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평창’ 맡은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역시 체육통 회장님 “IOC위원도 유력”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로써 지난달 21일 사퇴한 김진선 전 위원장의 빈자리가 메워졌다. 조 위원장은 2009년에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위원장으로 선임돼 2011년 남아공 더반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힘을 보탠 바 있다. 체육계와 인연이 깊은 조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0차 위원총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을 새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평창 지휘봉
“책임감 느낀다”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이날 위원총회에서 위원장 선임은 재적위원 120명 중 93명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 선임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조양호 위원장의 임기는 김진선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2015년 10월18일까지다.
 
조 위원장은 새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모든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대회를 국제 수준에 맞춰 성공적으로 열 수 있다”며 강원 지역을 넘어선 전국민적 성원을 당부했다.
 

경기장 건설 및 마케팅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 조 위원장은 “이제 조직위원장이 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했다. 빠른 시일 안에 업무를 파악해 현안을 처리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직위도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이끌겠다. 경영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니 맡기고 관리해 가겠다”고 말했다. 또 “막힌 곳은 뚫으며 소통하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체육계와의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고 국제 스포츠 인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하다는 일부 반발 기류에 따라 조 위원장이 정부로부터 새 위원장에 낙점됐다. 이제 ‘조양호 위원장 체제’로 앞으로 약 3년여 남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게 됐다.
 
조 위원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갈등 국면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 조직위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조직위원회가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사실상 내정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조 위원장을 낙점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중앙 정부와 강원도 사이의 불협화음 등이 논란이었다.
 
강원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권성동 의원과 염동렬 의원 등은 “강원도와는 한 차례도 협의 없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다가 잡음을 많이 냈다”며 “문체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상위기관으로 군림하려들지 말고 새 조직위원장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힌 곳 뚫어
소통하겠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강원도민 여러분께 절차적인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차관은 “과정이 미숙했지만 더 나은 위원장을 모시고자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조직위원회 등과 충분한 의논을 거쳐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IOC는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조양호 회장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유치 당시의 경험이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대표단은 오는 16일부터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제2회 난징 2014 유스 올림픽’에 참석해 토바스 바흐(Thomas Bach) IOC 위원장과 구닐라 린드버그(Gunilla Lindberg)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발빠른 선임과 조양호 회장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대한 헌신에 대해 감사하며,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 또한 “유치위원회 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을 환영한다”며 “남은 3년 반 동안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위원장직 수락 “성공 개최 최선”
처음 고사 했지만 계속된 권유에 결국 수락
 
조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1일 김 전 위원장이 사퇴한 가운데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됐지만 고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모든 일에 때가 있는 사람의 쓰임도 그와 같다”며 “대외 준비가 후반기로 접어든 반환점에 와 있고, 보다 세밀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전환기적 상황”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과 시스템으로 조직위가 대처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조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조 위원장이 강력히 고사하자 다음 후보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위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한승수 전 총리, IOC 위원을 역임한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다가 뜻밖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 전 차관이 체육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다시금 조 위원장에게 눈길을 돌렸고 국내외 여러 인사는 조 위원장에게 위원장 자리를 권유했다. 
 
지난달 25일 결국 수락의 뜻을 밝히고 다음 날인 26일 오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한진그룹의 당면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을 고사했으나 국내외 여러 인사들로부터의 권고도 있었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IOC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을 맡게 됐다”며 “어렵게 조직위원장을 맡기로 결심한 만큼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 출범한 평창조직위는 김 전 위원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아 약 3년간 이끌어왔다. 당시 조 위원장은 수년간 평창올림픽에 공들여왔으므로, 자신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물먹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조 위원장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나란히 앉아 있었던 김 전 위원장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쳬육계 향한
남다른 애정
 
두 사람의 표정은 엇갈렸다. 조 위원장은 “유치에 성공한 후 온 국민과 함께 기뻐했던 그때의 벅찬 감동의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지혜와 힘을 합해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수장을 맡았고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한다고 발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은 나에게 마치 운명인 것 같다”며 “각계각층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을 지닌 분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진두지휘했다. 그래서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조 위원장은 평창 유치의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이었다. 2007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을 역임한 데 이어 2009년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유치위 공동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평창 알리기에 총력을 다 했다.
 
고문직을 수행할 때만 해도 뒤에서 묵묵히 후원했으나 위원장에 오른 이후엔 확 달라졌다.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원금도 고문 당시 2억5000만원에서 위원장으로 신분이 바뀐 뒤 3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활동 폭 역시 넓었다. 각종 국제 행사에 참석해 평창 홍보에 나섰다. 평창을 위해 참석한 국제행사만 2년간 34개에 달했다. 국내에서 열린 평창 관련 행사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조 위원장이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 중 대부분은 평창 이야기다. 
 
당초 조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정부가 대회 유치에 결정적 공을 세운 조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더구나 올림픽의 경우 보통 유치위원장이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대외 기관·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통상적으로 유치위원장이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유치위를 꾸렸던 조 위원장이 유력해보였다.
 
3년 반 남은 올림픽 진두지휘

지역 넘어 전국민적 성원 당부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 전 위원장이 조직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두 사람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양호 대 김진선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김진선 카드’를 뽑았다. 강원도 사정에 밝은 김 전 위원장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 회장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처음 시작한 사람은 김 특임대사”라며 “김 특임대사가 강원도 출신이시고 초기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도 “김 특임대사는 동계올림픽 기획단계부터 유치 성공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며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평창의 꿈을 가장 현실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위원장에 대해선 “조 회장도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조 위원장은 2009년부터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기까지 큰 힘을 보탰다. 올림픽 개최 준비를 측면에서 지원했던 것이다. 당시 그는 22개 행사 참석을 위해 38만80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유치 활동에 힘을 썼다.
 
이후 2008년 대한탁구협회장, 2012년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각각 선임됐다. 또한 그룹 내에 배구단과 탁구단을 운영하는 등 체육계에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7월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IOC 위원에도 도전했으나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물러난 뒤 후임자로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유치위원장을 지낸 조 위원장이 거론된 배경에는 재계의 대표적인 ‘체육통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은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서 선수들의 사소한 활동까지 큰 관심을 갖고 금전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조 위원장은 국가대표 봅슬레이 팀의 썰매 제작을 직접 지원하는 등 국내 비인기 스포츠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 하기도 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회장님
 
대한항공은 지난 3월 한국체육대·성균관대·인하대 등 국내 대학 전문가들과 미국 남가주대(UCS)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컨소시움을 만들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2·4인승 썰매 동체와 날을 제작하기로 밝혔다. 항공사가 썰매 제작에 뛰어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 위원장이 직접 내린 지시였다. 썰매 제작은 지난 소치올림픽 때 조 위원장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인 강광배 한체대 교수의 대화가 계기가 됐다고 알려졌다.
 
강 교수가 “봅슬레이에서 메달을 따는 국가들은 자체 제작한 썰매가 있다”고 말하자 조 위원장은 “한 번 만들어 볼테니 메달을 꼭 따야 한다”고 흔쾌히 제작을 수용했다. 썰매 제작은 강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산학협력단이 설계·디자인·제작을 담당한 후 시제품을 평가해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테스트 및 보완작업을 거친 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최종 완성품을 만들 계획이다. 
 
최근 들어 조 위원장은 일복이 터졌다. 올해 초부터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챙기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말부터는 한진해운 경영까지 총괄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한 결과 한진해운은 7분기 만에 영업이익을 내는 등 안정화 상태로 접어들었다. 재계 쪽 업무도 많다. 그는 올해 초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장직도 새로 맡았다. 조 위원장은 기업 경영과 조직위원장 활동을 병행 해야하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hlee@ilyosisa.co.kr>
 
[조양호는?]
 
▲인천 출생
▲경복고 졸업
▲인하대 산업공학 학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미국 엠브리리들항공대 명예항공학 박사
▲한진정보통신 사장
▲대한항공 사장
▲한진그룹 부회장
▲전국경제인현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한불최고경영자클럽 위원장 
▲한진그룹 회장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 선정위원회 위원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제20대 대한탁구협회 회장
▲국제항공화물협회 명예의 전당 헌액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
▲피스 앤 스포츠 대사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고문
▲대한체육회 부회장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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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