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무료영화권, 왜?

‘요리조리 쏙쏙∼’ 세상에 공짜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보통 공짜에 실망할 때 많이 내뱉는 말이다. 대가 없이 무언가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공짜 상품에 현혹된다. 그런데 공짜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부른다면 어떨까. 백화점, 레스토랑 등이 고객감사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무료영화관람권’이 오히려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공짜로 주고도 욕먹는 이유를 알아봤다.

 
일반 대중들의 문화생활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극장 영화관람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본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1000만 관객은 이례적인 흥행이 아니다. 이처럼 영화 수요가 높아지면서 극장가는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무료영화관람권을 미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15만원 이상 구입 시 영화관람권 증정’ ‘○○세트 주문 시 영화관람권 증정’ 등이 그렇다. 그런데 이 무료영화관람권을 두고 말이 많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예매 절차 때문이다. 

주고도 욕먹어
 
직장인 엄모(27)씨는 최근 쇼핑을 하기 위해 서울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 주 목적은 셔츠 구입이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셔츠를 고른 엄씨는 계산을 한 뒤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그런데 머리 위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15만원 이상 구입 시 무료영화관람권 2매 증정(1만8000원 상당)’이라는 문구를 본 것이다. 엄씨는 문득 이대로 집에 가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무료영화관람권을 받기 위해 셔츠 외에 다른 상품들을 추가로 충동구매해 15만원을 채웠다.
 
엄씨는 이내 고객 안내데스크에 15만원어치의 영수증을 제시하고 무료영화관람권 2매를 받았다. 영화관람권 2매면 남는 장사라고 판단했다. 스스로 충동구매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워낙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엄씨는 무료영화관람권을 개봉해 안내에 따라 예매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까다로운 절차가 그의 기분을 망쳤다.
 
우선 무료영화관람권은 주말예매 및 관람이 불가능했다. 주말에 쇼핑을 한 엄씨는 허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지만 ‘공짜니까…’ 참았다. 어쩔 수 없이 평일에 보기로 마음 먹고 이윽고 다시 예매를 시도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이 필수였다. 이름, 휴대폰 번호, 가입인증코드, 비밀번호 등 요구사항이 많아 다소 귀찮았지만 원하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엄씨는 회원가입 후 백화점에서 받은 무료영화관람권에 기재된 쿠폰번호를 입력했다. 인증번호를 받고나서 원하는 영화를 고르고 상영관과 시간대를 선택했다. 그런데 좌석을 선택하는 단계가 없었다. 알고 보니 랜덤좌석이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참을 인’을 마음에 새기고 예매를 완료했음에도 불구 난관은 또 있었다. 예매확인 문자를 받아야 제대로 처리 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문자는 오지 않았다. ‘끝날 때 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뇌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백화점·레스토랑 고객감사 차원서 제공
공짜라서 받았더니…예매길 ‘첩첩산중’
 
대학생 이모(22·여)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얼마 전 한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레스토랑을 찾았다. 당초 계획했던 메뉴를 먹고 영화를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특정 메뉴를 주문하면 무료영화관람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종업원을 통해 알게 됐다. 머릿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본 한씨는 특정 메뉴를 주문하고 무료영화관람권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한씨는 무료영화관람권을 받았고 식사 뒤 곧바로 극장으로 향했지만 영화관람을 위해서는 예매가 필수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공짜니까 그러려니 했다. 이후 한씨는 예매를 위해 예매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복잡한 절차와 더불어 ‘당일 예매 불가능’ ‘주말 예매 불가능’이라는 안내를 확인하고는 ‘낚시’라는 생각에 무료영화관람권을 찢어버렸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무료영화관람권의 불편함을 알아보고자 직접 무료영화관람권으로 영화예매를 시도했다. 우선 무료영화관람권에 기재된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기업들의 배너였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무료영화관람권의 출처에 따라 예매가 이뤄지는 것이었다. ‘A백화점 예매 바로가기’ ‘B아울렛 예매 바로가기’ 등이었다. 해당 배너를 클릭하면 쿠폰번호 입력란이 나온다. 안내에 따라 쿠폰번호를 입력하고 회원가입 절차를 마치고나면 상영관과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좌석 선택은 불가능 했다. C영화예매업체는 ‘좌석은 극장 측에서 임의로 자동 부여해주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랜덤좌석을 인지하고 예매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예매를 완료하긴 했지만 ‘예매번호 문자’를 받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C영화예매업체의 안내에 따르면 접수 당일 오후 5시 이후부터 최대 영화관람 2∼3시간 전까지 문자를 전송한다.
 

그러나 오후 5시 이전에 예매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자는 오지 않았다. C영화예매업체 관계자는 “곧바로 해결해드리겠다”는 짧은 대답만 했다. 문제는 다음 날까지도 문자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문의하니 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C영화예매업체 사이트에 접속하니 ‘금일 예매 폭주로 예매서비스 조기 마감’이라는 황당한 배너가 떴다. 이 배너가 등장함과 동시에 C영화예매업체 관계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핑계 저 핑계
 
가까스로 다른 관계자에게 연락해 조기 마감 이유에 대해 묻었으나, 뚜렷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황당한 건 이 관계자와 통화 후 ‘금일 예매 폭주로 예매서비스 조기 마감’이라는 배너가 바로 사라졌다는 점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앞서의 관계자와 통화가 됐고, 결국 예매확인문자를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결코 적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였다.
 
무료영화관람권은 기업들의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료영화관람권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입한 뒤 고객들의 무분별한 소비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료영화관람권을 두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짜로 주고도 욕먹는 현실이다.  
 
무료영화관람권은 비매품으로 개인 간 양도 및 판매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고사이트를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갖은 마찰이 빚어진다고 전해진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료촬영권’ 알고 보니…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기성장앨범 관련 불만 건수는 총 698건으로, 지난 2011년 174건에서 2012년 208건, 2013년 316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2012년보다 51.9%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된 소비자 불만 316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해제 및 해지’ 관련 피해가 244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만삭 사진부터 아기 출생 후 50일까지 공짜로 촬영해 준다며 무료촬영권을 제공하고 아기성장앨범 계약을 유도한 뒤 막상 계약해지를 요구하면 계약금 반환을 거절하거나 촬영 비용을 이유로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계약해제·해지 시점이 확인 가능한 198건 중 ‘무료촬영권(산모 만삭부터 아이 출생 50일까지) 사용 후’ 계약해지를 요구한 경우가 74건(37.4%)이나 됐는데 모두 무료촬영권을 사용한 뒤였다.

박람회에서 아기 성장앨범을 계약한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계약했거나 청약철회기간이 경과했더라도 해당 법률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신중한 판단으로 충동적 계약을 지양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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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