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TK 라인 강신명 경찰청장 내정자

이번에도 또 정권 꼭두각시 노릇할라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50)이 박근혜정부 두 번째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총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대 1기를 제치고 2기인 강 내정자가 임명된 배경은 무엇일까. 앞으로 강 내정자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로 신뢰를 잃은 경찰 조직을 어떻게 추스를지 주목된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사퇴한 이성한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강신명(50)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6일 내정됐다. 경찰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안전행정부의 추천을 받아 강 서울청장을 면접하고 ‘경찰청장 임명 제청안’에 동의했다.
 
강 내정자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의 신뢰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날이 추락하는 경찰의 위상을 조속히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역대 최연소
경찰대 출신
 
이날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4대 악을 근절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 등으로 실추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임으로 판단돼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 대변인은 “강 내정자는 치안 전문가로 현장 감각과 정책기획 능력을 겸비했으며 업무 열정이 뛰어나고 일선 지휘관 시절 각종 행사나 사건 사고를 무난히 처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강 내정자는 “경찰의 신뢰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내정자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장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안행부 장관의 제청을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강 내정자가 예상대로 이성한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확정되면 앞서 만 50세 8개월로 역대 최연소였던 4대 김화남 청장보다 5개월 더 젊어 50세 3개월로 최연소 경찰청장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동시에 사상 첫 경찰대 출신 경찰수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다.
 
1981년 경찰개혁을 주창하며 문을 연 경찰대는 그동안 간부후보생이 요직을 장악한 탓에 경찰청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 내정자가 청장으로 최종 임명되면 개교 33년 만에 경찰 수장을 배출하게 된다. 앞으로 ‘경찰대 계보’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찰대 출신으로 처음 경찰청장에 발탁된 그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견제론을 뚫고 조직의 화합과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고위직 독식 논란 끝에 경찰대 정원이 축소되는 등 내부 알력이 표면화되고 있는 경찰 조직을 아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끄럽지 못한 수사체계도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경 갈등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신임 경찰청장 내정으로 인해 경찰 내부, 특히 수뇌부의 대폭 물갈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4명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경찰청장 후보에 올랐다가 낙마한 치안정감의 경우 대부분 용퇴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강 내정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나머지 치안정감의 거취에 따라 치안정감 자리는 최대 5개가 생기게 된다. 이 경우 현직 치안감을 비롯해 경무관급의 승진 인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치안감은 전국에 모두 27명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큰 폭의 수뇌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신임 청장 후보는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 최동해(54) 경기청장, 이인선(53) 경찰청 차장, 안재경(56) 경찰대학장, 이금형(여·56) 부산청장 등이었다. 그런데 강 내정자가 자신보다 윗 기수인 경찰대 1기 선배들을 제치고 경찰청장 타이틀을 거머쥔 배경은 무엇일까.
 
사실 청장 후보 0순위는 이인선 경찰청 차장(1기) 등 경찰대 1기생들이었다. 이들이 경찰 여러 보직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후배인 강 내정자가 이를 뛰어넘고 졸업생 중 첫 경찰청장에 오른 것에 대해 경찰 일각에서는 1기생들의 그간 행보에 정부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경찰대 1기 출신들은 그동안 최초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정으로 경찰 내 주요 요직을 뚫었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이 일각에서는 강경파로 비춰졌다고 전해진다.


청와대 몸담은
정치경찰 꼬리표
 
이들에게 이러한 이미지가 굳어진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문제를 제기했던 것이었다. 이를 주도한 것이 경찰대 1기였기 때문이다. 1기 출신 황운하(52) 경무관의 경우 ‘경찰 수사권 독립’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대전중부서장이던 2006년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 측 태도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2007년에는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논란을 수사했던 이세민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도 황 경무관과 동기인 1기 졸업생이다. 그러나 범죄 사안과 별개로, 경찰이 일부러 검찰 고위 간부에 수사의 칼날을 겨눴다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이 여파로 당시 경찰청장 임명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던 또 다른 경찰대 1기 출신 감경량 전 경기청장이 비 경찰대 출신 이성한 경찰청장에 자리를 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첫 경찰대 출신…1기 출신 제치고 낙점
최연소 타이틀 “인사 후폭풍 거셀 듯”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찰대 1기생을 청장으로 임명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가 ‘부담’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찰대 1기생들의 그간 활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부가 세월호 사고와 윤일병 사건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가 산적히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여러 이슈로 주목을 받아온 1기생을 청장으로 임명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1기생들에게 기존에 형성된 이미지 등으로 인해 자칫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것.
 
그러나 강 내정자가 임명되면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경북 의성)에 이어 경찰청장까지 4대 사정기관을 영남 인사가 독식하게 돼 지역 편중인사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환수 국세청장과 강 내정자는 각각 대구고와 대구 청구고를 졸업했다. 주요 사정기관에 자기 사람을 심어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강 내정자는 다른 경찰에 비해 고속 승진했다. 그가 남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다. 강 내정자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와 경찰을 조율하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또 파견 나갔던 정부조직 비서관들이 복귀하는 것과 다르게 경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에 임명됐다. 이후 청와대를 나오면서 초고속 승진을 맛보게 된다. 2013년 12월 경찰 정례인사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임명됐고, 1년도 채우지 않은, 불과 8개월 만에 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전국의 모든 경찰들이 한 번쯤은 꿈꾸는 경찰청장에 그가 내정된 배경에는 이명박정권과 박근혜정권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활약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경찰의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 내정자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정치권 줄서기에 능하다”는 혹평을 받아 왔다. 불편한 오명이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되자마자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벌였던 민주노총·경향신문사 강제진입 사건은 강 내정자의 업무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강 내정자는 당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강제진입 작전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6∼7명을 체포하기 위해 5000명 이상의 경찰력을 투입했지만, 작전은 한 명도 잡지 못한 채 허무하게 실패로 끝났다.

부실 수사는

교체가 능사?
 
강 내정자의 강경기조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5~6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나온 수십만명의 시민을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해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인근에서는 추모의 뜻으로 노란리본을 단 시민을 불심검문하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라 인도로 올라서거나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돌아섰다. 하지만 경찰은 도로의 앞뒤를 모두 막고는 ‘모두 연행하라’며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했다.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박 대통령이 강조한 불법 집회·시위 엄단 기조를 선두에서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강 내정자는 서울경찰청 시절부터 집회시위에 관해 일관적으로 강경책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집회 현장의 불법 행위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의 명령으로 인해 그간 많은 집회와 시위가 철저하게 가로 막혔다. 경찰은 올해 집회시위 등에서 소음유지 명령을 80회에서 96회로 20% 늘렸다.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도 10회에서 34회로 240% 늘렸고, 집회참가자에 대한 사법조치 의뢰도 9회에서 34회로 278% 증가했다.
 
선배들 거취 관심
조직 장악력 관건 
 
반면 강 내정자는 서울청장 재임 8개월 간 112신고 신속 출동을 위한 15개 세부과제를 마련해 관할지역 칸막이를 없애면서 현장 검거율이 60% 증가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낙하산 인사 관행을 수사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뚝심 있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강 내정자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 청구고와 경찰대를 2기로 졸업했다. 서울 송파경찰서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정보국장, 서울경찰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경찰 내 엘리트로 꼽힌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많은 경찰들이 경찰청장 자리를 꿈꾸지만, 지금의 경찰청장 자리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정권의 꼭두각시다. 청와대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 자리가 곧 정권의 방패막이 인 셈이라는 것. 15대 강희락 청장과 16대 조현오 청장을 보면 강 청장은 개인비리로 구속됐고, 조 청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두 사람은 재임 기간 중 “욕 먹는 경찰이 되지 말자”거나 “원칙을 지키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가장 경찰을 욕 먹이고, 원칙을 무시한 사람들로 남았다.

경찰 이미지
회복 가능할까
 
한편, 강 내정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강 내정자는 지난 2008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간 치안사무 협약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제출했다. 진 의원은 이 논문 중일부가 2007년 최종술 동의대 법·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발표한 ‘국가·자치경찰간 협약에 관한 연구’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강 내정자의 논문 103쪽부터 106쪽을 보면 자치경찰 사무의 성격을 자치사무, 위임사무, 공동사무 등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최 교수의 보고서 19쪽부터 33쪽에 걸쳐 기술된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24쪽부터 34쪽까지 ‘우리나라 행정상의 협약 활용 사례’라는 소제목으로 작성된 부분은 최 교수의 보고서 99쪽부터 122쪽까지와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고 진 의원은 강조했다. 다만 강 내정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문에 주석을 달아 최 교수의 보고서를 참고했음을 명시했다.
 
진 의원은 “후보자가 석사학위를 받은 시기는 이미 논문표절 문제로 공직후보자들이 수차례 낙마한 이후”라며 “그럼에도 표절을 했다는 것은 심각한 공직윤리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내정자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자치경찰 사무 성격을 설명하는 부분이 일치한다는 의혹과 관련, “자치경찰 사무 중 위임사무와 공동사무 등은 보편적인 정의 개념으로 특정인의 주장이나 견해가 아니기에 특정 논문의 인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강신명은?]
 
▲ 경남 합천
▲ 대구 청구고 졸업
▲ 경찰대 2기·연세대 법무대학원 석사
▲ 경기경찰청 정보2과장
▲ 서울 송파경찰서장
▲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 경찰청 수사·정보국장
▲ 경북경찰청장
▲ 대통령 사회안전비서관
▲ 서울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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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