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바리 전쟁 터진 전주 조폭 대해부

'6개파 150명' 목숨 걸고 복수혈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근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폭력조직간 살인사건을 두고 지역적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옥마을의 붐 등으로 타지인의 유입이 활발해진 전주는 오랜 세월 '토호조폭'이 유흥가를 장악해왔다. 경찰은 "개인 간의 감정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그 이면에는 결혼식장을 둘러싼 오랜 영역다툼의 가능성도 있다. 전주 조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봤다.

지난달 23일 전주의 양대 조직폭력 원로들이 비밀 회동을 계획했다. 이들은 전주시내 도심에서 일어난 조직폭력배 피살사건을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접선했다. 앞서 전주 월드컵파 실세인 최모씨는 오거리파 행동대원 또 다른 최모씨를 말다툼 끝에 흉기로 살해했다.

양대조직 원로
비밀리에 만나

용의자가 속해있는 월드컵파의 원로는 화해자리를 주선한 나이트파 원로와 같은 날 오후 5시께 전주 모처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 자리에 오거리파 원로가 참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 중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조직은 월드컵파이며, 그 다음이 나이트파, 세 번째가 오거리파라고 경찰은 전했다.

나이트파가 비밀회동을 주선한 배경으로는 살인사건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 꼽혔다. 지난 22일 낮 결혼식장에서 월드컵파 최씨는 일부 오거리파 조직원이 자신에게 인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무랐다. 그러자 오거리파 최씨는 "왜 우리 애들에게 시비를 거냐"며 최씨에게 맞섰다.

양측의 말다툼은 주먹싸움으로 번질 태세였다. 이때 중재에 나선 인물이 나이트파 간부급 조직원으로 알려진 A씨다. 해당 조직원은 두 최씨의 화해자리를 주선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은 다시 시비가 붙었다. 끝내는 칼부림이 일어났다.


이날 오후 9시께 중화산동 한 명품관 앞에서는 날카로운 흉기에 우측 가슴이 찔린 오거리파 행동대원 최씨가 발견됐다. 최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혈 등의 원인으로 숨졌다. 숨진 최씨를 찌른 월드컵파 최씨는 사건현장에서 바로 도주했다.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최씨를 포함한 건장한 체격의 남성 5명은 술집 앞에서 언성을 높이다 건물 옆 주차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자주 오고가는 도심 한복판이었지만 이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큰 소리가 나더니 그곳에선 5분 만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범행 직후 최씨는 상대조직원을 살해할 당시 흉기를 건넨 추종세력(43·살인방조 등)은 놔두고 동료조직원(41·범인도피 등)의 도움을 받아 서울로 피신했다. 강남 한 식당에서 최씨는 일행 및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대책을 의논했다.

이로부터 이틀 뒤 최씨를 제외하고 범행에 가담한 모든 인물이 자수하거나 체포됐다. 이들 중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구속을 면치 못했다. 그 사이 최씨는 경기도로 이동했다가 전주를 다녀가는 등 대담한 도피 행각으로 경찰을 괴롭혔다. 사건이 자칫 장기화될 무렵 한 통의 전화가 경찰서로 걸려왔다.

지난달 29일 전주완산경찰서는 최씨로부터 자수 의사를 확인했다. 오후 4시30분께 경찰서로 연락한 최씨는 "자수를 할 테니 저녁 무렵 효자동에 있는 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실제로 최씨는 자택에 나타났다. 그곳에서 대기 중이던 강력계 형사들은 오후 8시20분께 최씨를 검거했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건 당일 피해자 일행과 술을 많이 마셨다. 같은 동네 선후배이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내가 왜 흉기를 휘둘렀는지 모르겠다. 흉기로 최씨를 찔렀다"고 진술했다. 구치소에 수감된 최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붙잡은 최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번 살인사건에는 전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폭력조직이 모두 연루됐다. 사건 당일 두 최씨가 찾은 결혼식장에선 나이트파 조직원의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이들은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결혼식과 관련해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렸다. 사람이 죽기도 했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했다. 관련한 내막을 살피기에 앞서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폭력조직의 현황을 확인해보기로 하자.


시내 도심서 일어난 폭력배 피살사건
월드컵·나이트·오거리파 비밀 회동


전주에는 모두 6개 폭력조직(월드컵파, 나이트파, 오거리파, 타워파, 북대파, 중앙시장파)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1983년 이후 결성됐다. 규모는 150여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월드컵파는 작은 폭력서클로 시작해 전주 중앙동을 거점삼아 성장했다. 1980년대까진 중앙동에 있는 '월드컵 나이트클럽'이 주된 수익원이었다. 월드컵파의 대항마로 결성된 조직은 나이트파다. 나이트파는 전주관광호텔을 무대로 성장했다.

오거리파는 당시 상가와 주점 등이 밀집해 있던 '오거리'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타워파와 북대파는 각각 금암동을 거점으로 결성됐다. 중앙시장파는 비교적 최근 생겨났으며, 시장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30년 넘게 조직을 이끌고 있는 각 조직 보스와 부두목, 행동대원 등은 대부분 폭력전과가 있다. 이 가운데는 전과 10범이 넘는 보스도 있다. 두목들의 나이는 주로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로 전해진다. 큰 두목들은 외형상 자영업과 건설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회장님'으로 불린다.

일부 보스들은 서울과 경기, 충남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간부는 수배 중이거나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타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보스들은 정기적으로 전주에 내려와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보스가 수감 중인 경우에는 부두목 등이 대리로 조직을 움직인다.

행동대원은 조직원 가운데 활동이 가장 왕성한 중간급인 30∼40대 조직원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뒤 보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고급 세단을 끌고 다녔던 이들은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을 계기로 과거만큼의 세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1980년대만 해도 조직 간의 '나와바리(구역) 싸움'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됐다.

지역경기 어렵자
잔혹범죄 증가해

자금을 만들기 위해 조직원들은 '업소를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구역에 있는 업소에서 월정금을 뜯었다. 자신들의 구역을 침범하는 타 조직원은 거침없이 응징했다. 특히 월드컵파와 나이트파의 세력다툼은 선혈이 낭자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유혈 난투극은 끊이지 않았다.

전주 한성여관 살인사건, 명동여관 살인사건 등 이들의 나와바리 싸움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1984년 무렵 전주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흥가를 양분했으나 이후에도 크고 작은 세력다툼을 벌였다. 6년 후에는 '서울 강남병원 응급실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검·경의 수배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각 조직원들은 하나둘 서울로 향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전주의 지역 경기가 어려워진 것도 상경의 한 이유였다. 경찰이 단속의 고삐를 죄자 자금줄이었던 업주 월정금이 자취를 감췄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들은 전주를 넘나들며 불법을 일삼았다.

지난해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수십억원대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월드컵파 조직원 홍모씨 등 9명을 구속했다. 홍씨 등은 대전 유성구 송정동의 한 식당을 빌려 회당 수백만원씩 이른바 '아도사키' 도박판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망을 보는 '문방'과 높은 이자로 돈을 대주는 '꽁지' 전문 도박꾼을 관리하는 '총책' 등 역할을 나눠 회당 70여명을 도박판에 끌어들였다. 월드컵파는 대전의 지역 조폭과 연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전주 조폭 김모씨는 주류사업에 투자하면 거액의 이익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지인 B씨 등 3명에게 4억4000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김씨는 "빌려준 돈을 달라"고 말한 채무자를 폭행해 부상을 입힌 혐의도 함께 받았다.

보복폭행에 살인까지 '피 튀는 싸움'
심상찮은 동향…80년대부터 이권다툼

지난달 전주에서 만났던 한 지역사업가는 "영화제나 한옥마을로 외식·숙박·유흥업이 잘되면서 서울 자본이 대거 지역으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주 조폭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돈이 달린 조폭 중 일부는 끔직한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지난 2012년 한 전직 조폭은 현직 조폭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사건 발생장소는 중화산동에 있는 번화가였다. 이번 살인사건 현장과 멀지 않은 곳으로 확인된다. 전직 조폭은 "돈이 없다고 날 무시해 친구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올해 초에는 자신과 동거한 10대 여중생을 살해한 조폭이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있었다. 30대 초반인 박모씨는 전과 40범으로 교도소 출소 후 노래방 도우미를 알선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동거녀 C양(15)에게 도우미 일을 종용하다가 C양이 이를 거부하자 병원로비에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박씨는 아파트 19층 아래로 투신했다.

조폭과 가까운 전직 경찰 관계자는 "여자가 낀 사업을 조폭이 포기할 수 없다"며 "특히 결혼과 관련한 사업에도 조폭이 진출해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일례로 결혼정보업체를 가장한 성매매 알선·공급세력을 꼽기도 했다.


전주의 경우 채무 갈등을 겪던 한 예식장 사장이 채권자 2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숨진 사장은 자신과 안면이 있는 조직을 움직여 채권자 D(55), E(44)씨를 살해했다.

조폭 출신으로 알려진 D씨 등은 앞서 사장을 두 차례 납치·폭행하는 등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했다. 이에 사장은 조폭인 아들까지 동원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사장과 두 채권자는 모두 1t 냉동탑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운전석에는 '채권자 두 명을 먼저 보내고 나도 뒤따라 생을 마감하겠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다. 조직 간의 처절한 생존 암투였던 셈이다.

전주 조폭은 유독 결혼식장에서 사고를 일으켰다. 몇 년 전 서울 한 웨딩홀에서 서울 조폭과 시비가 붙었을 때는 전주 조폭의 웨딩사업 진출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이번 사건 역시 과거 예식장을 둘러싼 앙금이 쌓였다가 터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조직 간의 충돌이 아니라 개인 간의 감정 문제가 발단이 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자수 앞두고
무슨 꿍꿍이

최근 조폭을 겨냥한 대대적인 단속이 부활한 가운데 양대 두목의 비밀회동은 중요한 포인트를 시사한다. 경찰의 칼을 빌려 군소조직을 정리하려는 것은 아닌지. 아직도 조폭을 추종하는 F씨는 "곧 나와바리 전쟁이 불붙을 수 있다"며 의견을 전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국구 접수' 전주 월드컵파 거물 두목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지난 8월 660억원 규모의 면세담배 유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의 중심에는 전주 월드컵파 조직원 김모(39)씨가 있었다. 김씨는 담배 구매업자, 무역업자 등과 공모해 면세담배 2933만여갑을 빼돌렸다. 김씨는 밀수한 담배를 국내로 유통한 총책이었다.

월드컵파는 전주 나이트파와 더불어 전북 지역 최대조직으로 꼽힌다. 시기상으로 월드컵파가 먼저 결성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나이트파가 생겨났다고 한다.

전성기 때 조직원은 100명 남짓해 그리 크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월드컵파가 전국구에 준하는 명성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 두목 주모씨의 화려한 이력이다.

주씨는 지난 범죄와의 전쟁으로 구속돼 실형을 살았다. 검찰은 주씨에게 범죄단체 수괴죄를 적용했다. 당시 검찰의 기소 내용을 보면 주씨는 상당한 '거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주씨는 1980년대 전북승마협회 부회장직을 맡아서 사회고위층과 어울렸다. 1987년 4월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인 일명 '용팔이사건'에 연루되는 등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지역에서는 골재채취회사 등을 운영하며 사업가 행세를 했지만 88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서울 강남·이태원 일대 유흥가에 진출했다. 주 수입원은 슬롯머신 사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월드컵파는 경쟁조직을 제거할 목적으로 강남 모 병원 응급실에서 나이트파 조직원을 무참히 살해했다.

월드컵파는 소규모 폭력서클로 출발했다. 전주 완산구에 있는 나이트클럽 '월드컵'을 접수하면서 월드컵파란 이름을 갖게 됐다. 월드컵파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부두목 김모씨의 역할이 컸다. 김씨는 일대 어느 조폭보다 폭력적이며 잔인했다고 한다. 김씨의 '주먹'에 힘입어 주씨는 일대 상권을 손쉽게 거머쥘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몸집을 불린 나이트파와는 수차례 칼부림을 벌여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 1983년과 1984년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1989년에는 보복살인이 오가며 '피바람'이 불었다. 당시 월드컵파 조직원 4명은 나이트파 두목 김모씨의 친구에게 가스총을 쏘는 등 충격적인 범행으로 시민을 경악시켰다.

1990년 8월 주씨의 구속 후 월드컵파의 외형은 급격히 축소됐다. 그러나 일부는 서울과 경기로 거주지를 옮겨 아직도 폭력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로 자영업이나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개별 조폭들이 정관계와 유착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월드컵파가 모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대법관에 오른 변호사는 월드컵파 두목 주씨를 변호했다가 구설에 휘말렸다. 또 월드컵파 조직원은 수감생활 중 알게 된 교도관을 꾀어 수억원을 투자받은 뒤 반환을 요구하는 교도관을 폭행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