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국회 새 얼굴’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

비주류의 반란…개혁 드라이브 시동 건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새누리당 비주류 5선 중진 정의화 의원이 19대 국회 후반기 2년을 이끌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정 신임 의장이 주류측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에 압승할 수 있었던 건, 사실상 초선·비주류계의 몰표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기인한다. 첫 의사 출신 국회의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를 이끌 의장단이 지난달 27일 확정됐다. 그리고 29일 본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국회의장에는 5선의 새누리당 정의화(66·부산 중·동구) 의원이 선출됐고, 여당 몫의 국회 부의장에는 4선의 정갑윤(64·울산 중구) 의원이 뽑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23일 오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투표에서 총 투표수 147표 가운데 101표를 획득해 46표에 그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에 압승을 거뒀다. 국회 본회의 무기명 비밀투표에서는 재석 231표 중 207표를 얻었다.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선출되는 국회의장은 다수당 의원이 단독 출마하는 것이 관례다. 

101대46 압승
비주류의 반란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얼마 남지 않은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5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63·안양 동안구 갑) 의원이 선출됐다. 이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 중 치러진 경선에서 총 투표수 126표 가운데 과반인 64표를 획득해 46표를 받은 이미경 의원과 16표를 받은 김성곤 의원을 제쳤다. 이로써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은 정의화 의장, 정갑윤 부의장 체제로 구성될 전망이다.
 
당내 비주류인 정 신임 의장은 옛 친이(친이명박)계를 포함한 비주류 측과 초선 의원들로부터 몰표를 받아 친박(친박근혜) 주류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황 전 대표를 상대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다. 이 같은 결과는 친박계 표심이 황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에선 황 전 대표 2년 체제에 대한 엄중한 평가라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황 전 대표가 있었던 지난 2년간 집권여당을 책임지고 이끌지 못한 리더십에 대한 당내 비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초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황 전 대표는 비박계 성향의 정 신임 의장에 비해 친박계로 알려져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 4월 초만 해도 당 관계자 대다수가 후반기 국회의장에 대한 질문에 “서 의원이 안 나서면 황 대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 신임 의장의 압승이었다.
 
6·4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당내에서 ‘중진차출론’이 나왔을 때, 황 전 대표는 인천시장 출마 권유를 지속적으로 받았었다. 그러나 황 전 대표는 출마 권유를 끝까지 외면했기에, 이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연수)에서 내리 5선을 한 황 전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가 남달라 지속적으로 인천시장 출마요구를 받았지만 그는 끝내 뿌리쳤다.
 
황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의 출마 거부 이유를 국회의장 도전 때문이란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본선 경쟁력이 가장 큰 황 전 대표의 불출마로 당은 결국 경기도 김포에 지역구를 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차출했다.
 
또한 황 전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던 것도 쓰라린 패인으로 꼽힌다.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폭력국회’는 사라졌지만, 여당이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한 국회 파행이 반복되자 법 통과를 주도했던 황 전 대표에게 ‘원죄’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졌다. 특히 온건 성향의 황 전 대표는 최경환 전 원내대표 등 강경파로 분류되는 친박 주류와 곳곳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반대로 정 신임 의장은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시절 국회선진화법에 줄곧 반대 의견을 고수해왔다. 황 전 대표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여권 내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신임 의장의 꾸준했던 노력도 역전극의 배경으로 꼽힌다. 황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당직을 맡은 측근 의원들을 활용해 득표전을 벌인 반면 정 의원은 직접 개별 의원들을 접촉한 점이 대량 득표를 이끌었다고 전해진다. 정 신임 의장은 올 초부터 소속 의원 전원을 두세 차례 이상 직접 만나 지원을 부탁했다.

“계파 척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선거 막바지에는 지방선거 지원 차 지역에 내려가 있는 의원들을 찾아 전 지역을 순회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정 의원이 오랜 기간 준비하며 의원들을 여러 번 만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의원이 성품도 온화하고 원칙주의자로, 부의장을 하면서 좋은 평을 받았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의원이 당내 의원들에게조차 인기를 잃은 반면 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기자들을 만나 ‘정의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평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정 신임 의장은 후보당선 연설에서 “신경외과 의사로서 뇌혈관 수술과 응급수술을 20여년 이상 해온 사람이라 주저하지 않아야 할 때는 주저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2년간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정치인의 3가지 덕목은 첫째는 열정, 둘째는 책임감, 셋째는 균형 감각이라고 생각한다”며 “올바르게 책임감을 갖고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본회의장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장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국회의원이 스스로 선출한 국회의 대표를 존중하지 않으면 어떻게 국민이 국회를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새 대한민국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의장이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의전서열 2위 입법부 수장에 올라 
정갑윤·이석현과 19대 후반기 이끌어
 
정 신임 의장은 2008년 큰아들 결혼식 당시 가족 및 친지만 초청해 병원 강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치루기도 했다. 큰 아들 결혼식 비용은 500만원이었다. 정 의원은 한 매체에서 “부모 힘으로 화려하게 출발하는 사람보다 자기 힘으로 노력해서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사람이 박수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둘째·셋째 아들도 똑같이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변에서는 그를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정 신임 의장이 선출되면서 뜻밖에도 3부요인 전부 PK(부산·경남) 출신이 됐다. 정 신임 의장(부산), 양승태 대법원장(부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부산) 등 대통령을 제외한 국가의전 서열 2∼5위(정부 의전 편람 기준)가 모두 PK 출신들이 된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경남 거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찬), 김진태 검창총장(경남 사천) 등도 PK 출신이다. 다만 정 신임 의장 선출이 당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인사를 전부 현 정부의 의도라고만 보기 힘든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국회의장 1인, 국회부의장 2인)을 공식 선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채택에 대한 이견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가 국정조사 계획서에 증인을 명시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밤샘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회 본회의도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신임 의장은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후반기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물갈이 바람을 타고 부산 중·동구에서 금배지를 달고 19대 국회까지 내리 다섯 차례 당선됐다. 국회 부의장,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당 세종시특별위원장, 원내 수석부총무 등을 역임했으며, 19대 국회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 친박 주류인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패했지만, 재수 끝에 의장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정 신임 의장은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때 당시 박희태 의장을 대신해 의장석에 앉기도 했다. 당시 김선동 민주노동장(현 통합진보당) 의원이 의장석 앞에서 최투란을 터트렸지만 정 신임 의장은 끝내 비준안을 처리했다.

‘국회선진화법’
꾸준히 반대해
 
정 신임 의장은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 친이계 주류로 분류됐지만, 친박계와도 두루두루 원만한 사이를 유지해 당내 온건파로 불렸으며, 정치권 입문 이후 영·호남 화합, 국민 통합을 최우선하는 ‘화합형 정치’를 추구해와 야당 의원들로부터도 평가가 좋다. 정 신임 의장은 국회의장 대행을 맡고 있던 18대 국회 말기에 여야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회 기능이 마비돼 식물국회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반면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던 황 의원은 선진화법 성안 과정과 국회통과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이번 국회의장 후보 선거는 선진화법을 놓고 첨예하게 맞선 중진 의원들의 운명이 엇갈린 무대로 남게 됐다.
 
‘주류’황우여 대표 상대로 경선 압승
친박·친이 아우르는 ‘화합형’평가
 
정 신임 의장은 194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운영 하는CEO에서 제5대 경남도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2년 울산 중구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입성, 19대 국회까지 내리 5선에 당선됐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울산시당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 당 상임전국위원과 한·인도의원친선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이날 투표에서 국회의장에 비주류를, 부의장에 주류를 선택하는 계파 안배 투표 성향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당몫 국회 부의장을 맡았으며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정 신임 의장은 19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을 놓고 경합을 벌였으나 비박계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강창희 현 국회의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정 신임 의장은 과거 친이계 주류 분류됐지만 최근 친박계와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표밭을 다져왔다. 대야관계에 원만할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평가가 좋은 편이다. 정 신임 의장은 투표 직전 정견발표에서 “저는 친박도 비박도 아니다”며 “이번 경선에서 나타난 계파색은 오늘 끝내야 한다”고 계파 척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친이지만…
친박과도 화합
 
정 신임 의장은 국회의장 후보로 뽑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6일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단일 법안으로는 최대 규모인 100여 명의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혹자는 ‘이준석(세월호 선장) 방지법’이라는 별칭 때문에 세월호 참사 이후 급조된 ‘반짝 법안’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실상은 준비하는 데만 꼬박 14개월이 걸린 ‘숙성 법안’이다.
 
그는 사람에게 있어 ‘인성’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라고 강조하며 법안을 만든 이유를 들었다. 정 신임 의장은 이 법안을 하루아침에 만들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을 구성해 여야 의원 50여 명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법안을 다듬어 왔다. 법안은 학교 총예산의 일정비율을 인성교육에 쓰도록 정했고 정부와 17개 지자체와 교육청을 인성교육의 주체로 명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도 말한 바 있다.
 
<khlee@ilyosisa.co.kr>
 

<정의화 의장은?>
 
▲부산 출생
▲부산고 졸업
▲부산대 의대 졸업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15∼19대 국회의원
▲18대 국회 국회부의장·국회의장직무대행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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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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