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다시 무대 서는 서태지

이지아 폭로 머리 아파도 ‘갈길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문화대통령’ 서태지가 다시금 대중 앞에 선다. 서태지 소속사 서태지컴퍼니는 “서태지가 9집 활동의 서막이 될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을 10월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득녀와 함께 5년 만의 컴백이다. 주로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이전과 달리 이번엔 대중적인 색깔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40대 아버지가 된 서태지가 신비주의를 어떻게 벗을지 주목된다.

지난 1일 서태지의 소속사 서태지컴퍼니는 “서태지가 9집 활동의 서막이 될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을 10월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9년 발매한 8집 앨범 ‘서태지 에잇스 아토모스’ 이후 5년 만의 컴백이다. 공연명 ‘크리스말로윈’은 크리스마스와 핼러윈의 합성어로 새로운 음악축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서통령 등장
흥분한 팬심
 
앞서 웰메이드예당의 자회사인 쇼21은 서태지의 컴백공연 및 전국투어와 관련한 계약을 체결했다. 서태지는 이번 9집 앨범 발매와 더불어 서울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쇼21 측은 “2009년 이후 5년 만에 개최되는 서태지의 단독공연인 만큼 팬들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는 압도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며 “100억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제작은 과거와 같이 서태지컴퍼니가 주도한다. 규모는 블록버스터급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동원 관객 규모도 압도적이지만 음향세트 등 모든 면에서 최초이자 최고의 공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컴백의 큰 화두는 ‘희망’이다. 지난달 28일 서태지는 서울지하철 2호선 7개 역사 스크린도어에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티저광고를 내보냈다. 1995년 발표해 한 시대를 풍미한 ‘컴백홈’의 가사 일부다. 
 
서태지 측은 “서태지의 원래 팬들은 청소년기에 컴백홈을 들었다. 이들이 지금 30~40대가 됐고 사회의 중추에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아직 우린 젊기에’란 메시지를 보면서 다시 힘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서태지 측은 공연을 위해 록밴드 메탈리카가 월드투어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JBL 최상위기종인 VTX스피커를 국내 공연사상 최대규모로 주경기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적인 스피커디자이너인 폴 바흐만이 방한해 직접 공연음향 디자인을 총 점검할 예정이다. 
 
서태지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초대형 규모의 EPT페스티벌과 서태지심포니 등을 직접 연출한 바 있다. 당시 서태지의 공연은 무대 규모, 연출, 음향 등에서 대한민국 역대 최고로 평가받았다.
 
대중적 음악으로 5년 만에 가요계 컴백
20세기 호령 문화 아이콘…영향력 여전
 
서태지는 이번 공연에서 발매 예정인 9집 정규앨범 수록곡을 처음 공개한다. 데뷔 22주년을 맞아 ‘하여가’ ‘컴백홈’ ‘교실이데아’ ‘너에게’ 등 히트곡도 선보인다. 서태지 측은 공연 규모도 블록버스터급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앨범은 휴머니즘적이고 온기 넘치는 대중적인 프로모션이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떨쳐버리지 못한 신비주의를 벗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태지는 음악 프로그램 및 방송 출연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팬들과의 소통도 과거에 비해 활발해진 편이다. 1년에 한 두 차례 서태지닷컴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부쩍 인사가 잦아진 것이다. 

블록버스터급
압도적 무대
 
이처럼 서태지 컴백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수많은 팬은 물론 주변 뮤지션들까지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특히 이번에 서태지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게 된 스윙스는 “서태지님과 같이 무대에 서다니! 뿌잉뿌잉”이라는 애교 넘치는 발언으로 자신의 음악적 우상과의 역사적 만남에 대한 소감을 재치있게 밝혔다.
 
Mnet <쇼미더머니>로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14년차 래퍼 바스코 역시 “어릴 적 서태지의 음악을 들으며 많은 영향을 받고 자라왔는데 음악적으로 성장하여 함께 한 무대에 서게 된다는 것이 내 음악커리어상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서태지의 컴백무대를 꾸민다는 남다른 사명감을 표했다. 서태지 측은 “서태지 역시 두 실력파 후배들과 함께 하는 무대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팬들은 10월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이다.
 
오는 10월18일 열리는 서태지 컴백무대에서는 9집 신곡 외에도 데뷔 22주년을 맞이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옥같은 명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태지의 컴백 소식이 알려지는 가운데 콘서트 포스터 표절시비가 일기도 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태지의 컴백공연 포스터가 팀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표절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서태지의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 포스터는 무대명 만큼이나 기괴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긴장하라’에서 이응 받침을 따와 보름달의 눈으로 표현했고 순록을 타고 날아다니는 산타를 이용해 입모양을 표현했다. 이는 앞서 1995년 개봉한 <크리스마스의 악몽> 포스터와 흡사한 모습이다. 해당 포스터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하는 공과 루돌프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산타를 이용해 주인공인 해골 잭의 얼굴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이와 관련해 서태지컴퍼니 측은 “서태지 컴백공연 포스터 디자이너에 사실 확인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서태지는 지난 1992년 발매한 1집 정규앨범 타이틀곡 ‘난 알아요’가 밀리 바닐리의 1집 ‘걸 유 노 잇츠 트루’를, 지난 1995년 발매한 4집 정규앨범 타이틀곡 ‘컴백홈’이 사이프러스 힐의 ‘인세인 인 더 브레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시달린 바 있다.
 
공연 ‘크리스말로윈’ 순식간 전석 매진
남다른 무대준비 ‘역대급 스케일’ 예고
 
지난달 27일 서태지컴퍼니 측은 서태지의 득녀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서태지는 “서태지입니다. 단순히 기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벅찬 감정이네요. 현재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라고 산모와 아이의 근황을 전했다. 이어 “산모와 딸에게 고마운 마음뿐이고 멋진 아빠가 되겠습니다.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함께 기다려 준 사랑하는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감사인사를 남겼다.
 

서태지와 배우 이은성은 2008년 서태지 8집 수록곡인 ‘버뮤다 트라이앵글’ 뮤직비디오 촬영 때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은성은 2003년 KBS 2TV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해 영화 <더 게임> <국가대표> 등에 출연했다. 이들은 2013년 8월 비공개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서태지와 이은성의 신혼집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다. 지하1층을 포함해 총 3층짜리로 약 330평 규모를 자랑하는 저택이다. 시가는 50억원으로 2년여 공사를 거쳐 완공됐다. 인테리어 비용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저택 내부에는 약 6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수영장과 음악작업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저택은 방송에도 소개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한 팬이 서태지를 만나기 위해 저택에 무단 침입한 일도 있었다. 당시 한 30대 남성이 서태지 자택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며 주위를 배회하다가, 차고 문이 열리자 잽싸게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내 이은성은 이 상황을 그대로 목격했다.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공포와 쇼크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놀란 이은성은 차분하게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알고 보니 서태지 골수팬이었다. 당시 서태지는 무단 침입한 30대 남성팬을 선처했다.
 
40대 아빠로…
신비주의 벗나
 
결혼 14개월 만에 원조 아이돌에서 아버지가 된 서태지. 이렇게 그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것을 두고 이번 무대에서 아이와 아내를 위한 공연을 선보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서태지에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그에겐 너무나도 질긴 악연, 전처인 배우 이지아가 그렇다. 서태지는 1997년 이지아와 비밀리에 결혼해 2006년 이혼했다. 지난달 이지아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서태지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를 회상하며 이지아는 “머리카락 하나까지 감춰지는 생활이었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다 자유롭지 않았다. 힘들기도 했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며 “가족에게도 7년간 연락을 안 하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털어놔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서태지 측은 이지아가 결혼생활에 대해 밝힌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서태지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나이로) 22세이던 1993년, 16세의 이지아를 그의 친언니를 통해 알게 됐고, 당시 결혼이나 동거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로부터 2년 후(1996년) 가요계를 은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양가 부모의 허락하에 정식 교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태지 측은 특히 <힐링캠프>에서 이지아가 ‘서태지와 만난 후 큰 비밀(결혼)을 안게 됐고 친구는 물론 가족에게도 얘기할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한 사랑은 산에서 내려온 다람쥐한테조차도 들켜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등의 발언에 대해 “지인들은 우리의 교제와 결혼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72년생 아저씨의
아홉번째 공식앨범
 
서태지 측은 “우리가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양가 부모님과 가족, 친척들, 각자의 친구들도 미국 집에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며 “서로 동의하에 언론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많은 지인들은 우리의 교제나 결혼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지아가 서태지를 만난 후 “7년간 가족과도 연락하지 않았다”는 말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사유로 인해 어느 시점부터 상대방(이지아)의 부모님과 연락을 못하게 되기는 했으나 그 사유는 상대방만이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태지컴퍼니 측은 “더 이상은 사실이 왜곡되어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서태지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길고 긴 법정공방을 벌이다 최근 종지부를 찍기도 했다. 과거 서태지는 지난 2002년 ‘컴백홈’ 패러디 음반을 승인한 데 따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탈퇴했다. 이후 2003년 4월 법원에서 협회의 신탁관리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 협회도 2006년 9월 서태지에게 신탁관리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한 바 있다.
 
지난 6월 서태지 측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벌여온 저작권료 공방을 12년 만에 우호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서태지 측은 “본 소송은 비단 서태지의 권리뿐 아니라 대한민국 뮤지션의 권리 신장과 저작권 전반 등에 걸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판례”라며 “여러분의 노력과 관심 덕분이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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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