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잘 나가는 수입차의 그늘

막가는 외제차 “브레이크가 없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이 70% 아래로 떨어졌다. 반대로 국내 등록된 수입차는 100만대를 넘어섰다. 7대 가운데 1대 꼴이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고가 수리비와 보험료, 가격거품, AS 미흡, 할부금융 피해 등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급성장한 수입차 시장의 그늘을 짚어봤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이 각각 42.7%, 26.8%로 도합 69.5%에 그치면서 7년 만에 70% 아래로 떨어졌다. 기아차는 2010년부터 3년 연속 유지하던 30%대 점유율이 지난해 무너졌고 현대차도 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은 기아차가 2007년 20.8%에서 이듬해 23.8%, 2009년 29.5%로 꾸준히 상승하면서 2008년 71.7%로 올라선 뒤 2009년 78.0%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0년 기아차가 31.0%로 오르며 30% 선을 돌파했지만 현대차가 41.0%로 주저앉는 바람에 두 회사 점유율은 72.0%로 추락했다. 2011년 73.8%, 2012년 75.0%로 상승세를 타던 점유율은 지난해 71.1%, 올해 70% 밑으로 떨어졌다.

국산차 3∼6배
수리비 잔혹사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수입차 입지 확대다. 상반기 기준 2007년 4.5%던 수입차 점유율은 12.4%로 3배 가깝게 늘었다. 2008과 2009년 사이 금융위기 여파로 5.7%에서 5.1%로 한차례 하락한 수입차 점유율은 매년 상승세를 탔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 점유율도 모두 수입차에 밀리고 있다. 2007년 상반기 GM대우는 11.1%, 르노삼성자동차 9.3%, 쌍용자동차 4.9%로 수입차 4.5%를 앞섰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수입차 12.4%, 한국GM 9.3%, 쌍용차 4.1%, 르노삼성 3.7%로 수입차가 모두를 제쳤다.


지난 7월2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6월 자동차등록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승용차와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등을 모두 합쳐 100만4665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말 90만4314대에서 6개월 만에 10만351대가 늘었다. 특히 수입차 성장세를 등에 업고 승용차가 9만8394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의 대중화로 업체들의 이익은 늘어가고 있지만 부실한 AS와 턱없이 비싼 부품값, 카푸어를 양산하는 수입차 유예할부 시스템, 국부유출, 비위·탈법 향위 등의 문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수입차 100만 시대를 맞아 <일요시사>가 수입차 급성장의 그늘을 집중 조명해 봤다.

소비자 피해 급증, 사후서비스 개선 시급
여전히 부품값 비공개…가격 인하 미지수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5.4배에 달한다. 부품 값은 6.3배, 공임비는 5.3배, 도장료는 3.4배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차 수리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비싼 부품 값에 있다. 외국에서 직접 들여오는 순정부품의 가격은 관세와 운송비용 등이 더해져 현지보다 2배가량 높아진다.

높은 수리비는 고스란히 손보사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수입차가 늘면서 수입차 사고율이 올라가고 이와 함께 손보사의 수리비 지급이 증가하면서 손보사의 손해율이 증가하는 것.

손보사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지난해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5.1%에 달했다. 흥국화재는 104%, 메리츠화재 99.2%, 더케이손보 98.7%, 롯데손보 97.0%, LIG손보 96.3%, 현대해상 93.3%, 한화손보 92.6% 등 업계 상위권 업체들마저 적정 손해율 77%를 크게 웃돌고 있다. 자동차손해율은 자동차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하는데 업계에서는 77%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80%가 넘으면 이상 신호로 받아들인다.

수입차 보험료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에 비해 2배도 채 되지 않는다. A손보사가 제공한 최초 보험료(34세 1인 운전자, 대인 무제한, 대물 2억원, 2013년 3월11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수입차 보험료는 국산차 대비 1.3∼1.7배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 풀옵션
선택 여지 없다

먼저 6000만원대 모델을 살펴보면 신차 가격이 6880만원인 '에쿠스 VS380 럭셔리' 모델의 최초 보험료는 99만5190원인 반면 신차 가격이 6260만원인 'BMW 520d'의 보험료는 156만2086원으로 1.6배밖에 높지 않다. 가격이 6800만원인 '벤츠 E300 3.5 엘레강스'와 6610만원인 'BMW 528i'도 각각 1.5배와 1.6배 차이에 그쳤다.

4000만원대 국산차인 '제네시스 BH330 모던스페셜'의 최초 보험료와 '폭스바겐cc 2.0TDI' 'BMW 320d'를 비교해본 결과 각각 1.7배와 1.5배밖에 높지 않았으며 3000만원대에서는 1.3∼1.5배에 불과해 국산차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수입차 수리비 부담은 단순히 수입차 고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입차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료 상승을 부담해야 하는 국산차 고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수입차와 국산차 간 보험료 현실화를 통해 국산차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이달 초 자동차 업체들에게 개별 부품 값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격을 공개하고 환율 변동에 따라 분기마다 가격 정보를 갱신하라는 국토부의 지시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 가격을 공개했지만 부품 명을 영문으로만 표시하고 제대로 된 검색기능을 갖추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와 렉서스, 볼보를 제외한 수입차 업체 16곳은 부품명을 대부분 영문으로 표시해 일반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했고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등은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

무리한 할부금융
쉽게 샀다간 큰일

부품 값 공개만으로는 수리비를 인하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품 원가가 아니라 단순히 소비자 가격만 공개한 것이고 부품 값을 낮춘다고 해도 수입차 업체가 공임비를 늘리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차가 비싼 이유를 '브랜드 가치 차이'와 '수입관세'로 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산차인 현대차와 수입차의 브랜드 가치 차이는 좁다. 글로벌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해마다 발표하는 '글로벌 톱 100 브랜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업체 중 7번째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는 2위, BMW는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꾸준히 상승해 왔다. 3위와 7위의 격차가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관세로도 설명이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6260만원에 판매된 BMW 520d를 살펴봤다. 수입차의 수입원가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원가는 알 수 없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원가를 판매가의 60∼7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계산을 해보면 약 4000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유럽차량의 수입관세가 4%인 점을 감안하면 BMW 520d의 관세는 160만원, 원가에 관세를 더해도 4160만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많은 가격 거품은 어디서 온 걸까? 바로 옵션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는 모두 '풀옵션'이다. 소비자들은 가솔린·디젤, 2륜·4륜 중 하나를 고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미국 시장은 다르다. 소위 '깡통차'라고 불리는 옵션 없는 차량부터 세세한 옵션 가격을 모두 공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깡통차'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BMW 528i를 놓고 보면 한국에서는 6740만원, 미국에서는 4만9245달러(5365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우드 소재 스티어링휠은 800달러,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 500달러,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2400달러, 후방 카메라 400달러 등 옵션별 가격도 공개돼 있다. 모든 기능을 더한 풀옵션을 선택할 경우 차량 가격은 7만8320달러(8532만원)에 이른다. 한국에서 BMW 528i는 674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미국에서는 5365만~8532만원 사이에서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리비 대신 내는 손보사·소비자
유예할부로 샀다 카푸어 신세 전락

수입차 업체에서는 고객이 원할 경우 세부 옵션을 넣고 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세하게 옵션을 주문하던 고객들은 차를 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업체의 말에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자동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금(일시불)보다는 할부·대출 등 파이낸싱을 이용해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BMW·벤츠·폭스바겐 등 주요 수입차 업체가 할부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경제력이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할부금융의 유혹에 넘어가 ‘카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을 뜻하는 카푸어가 증가할수록 할부금융사의 배는 불러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할부기간 원금과 이자를 매월 상환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할부금융과 달리 수입차 할부금융사는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은 차량구입과 동시에 차값의 30%를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원금 중 10% 가량을 할부기간 이자와 함께 상환한 뒤 할부기간이 끝나면 60%에 이르는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식이다. 원금유예할부는 차량을 구입하고 3년 후 차를 되팔아 또 다른 차량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걸 맞는 프로그램이지 돈이 없는 사람이 고가의 차를 사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얘기다.

완성차 업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유예할부로 덕을 보는 건 소비자가 아닌 수입차 업체다.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등 국내 5대 수입차 업체의 할부금융사 영업이익은 지난 2년간 34% 급증한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싫으면 말고' 식
비싸고 불편한 AS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만기 시 원금 상황이 어려울 경우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만기 연장시 2%가량 증가한 이자를 내야해 빚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비싼 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AS가 주어져야 맞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지난 7월28일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입수한 2012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자동차 피해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수입차 10만 대당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476대로 국산차 145대의 3.3배에 달했다. 

불만은 대부분 차량품질과 AS에 집중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소비자원이 실제로 접수한 73건 중 64건이 이와 관련돼 있었다.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의 불만이 높은 것은 여전히 정비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입차 업체는 국내 판매량 증가에 발맞춰 2010년 240여곳이던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를 최근까지 100곳 가까이 늘리며 대응했지만 아직도 1곳당 책임져야 할 차량이 3000대에 달하는 등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수리 맡긴 차를 다시 받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리는 게 다반사다. 그마저도 서비스센터가 수도권에 60%가 집중돼 소규모 도시 지역에도 수백개의 정비협력소를 구축해 정비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산차와 대비되고 있다.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급히 찾게 되는 긴급출동서비스 차량을 1대도 보유하지 않은 수입 브랜드도 상당수다. 국내 판매 상위 5개 수입차 브랜드 중 BMW(35대), 벤츠(22대), 아우디(17대)만이 자체 긴급출동 차량을 보유했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등은 자체 차량이나 출동 요원 없이 제휴업체를 통한 견인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AS 수리로 인해 다른 차를 제공받는 대차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차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장기간 빌려 타기도 어렵다. 설령 예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연말이면 이전에 대차된 물량 때문에 빌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서 팔면 끝
사회적 책임 인색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업계 1위에 해당하는 2조1500억원대의 매출에 영업이익은 400억원을 넘겼지만 사회공헌 기부금은 2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매출액의 0.01%도 안되는 수준.

벤츠코리아는 매출액 1조3600억원에 영업이익 424억원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4억5000여만원에 그쳤다. 매출액의 0.03% 수준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와 한불모터스 등은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나 기부금은 전혀 내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도 소극적이다. 지난해 4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르노삼성의 직원 수가 4400여명인 데 비해 영업이익 1090억원을 올린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4개 브랜드의 본사 직원은 도합 40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가 한국지사에서 뽑는 한 해 신규 채용은 3~10여명 안팎에 그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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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