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가볼 만한 캠핑장 ④경남 고성·거제 오토캠핑장

서정적 분위기 흐르는 가을날의 ‘외박’

고성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은 캠핑과 공룡테마파크 관람을 함께 즐기는 곳이다. 산이 캠핑장 삼면을 겹겹이 에워싸고, 당항포관광지 끝자락이 바다와 맞닿았다. 무엇보다 사이트 크기가 넉넉하고 여유 공간이 많아 편리하다.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사이트를 배정한다. 고성 남산공원 오토캠핑장은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위를 걷는 해안 산책로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주변에 바다낚시나 갯벌체험 등 즐길거리가 많고, 캠핑장 내 캐러밴 시설도 대여한다. 거제도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학동자동차야영장이 있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 위치해 편의 시설이 많다.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훨씬 풍성한 여행이 된다. 토요일마다 라이브 음악 공연도 열린다.

낙엽 깔린 늦가을의 고즈넉한 정취 깃든 캠핑여행
산과 바다가 둘러싼 고성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낙엽이 깔리기 시작하는 늦가을 캠핑 여행은 왠지 서정적인 느낌이다. 자연과 더불어 보내는 가을밤이 어느 때보다 운치 있게 다가온다. 고즈넉한 정취가 깃든 가을날, 경남 고성과 거제를 대표하는 오토캠핑장을 찾았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분위기도 그만이지만, 모두 관리인이 상주하며 이용객 편의와 안전관리에 힘쓴다는 점이 닮았다.

당항포관광지
공룡테마파크

고성을 대표하는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은 공룡을 테마로 색다르게 꾸몄다.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로 유명한 당항포관광지에 위치해 캠핑부터 공룡테마파크 관람까지 일석이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을 이용하면 관광지 입장은 무료다. 공룡세계엑스포 주제관을 비롯해 레이저 영상관, 공룡 캐릭터관, 공룡나라 식물원 등 볼거리가 상당해 캠핑을 마치고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캠핑장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였다. 덕분에 들이쉬는 숨결이 상쾌하고 신선하다. 산이 캠핑장 삼면을 겹겹이 에워싸고, 당항포관광지 끝자락은 바다와 맞닿았다. 현재 공사 중인 당항만 해양 마리나 시설이 완공되면 요트를 비롯한 해상 레포츠 체험도 할 수 있다. 공룡세계엑스포 주제관 옥외 정원에 오르면 이 모든 경관이 한눈에 담긴다. 

2012년 공룡세계엑스포 이후 유휴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만든 캠핑장은 현재 240여 개 사이트가 구축되었으며, 12월경 80여 개가 추가될 예정이다. 캠핑장 부지가 넓어 일반 텐트부터 캐러밴까지 두루 이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이트 크기가 넉넉하고 여유 공간이 많아 안전하며 편리하다. 캠핑장은 A, B, S 세 구역으로 나뉘며(C구역 추가 예정) 구역별로 온수 샤워장과 취사장, 화장실, 전기시설이 고루 갖춰졌다. 관광지 매표소 입구에 위치한 S구역은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해 인기가 많다.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은 전화와 인터넷 예약 모두 불가능하다. 선착순 입실제로 원하는 자리가 있다면 일찍 도착해야 한다. 입실은 오후 2시부터, 퇴실은 정오까지다. 캠핑장은 공룡세계엑스포 기간에는 한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되는데, 아직 먼 이야기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공룡세계엑스포는 3년에 한 번씩 열리며, 다음 엑스포는 2016년 4월부터 5월 말까지 약 50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고성 신원리 해안도로변에 조성된 남산공원 오토캠핑장도 산과 바다를 두루 품어 인기다. 캠핑장 뒤쪽은 고성의 유일한 시민공원인 남산공원이 든든히 받치고, 앞쪽에는 푸른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더구나 캠핑장과 바다 사이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언제 어디서든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피크닉 의자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된다.

어른들은 방파제 낚시, 아이들은 갯벌놀이 만끽
캠핑장서 들리는 음악소리에 풍성한 산책 힐링

캠핑장 앞 바다는 즐거운 놀이 공간이자, 저녁거리를 마련하는 장소가 된다. 어른들은 근처 방파제에서 낚시하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갯벌에 푹푹 빠지며 조개를 캐느라 정신이 없다. 직접 잡은 생선과 조개는 그날 저녁 반찬거리로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진다. 갯벌 체험은 현장 예약 후 참여할 수 있으며, 당일 물때에 맞춰 진행된다. 

남산공원 오토캠핑장은 밤에 더욱 빛난다. 노을이 지고 바다 너머로 어둠이 찾아들면 해안 산책로에 하나둘 조명이 켜진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무 데크를 따라 바다 위를 걸어보자. 때맞춰 캠핑장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산책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캠핑장에서 다양한 음악이 선곡된다.
남산공원 오토캠핑장은 36개 사이트가 구축되었으며, 캠핑장 내 캐러밴 시설도 대여가 가능하다. 화장실과 샤워장, 취사장이 깔끔하게 관리되며 캠핑장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되었다. 캠핑장 예약은 홈페이지나 현장에서 가능하며, 전화 예약은 받지 않는다.

거제도에는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뒤편에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학동자동차야영장이 있다. 다목적 운동장을 비롯해 야외무대, 식기 세척실, 샤워장, 화장실 등 여러가지 시설이 갖춰졌으며 주변에 음식점, 노래방, 편의점, 펜션 등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은 거제 8경 중 하나로, 모래 대신 동글동글한 몽돌이 깔린 해변이 독특하다.
몽돌해변 주변은 휴일에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야영장도 여행에 나선 설렘과 활기로 가득하다. 탁 트인 야외로 나오니 일상의 피로마저 훌훌 날아가는 기분이다. 텐트마다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지나는 이들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한다. 다만 캠핑장 앞 길가에는 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조심시킬 필요가 있다.

탁 트인 풍경에
피로‘훌~훌’

좀 더 풍성한 여행을 원한다면 캠핑장에서 운영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에코에너지존 체험, 친환경 캠핑용품 만들기, 해설사가 동행하는 생태체험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꾸며지며, 관리소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참가 신청하면 된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라이브 음악 공연도 열린다.


야영장 예약은 한려해상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전화나 현장 예약은 불가능하다. 자동차 야영장과 일반 야영장이 구분되며, 예약 후 사이트 변경은 불가능하다. 자동차 야영장은 주차와 전기 시설 사용이 가능한 반면, 일반 야영장은 불가능하다(학동주차장에 주차). 전기시설과 샤워장은 유료로 운영된다. 학동자동차야영장은 애완동물 출입이 금지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1박2일 여행 코스
· 고성

첫째 날 :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혹은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둘째 날 : 당항포관광지
· 거제
첫째 날 : 학동자동차야영장
둘째 날 : 바람의 언덕→신선대→외도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관광고성 http://visit.goseong.go.kr
· 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 당항포관광지(오토캠핑장) http://dhp.goseong.go.kr
·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www.campmecca.com/gscamp
· 학동자동차야영장 http://hallyeo.knps.or.kr (야영장 예약 코너 안 학동자동차야영장)

문의 전화
· 고성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55)670-2234
·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4172
·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055)670-450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고성 : 서울남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 15분 소요.
서울-거제(고현)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www.nambuterminal.co.kr

자가운전 정보
·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고성 TG→남해안대로 배둔 방면→배둔사거리에서 우회전→회진로→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고성 TG→남해안대로→동외로→송학로→송학광장교차로에서 좌회전→남포로→공룡로→남산공원 오토캠핑장
· 학동자동차야영장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통영 IC에서 거제 방면→남해안대로→학동흑진주몽돌해변 방면 우회전→거제중앙로→구천삼거리에서 우회전→연담삼거리에서 좌회전→학동자동차야영장

숙박 정보
· 당항포관광지 오토캠핑장 : 고성군 회화면 당항만로, 055)670-4501, http://dhp.goseong.go.kr
·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 고성군 공룡로, 010-5490-5114, www.campmecca.com/gscamp
· 학동자동차야영장 : 거제시 동부면 거제대로, 055)640-2400, http://hallyeo.knps.or.kr
· 허브드라마인펜션 : 고성군 회화면 회진로, 055)673-8580, http://drama-in.com

식당 정보
· 허브드라마인레스토랑 : 퓨전한정식, 고성군 회화면 회진로, 055)673-8580, http://drama-in.com
· 은하수횟집 : 생선회, 거제시 남부면 근포1길, 055)633-1438
· 지중해 : 멍게·성게·해초비빔밥, 거제시 사등면 거제대로, 055)633-5543

주변 볼거리
·고성 : 고성공룡박물관, 엄홍길전시관, 문수암, 고성탈박물관 등
·거제 : 바람의 언덕, 신선대, 소매물도, 장사도, 외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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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