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이상한 동거'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김기춘씨를 임명했을 때 일순간 아연한 생각에 빠져들었었다. 고령(임명 당시 75세)이라는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 중요한 두 가지 측면에서 역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박 대통령이 표방한 대통합과 관련해서다. 이와 관련 김기춘 실장의 전력, 즉 초원복집 사건을 돌아보자. 동 사건은 1992년 대선을 1주일 앞두고 부산의 초원복집에서 기관장들이 모여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김대중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등 관권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사건이다.

동 회합에서 김 실장은 주도적 역할을 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부산·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죽자…지역감정이 유치한지 몰라도 고향의 발전에 긍정적이다."

김 실장은 이 일을 계기로 김영삼정권이 출발하자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를 거쳐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발을 내딛고 출세가도를 달린다.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선거를 유리하게 유도한 대가임은 불문가지로 박 대통령이 천명한 대통합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둘째는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을 왜곡한 장본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철저하게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문세광의 입을 열기 위해 참여했다고 누누이 밝혔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김 실장이 개입할 당시 이미 김일두 수사본부장 지휘로 순조롭게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신직수 중앙정보부장 보좌관이었던 김 실장이 참여하면서 김일성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결국 김 실장은 당시 정권의 입맛에 따라 김일성을 연계시키고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문세광이 육 여사를 저격한 사건으로 결말짓는다.


그러나 동 사건은 김일성이 개입하지 않았다. 아니 전혀 그런 정황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연설명 해보자. 먼저 그 전해 발생했던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인해 김일성은 남한에 대해 이른바 꽃놀이패를 쥐고 있었다.

김대중 납치사건의 부당성을 들어 남한을 상대로 남북조절위 활동과 심지어 남북적십자회담까지 중단하겠다는 압박을 가하며 쥐락펴락 하고 있었다.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역의 현상이 일어났어야 했다.
또한 범인인 문세광을 살펴보자. 당시 23세의 그는 한마디로 세상물정 모르는 천방지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박 대통령을 저격하겠다는 인간이 입국 이후 행사 당일 전까지 청평으로 또 부산으로 호스티스를 동반하고 엽색행각을 일삼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 있다. 문세광은 당일 사용한 권총을 떠나 일찍이 권총 사격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조사받으면서 본인의 입으로도 밝혔지만 당일의 사정을 살피면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제 일탄은 자기 장딴지에 발사하고, 사실 이 정황으로 저격은 물 건너갔지만 이어지는 이탄은 박정희 대통령이 아닌 연설대를 맞춘다. 그리고 응사자세를 취하는 박종규 경호실장을 조준한 실탄은 육영수 여사를 향한다.

그의 총에서 발사된 총알은 모두 자신의 의향대로 타깃에 도달하지 못했다. 즉 권총 사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의미다.  행사 당일 문세광은 차라리 장난꾸러기 꼬마가 장난감 권총을 들고 재롱부리는 듯했다.

당시의 정황이 이런데 김 실장의 작품대로 동 사건이 김일성의 지시에 의했던 걸까. 우스갯소리로 김일성이 약 먹지 않았다면 결코 문세광에게 저격을 지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기에서 김 실장의 행적을 살펴보았다. 대통합에 역행하였고, 비록 당시로서는 국익 차원에서라지만 육 여사의 죽음을 왜곡했다. 상식에 입각해서 바라볼 때 두 사람은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동거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듯 보인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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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