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지원이 7년 만에 MBC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여)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그동안 영화를 통해 단아함, 신비한 매력을 선보였던 엄지원은 드라마 <아걸여>를 통해 엉뚱하면서도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단아한 이미지 벗어 던지고 코믹발랄 연기
여자가 본 여자 이야기…공감대 형성 자신
<아결여>는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시즌2 성격의 드라마다. 골드미스들의 일과 사랑, 고민을 다룬 이야기로 2004년 여성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김인영 작가가 다시 참여하는 후속편이다.
“여자가 본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어요. 영화를 하면서 곽경택, 홍상수, 김지운 감독님 등 남자 감독님과 작업을 했는데, 남자가 바라본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서 여자가 만든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특히 김인영 작가의 작품을 보면 여자를 가장 잘 표현하더라고요.”
그녀의 말처럼 <아결여>는 여자들만의 이야기다. 방송기자 이신영(박진희), 동시통역사 정다정(엄지원),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부기(왕빛나) 등 30대 중반 싱글여성들의 삶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낸다. 엄지원이 연기하는 정다정 역은 서른 네 살 미모의 남부러울 것 없는 골드미스지만 진정한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믿는 ‘결혼맹신도’다.
“처음 대본을 받아본 뒤 다정이란 역할이 자칫 밉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얄미운 역할이지만 사랑스럽게 만들어보려고 캐릭터를 잡았죠.”
완벽한 이미지 변신
특히 엄지원은 정다정 역을 통해 그동안 보여왔던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나 깜찍 발랄한 때로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완벽한 이미지 변신이다. 헤어진 옛 남자친구의 집 앞에서 술에 취해 마음껏 ‘진상’을 부리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빵 터짐과 동시에 엄지원에 대한 판타지가 확 깨져버렸다.
“사실 늘 코믹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나도 잘 할 수 있는데’라며 늘 원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워낙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의 이미지가 한결같아 비슷한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거든요. 코믹 연기는 해봤으니 이제는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엄지원은 연예계에서 유난히 재주가 많은 배우로 꼽힌다. 1회에서 선보인 영어실력은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연예정보프로그램 <한밤의 TV연예>를 진행하면서 소피 마르소 내한 당시 직접 영어 인터뷰를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극중 영어 하는 장면이 잠깐 나왔어요. 스케치 정도로만 보여준 게 전부죠. 그것도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에게는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에서 그럴 법하지 않으면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는 스타일리스트와 머리를 맞대고 정다정표 패션을 창출했다. 진주 액세서리를 기본으로 사랑스러운 파스텔톤 원피스가 주를 이루는 정다정 표 패션에 애착이 크다.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도 그렇지만 패션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다정이란 역할이 사랑스런 캐릭터지만 너무 블링블링하면 동시통역사란 직업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러블리하면서도 엣지를 살릴 수 있는 의상을 연구했죠. 과거 <극장전>이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했을 때도 제가 가진 의상을 입었었어요.”
잘 챙겨주는 남자 “좋아”
극 중 정다정처럼 실제 서른 네 살인 엄지원은 정다정과 비슷한 면이 많다. 그는 이번 작품을 만나면서 이상형과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아직 철이 안 들었다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는 느낌을 중요시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신앙을 공유하는 것이고요. 나이가 드니 취향이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건 코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배우자의 궁극적인 조건은 인생의 마지막 고리를 함께 바라보며 같이 걸어갈 사람을 만나는 것이잖아요. 주변 여자들에게 까칠하지만 저를 잘 챙겨주는 착한 남자면 딱이죠. 그런데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알맞은 때에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