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사건결산> 2014 최악의 살인사건10

사람 맞아? 인간의 탈 쓰고 짐승 짓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2014년 한 해의 키워드는 ‘생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아 있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잔혹범죄의 경우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치를 떨게 만들었던 살인사건들,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살인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울산 전기톱 살인사건’. 지난 1월, 울산 남구에서 20대 남성이 전기톱으로 사촌동생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이모(24)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울산 전기톱 살인]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일 오후 9시쯤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종사촌 동생인 김모(23)씨를 전기톱을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 숨진 사촌동생의 사체와 함께 밤을 보내고 20일 낮 12시50분쯤 119로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며 자수했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119소방대와 경찰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이씨의 집 안방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당시 안방에는 사촌동생 김씨의 사체와 길이 50cm 가량인 전기톱이 있었다. 경찰은 “발견 당시 피해자의 목과 상반신이 크게 훼손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사촌동생이 나를 무시하는 말을 계속해 수면제를 먹이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숨진 김씨는 이씨의 전화를 받고 이씨의 집을 찾았다가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김씨는 평소 이씨와 자주 연락하고 왕래하며 친구처럼 지내던 사이였다. 이씨는 범행을 위해 인근 약국에서 수면유도제 10정을 구입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기톱을 구매했다. 이어 함께 통닭을 먹자며 김씨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유도제가 든 콜라를 마시게 한 뒤 피해자가 잠들자 살해했다. 이씨는 2010년 3월 군에 입대했지만 대인관계의 어려움, 불안, 우울 등의 증세를 호소해 국군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다 그해 9월 현역복무 부적합 처분을 받고 전역했다.
 
범행 이후 이뤄진 법무부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에서도 이씨는 피해망상, 환청, 현실 판단력의 장애 증상을 보여 망상형 조현병(정신분열)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법정에서 “자신 속의 악마가 살인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하는 등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 8월12일 울산지법 제3형사부는 살인죄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친모 죽이고 놀이공원행]
 
지난 4월,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한 뒤 놀이공원에 간 20대 딸의 사연이 공개돼 충격을 안겨줬다. 최모(20·여)씨는 어머니 백모(48)씨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 최씨는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갈아서 백씨가 마실 물컵에 털어 섞었다. 이내 백씨는 잠들었고 최씨는 안방 침대 매트리스에 불을 붙인 뒤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최씨는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백씨의 휴대폰을 챙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 휴대폰으로 외삼촌에게 ‘그동안 미안했다. 우리 딸 좀 잘 부탁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놓고 튤립축제가 한창이던 용인의 한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최씨가 공원을 돌아다니는 사이 어머니 백씨는 불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최씨는 알리바이를 제시하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결국 모든 혐의가 드러났다. 남들이 보기에 최씨는 명문대 미대를 졸업한 미모의 어머니와 명문대 교수인 아버지를 둔 좋은 집안의 딸이었다. 하지만 최씨는 부모의 갑작스런 이혼과 입시 실패로 인해 내적 갈등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0월24일,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존속살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9명의 배심원들은 전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0∼15년의 실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 일병 구타 사건]
 
지난 4월, 경기 연천군에 있는 육군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 내무반에서 일병을 가혹하게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선임병들의 구타로 인해 싸늘한 주검이 된 윤모(23) 일병은 지난해 2013년 12월 입대해 지난 2월,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받았다.
 
선임병들은 윤 인병의 행동이 느리고 말투가 어눌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기마자세를 시킨 뒤 잠을 재우지 않는가 하면, 치약 한 통을 먹이거나 드러누운 얼굴에 물을 들이부었다. 뿐만 아니라 게 흉내를 내게 하며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바닥에 가래침을 뱉어 핥아 먹게 강요하기도 했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의 몸에 남아 있는 구타흔적을 지우기 위해 연고제인 안티푸라민을 바르면서 윤 일병의 성기까지 주물러 성적 수치심을 불렀다.
 
이렇게 가혹행위를 당하던 윤 일병은 냉동식품을 먹던 도중 선임병들에게 가슴, 정수리 등을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안타깝게도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사건 직후 피의자들은 구속기소됐다.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10월30일 이모(25) 병장에게 징역 45년, 하모(23) 병장 등 3명에게는 징역 25∼30년형을 선고했다. 또 폭행을 방조한 의무반 유모(23) 하사에게는 징역 15년형을, 이모(21) 일병에게는 징역 3월에 집행유예 6월을 선고했다. 현재 군 검찰과 가해자 전원이 1심 판결 직후 항소를 하면서 재판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의문의 고무통 열어보니 10년 된 남자 사체
여고생 끓는 물 붓고 보도블록으로 내리쳐
 
[채팅남 토막 살인]
 
지난 5월, 인천 남동공단에서 50대 남성의 토막시신이 담긴 가방이 발견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성인사이트를 통해 만난 조모(50)씨를 토막살인하고 유기한 고모(36·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26일 오후 8시쯤 성인사이트에서 만난 조씨와 모텔에 들어가기 전 핸드백에 미리 흉기를 챙겼다. 고씨는 30cm 길이의 흉기로 조씨의 목과 가슴 등 30여 곳을 찔러 모텔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이후 고씨는 모텔을 나와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비닐·세제 등을 구입, 욕실에서 조씨의 두 다리를 절단한 뒤 세제 등으로 모텔 내부를 깔끔하게 청소했다. 그리고 자신의 외제차에 시신을 실었다. 잘린 두 다리는 비닐봉지에 싸 파주시 농수로에, 몸통 부분은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인천 남동공단의 도로변에 유기했다. 경찰 조사결과 고씨는 조씨를 살해한 뒤 조씨의 신용카드로 3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 여고생 암매장]
 
지난 5월, 경남 김해에서 20대 남성들과 일부 여중생들이 가출한 여고생을 납치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끓는 물을 몸에 붓는 것은 물론 휘발유와 시멘트를 이용해 시신을 훼손하고 암매장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창원지검은 지난 4월10일 김해지역 고교 1학년 윤모(15)양을 마구 때려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 심장정지로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해 사체를 유기한 A(15·중3)양, B(15·중3)양, C(14·중학 중퇴)양과 윤양을 유인해 성매매를 시키고 시신유기를 방조한 김모(24)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윤양과 1대1 싸움를 하거나 냉면 그릇에 소주를 부어 강제로 마시게 한 뒤 구토를 하면 토사물을 핥아 먹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끓는 물을 몸에 붓거나 보도블록으로 윤양을 내리치는 등 상식을 벗어난 잔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11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는 구속기소 된 A양에게 징역 장기 9년 단기 6년, B, C양에게는 징역 장기 8년 단기 6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성매매를 목적으로 미성년자인 이들을 유인해 구속기소된 김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포천 고무통 시신유기]
 
지난 7월, 경기 포천의 한 빌라 내 고무통 속에서 심하게 부패한 남자 시신 2구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당시 이 장소에서는 8살 아이가 울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어야 할 나이였지만 아이는 시체와 함께 방치돼 있었다. 경찰이 들어가 본 빌라 내부는 쓰레기장과 다름없을 정도로 온갖 살림살이가 널브러진 상태였다. 특히 고무통 안에서 썩은 시신 냄새가 진동했다.
 
부패한 시신이 담긴 고무통과 함께 지낸 8살 아이의 엄마이자 이 사건의 피의자 이모(49)씨는 남편 박모(51)씨와 내연남이자 직장동료인 A(49)씨를 살해하고 8살 아들을 두 달간 방치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8월27일, 의정부지검 형사3부는 이씨가 2004년 가을쯤 남편에게 수면제와 고혈압 치료제를 먹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씨는 지난해 5∼7월 무렵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감기약이라 속인 뒤 복용시켜 스카프 등으로 양손을 묶고 목 졸라 살해했다고 밝혔다.
 
[살해 사체와 성관계]
 
지난 8월, 20대 남성이 노래방 여주인을 살해하고 사체와 성관계를 맺은 충격적인 사건이 밝혀졌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노래방 여주인을 살해한 이모(25)씨는 지난 7월30일 새벽에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4층 건물 1층 화장실에서 노래방 여주인 A(73)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노래방 건물 옥상에서 노숙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중 A씨가 “왜 건물을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노래방에서 음료수를 훔쳐가느냐”고 따지면서 다툼이 벌어졌고 이에 흥분한 이씨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A씨를 살해한 직후 시신을 2층 노래방 주방에 유기한 뒤 자신은 노래방 내부 안쪽 방 안에 숨어있었지만, 경찰의 출동으로 결국 덜미를 잡혔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믿을 수 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의 팔에서 A씨가 긁은 상처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이씨가 A씨를 살해한 뒤 성관계를 맺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건설업자 청부살인]
 
‘건설업자 청부살인사건’. 지난 10월, 한 건설업자가 5년간 소송을 벌인 상대를 조선족을 시켜 청부살해했다. 영화 <황해>를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경찰은 조선족 김모(50)씨와 S건설업체 사장 이모(54)씨, 브로커 이모(58)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조선족 김씨는 지난 3월20일 오후 7시20분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건물 1층 계단에서 K건설업체 사장인 A(59)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했다.
 
노래방 여주인 죽이고 사체오욕
꼬신 채팅남 다리 절단 뒤 유기
 
S건설업체 사장인 이씨는 브로커 이씨에게 A씨를 살해해 달라고 청탁했고, 브로커 이씨는 조선족 김씨에게 K건설업체 A씨를 살해하라고 사주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조선족을 이용한 ‘이중청부’ 형태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더욱 놀라움을 줬다. 조선족 김씨가 브로커 이씨의 주선으로 사장 이씨에게 받은 대가는 3100만원이다. 
 
 
사장 이씨는 2006년 K건설업체와 경기 수원의 아파트 신축공사와 관련해 70억원 규모의 토지매입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매입을 다 하지 못해 결국 계약이 파기됐고, 재산상 손실을 입은 이씨는 A씨와 서로 보상을 요구하며 5년이나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이어오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됐다.

[울산 계모 학대]
 
‘울산계모 의붓딸 살해사건’. 지난 11월, 울산 중구에서 계모가 의붓딸을 학대해 살인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어머니 김모(46)씨를 수사한 결과 입양아 A(25개월·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전모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월25일 오후 11시쯤 울산 중구 자신의 집에서 A양이 콘센트 부분을젓가락으로 장난을 치자 철제 옷걸이 지지대로 A양의 머리와 팔 다리 등을 30분간 때렸다. 또 매운 고추를 탄 물을 강제로 마시게 하고, 샤워기로 찬물을 틀어 얼굴과 온몸에 뿌렸다. A양은 김씨의 폭행을 피하려다가 문과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튿날 오전 3시쯤 A양에게서 열이 나자 김씨는 좌약을 넣은 채 방치했고, 7시간 뒤 A양의 몸이 차가워지고 호흡이 고르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멍을 지우는 방법을 검색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양은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26일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박씨는 1심에서 상해치사죄를 적용,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부산고법은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장기 없는 시신]
 
지난 12월4일, 경기 수원시 팔달산 등산로에서 비닐봉지에 든 장기 없는 토막시신이 발견돼 오원춘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용의자와 시신의 다른 부분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이 사준치가 지난 혈액형 A형 여성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피해자의 신원 등 용의자를 추정할 만한 단서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찰은 최초 토막시신 발견 지점의 인근 지역에서 추가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이후 부동산중개업자인 제보자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범인은 박춘봉(55·중국 국적)으로 밝혀졌다. 동거했던 김모(48·중국 국적)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1월26일 오후 1시30분쯤 모 마트에서 일하고 있던 김씨를 팔달구 매교동 전 주거지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시신을 훼손하기 위한 장소를 물색, 같은 날 오후 6시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전 거주지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반지하방을 보증금 없이 선금 22만원에 가계약했다. 계약 당시 이름은 밝히지 않고 휴대폰 번호만 적었다.
 
닷새 후엔 휴대폰 마저 해지했다. 경찰은 박씨가 살해를 목적으로 반지하방을 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훼손한 시신 가운데 몸통은 팔달산 등산로 배수로 옆에, 머리 등 일부 신체 부위는 수원시 오목천동 야산에 버렸다. 경찰은 살인과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박씨를 구속하고 이번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살인, 강도, 절도…’ 범죄 많은 도시는?
 
대검찰청 ‘2014년 범죄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살인, 폭행, 강도, 절도 등 5대 범죄에 대해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제주는 절도, 살인, 성폭력에서 모두 상위 3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용인, 광명, 파주, 남양주 등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이들 범죄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범죄 유형별 1위 도시를 보면 ▲성폭력=경산 ▲살인=논산 ▲강도=목포 ▲절도=제주 ▲폭행=원주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은 창원, 진해와 통합된 ‘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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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