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가볼 만한 캠핑장 ④경남 고성·거제 오토캠핑장

서정적 분위기 흐르는 가을날의 ‘외박’

고성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은 캠핑과 공룡테마파크 관람을 함께 즐기는 곳이다. 산이 캠핑장 삼면을 겹겹이 에워싸고, 당항포관광지 끝자락이 바다와 맞닿았다. 무엇보다 사이트 크기가 넉넉하고 여유 공간이 많아 편리하다.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사이트를 배정한다. 고성 남산공원 오토캠핑장은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위를 걷는 해안 산책로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주변에 바다낚시나 갯벌체험 등 즐길거리가 많고, 캠핑장 내 캐러밴 시설도 대여한다. 거제도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학동자동차야영장이 있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 위치해 편의 시설이 많다.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훨씬 풍성한 여행이 된다. 토요일마다 라이브 음악 공연도 열린다.

낙엽 깔린 늦가을의 고즈넉한 정취 깃든 캠핑여행
산과 바다가 둘러싼 고성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낙엽이 깔리기 시작하는 늦가을 캠핑 여행은 왠지 서정적인 느낌이다. 자연과 더불어 보내는 가을밤이 어느 때보다 운치 있게 다가온다. 고즈넉한 정취가 깃든 가을날, 경남 고성과 거제를 대표하는 오토캠핑장을 찾았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분위기도 그만이지만, 모두 관리인이 상주하며 이용객 편의와 안전관리에 힘쓴다는 점이 닮았다.

당항포관광지
공룡테마파크

고성을 대표하는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은 공룡을 테마로 색다르게 꾸몄다.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로 유명한 당항포관광지에 위치해 캠핑부터 공룡테마파크 관람까지 일석이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을 이용하면 관광지 입장은 무료다. 공룡세계엑스포 주제관을 비롯해 레이저 영상관, 공룡 캐릭터관, 공룡나라 식물원 등 볼거리가 상당해 캠핑을 마치고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캠핑장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였다. 덕분에 들이쉬는 숨결이 상쾌하고 신선하다. 산이 캠핑장 삼면을 겹겹이 에워싸고, 당항포관광지 끝자락은 바다와 맞닿았다. 현재 공사 중인 당항만 해양 마리나 시설이 완공되면 요트를 비롯한 해상 레포츠 체험도 할 수 있다. 공룡세계엑스포 주제관 옥외 정원에 오르면 이 모든 경관이 한눈에 담긴다. 

2012년 공룡세계엑스포 이후 유휴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만든 캠핑장은 현재 240여 개 사이트가 구축되었으며, 12월경 80여 개가 추가될 예정이다. 캠핑장 부지가 넓어 일반 텐트부터 캐러밴까지 두루 이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이트 크기가 넉넉하고 여유 공간이 많아 안전하며 편리하다. 캠핑장은 A, B, S 세 구역으로 나뉘며(C구역 추가 예정) 구역별로 온수 샤워장과 취사장, 화장실, 전기시설이 고루 갖춰졌다. 관광지 매표소 입구에 위치한 S구역은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해 인기가 많다.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은 전화와 인터넷 예약 모두 불가능하다. 선착순 입실제로 원하는 자리가 있다면 일찍 도착해야 한다. 입실은 오후 2시부터, 퇴실은 정오까지다. 캠핑장은 공룡세계엑스포 기간에는 한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되는데, 아직 먼 이야기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공룡세계엑스포는 3년에 한 번씩 열리며, 다음 엑스포는 2016년 4월부터 5월 말까지 약 50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고성 신원리 해안도로변에 조성된 남산공원 오토캠핑장도 산과 바다를 두루 품어 인기다. 캠핑장 뒤쪽은 고성의 유일한 시민공원인 남산공원이 든든히 받치고, 앞쪽에는 푸른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더구나 캠핑장과 바다 사이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언제 어디서든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피크닉 의자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된다.

어른들은 방파제 낚시, 아이들은 갯벌놀이 만끽
캠핑장서 들리는 음악소리에 풍성한 산책 힐링

캠핑장 앞 바다는 즐거운 놀이 공간이자, 저녁거리를 마련하는 장소가 된다. 어른들은 근처 방파제에서 낚시하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갯벌에 푹푹 빠지며 조개를 캐느라 정신이 없다. 직접 잡은 생선과 조개는 그날 저녁 반찬거리로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진다. 갯벌 체험은 현장 예약 후 참여할 수 있으며, 당일 물때에 맞춰 진행된다. 

남산공원 오토캠핑장은 밤에 더욱 빛난다. 노을이 지고 바다 너머로 어둠이 찾아들면 해안 산책로에 하나둘 조명이 켜진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무 데크를 따라 바다 위를 걸어보자. 때맞춰 캠핑장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산책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캠핑장에서 다양한 음악이 선곡된다.
남산공원 오토캠핑장은 36개 사이트가 구축되었으며, 캠핑장 내 캐러밴 시설도 대여가 가능하다. 화장실과 샤워장, 취사장이 깔끔하게 관리되며 캠핑장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되었다. 캠핑장 예약은 홈페이지나 현장에서 가능하며, 전화 예약은 받지 않는다.

거제도에는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뒤편에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학동자동차야영장이 있다. 다목적 운동장을 비롯해 야외무대, 식기 세척실, 샤워장, 화장실 등 여러가지 시설이 갖춰졌으며 주변에 음식점, 노래방, 편의점, 펜션 등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은 거제 8경 중 하나로, 모래 대신 동글동글한 몽돌이 깔린 해변이 독특하다.
몽돌해변 주변은 휴일에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야영장도 여행에 나선 설렘과 활기로 가득하다. 탁 트인 야외로 나오니 일상의 피로마저 훌훌 날아가는 기분이다. 텐트마다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지나는 이들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한다. 다만 캠핑장 앞 길가에는 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조심시킬 필요가 있다.

탁 트인 풍경에
피로‘훌~훌’

좀 더 풍성한 여행을 원한다면 캠핑장에서 운영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에코에너지존 체험, 친환경 캠핑용품 만들기, 해설사가 동행하는 생태체험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꾸며지며, 관리소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참가 신청하면 된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라이브 음악 공연도 열린다.


야영장 예약은 한려해상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전화나 현장 예약은 불가능하다. 자동차 야영장과 일반 야영장이 구분되며, 예약 후 사이트 변경은 불가능하다. 자동차 야영장은 주차와 전기 시설 사용이 가능한 반면, 일반 야영장은 불가능하다(학동주차장에 주차). 전기시설과 샤워장은 유료로 운영된다. 학동자동차야영장은 애완동물 출입이 금지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1박2일 여행 코스
· 고성

첫째 날 :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혹은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둘째 날 : 당항포관광지
· 거제
첫째 날 : 학동자동차야영장
둘째 날 : 바람의 언덕→신선대→외도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관광고성 http://visit.goseong.go.kr
· 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 당항포관광지(오토캠핑장) http://dhp.goseong.go.kr
·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www.campmecca.com/gscamp
· 학동자동차야영장 http://hallyeo.knps.or.kr (야영장 예약 코너 안 학동자동차야영장)

문의 전화
· 고성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55)670-2234
·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4172
·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055)670-450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고성 : 서울남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 15분 소요.
서울-거제(고현)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www.nambuterminal.co.kr

자가운전 정보
·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고성 TG→남해안대로 배둔 방면→배둔사거리에서 우회전→회진로→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고성 TG→남해안대로→동외로→송학로→송학광장교차로에서 좌회전→남포로→공룡로→남산공원 오토캠핑장
· 학동자동차야영장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통영 IC에서 거제 방면→남해안대로→학동흑진주몽돌해변 방면 우회전→거제중앙로→구천삼거리에서 우회전→연담삼거리에서 좌회전→학동자동차야영장

숙박 정보
·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 고성군 회화면 당항만로, 055)670-4501, http://dhp.goseong.go.kr
·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 고성군 공룡로, 010-5490-5114, www.campmecca.com/gscamp
· 학동자동차야영장 : 거제시 동부면 거제대로, 055)640-2400, http://hallyeo.knps.or.kr
· 허브드라마인펜션 : 고성군 회화면 회진로, 055)673-8580, http://drama-in.com

식당 정보
· 허브드라마인레스토랑 : 퓨전한정식, 고성군 회화면 회진로, 055)673-8580, http://drama-in.com
· 은하수횟집 : 생선회, 거제시 남부면 근포1길, 055)633-1438
· 지중해 : 멍게·성게·해초비빔밥, 거제시 사등면 거제대로, 055)633-5543

주변 볼거리
·고성 : 고성공룡박물관, 엄홍길전시관, 문수암, 고성탈박물관 등
·거제 : 바람의 언덕, 신선대, 소매물도, 장사도, 외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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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