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핫이슈> 미리 보는 2015년 대한민국

빵빵 터진 2014년, 2015년도 정신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글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2014년의 잔상이 진한 탓인지 다가올 새해에 대한 기대도 반감돼 있는 게 사실이다. 2015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정치·경제·사회·문화 네 가지 파트로 나눠 눈여겨봐야 할 이슈들을 정리했다.

그 어느 해보다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많았던 2014년이 저물고 있다. 집권 2년차인 박근혜정부는 민심과 이반된 행보로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 가계 부채 급증으로 경기는 얼어붙었고, 노동시장 양극화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대했던 월드컵마저 국가대표팀의 부진으로 의리 논란을 자초했다. 유명 연예인들도 도박·마약·성매매 사건에 연루되며 차례로 실망을 안겼다. 영화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한국영화 관람객 수는 2700만명이나 줄었다. 호사를 찾기 어려웠던 2014년이다.

2015년은 어떨까. <일요시사>는 '미리 보는 2015년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정치·경제·사회·문화별 주요 이슈를 파트별로 네가지씩 정리했다. 각 분야별로 상징적인 키워드를 꼽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①'복수'의 정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상대 후보였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로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다가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이름)'라고 지칭한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는 실제 투표장에서 보수표가 결집된 이유로 꼽혔다.


지난 20일 박 대통령은 통합진보당 해산이 결정되자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었다고 환호했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출신 지도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앞두고 있다.
통합진보당과 지난 총선에서 연대했던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은 '종북 숙주 정당'이라는 공세에 직면했다. 다가올 2015년에도 박근혜정부는 '종북' 프레임을 이용해 야권을 옭아맬 전망이다.

나아가 박근혜정부는 지난 2007년 있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의 앙금을 되갚아 줄 모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이명박캠프는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박 대통령 측에 깊은 내상을 입혔다.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마무리되면 선거구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정원을 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기반 정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축으로 중도·진보정당의 창당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하반기 이후엔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른 타이밍에 대권 잠룡이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②'유산'의 경제

2015년의 경제를 설명하는 중요 키워드는 '유산'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갑절로 치솟은 가계부채는 우리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경기부양책을 고집하고 있다. 이른바 전쟁세대가 '부동산 붐'을 일으켜 미래의 재원을 끌어다 쓴 실책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정적 겨냥한 정치…경영승계 바람 재계
구조조정 태풍 사회…복고 유행할 문화

증권업계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 유입된 해외 투자액 상당수가 2015년 하반기 미국의 금리 변동에 맞춰 빠져나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의 통화정책은 물론 민간기업의 수출실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촉각이 곤두서는 상황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이건희 일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기업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초미의 관심이다. 이 과정에서 '관리의 삼성'이 어떤 위기전략 대응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우리은행 매각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개방과 혁신을 위한 '핀테크' 전쟁은 우리 경제 지형을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③'생존'의 사회

tvN 드라마 <미생>의 신드롬은 우연이 아니다. 2015년에도 생존을 위한 '투쟁'은 계속된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상반기 내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밀어붙일 심산이다. 전국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일반 공직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이들이 대정부투쟁까지 불사한 만큼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계에선 철탑·전광판으로 올라간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쌍용자동차·씨앤엠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기약 없는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내에선 첫 직선제 위원장을 선임하는 등 2014년 철도파업을 뛰어넘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기초단체장을 관선으로 뽑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권 핵심부에선 내부적으로 "민선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곧 세부적인 입법이 검토될 것으로 보이며, 지방자치를 확대하려는 쪽과 무력화시키려는 세력의 첨예한 갈등이 예고된 상황이다.

2015년 하반기에는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수십여개 대학이 퇴출될 수 있다. 이는 학계의 강한 반발과 입시정책의 변화, 사교육시장 전반을 겨냥한 사정작업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④'퇴행'의 문화

2014년을 대표하는 유행어 가운데 하나는 '뇌가 섹시한 남자'다. 이젠 '섹시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쓰인다. 남녀가 고루 갖춰야 할 미덕으로 칭송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행 중인 '19금 코드'와 맞물려 2015년의 대한민국은 섹스(성적인 매력)와 관련한 콘텐츠가 증가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5월 개봉할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기대도 높다. '남성성'을 강조한 히어로물은 2015년에도 한국 극장가를 휩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3B 코드(뷰티·아기·동물)'의 미디어 장악도 2015년의 주된 흐름이다. 화장품·유아용품·애견사료 시장은 불황 없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SNS 플랫폼의 세대교체도 2015년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트위터의 몰락과 페이스북의 이탈, 핀터레스트(혹은 텀블러)의 부상은 '사이버 망명'과 맞물려 국내 업계에도 상당한 파급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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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