 뺏긴 셈이었다.
 
박씨는 추씨에게도 여러 차례 독촉을 했다. 그러나 추씨는 공동으로 한 사업이니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들이 내년에 계약을 하면 꼭 갚겠다”면서 8억원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진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할테니 1000만원을 더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씨는 2009년 4월, 1000만원을 더 빌려줬다.
 
정황상 이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갖은 핑계를 둘러댔다. 그러면서도 상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들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박씨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추씨는 유명 스포츠 스타의 아버지, 조 의원은 지역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반드시 갚겠다더니…수년째 묵묵부답
아들 돈이 그렇게 많은데 모른척 왜? 
 
박씨는 이들에게 빌려준 돈을 도저히 상환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2010년 이들을 검찰에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조 의원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에도 박씨를 찾아와 또 다른 사업권을 알선해 주겠다고 했다. 추씨는 매년 1억에서 2억을 상환해주겠다고 했지만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자 법대로 하자는 식으로 급변한 태도를 보였다.
 
이후 박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서에서 이들이 불법 환치기 수법으로 8억이나 되는 거액의 돈을 중국으로 송금, 밀수 정황이 포착됐다는 사실을 확인, 2011년 민사청구 소송을 통해 같은 해 12월 조 의원 3억원에 대해 승소, 2012년 4월 조 의원과 추씨에게 5억원에 대해 승소, 2012년 10월 추씨에게 1000만원 승소했다. 이들은 차용금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으나 불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씨는 정기세무조사를 받았고 8억을 업무용 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금액에 대해 대표이사 가지급금으로 처분, 5억여원 정도의 세금을 추징 당하고 개인은 법인으로 5억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어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박씨는 추씨와 조 의원에게 빌려준 돈은 8억이지만 결산자료에 따르면 실질적인 손해는 20억에서 50억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민사 판결문 등의 자료를 보완한 뒤 추씨와 조 의원을 사기혐의와 관세위반혐의로 2014년 2월 검찰에 재고소, 같은 해 5월 검찰에서 기소를 해 현재 7차 공판을 진행 중이다.
 
정신적 스트레스
극에 달한 피해자
 
조 의원은 2010년 사천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지인 김모씨에게 허위로 추심명령을 받게 해 자신의 급여를 김씨의 계좌로 일부 이체시켰다. 박씨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통해 2014년 2월 승소, 이체시킨 전체금액을 회수했다. 조 의원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재당선됐지만, 박씨는 조 의원의 선거 보전비에 대해 5억원의 판결문으로 압류를 하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조 의원이 부채를 기록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고발, 혐의가 인정돼 선거법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의 구형을 받았다.
 
당시 창원지법 진주지원 제2형사부는 “민사재판에서 ‘5억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확정 판결을 받고도 실수로 채무를 빠뜨렸다는 피의자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고의로 허위사실을 신고해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한 행위는 당선 무효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에 항소 중에 있다.
 
최근 조 의원은 박씨를 찾아와 박씨가 압류해 둔 5억원은 추씨가 갚아야 할 돈이라고 허위진술을 요구하기도 했다. 추씨는 2014년 10월 재산명시 재판에도 응하지 않고 11월 감치재판에도 응하지 않아 지난달 9일 감치됐다. 박씨는 추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추씨는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박씨는 “이 사건의 가해자 두 사람 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한 사람은 추신수의 아버지로서 대한민국 최고의 아버지의 위상을 갖고 있고, 또 한 사람은 현직 새정치민주연합 사천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부도덕함을 꼬집었다. 이어 박씨는 “재판 대기 장소에서 ‘돈을 빨리 갚아야 될 것 아니냐’고 말하자 추씨는 오히려 몸을 들이대며 폭행을 유도하려는 듯한 행동을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박씨는 추씨와 조 의원 때문에 직원 100여명이 넘는 자신의 회사가 흔들렸다고 한다. 부도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아 부은 끝에 지금은 직원 3명이 남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박씨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중추신경 내분비물질 발산에 문제가 발생, 몸이 경직돼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강제집행 말고는 해답이 없어 보인다.
 
조 의원은 취재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이아몬드 사업을 언급하자 조 의원은 “그 사람(박씨)이 바보도 아니고 왜 돈을 빌려줬겠느냐”며 박씨가 투자목적으로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돈을 벌려고 했다면 투자계약서를 작성했지 차용증을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추씨의 입장을 듣고자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10차례 이상 통화, 문자 등을 시도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추신수 선수 소속사 IB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추 선수와)얘기는 하고 있는데 소송이 진행 중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추 선수는 2013 시즌 종료 후 텍사스와 7년 간 총 1억3000만달러(약 1379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약 1857만달러(약 197억원)를 받는 셈이다.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