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 판자촌 ‘성뒤마을’ 가보니…

“어려운 사람들, 살게만 해주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제2의 구룡마을로 불리는 ‘성뒤마을’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남부순환로를 따라가면 보이는 마을이지만, 이곳에 판자촌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성뒤마을은 구룡마을과 닮은 점이 많다. 그만큼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잠재적 화약고로 지적되는 성뒤마을의 오늘을 짚어봤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마지막 판자촌 ‘성뒤마을’을 찾았다. 마을 맞은편에는 방배 래미안 아파트가 있다.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판자촌과 고급아파트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구룡마을 맞은편 타워팰리스가 오버랩 될 정도로 빈부의 격차가 느껴진다. 마을 입구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판넬로 지어진 집들이 여럿 보인다. 대부분의 가정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재가 된 연탄 덩어리가 성뒤마을의 온도를 말해준다.   

서초에 이런 데가?
 
인기척은 거의 느낄 수 없다. 개 짖는 소리, 고물상 고철포크레인 작업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릴 뿐. 마을 내 구멍가게도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 담배 판매를 알리는 스티커만 덩그러니 붙여져 있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 마을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모여 지내고 있는 걸까.
 
주민자치회관을 찾아 주민 대표의 말을 들어봤다. 주민자치회장에 따르면 성뒤마을 주민 대부분은 일용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마을 내에는 독거노인도 있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투기를 목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성뒤마을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안전은 어떤 편일까. 이곳은 육안으로 봐도 화재·수해에 무방비인 상태다. 각 가정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만 최근 구룡마을 화재 사건을 비추어봤을 때, 실효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횡단보도 사이로 고급아파트와 공존
안전 사각지대…화재·수해에 무방비
 
이에 대해 주민자치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소방훈련을 실시한다”며 화재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는 화재 시 소방차가 올라올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의 차 키를 복사해 주민자치회관에 보관하자는 안건이 올라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성뒤마을 주민들은 안전에 매우 민감하다. 매달 주민회의를 진행하는데, 우선적인 안건은 단연 화재, 그 다음이 위생상태 등이라는 것이다.
 
마을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지만 주민들은 현재 거주지에 큰 불만이 없다. 그저 “이대로가 좋다”는 것. 무허가 판자촌이라는 사실을 주민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제기. 고물상 소음 문제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주민자치회장은 “입장 바꿔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고물상이 있을만한 곳은 여기밖에 없고, 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성뒤마을을 개발을 놓고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녹지보존’, 서초구는 ‘공영개발’이다. 그런데 주민들은 개발에 대한 이해가 낮은 편이다. ‘투기’를 목적으로 거주하는 주민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한 뒤 재기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정부가 우리 마을 주민들에게 무슨 혜택을 줄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조그마한 무언가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그저 그저 좋은 정책을 보여주길 바랄 뿐.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보존’ VS 서초구 ‘개발’ 
 
성뒤마을은 방배동 565-2 일대 17만9044㎡ 규모의 토지를 일컫는다. 무허가로 지어진 건물과 고물상 등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156가구, 28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체 207동의 건물 가운데 허가를 받은 건물은 20동이고, 나머지는 무허가 건물이다. 겉모습은 허름해 보이지만 서울지하철 2·4호선 사당역과 서울시 연수원 사이에 있어 교통의 요지라 할 수 있다.
 
 

서초구는 성뒤마을 공영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난개발 우려와 부동산 잠재가치 때문이다. 서초구는 2008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곳을 ‘글로벌 타운’으로 개발하기로 했지만 2011년 LH가 사업구조를 손보는 과정에서 사업이 취소됐다. 2012년에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성뒤마을 도시개발계획 용역을 추진했지만, 2013년 8월 SH공사 이사회에서 용역을 중단시켰다.

대부분 연탄 사용
 
서초구는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 지난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서울시 사전심의에서 부결됐다. 재상정한 2014년도 지구단위계획 수립안도 지난 7일 부결됐다. 서울시는 자연녹지지역에 지구단위계획을 세운 선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연녹지지역은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초구는 여전히 공영개발을 검토하고 있지만 개발 여부는 미지수다.
 
성뒤마을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원활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공영개발할 경우 토지 수용에만 약 5000억원의 보상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뒤마을 일대는 모 교회의 사유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초글로벌타운은?
 
서초구가 추진했던 ‘서초 글로벌 타운’ 계획은 성뒤마을 지역에 외국인 전용 저층 고급아파트 700여 가구와 외국인 학교, 소형 컨벤션센터, 병원 등을 짓는 것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이 단지는 평균 3층짜리 저층 아파트가 건립되고,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설계를 활용해 국내 대표적인 명품 외국인 주거촌으로 만들어 외국 대사관이나 외국 기업 근무자들을 입주시킬 예정이었다. 서초구는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래마을도 인근에 위치한 점을 활용해 일대를 글로벌 문화타운으로 특화해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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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