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마사회 ‘특급복지’ 백태

혁신 강조한 현명관…꿔다놓은 보릿자루?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마사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기본급을 제외한 평균 608만원의 근속수당, 순금 기념품, 건강검진비, 자녀 학원비, 과외비, 스키캠프 참가비 등 초호화 복지제도가 지적됐다. 마사회의 '특급복지'는 지난 10여년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마사회는 끄떡도 없었다.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다.

3000억원. 한국마사회가 '합법적' 도박을 통해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당연히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주일에 3번이나 경기가 결리는 경마장은 주로 서민들이 많이 찾고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마사회로 흘러들어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사회는 신규 수익 창출 사업을 찾거나 기존 시스템을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마사회가 최고의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사내복지 관리자가
장학금 부당 수령

공기업이라 직원들이 받는 혜택도 많다. 공기업의 과도한 복지혜택 얘기만 나오면 마사회의 '황금복지'는 도마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다. 현 회장은 지난해 12월5일 취임했다. 그의 취임일성은 '고객 중심 경영'이다.

현 회장은 뼈 속부터 '삼성맨'이다. 1941년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65년 제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감사원에 발을 들였다. 68년 감사원 부감사관을 거쳐 78년 삼성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호텔신라와 삼성종합건설 대표를 지낸 그는 93년 그룹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2005년에는 삼성물산 회장직까지 올랐다. 그가 삼성맨으로 산 기간은 무려 30여년이다. 지난해에는 사단법인 '창조와혁신'을 설립, 상임대표를 맡았다.

마사회장 취임 초기, 현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좋지 않았다.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폐쇄적인 이미지가 강한 공기업 수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현 회장을 마사회 신임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삼성그룹을 이끌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공기업에 깊게 뿌리내린 구태와 비효율성을 해소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현 회장 자신도 취임사에서 "한국마사회는 현재까지의 영광에 자족하며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나 많은 위기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며 "말뿐이 아닌 몸에 체질화된 고객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이어 직원들을 향해 "여러분에게 월급 주는 사람은 고객이다. 고객이 경마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출근해 직장에서 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각 부서는 획기적인 고객 서비스 개선계획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모든 조직을 다 만족시키는 경영자는 무능한 경영자"라며 "욕 먹고 질책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마사회를 위한 길이라면 가겠다"며 투명경영과 신뢰경영, 공정한 인사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또…감사원 도 넘은 복지 지적
매년 반복되는 비리적발 개선의지 있나

하지만 말 뿐이었다. 취임 6개월여가 지난 지금 마사회는 달라진 게 없다. 지난 11일 감사원은 한국마사회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마사회 등 주요공공기관 수익금 집행 및 관리 실태'에 따르면 마사회의 2012년 1인당 평균 인건비(기본급, 성과급, 수당의 합)는 8350만원으로 5개 감사대상기관(한국마사회, 강원랜드, 울산항만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중 제일 높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마사회는 기본급을 배고도 매년 1월과 7월의 급여지급일에 근속연수에 따른 정근수당을 1인당 평균 431만원 지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 매월 별도의 장기근속수당(1인당 평균 177만원)을 지급했다. 별도의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편성해 매년 5년 이상의 장기근속자에게 평균 197만원 상당의 순금기념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직원 1인당 연간 평균 건강검진비는 403만원이다. 직원 가족들의 검강 검진을 위해 연강 6억5600만원의 별도 예상도 책정했다. 또 직원 자녀에게는 1인당 연 26만원의 스키캠프 참가비까지 지원했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는 학원비 등 사교육비로 사용할 수 있는 학자금 명목으로 220만원 상당을 실비 정산 형태로 지급했다.

자녀가 없는 직원의 경우 형평성이 저해된다는 이유로 사내복지근로기금에서 별도의 증빙 없이 1인당 매춸 15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줬다.

직원들이 주택 매입이나 전세를 위해 대출을 받으면 직원들의 이자부담에 따른 소득저하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주택매입 융자는 연 2%, 전세융자의 경우에는 연 3%의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신 부담해 주기도 했다.

말 뿐인 투명경영
부적정 업무 만연

마사회는 임직원들의 대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학자금 지원 사업을 해오면서 관계 법령과 내부 규정 등을 어기고 학생들의 실제 등록금 납부액보다 많은 학자금을 사내 기금과 외부 기관 지원을 통해 중복·초과 지급했다.

마사회의 학자금 지원 사업은 장학금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직전 학기 성적에 따라 차등지급하고 학자금 대출은 예상에서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으로 지난해의 경우 장학금은 282명에게 7억1192만원을, 대출금은 65명에게 2억6356만원을 지원했다.

마사회는 매 학기 공지하는 '대학생자녀 장학금 지원계획'에 따라 ▲장학금 지원한도는 실제 납부 등록금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각 기관 및 한국장학재단과 중복해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장학금 미수혜 자녀에 한해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사회 사내근로복지기금 이사를 겸하고 있는 직원 A씨는 대학교 3학년인 아들이 2012년 2학기 휴학을 한 후 2012년 1학기 성적표로 2012년 하반기에 장학금 301만원을 지원받고도 다시 같은 성적표로 2013년도 상반기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다른 직원 B씨는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2012년 2학기에 20학점 모든 과목 만점을 받아 등록금 전액이 면제된 사실이 있었음에도 마사회로부터 장학금 265만원을 지원받았다.

직원 C씨와 D씨는 장학금과 더불어 대출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마사회는 C씨가 두 딸의 장학금과 더불어 대출도 신청하자 장학금 632만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무이자로 대출금 834만원을 지급했다. D씨의 경우 대학생 딸의 지난 2011년 하반기 장학금으로 271만원, 2012년 상반기 장학금으로 253만원을 마사회로부터 받은데 더해 장학재단으로부터도 각각 389만원과 291만원의 대출금을 지원받았다.

이같은 방법으로 마사회는 2011∼2013년 기간 동안 모두 20명에게 25회에 걸쳐 5570만원의 외부 학자금을 실제 대학 등록금 납부액보다 초과 지원한 것으로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장학재단은 모두 10차례에 걸쳐 공문 등을 통해 마사회에 '재단 등 다른 공공기관의 학자금 지원과 마사회의 지원이 중복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마사회는 이중지원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하지 않은데다 기관장 등이 한 차례도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고 요청받은 자료 역시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회가 기부금을 경영상 이익을 위해 업무추진비 성격으로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마사회는 매년 기부금을 집행하는 등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다. 2007년 110억원, 2008년 121억원, 2009년 129억원, 2010년 209억원, 2011년 204억원, 2012년 193억원 등이다.

마사회의 ‘기부금 관리규정’에 따르면 마사회는 사회공익단체의 고유목적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사회 사업과 직접 관계없는 단체에게 무상으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기부하며, 사회공익단체에 기부금을 집행할 경우 공개적인 방법에 의해 지원대상 단체를 모집·선정할 수 있되 기부심의위원회는 기부금신청서를 접수한 단체의 사업계획서를 근거로 개별적으로 이를 심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마사회는 자선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 기부금을 줬다. 2012년 1월과 2013년 2월 각각 사회공익단체 지원분야 기부금 총액(2012년 8억원, 2013년 7억원)을 기부심의위원회로부터 포괄심의 받은 후 2012년 3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기부대상단체를 공개 모집하지 않고 129개 단체에 총 13억4130만원을 기부했다.

자녀 있으면 학자금, 없으면 문화상품권
학원비에 과외비, 캠프 참가비까지 지원

마사회는 기부대상단체의 차량구입비까지 지원했다. 마사회는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250개 단체를 차량구입비 기부대상단체로 선정한 후 총 60억원을 기부했다. 선정과정이 문제였다.

마사회는 기부단체를 선정하면서 외부로부터 특정단체를 기부대상단체로 선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기부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기부대상단체로 선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단체를 미리 알려주는 방법으로 특정단체가 차량구입비용을 기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마사회 요청을 받은 기부심의위원회는 선정 요청을 받은 특정 단체 84개를 기부대상단체로 심의·의결했고 현장실사 등을 거쳐 차량구입비 총 20억1600만원을 기부했다.
 

마사회는 승마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무료승마강습사업'을 특혜성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마사회 본사 및 부산경남지역본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무료승마강습 대상에 2009년부터 지자체 공무원이나 정·관계, 언론계, 학계 인사들을 포함시키는 바람에 일반인 대상 승마강습을 유료로 전환하거나 무료 강습 시행 사실을 숨겨 왔다.

마사회는 공개모집 절차 없이 문서로 무료승마강습을 신청하도록 요청하거나 지인의 소개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경남도 소속 공무원 등 특정인 1557명, 본사와 부산경남지역본부 소속 직원이나 직원가족 498명 등 총 2055명에게 최소 2회에서 최대 24회까지 무료승마강습을 시행했다.

엉뚱한 단체에
기부금 지급

마사회는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저소득가정의 아이들에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저소득층 승마체험 지원사업'을 활용하도록 유도했고 무료승마강습을 요청하는 일반인에게는 "마사회는 무료승마강습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 강습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사실 마사회의 과도한 복지는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매년 국감 단골손님으로 등장해 온갖 특혜와 비리가 적발돼 명실상부한 '비리백화점'임을 입증했고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를 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6차례에 걸쳐 과다한 직원 복지 문제를 지적받았다.

감사원도 2010년부터 매년 과잉복지 문제를 개선하라고 주문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마저 2013년 4월 과다한 복리후생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현 회장과 마사회 측에 부적정한 업무 추진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관련 직원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마사회가 '그들만의 잔치'를 벌일 수 있는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정답은 '방패막이' 역할을 겸하고 있는 마사회 수장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현재 회장인 34대 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측근 모임인 '7인회' 출신이다. 삼성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등을 거친 재계인사로 분류되지만 2004년 당시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2006년에는 제주도 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어 정계 쪽에도 폭넓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임 33대 장태평 전 회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출신이다. 행시 20회로 재정경제부 관료를 거쳐 정운천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장관으로 2년간 농식품부를 이끌다가 2011년 11월 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농심품부는 마사회의 주무부터로 취임 당시 많은 논란이 일었다.

방패막이 서준
힘쎈 회장님들

32대 회장인 김광원 전 회장은 '친 이명박 인사'로 분류된다. 행시 10회 출신으로 3선 의원을 지냈으며 국회 농림해산수산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6년간 마사회를 거친 전·현직 회장들은 정권에서 내려온 '낙하산'으로 마찰없이 입성해 든든한 '빽'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뒤에서 마사회 직원들은 그들만의 복지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이와관련 마사회 측은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사회 관계자는 "감사원이 요구한 관련 직원 징계처분과 부적정한 업무 추진 시정조치를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도 "감사원의 이번 지적 사항 중에는 이미 지난해 지적된 사항이 많아 지난 3월 노사합의를 통해 감축하기로 합의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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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