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정자 체크기’를 아십니까

‘내 정자 쌩쌩한가’ 직접 관찰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셀프 정자체크기’로 알려진 황당한 제품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정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셀프 정자체크기엔 특수렌즈가 부착돼 있다. 렌즈가 부착된 필름에 정액을 묻힌 뒤 정자의 활동을 육안으로 체크하는 방식이다. 불임 위협에 따른 예비부부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는 현실. 셀프 정자체크기에 돋보기를 대봤다.
 
비뇨기과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정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집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불임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이나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이라면 귀가 쫑긋 할 것이다. 놀랍게도 ‘셀프 정자체크기’가 존재한다. 일본의 상상력이 낳은 신박한 제품이다.

꿈틀꿈틀 ‘안도’
 
최근 모 소셜커머스 사이트 건강·의료기기 항목에 일본에서 특허받은 ‘셀프 정자체크기’가 올라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자체크기에 관심을 보였다. 개당 2만원 미만으로, 할인을 받으면 1만5000원 선에서 구입이 가능한 정자체크기의 구매수를 보니 이미 잘 팔리고 있었다. 제품설명에 앞서 한 편의 동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재생버튼을 누르면 기가 차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판매자가 정자체크기로 본인의 정자를 직접 촬영한 것이다. 판매자는 상품 문의란을 통해 “부끄럽지만 동영상의 정자는 제 정자”라고 밝히면서 “본인의 정자수가 보통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이 정자체크기는 이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쇼핑 사이트에서 판매 중이다.

일본에서의 후기를 보면 재밌는 반응이 많다. ‘얇다. 나의 종(씨)이 보여서 놀랐다’ ‘남편의 정자 상태를 체크해 보고 싶어서 구매했다’ ‘선물로 구입했다. 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한다’ ‘생각보다 잘 보여서 웃겼다. 누워서 사용하면 좋다’ ‘아이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등.
 

그렇다면 정자체크기의 사용방법은 어떠할까. 우선 정자체크기 본체에서 노란색 플레이트를 분리한다. 본체 중심에 렌즈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 분리 후 플레이트 뒷면(검은면)에 투명 스티커를 1장 붙인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정자를 채취한 뒤 미량의 정액을 투명 필름에 바른다. 플레이트를 본체와 단단히 밀착시키면 준비는 끝.
 
그리고 정액이 흐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정자체크기를 형광등이나 백열등 아래서 관찰하면 된다. 햇빛 아래에서 보면 정자의 윤곽이 더 뚜렷하다고 알려진다. 누워서 관찰할 땐 정액이 눈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부착한 채로 정자의 생생한 모습을 촬영할 수도 있다는 것. 관찰 후 관리만 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비뇨기과 안가고 부담 없이 확인
혼전 남성 필수코스로 자리매김
 
저렴한 가격으로 남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자를 체크할 수 있어 반응이 뜨겁다. 단, 의료품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한 효과를 바라는 건 금물. 배송 시 정자체크기가 아닌 ‘건강체크’라고 쓰이므로 당황하지 않고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정자 외에도 식물 화분, 물속 미생물들 또한 관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독특한 정자체크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한 온라인커뮤니티엔 정자체크기 사용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판에 “셀프 정자체크기를 샀다”고 밝힌 A씨는 휴지와 물티슈 등과 함께 정자체크기 구매 인증샷을 올리며 정자 관찰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하나도 안 보여서 엄청 당황했다. 무정자증인 줄 알았다”며 오히려 걱정을 샀다고 토로했다.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자체크기를 물로 씻은 A씨는 첫 번째와는 다르게 두 번째에는 정자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A씨는 “정자들끼리 부딪히는 모습조차도 귀여워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정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마음 한구석이 푹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라며 정자체크기를 극찬했다. A씨의 후기를 보고 정자체크기의 출처를 묻는 이들도 많았다. 후기에 대한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특히 무정자증을 의심하는 남성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사실 ‘정자 검사’는 비뇨기과나 산부인과에서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정자검사가 결혼 전 필수 코스로 떠오른 지 오래다. 과거에는 불임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신혼 전 미리 정자의 이상여부를 확인한다. 정자검사의 검진 비용은 대부분 5만원에서 8만원 선이다.

비실비실 ‘좌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난임 진단자 수는 2004년 2만2166명에서 2011년 4만199명으로 7년 만에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불임 및 난임 진단자 중 남성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불임시대’가 도래하면서 남성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부 비뇨기과, 산부인과는 정자 검사를 주력 검진 프로그램 중 하나로 내세우기도 한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이 셀프 정자체크기의 바람을 몰고 온 것으로 풀이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성 불임 급증…원인은?
 
만혼과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결혼 적령기 남성 불임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진료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불임 치료를 받은 환자 중 35∼44세 남성의 증가율은 연평균 16.2%로 전체 평균(4.2%)의 약 4배를 기록했다. 남녀를 합쳐도 35∼44세의 불임환자 증가율은 연간 12.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 30대 초·중반에 결혼해 2∼3년간 자연임신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30대 후반∼40대 초반에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 환자 증가율이 월등히 높았다. 전체 남성 환자 증가율은 11.8%로 여성 증가율(2.5%)의 5배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성 불임환자가 증가한 건 업무 스트레스, 늦은 결혼, 환경호르몬 등이 원인이다. 불임을 여성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것도 이유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니엘스 스카케벡 교수는 18∼25세 젊은 남성의 5분의 1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아기를 갖기에는 정자 수가 부족하며 이는 지구온난화처럼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DNA가 파괴된 기형 정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스카케벡 교수는 추가적인 임상실험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해야 하지만 치약, 샴푸, 일부 자외선차단제 등에 사용되는 환경호르몬이 내분비기능 장애를 일으켜 임신·출산율이 감소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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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