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장난감 재테크 실상

놀면서 돈 버는 키덜트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레고’는 남녀노소 전 연령층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장난감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레고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레고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단순한 플라스틱 장난감을 넘어 이제는 수익을 노리는 재테크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마니아층과 함께 ‘레테크’를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레고 품귀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 실태를 들여다봤다.

어린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고는 평범한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볼 수도 있지만, 그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레고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 주위에 있는 다양한 사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재밌는 사실은 레고가 돈도 만들어 낸다는 것.

금보다 레고?
 
유년시절 즐겼던 문화를 그리워하는 성인들을 우리는 ‘키덜트(Kid-adult)족’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과거를 추억하며 그때 그 시절의 물건들을 수집하면서 공허한 마음을 달랜다. 특히 ‘레고’는 키덜트족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레고 관련 국내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 ‘브릭나라’의 회원수는 10만여 명에 이른다. 유사한 다른 사이트의 회원수도 수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회원으로 활동하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국내 레고 팬 층은 대략 12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레고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면서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레고 관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카페 등에서 인테리어를 위해 레고 조형물을 주문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소규모 동호회 단위로 활동해오던 마니아들이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레고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레 레고 제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 어린이용 제품에 집중했던 레고사도 이러한 키덜트족의 움직임에 발맞춰 보다 정교한 모델들을 출시하고, 더 나아가 한정판 모텔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레고는 보통 레고코리아 공식사이트나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제품이 단종되면 온라인 레고 커뮤니티, 중고거래 카페, 해외구매대행 등을 통해 한정적으로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레고 모델이 희소해지면서 특정 제품에 프리미엄 가치가 붙게 됐다.
 
이후 넘치는 수요에 한정판이 속속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투자시장’이 형성됐다. 갖고 싶었던 제품이 품절 되도 웃돈을 주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젊은 직장인들은 지갑을 열어 레고를 구입한다. 레고 신제품의 경우 적게는 몇 천원에서 많게는 60만원까지 나간다. 레고 마니아의 직업군은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꽤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레고가 처음부터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건 아니었다. 기존 마니아층 일부가 가격이 오르면 갖고 있던 제품을 팔아 다시 자기가 갖고 싶은 제품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활동을 하다가 시장이 형성됐다. 초기에는 금액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한정판 제품이 출시되면서 수백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등 거래의 판 자체가 커져갔다.
 
최근에는 70만원에 출시됐던 ‘스타워즈 10179’가 중고거래 카페에서 300만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특히 레고 제품은 숫자로 표기되는데, 일명 ‘만번대’로 불리는 세트상품 등이 성인들이 가장 많이 수집하는 인기제품이다. 그만큼 상품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카페코너(10182), 그린그로서(10185), 에펠탑(10181), 머스크기차(10219), 에메랄드나이트(10194) 등이 대표적인 1만번대 제품으로 100만원대에 거래가 되는 경우도 있다.
 
‘레테크 열풍’시간 지날수록 가치↑
수백만원 훌쩍…금세 10배 이상 껑충
 

이러한 레테크가 입소문을 타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라 소장가치가 있는 수집품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 현재 ‘레테크’는 대단한 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수집용 재테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레고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면 레테크에 대한 질문 글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마니아층은 레고와 수익을 연결 짓는 글에 지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테크를 목적으로 사재기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다고 레고 수집 동호인들은 말한다. 일부 구입자들은 승용차에 가득 실을 정도로 구입을 한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레테크는 어떤 제품이 앞으로 가격이 오를지 예측하는 게 애매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레테크 마니아들은 보통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짧게는 1년, 길게는 3, 4년까지 기다린다. 게다가 제값을 받고 레고를 판매하려면 제품이 새것처럼 깨끗해야 한다. 즉 레테크는 대단한 수익을 올릴 수는 없는 구조다. 그 외에 피규어나 기타 장난감도 사정은 비슷하다.
 
레고 수집 중 레테크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3년 전 수천만원을 투자해 레고를 대량으로 구입해 보관하며 본격 레테크를 시작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수입 가운데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레고에 투자하는 등 무리한 방식으로 레테크에 매달렸지만 기대했던 수익은 맛 볼 수 없었다. 결국 A씨는 구입한 레고를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레테크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수집 겸 돈벌이
 
오래된 물건이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된 건 레고만이 아니다. 바비인형 역시 단종된 시기가 오래된 한정판의 경우 10배까지 가격이 뛴다.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를 모델로 만든 바비나 엘리자베스1세 여왕을 본 뜬 바비인형은 수십만원을 지불한다 해도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희소성이 높은 한정판 장난감이 신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맥도날드 ‘장난감 대란’
 
맥도날드 ‘해피밀’ 사은품 ‘슈퍼마리오’ 장난감이 폭발적인 인기 속에 일부 맥도날드 매장에서 품절됐다. 지난 3일 맥도날드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금일부터 해피밀과 함께 제공됐던 슈퍼마리오 토이가 많은 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인해 일부 매장에서 품절됐다”며 “해당 제품이 품절된 곳은 대체 토이로 제공되니 양해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맥도날드는 지난달 30일부터 어린이를 위한 3500원짜리 ‘해피밀’ 세트를 주문하면 인기 비디오 게임 ‘슈퍼마리오’ 토이 8종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가 실시된 직후 일부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해피밀’ 세트가 품절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이 ‘해피밀’ 세트를 주문하기 위해 인근 맥도날드 매장으로 몰려가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