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사건결산> 2014 최악의 살인사건10

사람 맞아? 인간의 탈 쓰고 짐승 짓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2014년 한 해의 키워드는 ‘생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아 있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잔혹범죄의 경우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치를 떨게 만들었던 살인사건들,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살인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울산 전기톱 살인사건’. 지난 1월, 울산 남구에서 20대 남성이 전기톱으로 사촌동생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이모(24)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울산 전기톱 살인]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일 오후 9시쯤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종사촌 동생인 김모(23)씨를 전기톱을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 숨진 사촌동생의 사체와 함께 밤을 보내고 20일 낮 12시50분쯤 119로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며 자수했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119소방대와 경찰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이씨의 집 안방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당시 안방에는 사촌동생 김씨의 사체와 길이 50cm 가량인 전기톱이 있었다. 경찰은 “발견 당시 피해자의 목과 상반신이 크게 훼손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사촌동생이 나를 무시하는 말을 계속해 수면제를 먹이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숨진 김씨는 이씨의 전화를 받고 이씨의 집을 찾았다가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김씨는 평소 이씨와 자주 연락하고 왕래하며 친구처럼 지내던 사이였다. 이씨는 범행을 위해 인근 약국에서 수면유도제 10정을 구입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기톱을 구매했다. 이어 함께 통닭을 먹자며 김씨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유도제가 든 콜라를 마시게 한 뒤 피해자가 잠들자 살해했다. 이씨는 2010년 3월 군에 입대했지만 대인관계의 어려움, 불안, 우울 등의 증세를 호소해 국군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다 그해 9월 현역복무 부적합 처분을 받고 전역했다.
 
범행 이후 이뤄진 법무부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에서도 이씨는 피해망상, 환청, 현실 판단력의 장애 증상을 보여 망상형 조현병(정신분열)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법정에서 “자신 속의 악마가 살인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하는 등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 8월12일 울산지법 제3형사부는 살인죄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친모 죽이고 놀이공원행]
 
지난 4월,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한 뒤 놀이공원에 간 20대 딸의 사연이 공개돼 충격을 안겨줬다. 최모(20·여)씨는 어머니 백모(48)씨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 최씨는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갈아서 백씨가 마실 물컵에 털어 섞었다. 이내 백씨는 잠들었고 최씨는 안방 침대 매트리스에 불을 붙인 뒤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최씨는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백씨의 휴대폰을 챙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 휴대폰으로 외삼촌에게 ‘그동안 미안했다. 우리 딸 좀 잘 부탁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놓고 튤립축제가 한창이던 용인의 한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최씨가 공원을 돌아다니는 사이 어머니 백씨는 불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최씨는 알리바이를 제시하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결국 모든 혐의가 드러났다. 남들이 보기에 최씨는 명문대 미대를 졸업한 미모의 어머니와 명문대 교수인 아버지를 둔 좋은 집안의 딸이었다. 하지만 최씨는 부모의 갑작스런 이혼과 입시 실패로 인해 내적 갈등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0월24일,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존속살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9명의 배심원들은 전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0∼15년의 실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 일병 구타 사건]
 
지난 4월, 경기 연천군에 있는 육군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 내무반에서 일병을 가혹하게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선임병들의 구타로 인해 싸늘한 주검이 된 윤모(23) 일병은 지난해 2013년 12월 입대해 지난 2월,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받았다.
 
선임병들은 윤 인병의 행동이 느리고 말투가 어눌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기마자세를 시킨 뒤 잠을 재우지 않는가 하면, 치약 한 통을 먹이거나 드러누운 얼굴에 물을 들이부었다. 뿐만 아니라 게 흉내를 내게 하며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바닥에 가래침을 뱉어 핥아 먹게 강요하기도 했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의 몸에 남아 있는 구타흔적을 지우기 위해 연고제인 안티푸라민을 바르면서 윤 일병의 성기까지 주물러 성적 수치심을 불렀다.
 
이렇게 가혹행위를 당하던 윤 일병은 냉동식품을 먹던 도중 선임병들에게 가슴, 정수리 등을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안타깝게도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사건 직후 피의자들은 구속기소됐다.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10월30일 이모(25) 병장에게 징역 45년, 하모(23) 병장 등 3명에게는 징역 25∼30년형을 선고했다. 또 폭행을 방조한 의무반 유모(23) 하사에게는 징역 15년형을, 이모(21) 일병에게는 징역 3월에 집행유예 6월을 선고했다. 현재 군 검찰과 가해자 전원이 1심 판결 직후 항소를 하면서 재판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의문의 고무통 열어보니 10년 된 남자 사체
여고생 끓는 물 붓고 보도블록으로 내리쳐
 
[채팅남 토막 살인]
 
지난 5월, 인천 남동공단에서 50대 남성의 토막시신이 담긴 가방이 발견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성인사이트를 통해 만난 조모(50)씨를 토막살인하고 유기한 고모(36·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26일 오후 8시쯤 성인사이트에서 만난 조씨와 모텔에 들어가기 전 핸드백에 미리 흉기를 챙겼다. 고씨는 30cm 길이의 흉기로 조씨의 목과 가슴 등 30여 곳을 찔러 모텔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이후 고씨는 모텔을 나와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비닐·세제 등을 구입, 욕실에서 조씨의 두 다리를 절단한 뒤 세제 등으로 모텔 내부를 깔끔하게 청소했다. 그리고 자신의 외제차에 시신을 실었다. 잘린 두 다리는 비닐봉지에 싸 파주시 농수로에, 몸통 부분은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인천 남동공단의 도로변에 유기했다. 경찰 조사결과 고씨는 조씨를 살해한 뒤 조씨의 신용카드로 3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 여고생 암매장]
 
지난 5월, 경남 김해에서 20대 남성들과 일부 여중생들이 가출한 여고생을 납치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끓는 물을 몸에 붓는 것은 물론 휘발유와 시멘트를 이용해 시신을 훼손하고 암매장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창원지검은 지난 4월10일 김해지역 고교 1학년 윤모(15)양을 마구 때려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 심장정지로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해 사체를 유기한 A(15·중3)양, B(15·중3)양, C(14·중학 중퇴)양과 윤양을 유인해 성매매를 시키고 시신유기를 방조한 김모(24)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윤양과 1대1 싸움를 하거나 냉면 그릇에 소주를 부어 강제로 마시게 한 뒤 구토를 하면 토사물을 핥아 먹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끓는 물을 몸에 붓거나 보도블록으로 윤양을 내리치는 등 상식을 벗어난 잔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11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는 구속기소 된 A양에게 징역 장기 9년 단기 6년, B, C양에게는 징역 장기 8년 단기 6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성매매를 목적으로 미성년자인 이들을 유인해 구속기소된 김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포천 고무통 시신유기]
 
지난 7월, 경기 포천의 한 빌라 내 고무통 속에서 심하게 부패한 남자 시신 2구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당시 이 장소에서는 8살 아이가 울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어야 할 나이였지만 아이는 시체와 함께 방치돼 있었다. 경찰이 들어가 본 빌라 내부는 쓰레기장과 다름없을 정도로 온갖 살림살이가 널브러진 상태였다. 특히 고무통 안에서 썩은 시신 냄새가 진동했다.
 
부패한 시신이 담긴 고무통과 함께 지낸 8살 아이의 엄마이자 이 사건의 피의자 이모(49)씨는 남편 박모(51)씨와 내연남이자 직장동료인 A(49)씨를 살해하고 8살 아들을 두 달간 방치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8월27일, 의정부지검 형사3부는 이씨가 2004년 가을쯤 남편에게 수면제와 고혈압 치료제를 먹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씨는 지난해 5∼7월 무렵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감기약이라 속인 뒤 복용시켜 스카프 등으로 양손을 묶고 목 졸라 살해했다고 밝혔다.
 
[살해 사체와 성관계]
 
지난 8월, 20대 남성이 노래방 여주인을 살해하고 사체와 성관계를 맺은 충격적인 사건이 밝혀졌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노래방 여주인을 살해한 이모(25)씨는 지난 7월30일 새벽에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4층 건물 1층 화장실에서 노래방 여주인 A(73)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노래방 건물 옥상에서 노숙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중 A씨가 “왜 건물을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노래방에서 음료수를 훔쳐가느냐”고 따지면서 다툼이 벌어졌고 이에 흥분한 이씨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A씨를 살해한 직후 시신을 2층 노래방 주방에 유기한 뒤 자신은 노래방 내부 안쪽 방 안에 숨어있었지만, 경찰의 출동으로 결국 덜미를 잡혔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믿을 수 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의 팔에서 A씨가 긁은 상처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이씨가 A씨를 살해한 뒤 성관계를 맺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건설업자 청부살인]
 
‘건설업자 청부살인사건’. 지난 10월, 한 건설업자가 5년간 소송을 벌인 상대를 조선족을 시켜 청부살해했다. 영화 <황해>를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경찰은 조선족 김모(50)씨와 S건설업체 사장 이모(54)씨, 브로커 이모(58)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조선족 김씨는 지난 3월20일 오후 7시20분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건물 1층 계단에서 K건설업체 사장인 A(59)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했다.
 
노래방 여주인 죽이고 사체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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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건설업체 사장인 이씨는 브로커 이씨에게 A씨를 살해해 달라고 청탁했고, 브로커 이씨는 조선족 김씨에게 K건설업체 A씨를 살해하라고 사주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조선족을 이용한 ‘이중청부’ 형태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더욱 놀라움을 줬다. 조선족 김씨가 브로커 이씨의 주선으로 사장 이씨에게 받은 대가는 3100만원이다. 
 
 
사장 이씨는 2006년 K건설업체와 경기 수원의 아파트 신축공사와 관련해 70억원 규모의 토지매입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매입을 다 하지 못해 결국 계약이 파기됐고, 재산상 손실을 입은 이씨는 A씨와 서로 보상을 요구하며 5년이나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이어오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됐다.

[울산 계모 학대]
 
‘울산계모 의붓딸 살해사건’. 지난 11월, 울산 중구에서 계모가 의붓딸을 학대해 살인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어머니 김모(46)씨를 수사한 결과 입양아 A(25개월·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전모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월25일 오후 11시쯤 울산 중구 자신의 집에서 A양이 콘센트 부분을젓가락으로 장난을 치자 철제 옷걸이 지지대로 A양의 머리와 팔 다리 등을 30분간 때렸다. 또 매운 고추를 탄 물을 강제로 마시게 하고, 샤워기로 찬물을 틀어 얼굴과 온몸에 뿌렸다. A양은 김씨의 폭행을 피하려다가 문과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튿날 오전 3시쯤 A양에게서 열이 나자 김씨는 좌약을 넣은 채 방치했고, 7시간 뒤 A양의 몸이 차가워지고 호흡이 고르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멍을 지우는 방법을 검색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양은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26일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박씨는 1심에서 상해치사죄를 적용,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부산고법은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장기 없는 시신]
 
지난 12월4일, 경기 수원시 팔달산 등산로에서 비닐봉지에 든 장기 없는 토막시신이 발견돼 오원춘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용의자와 시신의 다른 부분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이 사준치가 지난 혈액형 A형 여성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피해자의 신원 등 용의자를 추정할 만한 단서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찰은 최초 토막시신 발견 지점의 인근 지역에서 추가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이후 부동산중개업자인 제보자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범인은 박춘봉(55·중국 국적)으로 밝혀졌다. 동거했던 김모(48·중국 국적)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1월26일 오후 1시30분쯤 모 마트에서 일하고 있던 김씨를 팔달구 매교동 전 주거지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시신을 훼손하기 위한 장소를 물색, 같은 날 오후 6시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전 거주지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반지하방을 보증금 없이 선금 22만원에 가계약했다. 계약 당시 이름은 밝히지 않고 휴대폰 번호만 적었다.
 
닷새 후엔 휴대폰 마저 해지했다. 경찰은 박씨가 살해를 목적으로 반지하방을 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훼손한 시신 가운데 몸통은 팔달산 등산로 배수로 옆에, 머리 등 일부 신체 부위는 수원시 오목천동 야산에 버렸다. 경찰은 살인과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박씨를 구속하고 이번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살인, 강도, 절도…’ 범죄 많은 도시는?
 
대검찰청 ‘2014년 범죄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살인, 폭행, 강도, 절도 등 5대 범죄에 대해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제주는 절도, 살인, 성폭력에서 모두 상위 3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용인, 광명, 파주, 남양주 등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이들 범죄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범죄 유형별 1위 도시를 보면 ▲성폭력=경산 ▲살인=논산 ▲강도=목포 ▲절도=제주 ▲폭행=원주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은 창원, 진해와 통합된 ‘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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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