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서울대 총장되는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지식한 이미지 서울대 ‘과연 변할까’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대학교 신임 총장 최종후보자에 성낙인(64) 법과대학장이 선출됐다. 서울대 총장 선거는 교직원이 뽑는 직선제였지만 2011년 법인화가 되면서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뀌었다. 이번 총장은 서울대 첫 간선제 총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성 후보자는 향후 교육부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7월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19일 오후 4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호암교수회관에서 2014년도 제6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비공개 투표를 통해 제26대 총장 최종후보자에 성낙인 교수(64)를 선출했다. 2011년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이 등장하는 만큼, 학내에서 새 총장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다. 교수채용 비리, 인재 이탈, 국공립대 통합 논란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은 서울대를 새 총장이 어떻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꼽힌다.

역대 총장 모두
순혈주의 못깨
 
앞서 총장추천위원회는 5월 초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강태진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성낙인 교수,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오세정 교수를 3명의 총장후보자로 이사회에 추천하였으며, 이사회는 13일 개최된 제5차 이사회에서 면접을 실시하고, 이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에 따라 재적이사 과반수를 득표한 성낙인 교수를 최종 총장후보자로 선출했다.
 
성 후보자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에서 재적 15명 중 과반인 이사 8명의 표를 얻어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4표를,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는 3표를 각각 득표했다. 앞서 성 후보자는 대학의 분권형 운영체계 및 대학 자치, 학생상담학점제 도입을, 오세정 교수는 서울대의 공공성 강화와 입시제도를 통한 중·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강태진 교수는 학부교육 강화, 학내 연구진과 외부 산업을 잇는 SNU C&D(Connect & Development) 도입을 주요정책으로 내세웠다. 앞선 평가에서는 오세정 교수가 1위, 강태진 교수와 성 후보자가 공동 2위를 했다.
 

서울대는 지난 2월부터 오연천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외부 인사 3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를 꾸려 새 총장을 뽑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총장추천위원회는 12명의 예비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소견발표와 정책평가 등을 거쳐 4월 말 성 후보자와 강 교수, 오 교수를 후보자로 압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 성 후보자는 2012년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처음 간선제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서울대호의 수장을 맡게 됐다. 이전 선거는 서울대 교직원들의 직선제로 치러졌다.
 
서울대는 국립대 체제에서 지난 1991년 이후 직선제 방식의 총장 선출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법인화 이후 간선제로 선출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성낙인 후보자는 그동안 총장추천위원회가 주최한 소견발표회와 정책평가회에서 “인간성 회복과 인간 존엄이라는 지성인 최고 덕목의 구현을 목표로 선한 인재를 양성하며, 모교의 모든 법인을 아우르는 거버넌스를 재정립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헌법학자인 성 후보자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의 자율성과 발전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자치의 이념을 구현하겠다”며 “단과대학과 대학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분권형 운영체제를 확립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대 출신 교수 임용을 확대하고 연 500만원의 교수 바우처 시행, 서울대 과밀화 해소를 위해 대운동장 지하개발 등을 제안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의 법정 유형을 연구병원에서 교육병원으로 바꾸면 연 460억원가량 내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국고 출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받기 위해 매년 15% 증액이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조치 강화 방안도 공약했다. 임기 4년간 발전기금 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서울대가 2020년에 세계 20위 대학, 2030년에 세계 10위 대학으로 부상하는 ‘2020-20 프로젝트’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인문계 출신 총장으로서 간과하기 쉬웠던 기초학문 육성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다보니 이사회 최종 투표에서도 법적 한계를 보완하면서 기초학문을 육성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내에서 성 후보자는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포용할 줄 아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S 출신
화려한 경력
 

과거 성 후보자와 대학 내에서 업무를 해 본 경험이 많은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성 교수는 굵직굵직한 선을 긋는 사람이고 세세한 부분은 실무진에 전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서울대 교수는 “아무리 어려운 사안이 있더라도 시간을 안 끌고 결정하기 때문에 밑에서 일하기 편하다”며 “정·관계 인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성 교수에게는 오는 7월 서울대 총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였기 때문에 성 후보자가 내세운 정책과 비전에 반대하는 학내 세력을 설득하고 포용해 나가는 작업을 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지난 4월 총장추천위원회 1차 평가에선 1위를 차지해 여유 있게 총장예비후보 5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으로 이뤄진 정책평가단 투표에선 꼴찌에서 두 번째인 4위를 차지했다.
 
직선제서 간선제로 바뀌고 첫 수장
앞으로 당면과제 산적 “전체 개조”
 
성 후보자는 교육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기다리고 있지만, 최종후보자가 사실상 차기 총장이 된다. 신임 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20일부터 4년이다. 이번 총장 선거는 서울대 법인화 이후 처음 치러지는 간선제 선거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전 총장 선거는 서울대 교직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치러졌다.
 
최근 선출된 진보교육감의 ‘국공립대 통합’ 공약에 따라 서울대 폐지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신임 총장에게는 서울대의 위상을 지켜야 하는 임무도 주어졌다. 성 후보자는 지난 2010년 25대 총장 선거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그러나 재수 끝에 서울대 제26대 총장에 올랐다. 
 
성 후보자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3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82년 동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87년 프랑스파리2대학교에서 국내공법(헌법학)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2000년 서울대 법대 교무부학장·법학부장을 거쳐 2004년 법대 학장을 지냈다. 2002년 서울대 교수협의회 이사와 2008년 서울대 평의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저명한 헌법학자인 성 신임 총장은 2005년 헌법재판소 자문위원과 2006년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지냈다. 2009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지냈다. 2009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2010년에는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와 통일부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성 후보자는 2005년 노무현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2012년 한국헌법학회와 지난 2월 대한민국법률대상위원회에서는 각각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학자일 때 쓴 저서로는 <프랑스헌법학과 언론정보법> <선거법론> <한국헌법사> <헌법소송론(공저)> 등이 있다.
 
“국민의 사랑받는 
대학교 만들겠다”
 

서울대 총장 선거의 간선제 전환은 정부가 국립대 총장 직선제의 폐단인 돈선거와 파벌주의 등을 고치기 위해 권고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서울대는 올해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KS(경기고·서울대)’ 총장 전통이 이어졌다.
 
실제 최종 후보에 오른 3명 모두 ‘KS(경기고·서울대)’ 출신으로 순혈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역대 서울대 총장 7명 중 5명이 경기고 출신이다. 22대 이기준(서울대 사대부고), 20대 이수성(서울고) 총장만 다른 고등학교를 나왔다.
 
선출 규정을 정하는 문제도 기준이 없다 보니 후보가 원하는 대로 이뤄져 지나치게 복잡한 룰이 탄생한 점이나 흑색선전, 포퓰리즘이 사라지지 않은 점 등도 첫 간선제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당면 과제
산적한 서울대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서울대 전체교원 2164명 중 1832명(84.7%)이 모교 출신이다. 이는 39개 국립대 평균(31.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엔 서울대 신규채용 교수 48명 가운데 36명이 서울대 학부 출신이었으며, 서울대 학부 출신 교수 중 36%는 석·박사 학위도 모두 서울대에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내 모 대학의 한 교수는 “채용 과정의 폐쇄성은 인맥으로 점철된 서울대 순혈주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의 개혁 없이 서울대의 혁신은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신임 총장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6·4 지방선거 당시 진보교육감들은 서울대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공동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들의 거센 반대가 이어지고 있어 이들을 달래고 서울대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 신임 총장의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신임 총장에게 요구되는 조건으로 ‘강한 리더십’을 꼽았다. 서울대 3학년생 김모씨는 “사교육 걱정 없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서울대를 없앨 생각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가”라며 “이번 신임 총장은 과감한 결단력과 판단력으로 과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공립대 통합 논란을 확실히 잠재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유모씨 역시 “역대 총장들에게는 과감한 리더십이 없었다”며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인 만큼 학생들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앞서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역대 총장 7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간선제 이전에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들의 공약과 업적을 평가해 ‘성공한 총장’의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정재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지난 4월 5일 “최근 열린 총회에서 교수협의회(교협)가 역대 총장들을 평가해 공과를 제시해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다”며 “이를 받아들여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들이 제시했던 공약과 업적을 평가할 방침이다. 평가 결과가 나오면 ‘잘한 총장’이나 ‘못한 총장’의 모델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협은 1990년 이후 임용된 교수들도 많기 때문에 평가 범위를 ‘직선제 이후 선출된 총장’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1991년부터 2011년 법인화 이전까지 직선으로 7명의 총장을 선출했다. 역사상 첫 직선 총장이 된 인물은 제19대 총장(1991∼1995년)인 고 김종운 서울대 명예교수다. 교협은 김 전 총장을 비롯해 ▲20대 이수성(1995년 3∼12월) ▲21대 선우중호(1996∼1998년) ▲22대 이기준(1998∼2002년) ▲23대 정운찬(2002∼2006년) ▲24대 이장무(2006∼2010년) ▲25대 오연천(2010∼2014년) 총장에 대한 평가를 추진하기로 했다.

법인화 2기
순항 여부 주목
 
교협은 평가 과정에서 총장들의 공과가 균형있게 드러나도록 할 방침이다. 일례로 23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경우 재직 중 지역균형선발제도를 도입해 서울대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 당시 거세게 불었던 ‘서울대 폐지론’을 비교적 선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대학 입학정원을 줄이는 구조개혁을 단행, 결과적으로 서울대 연구인력 규모를 축소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협은 올해 안으로 평가문항을 개발, 전임교수 2178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교협이 평가에 착수할 무렵에는 이미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 총장이 선출돼 있을 것”이라며 “차기 총장에게 역대 총장들에 대한 서울대 교수사회의 평가 결과를 제시하면 향후 대학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성낙인은?]
 
▲경남 창녕
▲경기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동대학원 석사, 박사 수료
▲프랑스 파리2대학교 법학 박사
▲서울대 법과대학장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국공법학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장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 위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