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남의 사생활 캐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짜 탐정은?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OECD 회원국 중 사설탐정 제도가 법제화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외국 사례를 살펴봤을 때 사설탐정은 수사기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해외은닉재산 추적, 실종자 수색, 보험사기 규명,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행정·사법적 보완을 하고 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장은 "외국의 경우 탐정산업의 발달로 일종의 탐정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사설탐정 공인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조사원(사립탐정)을 포함한 신직업 44개를 육성·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는 민간조사원의 관리·감독 등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이르면 내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국무총리실 산하)은 법무부와 경찰청 등 유관기관이 포함된 협의체를 운영하며 민간조사원 교육과정 신설과 국가자격 부여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탐정과 법제화를 앞둔 탐정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또 부작용은 없을까. 전문가 2명(김 연구장,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장)과의 문답을 통해 궁금증 4가지를 짚었다.

Q1. 탐정은 경찰과 같은 일을 하는 건가?


"기본적으로 탐정이 하는 일은 신문기자와 유사하다. 사실을 모으거나 확인하는 일이다. 다만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하고, 탐정은 의뢰인의 욕구를 위해 일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민간업자인 탐정에게는 경찰처럼 어떤 사법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위법행위를 하면 당연히 법적 제재를 받는다. 위치추적기와 같은 불법적 수단은 동원돼서도 안 되고 국가가 허가를 해주지도 않는다." (김)

Q2. 탐정은 어떤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나?

"탐정이라는 부정적 어휘부터 잘못됐다. 탐정이라고 하면 '엿보는 사람'과 같은 불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마치 흥신소 직원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민간조사관' 또는 '민간조사원'이라고 해야 맞다. 정부 발표안에도 그렇게 돼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지능범죄나 경제범죄, 그리고 민형사상 분쟁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민간조사관 도입은 필연적이다."

은닉재산 추적·보험사기 규명
로펌·보험사 미래 고객 기대

"수사권은 없지만 사건 해결에 필요한 증거를 채집하는 일을 하는 거다. 특히 외국의 경우는 민간조사관이 로펌으로부터 증거 수집을 의뢰받고 로펌은 민간조사관이 수집한 정보로 재판을 하는 등 정확히 이원화 돼 있다.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현실에서 민간조사관의 역할은 결과적으로 재판의 신뢰도를 높여줄 것이다." (유)

Q3. 그렇다면 흥신소 직원과 민간조사관은 어떻게 다르나?

"외국의 경우 민간조사관을 찾는 주 고객은 변호사와 기업체다. 예를 들면 수많은 보험사기를 밝히는 데 수사기관이 일일이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민감한 사건을 수사 의뢰했다가 비밀이 누설될 수 있다. 내부 감찰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이처럼 충분히 전문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흔히 사람들은 불륜을 떠올린다."


"이건 간통죄가 명문화 돼 있는 것과 연결돼 있다. 불륜 현장을 포착해서 증거로 쓰려는 거다. 그렇지만 진짜 탐정은 남의 사생활을 캐는 일을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탐정하면 주로 대인조사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실은 대물조사도 같이 한다. 누군가가 '주식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그 기업 제품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조사해 달라'와 같은 의뢰가 있을 수 있는 거다." (김)

Q4. 민간조사업자의 조사역량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가 보험사기를 조사했던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고 병원에 누워 있는데 밤이면 깁스를 풀고 헬스를 하러 가더라. 이걸 조사해서 알려준 적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보면 감청을 잡아내는 기계가 있는데 한 의뢰인이 근방 몇 km 내에 도청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봐달라고 해서 기계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우리가 생각한 사무실이 아니라 한 가정집에서 도청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마 남편이 아내를 의심해서 설치한 걸로 추정되는데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또 외국계 선박에서 금품이 도난됐는데 내가 직접 배에 올라 지문을 일일이 채취하고 대조해 조사한 경우도 있었다. 모 기업의 납품비리나 지적재산권 침해를 추적한 적도 있고. 어쨌든 전문 교육을 받은 민간조사업자의 조사 역량은 수사기관에 준하는 정도로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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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