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탕웨이·김태용 러브스토리

감독과 배우 “영화 찍다 눈 맞았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중국 여배우 탕웨이(34)와 영화 <만추>의 김태용(44) 감독이 공식적으로 결혼을 발표했다. 갑작스런 소식에 양국의 팬들은 놀란 모습이다. 두 사람은 2009년 영화를 찍으며 처음 만났다. 그리고 2012년 11월 열애설을 부인했지만 결국 지난 2일 “가을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알려왔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국경을 넘은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이루어진 걸까.


지난 2일 영화 <만추>의 김태용 감독의 소속사인 (주)영화사 봄은 “중국 여배우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이 결혼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영화 <만추>에서 함께 작업한 김 감독과 탕웨이는 그 이후에도 좋은 친구로 지내오다가 지난해 탕웨이가 <만추> 촬영 이후 작년에 광고 촬영을 위해 내한했을 때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깜짝 발표
폭발적 반응
 
탕웨이와 김 감독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웠고 올 가을 결혼식을 올린다. 이들은 가족과 친지 등 가까운 지인들의 축복 속에 비공개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다.
 
영화사 봄은 “영화 <만추>에서 함께 작업한 두 사람은, 영화 작업 이후에도 좋은 친구로 지내왔다. 2013년 10월, 광고 촬영을 위해 탕웨이가 내한했을 때 두 사람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은 이제 부부로 인연을 맺는다”고 밝혔다.
 
김 감독과 탕웨이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사랑을 싹 틔운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탕웨이는 외국인 배우로는 최초로 지난 2012년 10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탕웨이와 김 감독은 지난 2012년 해운대의 명물 포장마차 촌에서 함께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다정한 시간을 보냈다. 모자를 눌러쓰고 캐주얼 차림으로 포장마차에 나타난 탕웨이는 일행과 그곳을 찾은 많은 국내 배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캐주얼한 복장에 모자를 눌러쓰고 편안하게 거리를 활보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또한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11월 탕웨이의 경기도 분당 자택 매입설이 돌며 열애설에 휩싸였으나 양측 모두 이를 부인한 바 있다. 탕웨이는 2012년 7월 경기도 분당에 13억원 상당의 토지 150평을 매입해 7월 자신의 명의로 등기등록을 마쳤다. 탕웨이는 이를 위해 ‘6’으로 시작하는 외국인 주민번호까지 발급받았다.
 
탕웨이가 사들인 분당 구미동 땅은 김 감독의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과 나는 좋은 친구일 뿐”이라며 “영화 <만추>를 찍으며 나를 잘 이끌어주고 지도해줘 그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나는 요즘 새 영화 준비로 바쁘다”고 밝혔으며, 김 감독 측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영화사 봄에 따르면 열애설이 보도된 당시 두 사람은 작품으로 이어진 ‘친구’ 관계였다. 봄 측은 2013년 10월 광고 촬영을 위해 탕웨이가 내한했을 당시 김 감독과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으며, 이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워오다 부부로 인연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영화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고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친구가 되었고 연인이 됐다. 이제 남편과 아내가 되려고 한다. 물론 그 어려운 서로의 모국어를 배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어려움은 또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영화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증인이 될 것이다. 우리를 격려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세상의 모든 소중한 인연이 다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측근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날 오전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린 뒤 중국으로 곧장 출국했다. 김 감독은 중국에 도착해 탕웨이 가족과 정식으로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결혼 날짜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과 배우

오작교 <만추>
 
탕웨이와 김 감독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언론뿐 아니라 중국 언론들도 앞다퉈 속보로 이 소식을 내보냈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망>은 “2012년에는 좋은 친구사이라고 하더니 이제 결혼한다”며 “한국의 영화 관계자들은 지난해 부산 영화제에서도 김 감독과 탕웨이를 자주 목격했다고 한다. 또 탕웨이가 한국 경기도 분당에 토지를 매입한 것도 이들의 관계와 관련이 있었다. 김 감독도 베이징에 올해 자주 들렀다”며 이들 결혼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에는 탕웨이와 김 감독의 결혼 기사에 20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려 중국 내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탕웨이와 김 감독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 중 30.8%는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놀랐다’고 반응했다. ‘김태용 감독이 누구냐’가 30.1%로 2위에 올랐으며 3위는 25.7%가 응답한 ‘여신의 결혼을 축복한다’ 등으로 나타났다.
 
조만간…깜짝 결혼 발표에 한중 ‘발칵’
설마 했는데…이미 감지된 핑크빛 기류
 
탕웨이의 전 남자친구였던 텐위의 반응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또한 ‘시나닷컴’은 “탕웨이의 전 남자친구인 텐위와 연락했다”며 “텐위는 탕웨이의 결혼 소식에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반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텐위는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배우로, 탕웨이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연인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2007년 9월 탕웨이가 영화 <섹, 계>를 찍은 후 헤어졌다. 당시 텐위가 탕웨이의 농도짙은 베드신 연기를 탐탁지 않게 여긴 것이 결별 이유로 알려진다. 
 
대만 출신 가수 겸 배우 왕리홍은 중국 SNS 웨이보에 “축하해요 탕웨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황금시대>에 함께 출연한 펑샤오펑 역시 “축복! 행복!”이라며 탕웨이 결혼소식에 축하를 전했다. 영화 <건당위업>을 연출한 허핑감독은 탕웨이와 함께 작업했던 때를 회상하며 “10여년 전 컬럼비아 영화사 중국지사를 담당할 때 동료가 여학생을 데려왔다. 입시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가 오늘 결혼한다고 발표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어느덧 결혼을 앞두고 있을 만큼 자란 탕웨이에 감회를 전했다.
 
국내 영화계도 중국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영화 <화차> <발레교습소> 등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은 “제수씨가 탕웨이가 될 줄 몰랐다”며 “현빈을 내버려두고 김태용이라니, 여신과 결혼했으니 ‘노팅힐’인가”라며 부러움 섞인 축하인사를 건넸다. 영화 노팅힐은 평범한 남성과 세계적인 여배우의 사랑을 다룬 영화로 이 둘을 연상시킨다.
 
영화 <방가방가>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등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탕웨이가 아니라 미안하다며 닭백숙을 내왔다. 나도 김태용이 아니니 괜찮다며 열심히 닭백숙을 먹었다. 우리의 눈물로 소금 간은 필요치 않았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탕웨이는 김 감독과 한국영화 작업을 또 하려 했었다고 전해진다.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신과 함께>에 출연하려 했었다. 김 감독뿐 아니다. 많은 한국영화 감독들이 탕웨이와 작업을 하고 싶어 했다. 그 만큼 탕웨이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그를 바라보는
부러운 시선들
 

탕웨이의 연예계 활동은 꽤 오래됐다. 10대 시절 모델로 활동했던 그녀는 베이징중앙희극학원에서 착실히 수업을 들었고, 2004년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미스 월드 베이징 대회에 출전해 5위에 입상했다. 이후 TV드라마나 연극 등에 출연하던 중 드디어 2006년 CCTV 영화채널에서 수여하는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리안 감독의 <색, 계> 오디션은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베이징과 홍콩을 오가며 모두 5번의 오디션을 봤다. 그러다 마음을 비우고 지방에 내려가 있던 그녀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탕웨이는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는데 빨리 다시 홍콩으로 오라고 하더라. 난 또 6번째 오디션 연락으로 생각하고 ‘이미 5번이나 봤는데 뭐 한번 더 못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홍콩으로 갔다. 그런데 한참 시키는 대로 하다보니 오디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안 감독이 조용히 카메라 앞에 서라고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탕웨이는 약 1만명의 오디션 참가자 중에서 주연으로 캐스팅 됐다. 그녀는 친일파 핵심인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를 암살하려는 여자 스파이 ‘왕치아즈’ 역을 연기하면서 파격적인 성 묘사를 보여줘 큰 화제가 됐다. 양조위와 비교해도 당당히 ‘주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표정과 몸짓은 살아 있었다.
 
<색, 계>가 제6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탕웨이는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후 대만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제44회 대만 금마상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8년 3월, 탕웨이가 출연한 TV광고가 중국의 국가 방송 영화 텔레비전 총국의 지시로 방영이 금지됐다. 이유는 당시 중국에서 <색, 계>를 둘러싸고 농도 짙은 정사신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
 
또한 <색, 계>는 1939년부터 1940년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탕웨이의 친일논란은 중국 문화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 영화계는 탕웨이의 영화출연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영화 팬들은 ‘반일’ 보다는 ‘여신’을 선택할 정도로 이미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같은 해, 탕웨이는 홍콩 정부의 우수 인재 영입계획에 따라 홍콩 영주권을 받았다.
 
영화 <만추> 인연으로

국경·나이 넘은 사랑
 
이후 2009년 11월, 김 감독의 영화 <만추>의 리메이크판에서 수감된 지 7년 만에 특별 휴가를 나온 여자 ‘애나’ 역으로 캐스팅 되어, 상대 배우 현빈과 미국 시애틀을 배경으로 촬영에 임했다. 영화 개봉 이후에는 한국 광고 출연과 2012년 제17회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안성기와 개막식 사회를 맡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한국에서 사랑 받는 대표적인 중화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개봉 예정인 마이클 만 감독의 <사이버>에서는 크리스 헴스위스의 연인 역을 맡아 헐리우드에 진출했다.

영화 <노팅힐>
현실판으로…
 
김 감독은 올해로 마흔 여섯 살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탕웨이와의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동안외모를 자랑한다. 평소 시사회나 영화제에서 포착된 김 감독은 큰 키, 작은 얼굴, 깔끔한 인상이다. 또 남다른 패션 센스를 발휘하며 ‘훈남’ 이미지를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3년 간 취업을 하지 않았다. 그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비교적 넉넉한 집안 배경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전해진다.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었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 유명 영화감독들을 배출해낸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13기로 졸업하고 호주로 떠나 국립영화학교에서 공부했다. 영국에서 유학했던 탕웨이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김 감독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김 감독은 조근 조근한 말솜씨로도 유명하다. 
 
김 감독은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했다. 흥행까지는 아니었지만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가족의 탄생>이 현대사회의 새로운 가족의 정의를 제시하면서,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 대종상영화제에서 시나리오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탕웨이와의 인연이 시작된 영화 <만추>는 한국남자와 중국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감독은 탕웨이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만추>가 호평을 받으면서 김 감독은 입지를 굳혔다. 지난 5월에는 옴니버스 3D영화 <신촌좀비만화>의 세 번째 이야기 <피크닉>을 연출했다. 가벼우면서도 재기발랄한 연출 능력도 보여준 것이다. 
 
 
<khlee@ilyosisa.co.kr>
 

[탕웨이는?]
 
▲베이징중앙희극학원 
▲중국 백화상 우수 여배우상
▲제12회 시네아시아 어워즈 올해의 아시아여자스타상
▲제44회 대만 금마장 최우수신인상
▲제4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제11회 중화권영화미디어대상 여우주연상
▲제3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연기상
▲제12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우수연기상
▲제3회 올해의 영화상 여우주연상
▲제5회 중국 영화감독협회 올해의 여배우상
▲제21회 베이징대학생영화제 여우주연상
-출연작
2006 <여인부곡> <생우육십년대>, 2007 <색, 계>, 2010 <크로싱 헤네시> <만추>, 2011 <동려군> <건당위업> <무협>

[김태용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사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교수
▲배리어프리영화제 홍보대사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여고괴담2)
▲제27회 청룡영화상 감독상(가족의 탄생)
▲제44회 대종상영화제 감독상(가족의 탄생)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제45회 영화의 날 유망감독상
▲제20회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만추>)
▲그린산타상
▲제31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영화부문
-대표작
2006 <가족의 탄생>, 2010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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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