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평창’ 맡은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역시 체육통 회장님 “IOC위원도 유력”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로써 지난달 21일 사퇴한 김진선 전 위원장의 빈자리가 메워졌다. 조 위원장은 2009년에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위원장으로 선임돼 2011년 남아공 더반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힘을 보탠 바 있다. 체육계와 인연이 깊은 조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0차 위원총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을 새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평창 지휘봉
“책임감 느낀다”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이날 위원총회에서 위원장 선임은 재적위원 120명 중 93명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 선임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조양호 위원장의 임기는 김진선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2015년 10월18일까지다.
 
조 위원장은 새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모든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대회를 국제 수준에 맞춰 성공적으로 열 수 있다”며 강원 지역을 넘어선 전국민적 성원을 당부했다.
 

경기장 건설 및 마케팅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 조 위원장은 “이제 조직위원장이 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했다. 빠른 시일 안에 업무를 파악해 현안을 처리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직위도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이끌겠다. 경영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니 맡기고 관리해 가겠다”고 말했다. 또 “막힌 곳은 뚫으며 소통하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체육계와의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고 국제 스포츠 인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하다는 일부 반발 기류에 따라 조 위원장이 정부로부터 새 위원장에 낙점됐다. 이제 ‘조양호 위원장 체제’로 앞으로 약 3년여 남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게 됐다.
 
조 위원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갈등 국면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 조직위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조직위원회가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사실상 내정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조 위원장을 낙점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중앙 정부와 강원도 사이의 불협화음 등이 논란이었다.
 
강원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권성동 의원과 염동렬 의원 등은 “강원도와는 한 차례도 협의 없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다가 잡음을 많이 냈다”며 “문체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상위기관으로 군림하려들지 말고 새 조직위원장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힌 곳 뚫어
소통하겠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강원도민 여러분께 절차적인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차관은 “과정이 미숙했지만 더 나은 위원장을 모시고자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조직위원회 등과 충분한 의논을 거쳐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IOC는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조양호 회장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유치 당시의 경험이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대표단은 오는 16일부터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제2회 난징 2014 유스 올림픽’에 참석해 토바스 바흐(Thomas Bach) IOC 위원장과 구닐라 린드버그(Gunilla Lindberg)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발빠른 선임과 조양호 회장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대한 헌신에 대해 감사하며,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 또한 “유치위원회 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을 환영한다”며 “남은 3년 반 동안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위원장직 수락 “성공 개최 최선”
처음 고사 했지만 계속된 권유에 결국 수락
 
조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1일 김 전 위원장이 사퇴한 가운데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됐지만 고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모든 일에 때가 있는 사람의 쓰임도 그와 같다”며 “대외 준비가 후반기로 접어든 반환점에 와 있고, 보다 세밀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전환기적 상황”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과 시스템으로 조직위가 대처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조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조 위원장이 강력히 고사하자 다음 후보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위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한승수 전 총리, IOC 위원을 역임한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다가 뜻밖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 전 차관이 체육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다시금 조 위원장에게 눈길을 돌렸고 국내외 여러 인사는 조 위원장에게 위원장 자리를 권유했다. 
 
지난달 25일 결국 수락의 뜻을 밝히고 다음 날인 26일 오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한진그룹의 당면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을 고사했으나 국내외 여러 인사들로부터의 권고도 있었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IOC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을 맡게 됐다”며 “어렵게 조직위원장을 맡기로 결심한 만큼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 출범한 평창조직위는 김 전 위원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아 약 3년간 이끌어왔다. 당시 조 위원장은 수년간 평창올림픽에 공들여왔으므로, 자신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물먹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조 위원장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나란히 앉아 있었던 김 전 위원장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쳬육계 향한
남다른 애정
 
두 사람의 표정은 엇갈렸다. 조 위원장은 “유치에 성공한 후 온 국민과 함께 기뻐했던 그때의 벅찬 감동의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지혜와 힘을 합해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수장을 맡았고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한다고 발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은 나에게 마치 운명인 것 같다”며 “각계각층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을 지닌 분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진두지휘했다. 그래서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조 위원장은 평창 유치의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이었다. 2007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을 역임한 데 이어 2009년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유치위 공동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평창 알리기에 총력을 다 했다.
 
고문직을 수행할 때만 해도 뒤에서 묵묵히 후원했으나 위원장에 오른 이후엔 확 달라졌다.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원금도 고문 당시 2억5000만원에서 위원장으로 신분이 바뀐 뒤 3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활동 폭 역시 넓었다. 각종 국제 행사에 참석해 평창 홍보에 나섰다. 평창을 위해 참석한 국제행사만 2년간 34개에 달했다. 국내에서 열린 평창 관련 행사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조 위원장이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 중 대부분은 평창 이야기다. 
 
당초 조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정부가 대회 유치에 결정적 공을 세운 조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더구나 올림픽의 경우 보통 유치위원장이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대외 기관·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통상적으로 유치위원장이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유치위를 꾸렸던 조 위원장이 유력해보였다.
 
3년 반 남은 올림픽 진두지휘

지역 넘어 전국민적 성원 당부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 전 위원장이 조직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두 사람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양호 대 김진선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김진선 카드’를 뽑았다. 강원도 사정에 밝은 김 전 위원장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 회장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처음 시작한 사람은 김 특임대사”라며 “김 특임대사가 강원도 출신이시고 초기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도 “김 특임대사는 동계올림픽 기획단계부터 유치 성공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며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평창의 꿈을 가장 현실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위원장에 대해선 “조 회장도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조 위원장은 2009년부터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기까지 큰 힘을 보탰다. 올림픽 개최 준비를 측면에서 지원했던 것이다. 당시 그는 22개 행사 참석을 위해 38만80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유치 활동에 힘을 썼다.
 
이후 2008년 대한탁구협회장, 2012년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각각 선임됐다. 또한 그룹 내에 배구단과 탁구단을 운영하는 등 체육계에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7월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IOC 위원에도 도전했으나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물러난 뒤 후임자로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유치위원장을 지낸 조 위원장이 거론된 배경에는 재계의 대표적인 ‘체육통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은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서 선수들의 사소한 활동까지 큰 관심을 갖고 금전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조 위원장은 국가대표 봅슬레이 팀의 썰매 제작을 직접 지원하는 등 국내 비인기 스포츠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 하기도 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회장님
 
대한항공은 지난 3월 한국체육대·성균관대·인하대 등 국내 대학 전문가들과 미국 남가주대(UCS)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컨소시움을 만들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2·4인승 썰매 동체와 날을 제작하기로 밝혔다. 항공사가 썰매 제작에 뛰어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 위원장이 직접 내린 지시였다. 썰매 제작은 지난 소치올림픽 때 조 위원장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인 강광배 한체대 교수의 대화가 계기가 됐다고 알려졌다.
 
강 교수가 “봅슬레이에서 메달을 따는 국가들은 자체 제작한 썰매가 있다”고 말하자 조 위원장은 “한 번 만들어 볼테니 메달을 꼭 따야 한다”고 흔쾌히 제작을 수용했다. 썰매 제작은 강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산학협력단이 설계·디자인·제작을 담당한 후 시제품을 평가해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테스트 및 보완작업을 거친 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최종 완성품을 만들 계획이다. 
 
최근 들어 조 위원장은 일복이 터졌다. 올해 초부터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챙기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말부터는 한진해운 경영까지 총괄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한 결과 한진해운은 7분기 만에 영업이익을 내는 등 안정화 상태로 접어들었다. 재계 쪽 업무도 많다. 그는 올해 초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장직도 새로 맡았다. 조 위원장은 기업 경영과 조직위원장 활동을 병행 해야하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hlee@ilyosisa.co.kr>
 
[조양호는?]
 
▲인천 출생
▲경복고 졸업
▲인하대 산업공학 학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미국 엠브리리들항공대 명예항공학 박사
▲한진정보통신 사장
▲대한항공 사장
▲한진그룹 부회장
▲전국경제인현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한불최고경영자클럽 위원장 
▲한진그룹 회장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 선정위원회 위원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제20대 대한탁구협회 회장
▲국제항공화물협회 명예의 전당 헌액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
▲피스 앤 스포츠 대사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고문
▲대한체육회 부회장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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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