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잘 나가는 수입차의 그늘

막가는 외제차 “브레이크가 없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이 70% 아래로 떨어졌다. 반대로 국내 등록된 수입차는 100만대를 넘어섰다. 7대 가운데 1대 꼴이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고가 수리비와 보험료, 가격거품, AS 미흡, 할부금융 피해 등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급성장한 수입차 시장의 그늘을 짚어봤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이 각각 42.7%, 26.8%로 도합 69.5%에 그치면서 7년 만에 70% 아래로 떨어졌다. 기아차는 2010년부터 3년 연속 유지하던 30%대 점유율이 지난해 무너졌고 현대차도 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은 기아차가 2007년 20.8%에서 이듬해 23.8%, 2009년 29.5%로 꾸준히 상승하면서 2008년 71.7%로 올라선 뒤 2009년 78.0%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0년 기아차가 31.0%로 오르며 30% 선을 돌파했지만 현대차가 41.0%로 주저앉는 바람에 두 회사 점유율은 72.0%로 추락했다. 2011년 73.8%, 2012년 75.0%로 상승세를 타던 점유율은 지난해 71.1%, 올해 70% 밑으로 떨어졌다.

국산차 3∼6배
수리비 잔혹사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수입차 입지 확대다. 상반기 기준 2007년 4.5%던 수입차 점유율은 12.4%로 3배 가깝게 늘었다. 2008과 2009년 사이 금융위기 여파로 5.7%에서 5.1%로 한차례 하락한 수입차 점유율은 매년 상승세를 탔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 점유율도 모두 수입차에 밀리고 있다. 2007년 상반기 GM대우는 11.1%, 르노삼성자동차 9.3%, 쌍용자동차 4.9%로 수입차 4.5%를 앞섰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수입차 12.4%, 한국GM 9.3%, 쌍용차 4.1%, 르노삼성 3.7%로 수입차가 모두를 제쳤다.


지난 7월2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6월 자동차등록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승용차와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등을 모두 합쳐 100만4665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말 90만4314대에서 6개월 만에 10만351대가 늘었다. 특히 수입차 성장세를 등에 업고 승용차가 9만8394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의 대중화로 업체들의 이익은 늘어가고 있지만 부실한 AS와 턱없이 비싼 부품값, 카푸어를 양산하는 수입차 유예할부 시스템, 국부유출, 비위·탈법 향위 등의 문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수입차 100만 시대를 맞아 <일요시사>가 수입차 급성장의 그늘을 집중 조명해 봤다.

소비자 피해 급증, 사후서비스 개선 시급
여전히 부품값 비공개…가격 인하 미지수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5.4배에 달한다. 부품 값은 6.3배, 공임비는 5.3배, 도장료는 3.4배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차 수리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비싼 부품 값에 있다. 외국에서 직접 들여오는 순정부품의 가격은 관세와 운송비용 등이 더해져 현지보다 2배가량 높아진다.

높은 수리비는 고스란히 손보사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수입차가 늘면서 수입차 사고율이 올라가고 이와 함께 손보사의 수리비 지급이 증가하면서 손보사의 손해율이 증가하는 것.

손보사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지난해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5.1%에 달했다. 흥국화재는 104%, 메리츠화재 99.2%, 더케이손보 98.7%, 롯데손보 97.0%, LIG손보 96.3%, 현대해상 93.3%, 한화손보 92.6% 등 업계 상위권 업체들마저 적정 손해율 77%를 크게 웃돌고 있다. 자동차손해율은 자동차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하는데 업계에서는 77%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80%가 넘으면 이상 신호로 받아들인다.

수입차 보험료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에 비해 2배도 채 되지 않는다. A손보사가 제공한 최초 보험료(34세 1인 운전자, 대인 무제한, 대물 2억원, 2013년 3월11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수입차 보험료는 국산차 대비 1.3∼1.7배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 풀옵션
선택 여지 없다

먼저 6000만원대 모델을 살펴보면 신차 가격이 6880만원인 '에쿠스 VS380 럭셔리' 모델의 최초 보험료는 99만5190원인 반면 신차 가격이 6260만원인 'BMW 520d'의 보험료는 156만2086원으로 1.6배밖에 높지 않다. 가격이 6800만원인 '벤츠 E300 3.5 엘레강스'와 6610만원인 'BMW 528i'도 각각 1.5배와 1.6배 차이에 그쳤다.

4000만원대 국산차인 '제네시스 BH330 모던스페셜'의 최초 보험료와 '폭스바겐cc 2.0TDI' 'BMW 320d'를 비교해본 결과 각각 1.7배와 1.5배밖에 높지 않았으며 3000만원대에서는 1.3∼1.5배에 불과해 국산차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수입차 수리비 부담은 단순히 수입차 고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입차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료 상승을 부담해야 하는 국산차 고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수입차와 국산차 간 보험료 현실화를 통해 국산차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이달 초 자동차 업체들에게 개별 부품 값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격을 공개하고 환율 변동에 따라 분기마다 가격 정보를 갱신하라는 국토부의 지시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 가격을 공개했지만 부품 명을 영문으로만 표시하고 제대로 된 검색기능을 갖추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와 렉서스, 볼보를 제외한 수입차 업체 16곳은 부품명을 대부분 영문으로 표시해 일반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했고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등은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

무리한 할부금융
쉽게 샀다간 큰일

부품 값 공개만으로는 수리비를 인하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품 원가가 아니라 단순히 소비자 가격만 공개한 것이고 부품 값을 낮춘다고 해도 수입차 업체가 공임비를 늘리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차가 비싼 이유를 '브랜드 가치 차이'와 '수입관세'로 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산차인 현대차와 수입차의 브랜드 가치 차이는 좁다. 글로벌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해마다 발표하는 '글로벌 톱 100 브랜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업체 중 7번째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는 2위, BMW는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꾸준히 상승해 왔다. 3위와 7위의 격차가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관세로도 설명이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6260만원에 판매된 BMW 520d를 살펴봤다. 수입차의 수입원가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원가는 알 수 없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원가를 판매가의 60∼7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계산을 해보면 약 4000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유럽차량의 수입관세가 4%인 점을 감안하면 BMW 520d의 관세는 160만원, 원가에 관세를 더해도 4160만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많은 가격 거품은 어디서 온 걸까? 바로 옵션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는 모두 '풀옵션'이다. 소비자들은 가솔린·디젤, 2륜·4륜 중 하나를 고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미국 시장은 다르다. 소위 '깡통차'라고 불리는 옵션 없는 차량부터 세세한 옵션 가격을 모두 공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깡통차'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BMW 528i를 놓고 보면 한국에서는 6740만원, 미국에서는 4만9245달러(5365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우드 소재 스티어링휠은 800달러,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 500달러,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2400달러, 후방 카메라 400달러 등 옵션별 가격도 공개돼 있다. 모든 기능을 더한 풀옵션을 선택할 경우 차량 가격은 7만8320달러(8532만원)에 이른다. 한국에서 BMW 528i는 674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미국에서는 5365만~8532만원 사이에서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리비 대신 내는 손보사·소비자
유예할부로 샀다 카푸어 신세 전락

수입차 업체에서는 고객이 원할 경우 세부 옵션을 넣고 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세하게 옵션을 주문하던 고객들은 차를 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업체의 말에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자동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금(일시불)보다는 할부·대출 등 파이낸싱을 이용해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BMW·벤츠·폭스바겐 등 주요 수입차 업체가 할부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경제력이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할부금융의 유혹에 넘어가 ‘카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을 뜻하는 카푸어가 증가할수록 할부금융사의 배는 불러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할부기간 원금과 이자를 매월 상환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할부금융과 달리 수입차 할부금융사는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은 차량구입과 동시에 차값의 30%를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원금 중 10% 가량을 할부기간 이자와 함께 상환한 뒤 할부기간이 끝나면 60%에 이르는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식이다. 원금유예할부는 차량을 구입하고 3년 후 차를 되팔아 또 다른 차량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걸 맞는 프로그램이지 돈이 없는 사람이 고가의 차를 사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얘기다.

완성차 업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유예할부로 덕을 보는 건 소비자가 아닌 수입차 업체다.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등 국내 5대 수입차 업체의 할부금융사 영업이익은 지난 2년간 34% 급증한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싫으면 말고' 식
비싸고 불편한 AS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만기 시 원금 상황이 어려울 경우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만기 연장시 2%가량 증가한 이자를 내야해 빚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비싼 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AS가 주어져야 맞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지난 7월28일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입수한 2012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자동차 피해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수입차 10만 대당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476대로 국산차 145대의 3.3배에 달했다. 

불만은 대부분 차량품질과 AS에 집중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소비자원이 실제로 접수한 73건 중 64건이 이와 관련돼 있었다.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의 불만이 높은 것은 여전히 정비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입차 업체는 국내 판매량 증가에 발맞춰 2010년 240여곳이던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를 최근까지 100곳 가까이 늘리며 대응했지만 아직도 1곳당 책임져야 할 차량이 3000대에 달하는 등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수리 맡긴 차를 다시 받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리는 게 다반사다. 그마저도 서비스센터가 수도권에 60%가 집중돼 소규모 도시 지역에도 수백개의 정비협력소를 구축해 정비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산차와 대비되고 있다.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급히 찾게 되는 긴급출동서비스 차량을 1대도 보유하지 않은 수입 브랜드도 상당수다. 국내 판매 상위 5개 수입차 브랜드 중 BMW(35대), 벤츠(22대), 아우디(17대)만이 자체 긴급출동 차량을 보유했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등은 자체 차량이나 출동 요원 없이 제휴업체를 통한 견인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AS 수리로 인해 다른 차를 제공받는 대차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차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장기간 빌려 타기도 어렵다. 설령 예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연말이면 이전에 대차된 물량 때문에 빌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서 팔면 끝
사회적 책임 인색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업계 1위에 해당하는 2조1500억원대의 매출에 영업이익은 400억원을 넘겼지만 사회공헌 기부금은 2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매출액의 0.01%도 안되는 수준.

벤츠코리아는 매출액 1조3600억원에 영업이익 424억원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4억5000여만원에 그쳤다. 매출액의 0.03% 수준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와 한불모터스 등은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나 기부금은 전혀 내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도 소극적이다. 지난해 4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르노삼성의 직원 수가 4400여명인 데 비해 영업이익 1090억원을 올린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4개 브랜드의 본사 직원은 도합 40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가 한국지사에서 뽑는 한 해 신규 채용은 3~10여명 안팎에 그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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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