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사라진 김정은 어디서 뭐하나

와병? 풍문의 진위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절뚝거리며 공개석상에 나타났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종적을 감췄다. 그의 신변과 관련된 추측성 보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평양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반도 정세의 급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도 불참했다.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제12기 5차 회의 이후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갑자기 종적을 감춘 김 제1비서를 두고 신변이상설 등 갖은 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각종 설 무성
과연 진실은?
 
지난달 25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불편하신 몸’이라며 김 제1위원장이 현지 시찰 도중 다리를 저는 모습을 내보냈다. 이례적으로 건강이상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제1위원장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참한 적이 없는 최고인민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리까지 절자 뇌어혈, 발목염좌, 통풍 등 구체적 병명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난 29일 홍콩 <동방일보>는 김정은이 측근이자 2인자인 황병서에 의해 연금됐다는 소문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과 관련된 루머는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활발하게 생산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웨이보’ 등에서는 “김정은이 관저에서 친위대의 습격을 받아 구금됐고, 정변은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주도했다”는 내용의 추측성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조명록은 지난 2010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신빙성이 부족해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국장은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 참석 중 국내 언론과 만나 “한미 일각에서 김정은 정권이 불안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 신변이상설에 미국 국무부는 ‘노 코멘트’ 입장을 밝혔다. 30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이 끝난 뒤 국내 언론과 만나 “관련 보도를 보기는 했으나 확인해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당국자들은 불확실한 루머 확산에 따른 특별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같은 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 ‘신화망’은 평양특파원을 인용해 “현재 북한 내부는 모두 정상적이고 평상시와 다른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확인된 루머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언론이 보도한 대로 몸이 불편한 상태라는 점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 있다. 리수용 외무상 등 북한 외교라인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군 내부에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의 묘연한 행방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던 중, 중국 국경절인 지난 1일, 김 제1위원장이 신중국 건립 6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양국의 친선을 강조하는 표현이 빠져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친중파 장성택 처형 이후 냉랭해진 양국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9일 올해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김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축전에서 기존에 강조했던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라는 표현을 생략했다. 북·중 혈맹관계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북한전문대체 <NK지식연대>가 현지 통신원을 인용해 김 제1위원장이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기간 중 중요한 보고는 그의 친여동생 김여정이 대신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지난 3월 최초로 북한 매체상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는 김경옥·황병서와 함께 ‘동지’로 호명돼 남한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부부장을 맡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4일에는 북한매체에 리대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보다 먼저 호명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당 중앙위 부장급 이상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통신원은 김여정의 공식직함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서기실 실장이지만, 사실상 당조직지도부 수장역을 맡고 있으며 당정치국 운영도 관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본인 주도로 지난달 6일 당정치국 긴급회의를 열어 김정은의 집중 치료를 건의했다고 통신원은 덧붙였다.
 
건강이상설 이어 신변이상설 급부상
온갖 억측 난무…각종 풍문 진위는?
 
당시 결정된 사항은 크게 4가지로, ‘봉화진료소와 만수무강연구소는 김정은의 건강을 빠른 시간 내에 원상 회복시키기 위해 의학적 치유에 필요한 기간동안 집중적인 특별진료를 실시’하고, ‘김정은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모든 간부들과 일꾼들은 김정은의 방침과 지시를 책임적으로 추진하고 혁명적으로 관철해 최고수뇌부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는 데 집중’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특히 ‘진료기간 내에 김정은이 마음편히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군대와 당과 국가활동에 제기되는 중요한 보고나 제의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집중’한다는 사항 역시 담겨 있고, ‘당과 군대, 국가활동의 모든 분야에서는 김정은의 집중진료기간을 비상전투시기로 여기고 긴장하게 일하고 혁명적 경각성을 높일 것’이라는 사항도 있다.

‘서한 정치’
요양에 무게
 
김 제1위원장은 이 회의에 참석해, 당정치국 상무위원들의 간청을 듣고 치료 제의를 수락했다고 전해졌다. 통신원은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 그가 향정신성약물을 복용해 현지지도나 촬영 때는 건강이 괜찮아 보이지만, 고도비만으로 인한 심혈관질환과 간기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 8월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북한에서는 경풍(뇌에 이상이 생겨 손과 발, 다리 등을 저는 증상이 수반되는 병)이라 부르는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김정은이 원산과 강동의 가족별장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요양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포린폴리시>는 김정은이 아픈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면서 암살 시도를 우려해 모습을 감췄을 가능성과 가택연금 상태여서 일군의 장성들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 군부 핵심인사들이 체제 전복을 노리고 김정은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쿠데타설까지 나왔다.
 
갖은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외국 의료진이 김 제1위원장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평양을 찾은 정황을 파악했다. 건강에 이상이 있기는 하지만 통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15년 만의 외무상 유엔총회 파견과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유럽 순방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 제1위원장은 서한과 축전을 통해 건재함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청년동맹 초급일꾼대회에 서한을 보냈고 28일에는 리수용 외무상을 통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으로부터 받은 북한 정권 수립 66주년 축전에 대한 답전을 전달했다. 중국 건국 6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정말 건재한 걸까. 오는 10일 열릴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 중 북한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들며 비난공세를 펼친 바 있다.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의 입이야말로 북남관계를 악화시키고 불신과 대결을 조장시키는 첫 번째 화근”이라고 밝혔다. 정책국은 “남조선 땅에 미국상전의 핵탄을 발달시킨 주범이 그 애비이고 유신독재를 그대로 유전받아 미국의 확장된 핵억제 전략 실현에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상전의 핵 타격수단들을 빈번히 끌어들여 우리를 겨냥한 핵전쟁연습에 광분하고 있는 장본인도 다름 아닌 그 애비의 딸인 박근혜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정세 급변 가능성↑
그가 없다면…다음은 누구?
 
정책국은 또 박 대통령의 핵 포기 요구에 “우리 핵 억제력은 이미 초정밀화·소형화단계에 진입한 상태에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미국 놈들의 본거지와 태평양지역의 크고 작은 미제침략군사기지들을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와 수역에서 타격할 수 있는 항시적인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군대와 인민이 억세게 틀어쥔 이 핵 보검을 어째보려고 돌아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처사는 없다”고 항변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통일부를 겨냥해 통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뭇매를 대신 맞아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를 애초에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해 비난하면서 연방제통일방안 지지를 촉구한 것이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김일성 주석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한 지 34돌을 맞이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6·15공동선언에서 북남쌍방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지금 조선반도에서 분열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통일방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남조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집권유지를 위하여 각양각색의 통일론을 들고나와 통일문제를 국제화하려는 남조선당국의 흡수통일 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드레즈덴선언’ 등을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한반도 통일문제를 독일 통일과 결부시키면서 흡수통일의 야망을 드러내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앞서 북한 김일성 주석은 1980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남측에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연방제안)’을 제안했다.
 
지난 2000년 남북은 제1차 정상회담 결과물인 6·15공동선언 제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6·15공동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묘연한 행적까지 겹치면서 한반도 정세는 요지부동이다.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과 무용수 출신 두 번째 부인인 고영희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가족관계는 친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이 있고 그밖에 이볶 누나 김혜경, 이복 형 김정남, 이복 누나 김설송, 김춘송 등이 있다. 그의 출생 정보에 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김 제1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후지모토 겐지는 1983년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그의 유학시절 여권 등을 근거로 84년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 제1위원장은 스위스 김나지움(Gymnasium)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유학 당시에는 ‘박운(박은)’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2004년에는 김정일의 권유로 조선인민군 하전사로 입대해 1년6개월 동안 군복무릏 했다. 이후 하전사에서 곧바로 중장으로 초고속 진급했다. 이후 2010년 9월27일, 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다음 날, 노동당 대표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및 당중앙위원 임명 절차를 거치며 김 제1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통수권 후계자로 공식 확정됐다.

묘연한 행적
향후 정세는?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었다. 이후 2012년 4월11일, 4차 노동당대표회의에서 노동당 제 1비서로 추대됐고, 이틀 후엔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에 추대되어 김정일의 직책을 모두 세습하며 명실상부 최고 권력자로 부상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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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