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TK 라인 강신명 경찰청장 내정자

이번에도 또 정권 꼭두각시 노릇할라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50)이 박근혜정부 두 번째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총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대 1기를 제치고 2기인 강 내정자가 임명된 배경은 무엇일까. 앞으로 강 내정자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로 신뢰를 잃은 경찰 조직을 어떻게 추스를지 주목된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사퇴한 이성한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강신명(50)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6일 내정됐다. 경찰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안전행정부의 추천을 받아 강 서울청장을 면접하고 ‘경찰청장 임명 제청안’에 동의했다.
 
강 내정자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의 신뢰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날이 추락하는 경찰의 위상을 조속히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역대 최연소
경찰대 출신
 
이날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4대 악을 근절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 등으로 실추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임으로 판단돼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 대변인은 “강 내정자는 치안 전문가로 현장 감각과 정책기획 능력을 겸비했으며 업무 열정이 뛰어나고 일선 지휘관 시절 각종 행사나 사건 사고를 무난히 처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강 내정자는 “경찰의 신뢰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내정자는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장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안행부 장관의 제청을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강 내정자가 예상대로 이성한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확정되면 앞서 만 50세 8개월로 역대 최연소였던 4대 김화남 청장보다 5개월 더 젊어 50세 3개월로 최연소 경찰청장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동시에 사상 첫 경찰대 출신 경찰수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다.
 
1981년 경찰개혁을 주창하며 문을 연 경찰대는 그동안 간부후보생이 요직을 장악한 탓에 경찰청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 내정자가 청장으로 최종 임명되면 개교 33년 만에 경찰 수장을 배출하게 된다. 앞으로 ‘경찰대 계보’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찰대 출신으로 처음 경찰청장에 발탁된 그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견제론을 뚫고 조직의 화합과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고위직 독식 논란 끝에 경찰대 정원이 축소되는 등 내부 알력이 표면화되고 있는 경찰 조직을 아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끄럽지 못한 수사체계도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경 갈등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신임 경찰청장 내정으로 인해 경찰 내부, 특히 수뇌부의 대폭 물갈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4명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경찰청장 후보에 올랐다가 낙마한 치안정감의 경우 대부분 용퇴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강 내정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나머지 치안정감의 거취에 따라 치안정감 자리는 최대 5개가 생기게 된다. 이 경우 현직 치안감을 비롯해 경무관급의 승진 인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치안감은 전국에 모두 27명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큰 폭의 수뇌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신임 청장 후보는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 최동해(54) 경기청장, 이인선(53) 경찰청 차장, 안재경(56) 경찰대학장, 이금형(여·56) 부산청장 등이었다. 그런데 강 내정자가 자신보다 윗 기수인 경찰대 1기 선배들을 제치고 경찰청장 타이틀을 거머쥔 배경은 무엇일까.
 
사실 청장 후보 0순위는 이인선 경찰청 차장(1기) 등 경찰대 1기생들이었다. 이들이 경찰 여러 보직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후배인 강 내정자가 이를 뛰어넘고 졸업생 중 첫 경찰청장에 오른 것에 대해 경찰 일각에서는 1기생들의 그간 행보에 정부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경찰대 1기 출신들은 그동안 최초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정으로 경찰 내 주요 요직을 뚫었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이 일각에서는 강경파로 비춰졌다고 전해진다.


청와대 몸담은
정치경찰 꼬리표
 
이들에게 이러한 이미지가 굳어진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문제를 제기했던 것이었다. 이를 주도한 것이 경찰대 1기였기 때문이다. 1기 출신 황운하(52) 경무관의 경우 ‘경찰 수사권 독립’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대전중부서장이던 2006년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 측 태도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2007년에는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논란을 수사했던 이세민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도 황 경무관과 동기인 1기 졸업생이다. 그러나 범죄 사안과 별개로, 경찰이 일부러 검찰 고위 간부에 수사의 칼날을 겨눴다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이 여파로 당시 경찰청장 임명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던 또 다른 경찰대 1기 출신 감경량 전 경기청장이 비 경찰대 출신 이성한 경찰청장에 자리를 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첫 경찰대 출신…1기 출신 제치고 낙점
최연소 타이틀 “인사 후폭풍 거셀 듯”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찰대 1기생을 청장으로 임명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가 ‘부담’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찰대 1기생들의 그간 활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부가 세월호 사고와 윤일병 사건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가 산적히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여러 이슈로 주목을 받아온 1기생을 청장으로 임명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1기생들에게 기존에 형성된 이미지 등으로 인해 자칫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것.
 
그러나 강 내정자가 임명되면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경북 의성)에 이어 경찰청장까지 4대 사정기관을 영남 인사가 독식하게 돼 지역 편중인사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환수 국세청장과 강 내정자는 각각 대구고와 대구 청구고를 졸업했다. 주요 사정기관에 자기 사람을 심어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강 내정자는 다른 경찰에 비해 고속 승진했다. 그가 남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다. 강 내정자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와 경찰을 조율하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또 파견 나갔던 정부조직 비서관들이 복귀하는 것과 다르게 경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에 임명됐다. 이후 청와대를 나오면서 초고속 승진을 맛보게 된다. 2013년 12월 경찰 정례인사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임명됐고, 1년도 채우지 않은, 불과 8개월 만에 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전국의 모든 경찰들이 한 번쯤은 꿈꾸는 경찰청장에 그가 내정된 배경에는 이명박정권과 박근혜정권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활약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경찰의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 내정자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정치권 줄서기에 능하다”는 혹평을 받아 왔다. 불편한 오명이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되자마자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벌였던 민주노총·경향신문사 강제진입 사건은 강 내정자의 업무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강 내정자는 당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강제진입 작전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6∼7명을 체포하기 위해 5000명 이상의 경찰력을 투입했지만, 작전은 한 명도 잡지 못한 채 허무하게 실패로 끝났다.

부실 수사는

교체가 능사?
 
강 내정자의 강경기조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5~6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나온 수십만명의 시민을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해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인근에서는 추모의 뜻으로 노란리본을 단 시민을 불심검문하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라 인도로 올라서거나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돌아섰다. 하지만 경찰은 도로의 앞뒤를 모두 막고는 ‘모두 연행하라’며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했다.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박 대통령이 강조한 불법 집회·시위 엄단 기조를 선두에서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강 내정자는 서울경찰청 시절부터 집회시위에 관해 일관적으로 강경책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집회 현장의 불법 행위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의 명령으로 인해 그간 많은 집회와 시위가 철저하게 가로 막혔다. 경찰은 올해 집회시위 등에서 소음유지 명령을 80회에서 96회로 20% 늘렸다.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도 10회에서 34회로 240% 늘렸고, 집회참가자에 대한 사법조치 의뢰도 9회에서 34회로 278% 증가했다.
 
선배들 거취 관심
조직 장악력 관건 
 
반면 강 내정자는 서울청장 재임 8개월 간 112신고 신속 출동을 위한 15개 세부과제를 마련해 관할지역 칸막이를 없애면서 현장 검거율이 60% 증가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낙하산 인사 관행을 수사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뚝심 있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강 내정자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 청구고와 경찰대를 2기로 졸업했다. 서울 송파경찰서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정보국장, 서울경찰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경찰 내 엘리트로 꼽힌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많은 경찰들이 경찰청장 자리를 꿈꾸지만, 지금의 경찰청장 자리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정권의 꼭두각시다. 청와대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 자리가 곧 정권의 방패막이 인 셈이라는 것. 15대 강희락 청장과 16대 조현오 청장을 보면 강 청장은 개인비리로 구속됐고, 조 청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두 사람은 재임 기간 중 “욕 먹는 경찰이 되지 말자”거나 “원칙을 지키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가장 경찰을 욕 먹이고, 원칙을 무시한 사람들로 남았다.

경찰 이미지
회복 가능할까
 
한편, 강 내정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강 내정자는 지난 2008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간 치안사무 협약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제출했다. 진 의원은 이 논문 중일부가 2007년 최종술 동의대 법·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발표한 ‘국가·자치경찰간 협약에 관한 연구’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강 내정자의 논문 103쪽부터 106쪽을 보면 자치경찰 사무의 성격을 자치사무, 위임사무, 공동사무 등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최 교수의 보고서 19쪽부터 33쪽에 걸쳐 기술된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24쪽부터 34쪽까지 ‘우리나라 행정상의 협약 활용 사례’라는 소제목으로 작성된 부분은 최 교수의 보고서 99쪽부터 122쪽까지와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고 진 의원은 강조했다. 다만 강 내정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문에 주석을 달아 최 교수의 보고서를 참고했음을 명시했다.
 
진 의원은 “후보자가 석사학위를 받은 시기는 이미 논문표절 문제로 공직후보자들이 수차례 낙마한 이후”라며 “그럼에도 표절을 했다는 것은 심각한 공직윤리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내정자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자치경찰 사무 성격을 설명하는 부분이 일치한다는 의혹과 관련, “자치경찰 사무 중 위임사무와 공동사무 등은 보편적인 정의 개념으로 특정인의 주장이나 견해가 아니기에 특정 논문의 인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강신명은?]
 
▲ 경남 합천
▲ 대구 청구고 졸업
▲ 경찰대 2기·연세대 법무대학원 석사
▲ 경기경찰청 정보2과장
▲ 서울 송파경찰서장
▲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 경찰청 수사·정보국장
▲ 경북경찰청장
▲ 대통령 사회안전비서관
▲ 서울지방경찰청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