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온 ‘다국적 조폭’ 대해부

겁 없는 동남아 칼잡이 대한민국 밤거리 설친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국에도 외국인 폭력조직이 스며들었다. 익히 알려진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 등 전통 조직들 외에도 이제는 중국 흑사파, 베트남,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등의 신흥 조직들이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이들의 세력 확장으로 수사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세기 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판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해외 폭력조직으로는 국제적 조직을 갖춘 중국 삼합회, 러시아 마피아, 일본 야쿠자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엔 신흥 폭력조직이 점차 비대해지면서 다양한 외국 폭력조직이 활개를 치는 형국이다. 이들은 세력 확장을 위해 국내 조직과 손을 잡기도 한다. 이처럼 외국인 폭력조직이 국내로 대거 잠입하면서 각종 사회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최강 외국조폭
‘연변 흑사파’
 
2009년 8월, 서울힐튼호텔의 ‘세븐럭’ 카지노 앞에서 조선족 조폭들이 화교출신 조폭 두목 회칼로 납치하려고 했으나 마씨가 호텔로비로 도망가는 바람에 힐튼호텔 로비는 아수라장이 됐다. 조선족 조폭들은 마씨를 따라가면서 회칼을 휘둘렀다. 조선족 조폭이 노린 것은 마씨가 가지고 있는 카지노 기프트 카드 유통권이었다. 카지노에서 VIP회원들에게 사은품으로 주는 것으로 알짜배기 사업권이었다.
 
이 사건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활동해온 조선족 조폭이 서울 도심 진출과 함께 카지노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외국인 조폭 중에서 가장 세력이 크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게 연변 흑사파다. 중국 북동부의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등 3성의 조선족계 흑사파 조직원들은 한국에 들어와 현재는 16개 조직에 2300명의 조선족 흑사파 조직원들이 조직력을 뻗치며 활개를 치고 있다.
 

국내 활동 외국인 조폭 중 절반이 조선족이다. 여기서 가장 강력한 조직은 연변흑사파, 흑룡강파, 뱀파, 호박파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잘나가는 조직인 ‘연변흑사파’는 2001년 흑사회 행동대장 출신의 조선족 양씨가 부산항을 통해 밀입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5년 양씨는 조선족 31명을 모아 흑사회를 모방한 ‘연변흑사파’를 결성하고 조선족 밀집지역인 서울 가리봉동 장악에 나섰다. 이들이 가리봉동을 장악하는 과정을 전설처럼 ‘가리봉 잔혹사’라고 한다.
 
이들의 활동방식은 중국 본토 흑사회처럼 등에는 칼, 다리에는 도끼를 차고 다니면서 가리봉동 일대를 휩쓸었다. 이들은 업주와 여성 종업원들의 약점을 이용해 공짜 술을 얻어 먹으며 돈을 뜯어냈다. 중국에서 게임기를 들여와 마작방을 운영하며 돈을 딴 사람들을 협박해 다시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가리봉동의 업주들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사 추방된다 해도 중국에서 이름을 바꾸는 등 호적을 세탁한 뒤 다시 돌아올 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 방검복을 입고 영업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알려졌다. 
 
폭력조직도 이제 글로벌·다문화 시대
신흥파 대거 상륙…통제불능 상태 우려
 
이들은 손도끼를 크게 휘두르며 ‘피를 뒤집어쓸 때까지’ 싸우는 잔인함을 보여 타 외국인 폭력 조직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연변흑사파’는 무서운 확장으로 일대의 군소 조직들을 하나 둘씩 무릎 꿇게 만들었다. 그리고 2006년, 가리봉동의 맹주였던 ‘흑룡강파’ 사무실에 흑사파 조직원들이 손도끼와 회칼을 들고 나타나서 한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전쟁 선포나 다름없었다. 곧바로 복수에 나선 ‘흑룡강파’ 조직원은 호프집에서 ‘연변흑사파’ 두목의 배를 칼로 찔렀다. 이후 8일 만에 반격에 나선 ‘연변흑사파’는 흑룡강파 행동대장 조선족 A씨를 납치해 흉기로 찌르고 발목을 부러뜨려 5급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린 뒤 돈을 받고 풀어줬다.
 
이때부터 가리봉동은 ‘연변흑사파’가 접수하게 되며 서울 영등포, 구로동, 건대 일대, 가양동, 창원, 일산, 용인, 인천, 울산, 부산, 김해 등지의 전국 조선족 밀집지역들이 흑사파 수중에 들어갔다. ‘연변흑사파’는 국내 외국인 조직에서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들은 외국인 조폭계의 최강자로 군림하면서 최근에는 서울 강남 룸살롱이나, 카지노, 오락실 등에 조직원들 진출시키는 등 강남 유흥가 장악까지 시도하고 있어 국내 조폭의 아성까지 무너뜨릴 기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들은 돈을 받고 폭력을 일삼고 있다. 팔 절단 250만원, 다리 절단 500만원, 청부살인 1000만원 등이다. 
  
또한 국내 조폭들과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한국어에 능숙한 조선족 출신들로 구성된 연변 흑사파는 오래전부터 서울 등지에서 활동 무대가 겹치는 국내 조폭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조선족 종업원이 많은 오락실, 유흥업소에서 사고가 터지면 눈개 조폭과 연변흑사파가 긴밀히 협조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 친 조직원들을 서로 숨겨주는 식의 공생관계도 맺고 있다고 전해진다.

흑사파 라이벌
‘베트남 하노이파’
 
최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의 한 유흥가에서 접대부 일을 마치고 나온 베트남 여성이 낯선 남자 3명에게 납치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괴한들은 여성을 부천의 한 은신처에 사흘 간 감금했고 베트남에 있는 그녀의 가족에게 협박 전화를 걸었다. “당장 65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성매매 업소에 팔아버리겠다”. 깜짝 놀란 가족들은 급하게 돈을 마련해주고 붙잡혔던 여성은 풀려났다.
 
‘하노이파’는 외국인 조폭 중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연변흑사파’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이미 베트남 조폭들이 미국의 암흑가를 평정했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하노이파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밀입국한 현지 조직원이 불법체류자와 근로자들을 규합해 세력을 불리고 있는데, 서울 구로동과 경기도 포천, 안양, 안산, 경남 창원시 공단 밀집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
 
‘하노이파’는 2000년 이후 소규모로 활동해오다 점차 전국화되어 전국 산업단지 주변을 중심으로 점조직화 됐다. 순수 조직원 및 협력자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고리사채, 납치폭행, 인질강도, 성매매, 마약밀매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연 5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로 도박자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으면 본국의 가족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 ‘하노이파’는 총책(두목), 중간간부, 행동대원, 유인책(베트남 여성)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보통 여성 조직원이 남성들을 유혹한 뒤 범죄를 저지른다.
 
한국형 조폭
‘방글라데시 군다파’
 
일부 베트남인들은 외국인 사회에서 일부러 ‘하노이파’를 사칭하고 다니기도 한다. 폭행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된 베트남인들은 자신을 ‘하노이파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물론 ‘하노이파’가 아닌, ‘뒷골목 양아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하노이파’의 위세가 대단한 것이다. 또한 베트남 계열 조폭 중에는 ‘호치민파’와 ‘허이세이파’ 등도 최근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외국계 한국형 조폭으로 알려진 방글라데시의 ‘군다파’는 방글라데시어로 ‘폭력배’ ‘깡패’를 의미한다. 이들은 다 같이 합숙생활을 하며 90도 인사 등 국내 조폭의 행동 및 생활방식, 예의, 지휘체계 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조폭으로 알려진다. ‘군다파’는 보통 20명의 조직원이 합숙생활을 하기 때문에 위계질서 등 명령계통이 타 외국인 폭력조직에 비해서 상당히 체계적인 편이다.
 
이러한 ‘군다파’는 방글라데시인들 거주지마다 있다. ‘안산 군다’ ‘서울 군다’ ‘수원 군다’ 등 지명을 딴 조직과 ‘앨런 군다’ 등 두목 이름을 딴 조직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불법 체류자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고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외국인 조폭보다 세력은 미약한 편이지만 국내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한국에서 추방당한 뒤, 여권을 위조해 다시 국내로 들어온다.


국내 조직과 손잡고 연대·공생
세력 확장으로 수사당국 골머리

‘가디언스파’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조직으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흥 필리핀 조폭이다. 신체부위의 문신이 크면 클수록 고위 간부라고 한다. 문신은 주로 머리, 손목, 어깨에 있으며 문신모양은 해적이다. ‘가디언스파’는 군소조직인 ‘일롱고파’를 흡수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디언스파’는 당초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불법체류자 포함)의 임금을 착취할 목적으로 들어왔다. 이후 조직원이 수백 명 이상으로 불어났고, 조직 운영을 위해 불법 도박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안산을 거점으로 불법 게임장, 지하 카지노를 운영하며 활동영역을 넓혔다.
 
‘가디언스파’ 조직원들은 필리핀에서 권총살인을 저지르고 국내에 취업비자로 도망쳐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권총사용에 능하다. 이들은 평소에 식칼과 송곳, 드라이버 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총기 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마약 담당
'태국 깽야이파'
 

‘깽야이파’는 태국 조폭으로 최근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는 조직 중 하나다. 1m가 넘는 길이의 정글도와 야구방망이로 무장하고 다니면서 태국산 마약인 ‘야바’를 국내로 밀반입 하고 있다. ‘야바’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서 생산되는 마약으로서 국내에 거주하는 태국인들 중 대부분이 마약인 야바를 신경안정용으로 복용하고 있다. 이 ‘야바’의 약효는 36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깽야이파’ 외에도 위장결혼 수법으로 국내 업소에 태국 여성을 공급하고 있는 태국 폭력조직 ‘싸만코차호타이파’와 태국인 업소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는 ‘딸라타이파’도 최근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 ‘야쿠자’와 러시아 ‘마피아’는 이들과 달리 호텔 사업이나 벤처기업 인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다. 세계에서 메이저급으로 통하는 이들은 한국을 상대로 합법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자카흐스탄 등 구소련 연방국가들과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제3세계 국가들의 폭력조직도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산간지방과 변두리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국민과 한국 기업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 외국 신흥 조폭들의 세는 아직은 ‘패거리’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점차 조직 형태를 발전시키는 모양새다.
 
이처럼 외국인 조폭들이 국내에 들어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지만, 이들을 퇴치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의 국가들은 주민등록시스템이 취약해 신분 위장이 간단하다. 입국 단계에서 조폭인지 노동자인지 분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지문날인을 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여차하면 본국으로 돌아가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범죄자를 가려내 추방을 해도 이름을 바꾸거나 위조여권을 이용해 재입국하는 외국인이 연간 2000명이 넘는다. 다문화 조폭에 대한 장기간 기획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대로 가다간 ‘외국산 주먹’에 벌벌 떠는 시대가 도래 할 수도 있다.
 
‘2013경찰백서’에 따르면 경찰은 2012년 한해 동안 강력한 단속활동을 전개한 결과 신흥폭력조직 53개파 1296명 등 총 3688명을 검거해 649명을 구속시켰다. ‘2012년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범죄자의 연령대는 주로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이며, 주로 일용직 노동자였다. 외국인범죄자의 공범관계를 살펴보면 직장동료인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고향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범죄자의 국적은 중국이 57.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베트남, 필리핀, 몽골, 태국 등이 뒤를 이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내 체류 외국인은?
 
법무부 출입국과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등록 외국인은 101만201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43만7954명, 2006년 63만1219명, 2009년 87만636명, 2012년 93만2983명, 2013년 98만5923명으로 꾸준히 늘어 마침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리 사회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취업자 수는 지난해 5월 기준으로 76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에 달할 만큼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는 여전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다문화 포용성은 조사 대상 50여개국 중 몇 년째 꼴지로 나타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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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