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평창’ 맡은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역시 체육통 회장님 “IOC위원도 유력”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로써 지난달 21일 사퇴한 김진선 전 위원장의 빈자리가 메워졌다. 조 위원장은 2009년에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위원장으로 선임돼 2011년 남아공 더반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힘을 보탠 바 있다. 체육계와 인연이 깊은 조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0차 위원총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을 새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평창 지휘봉
“책임감 느낀다”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이날 위원총회에서 위원장 선임은 재적위원 120명 중 93명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 선임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조양호 위원장의 임기는 김진선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2015년 10월18일까지다.
 
조 위원장은 새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모든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대회를 국제 수준에 맞춰 성공적으로 열 수 있다”며 강원 지역을 넘어선 전국민적 성원을 당부했다.
 

경기장 건설 및 마케팅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 조 위원장은 “이제 조직위원장이 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했다. 빠른 시일 안에 업무를 파악해 현안을 처리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직위도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이끌겠다. 경영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니 맡기고 관리해 가겠다”고 말했다. 또 “막힌 곳은 뚫으며 소통하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체육계와의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고 국제 스포츠 인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하다는 일부 반발 기류에 따라 조 위원장이 정부로부터 새 위원장에 낙점됐다. 이제 ‘조양호 위원장 체제’로 앞으로 약 3년여 남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게 됐다.
 
조 위원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갈등 국면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 조직위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조직위원회가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사실상 내정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조 위원장을 낙점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중앙 정부와 강원도 사이의 불협화음 등이 논란이었다.
 
강원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권성동 의원과 염동렬 의원 등은 “강원도와는 한 차례도 협의 없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다가 잡음을 많이 냈다”며 “문체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상위기관으로 군림하려들지 말고 새 조직위원장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힌 곳 뚫어
소통하겠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강원도민 여러분께 절차적인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차관은 “과정이 미숙했지만 더 나은 위원장을 모시고자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조직위원회 등과 충분한 의논을 거쳐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IOC는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조양호 회장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유치 당시의 경험이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대표단은 오는 16일부터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제2회 난징 2014 유스 올림픽’에 참석해 토바스 바흐(Thomas Bach) IOC 위원장과 구닐라 린드버그(Gunilla Lindberg)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발빠른 선임과 조양호 회장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대한 헌신에 대해 감사하며,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 또한 “유치위원회 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을 환영한다”며 “남은 3년 반 동안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위원장직 수락 “성공 개최 최선”
처음 고사 했지만 계속된 권유에 결국 수락
 
조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1일 김 전 위원장이 사퇴한 가운데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됐지만 고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모든 일에 때가 있는 사람의 쓰임도 그와 같다”며 “대외 준비가 후반기로 접어든 반환점에 와 있고, 보다 세밀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전환기적 상황”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과 시스템으로 조직위가 대처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조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조 위원장이 강력히 고사하자 다음 후보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위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한승수 전 총리, IOC 위원을 역임한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다가 뜻밖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 전 차관이 체육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다시금 조 위원장에게 눈길을 돌렸고 국내외 여러 인사는 조 위원장에게 위원장 자리를 권유했다. 
 
지난달 25일 결국 수락의 뜻을 밝히고 다음 날인 26일 오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한진그룹의 당면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을 고사했으나 국내외 여러 인사들로부터의 권고도 있었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IOC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을 맡게 됐다”며 “어렵게 조직위원장을 맡기로 결심한 만큼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 출범한 평창조직위는 김 전 위원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아 약 3년간 이끌어왔다. 당시 조 위원장은 수년간 평창올림픽에 공들여왔으므로, 자신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물먹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조 위원장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나란히 앉아 있었던 김 전 위원장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쳬육계 향한
남다른 애정
 
두 사람의 표정은 엇갈렸다. 조 위원장은 “유치에 성공한 후 온 국민과 함께 기뻐했던 그때의 벅찬 감동의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지혜와 힘을 합해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수장을 맡았고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한다고 발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은 나에게 마치 운명인 것 같다”며 “각계각층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을 지닌 분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진두지휘했다. 그래서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조 위원장은 평창 유치의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이었다. 2007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을 역임한 데 이어 2009년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유치위 공동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평창 알리기에 총력을 다 했다.
 
고문직을 수행할 때만 해도 뒤에서 묵묵히 후원했으나 위원장에 오른 이후엔 확 달라졌다.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원금도 고문 당시 2억5000만원에서 위원장으로 신분이 바뀐 뒤 3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활동 폭 역시 넓었다. 각종 국제 행사에 참석해 평창 홍보에 나섰다. 평창을 위해 참석한 국제행사만 2년간 34개에 달했다. 국내에서 열린 평창 관련 행사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조 위원장이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 중 대부분은 평창 이야기다. 
 
당초 조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정부가 대회 유치에 결정적 공을 세운 조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더구나 올림픽의 경우 보통 유치위원장이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대외 기관·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통상적으로 유치위원장이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유치위를 꾸렸던 조 위원장이 유력해보였다.
 
3년 반 남은 올림픽 진두지휘

지역 넘어 전국민적 성원 당부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 전 위원장이 조직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두 사람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양호 대 김진선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김진선 카드’를 뽑았다. 강원도 사정에 밝은 김 전 위원장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 회장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처음 시작한 사람은 김 특임대사”라며 “김 특임대사가 강원도 출신이시고 초기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도 “김 특임대사는 동계올림픽 기획단계부터 유치 성공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며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평창의 꿈을 가장 현실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위원장에 대해선 “조 회장도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조 위원장은 2009년부터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기까지 큰 힘을 보탰다. 올림픽 개최 준비를 측면에서 지원했던 것이다. 당시 그는 22개 행사 참석을 위해 38만80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유치 활동에 힘을 썼다.
 
이후 2008년 대한탁구협회장, 2012년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각각 선임됐다. 또한 그룹 내에 배구단과 탁구단을 운영하는 등 체육계에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7월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IOC 위원에도 도전했으나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물러난 뒤 후임자로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유치위원장을 지낸 조 위원장이 거론된 배경에는 재계의 대표적인 ‘체육통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은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서 선수들의 사소한 활동까지 큰 관심을 갖고 금전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조 위원장은 국가대표 봅슬레이 팀의 썰매 제작을 직접 지원하는 등 국내 비인기 스포츠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 하기도 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회장님
 
대한항공은 지난 3월 한국체육대·성균관대·인하대 등 국내 대학 전문가들과 미국 남가주대(UCS)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컨소시움을 만들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2·4인승 썰매 동체와 날을 제작하기로 밝혔다. 항공사가 썰매 제작에 뛰어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 위원장이 직접 내린 지시였다. 썰매 제작은 지난 소치올림픽 때 조 위원장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인 강광배 한체대 교수의 대화가 계기가 됐다고 알려졌다.
 
강 교수가 “봅슬레이에서 메달을 따는 국가들은 자체 제작한 썰매가 있다”고 말하자 조 위원장은 “한 번 만들어 볼테니 메달을 꼭 따야 한다”고 흔쾌히 제작을 수용했다. 썰매 제작은 강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산학협력단이 설계·디자인·제작을 담당한 후 시제품을 평가해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테스트 및 보완작업을 거친 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최종 완성품을 만들 계획이다. 
 
최근 들어 조 위원장은 일복이 터졌다. 올해 초부터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챙기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말부터는 한진해운 경영까지 총괄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한 결과 한진해운은 7분기 만에 영업이익을 내는 등 안정화 상태로 접어들었다. 재계 쪽 업무도 많다. 그는 올해 초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장직도 새로 맡았다. 조 위원장은 기업 경영과 조직위원장 활동을 병행 해야하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hlee@ilyosisa.co.kr>
 
[조양호는?]
 
▲인천 출생
▲경복고 졸업
▲인하대 산업공학 학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미국 엠브리리들항공대 명예항공학 박사
▲한진정보통신 사장
▲대한항공 사장
▲한진그룹 부회장
▲전국경제인현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한불최고경영자클럽 위원장 
▲한진그룹 회장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 선정위원회 위원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제20대 대한탁구협회 회장
▲국제항공화물협회 명예의 전당 헌액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
▲피스 앤 스포츠 대사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고문
▲대한체육회 부회장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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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