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가족 여행 ③전북 군산

1930년대로 떠나는 군산 시간여행

전북 군산에서 익산으로 이어지는 2박3일 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바다와 강, 들녘을 따라가며 다채로운 체험이 계속된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의 근대생활관은 일제강점기 군산의 모습이 재현되어 당시 일상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다. 박물관이 자리한 해망로와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도 함께 둘러본다. 시원한 바다 조망을 즐기며 새만금상설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아리울 스토리>를 관람하는 것도 특별하다. 군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문학관과 금강철새조망대를 지나 금강 하구를 거슬러 오르면 익산 웅포에 닿는다. 그윽한 포구의 풍광과 아름다운 낙조를 만나는 곳이다. 운치 있는 들꽃 체험, 자연을 배우는 목장 체험,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의 다도 체험이 기다린다.

<탁류> 초봉이의 설움 담은 도시 군산
시간이 멈춘 그곳...군산의 어제와 오늘
<타짜> 스승 평경장이 고니 가르치던 ‘히로쓰 가옥’
군산 웅포서 금강변의 그윽한 풍광·낙조 감상

1930년대 군산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익산의 자연을 누리는 2박3일 여정은 발길 닿는 곳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이 이어진다. 여행은 군산 내항에 자리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한다. 물류 유통의 중심 기지였던 군산의 역사를 담은 해양물류역사관과 근대생활관을 중심으로 꾸며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1930년대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성장과 수탈의 모순된 역사를 살던 군산의 아픔과 비참한 현실에서 희망의 빛을 찾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초봉이 살던 토막집 재현

전시실 입구로 들어서면 1930년대 군산의 영동상가를 재현한 거리가 펼쳐진다. 개성상인이 많아 송방골목으로 불린 거리에 있던 잡화점, 인력거차점, 형제고무신방, 조선주조주식회사 등이 이어진다. 특히 인력거차점 앞에서는 당시 남학생 교복과 여학생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인력거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인기다.

쌀을 거래하던 군산미곡취인소는 오늘의 증권거래소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미곡 가격으로 일종의 투기를 하던 곳이다. 미두장이라 불리던 이곳은 군산을 배경으로 쓴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여러 인물이 드나들며 투기하고 돈을 잃는 공간이다. 군산미곡취인소 맞은편에는 가난한 조선인이 살던 토막집이 재현되었다. 당시 월명동, 개복동, 창명동 등 산비탈을 따라 토막집이 있었는데, <탁류>에서 여주인공 초봉이가 살던 곳도 콩나물고개 위의 토막집이다.
군산 내항을 재현한 공간에는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실어가기 위해 배를 정박한 모습, 수위에 따라 오르내려서 ‘뜬다리’라 불린 부잔교의 모형을 전시한다. 희망의 공간도 있다. 군산좌는 군산 최초의 극장인 군산극장의 전신으로, 각박한 현실에 즐거움을 주고 민족운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공연이 열리던 문화 공간이다. 군산좌를 재현한 작은 다다미방에서는 흑백영화 <심청전>을 상영한다. 군산 최초의 한국인 중등교육 기관인 영명학교와 군산역을 재현한 공간,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담은 모형도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나오면 오른편으로 구 군산세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군산세관의 역사와 그 역할에 대해 알아보는 의미있는 공간이다. 왼편으로는 군산근대미술관과 군산근대건축관이 이어진다. 각각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 372호)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 374호)으로 사용된 근대건축물로, 일본인이 특혜를 누리며 상권을 장악하는 발판이 되었다. 군산근대미술관과 함께 운영되는 장미갤러리에서는 손수건, 향초 등 여행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을 만들어보자. 군산의 근대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둘러보는 군산근대건축관도 의미 있다.
뒤편의 내항 부둣가에는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자리한다. 실제 사용된 작은 전투기와 군함으로 꾸며진 공원으로, 부잔교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10월 3~5일에는 군산시간여행축제가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진포해양테마공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1930년대 군산을 만난 뒤에는 군산의 오늘을 만날 수 있는 새만금방조제로 향한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시원한 드라이브를 즐기고, 새만금상설공연장 아리울예술창고에서 펼쳐지는 <아리울스토리>를 관람해보자. 바다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공연으로 다채로운 영상과 음악,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져 70여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난다.
비응항으로 가면 군산 앞바다를 수놓은 고군산군도를 돌아보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드넓은 바다 위의 섬들을 돌아보고, 선유도에 잠시 내려 한가로운 바다 산책을 즐겨도 좋다.
여행 이틀째. 군산 원도심에 남은 근대건축물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급경사를 이루는 지붕에 단청을 입히지 않은 대웅전(등록문화재 제 64호)이 독특하다. 대웅전과 요사채를 연결하는 긴 복도 역시 볼거리다.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는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제183호)은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이 촬영된 명소로,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집을 둘러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고우당은 일본식 가옥을 보수해 숙소와 찻집, 식당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잠시 걸음을 쉬며 여유 있게 머물러도 좋다. 군산간호대학교 안에 있는 이영춘가옥(전북유형문화재 제200호), 금강철새조망대와 채만식문학관을 둘러보고 군산 일정을 마무리한다.

일제강점기 아픔 담은 역사의 현장

군산에서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익산의 웅포에 닿는다. 금강 변의 그윽한 풍광을 즐기고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곰이 물을 마시는 형상을 닮아 ‘곰개나루’라 불리는 옛 나루터의 정취도 느껴보자. 금강 변의 여유를 만끽하는 웅포관광지 캠핑장도 캠핑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금강 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목마다 다채로운 체험장이 이어진다. 마지막 날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체험을 추억으로 남겨보자.
함라초당은 수수한 들꽃을 만나고, 꽃잎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향기로운 꽃차 한잔 마시고 산야초 효소 만들기, 구절초 비누 만들기, 꽃차 만들기 등 체험을 만들며 성큼 다가선 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낙농 체험지로 각광받는 장원목장은 치즈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맛있는 과일을 직접 따보는 수확 체험도 할 수 있다. 여름에 수확한 블랙초크베리를 넣어 과일 요구르트를 만들고, 가을을 맞아 한창인 키위도 직접 따서 먹어보자.
익산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함라산림문화체험관은 우리나라 가장 북쪽의 차 재배지와 함께 자리한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아담한 차 밭이 있는 체험관에서 차를 전공한 관장님의 시범에 따라 다도를 배울 수 있다. 창밖 숲의 전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이 특별한 추억이 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당일 여행 코스   [군산 근대 역사 기행]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새만금상설공연장 공연 관람 [익산 체험 여행] 함라초당→함라산림문화체험관→장원목장→웅포관광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동국사→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고우당 [둘째 날] 채만식문학관→금강철새조망대→함라산림문화체험관→장원목장→ 웅포관광지
2박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새만금상설공연장 공연 관람 [둘째 날] 동국사→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고우당→이영춘가옥→채만식문학관→금강철새조망대→웅포관광지 [셋째 날] 장원목장→함라초당→함라산림문화체험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군산근대역사박물관 http://museum.gunsan.go.kr
  ·새만금상설공연장 www.jbopenrun.com
  ·비응항유람선(월명유람선) www.wmmarine.com
  ·채만식문학관 http://chae.gunsan.go.kr
  ·함라초당 www.hamrachodang.com
문의 전화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34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새만금상설공연장 063)282-8398
  ·비응항유람선(월명유람선) 063)445-2240
  ·채만식문학관 063)454-7885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063)859-5778
  ·함라초당 063)856-1364
  ·익산산림조합 함라산림문화체험관 063)862-1910
  ·장원목장 063)862-6693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 하루 9회(05:35~20:35)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새마을호 하루 6회(07:35~17:37)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군산역 앞에서 71번 버스 타고 내항사거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26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3:0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팔마광장터미널 정류장에서 1, 2, 8번 버스 타고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군산고속버스터미널 063)445-3824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IC→구암로 따라 5.52km 이동→구암교삼거리에서 새만금방조제 방향 좌회전→구암로 따라 1.34km 이동→경암사거리에서 비응항·새만금방조제·해양경찰서 방면 우회전→해망로 따라 1.9km 이동→군산근대역사박물관
숙박 정보
  ·고우당 : 군산시 구영6길, 063)443-1042, www.gowoodang.com (굿스테이)
  ·그랜드빌딩 : 군산시 장미1길, 063)445-6789 (굿스테이)
  ·프로방스 : 군산시 가도2길, 063)466-3201 (굿스테이)
  ·나드리게스트하우스 : 군산시 월명로, 063)445-1514, www.군산게스트하우스.kr
  ·(주)왕궁온천 : 익산시 왕궁면 온천길, 063)291-5000, www.wgspa.co.kr (굿스테이)
  ·익산유스호스텔 : 익산시 마한로, 063)850-2000, www.irion.or.kr
  ·미륵산자연학교 : 익산시 삼기면 죽청길, 063)858-2580, www.mireuksan.com
식당 정보
  ·아리랑 : 보리돈가스, 군산시 해망로, 063)442-1207
  ·빈해원 : 짬뽕·물짜장, 군산시 동령길, 063)445-2429
  ·유정초밥 : 초밥, 군산시 대학로, 063)445-9844
  ·만나리식당 : 백반, 군산시 구영4길, 063)446-7016
  ·이성당 : 단팥빵·야채빵, 군산시 중앙로, 063)445-2772
  ·함라산황토가든 : 오리주물럭, 익산시 함라면 백제로, 063)856-3399
  ·미륵산순두부 : 순두부백반,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063)836-8919
  ·전주소바 : 소바·콩국수, 익산시 목천로, 063)842-3288
축제와 행사 정보  군산시간여행축제 : 2014년 10월 3~5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일원,http://festival.gunsan.go.kr
주변 볼거리  월명공원, 은파호수공원, 익산 미륵사지, 익산보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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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