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환자 덮친 70대 노의사 ‘막장스토리’

성폭행 하고선 “이게 바로 섹스치료”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강남의 한 정신과의원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70대 원장인 가해자는 면담을 빌미로 30대 환자를 불러내 몹쓸 짓을 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가해자는 ‘섹스치료’라며 성폭행을 부인하고 있다. 서로 좋아서 했다는 것.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 3월18일, 서울 강남의 ㅇ정신과의원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해당 의원 원장 A씨. 피해자 B씨는 이 의원에서 조울증과 분노장애로 치료 중이던 입원 환자 B씨였다. 이날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과의원 1층 원장진료실 뒤 당직실에서 B씨를 겁탈했다. 현장에서 B씨는 공포심에 떨며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더 큰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B씨는 A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병실로 올라가 환자복 바지만 갈아입고 화장실로 향한 뒤 작은 목소리로 117 폭력피해자 긴급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성폭행한 뒤…
“서로 좋아서 했다”
 
성폭력 신고를 받은 폭력피해자 긴급지원센터 관계자는 B씨에게 의원 인근 마트로 나와달라고 했다. 마트 앞에 대기하던 그녀는 도착한 경찰차를 타고 경찰병원에서 조사를 받았다. B씨는 피해 상담을 통해 “A씨가 환자복을 벗긴 후 성기를 삽입한 뒤 소문내지 말라고 엄포를 줬다”고 말했다. 또한 사정은 하지 않았지만 바지에 음모가 있어서 챙겨왔다고도 했다. 이후 이 사건은 수서경찰서로 이첩됐고 A씨는 B씨의 신고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A씨의 소환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 사건의 시초는 원장과 환자 간의 면담으로부터 비롯됐다. 정신질환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던 B씨는 아침마다 A씨와 면담을 했다. 그런데 유독 B씨의 면담은 항상 일렀다. 간호사들이 출근하지 않은 9시 이전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순서도 첫 번째였다. 또 B씨의 면담시간은 다른 환자와 달리 유난히 길었다.
 

그리고 A씨는 아침마다 헤어드라이를 요구했다. 과거 미용사로 일했던 B씨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으면 자신이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른 환자들에게 헤어드라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렇게 B씨는 면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정상진료시간이 아닌 시간에 이루어지는 면담이 너무 싫었다. 다른 환자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주변 환자들조차 B씨의 비정상적인 면담에 의아해 했다. A씨가 B씨에게 사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이때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14일, B씨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A씨가 갑자기 “생리 전 용돈 줄까?”라며 100만원을 건넸기 때문. 스트레스를 풀고 외박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것. B씨는 그날 저녁 A씨에게 7시30분쯤 들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생리 전 섹스를 하면 기분 전환이 된다”며 “1층에 불을 켜놓을 테니 들어와라”고 했다. A씨는 B씨의 생리 전 감정 기복을 꿰뚫고 있었다. B씨가 ㅇ의원에 1년 동안 입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B씨는 들어오라는 A씨의 말을 듣지 않고 찜질방에서 외박을 했다. 그러나 약이 부족했다. B씨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있는 시간에 미리 연락을 취하고 의원을 찾아가 약을 받은 뒤 또 다시 밖으로 나왔다. A씨를 마주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조울증·분노장애 치료받던 환자 
강남 병원 입원 중 원장에 당해
 
18일 B씨는 병실로 복귀했다. 4층 폐쇄병동으로 올라가 양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양치도중 보호사가 빨리 내려가라고 지시했다. 이에 B씨는 “아직 양치도, 세수도 안했는데 왜 벌써 내려가라고 하냐”며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나고 답답했지만 B씨는 A씨가 있는 1층 원장진료실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고 결국 이날 성폭행을 당했다.
 

관계에 응하지 않으면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아서 큰 저항은 하지 못했다.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은 A씨가 B씨를 성폭행한 뒤 헤어드라이도 요구했다는 것이다. B씨는 치가 떨렸지만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A씨의 돌발행동이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 잠그는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해줬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A씨는 평소 ‘섹스치료법’과 ‘허그치료법’이 있다며 여성 환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치료법이 정신과의원에서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협회와 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들은 ‘섹스치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입원 환자를 
성노리개로
 
사건이 불거지자 A씨는 B씨의 측근이자 대리인 역할을 해온 C씨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C씨에게 500만원을 건네며 선처를 호소했다. 사리분별이 어려운 B씨를 누군가가 꼬드겨 신고한 것 같으니, 자신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C씨는 500만원을 거부하고 신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자 A씨는 녹음테이프를 꺼내며 성폭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인 대 성인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정행각’이었다는 A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70대 노인과 30대 간의 관계라는 것부터가 의심스럽고, A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의료기관 내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정타는 성폭행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A씨가 갖고 온 녹음테이프였다. 자신을 감싸기 위해 준비했던 녹음테이프가 오히려 자승자박이 됐다. 성폭행 당시 A씨는 ‘애정행각’ 이라는 주장을 하고자 성폭행 전에 미리 녹음기를 켰다. 계획된 성폭행이었다는 것. 문제는 이 녹취록의 내용이 A씨에게 전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A씨가 직접 녹음한 녹음테이프의 내용을 확인해보니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녹취록에서 A씨는 B씨에게 “너 생리 언제 끝나냐? 생리할 시기지 이제 지금, 예민한 단계지?”라며 신체 변화를 물었다. 그리고 “너 그러면 확 하면 내가 기분 좋게 할 수 있는데 말이야”라면서 B씨를 눕혔다. 그는 성폭행 중 “오르가즘 오면 소리는 지르지마”라며 자극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성폭행 후에는 “생리 전이라 재미있게 한 거야. 그것 때문에 힘들게 안 했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B씨에게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날카로워진다고 설명하면서 형사를 부르지 말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B씨에게 뽀뽀하며 “이제 온전히 내 사람이다”고 협박했다. 성폭행 후 A씨는 B씨에게 애인 사이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옆 건물에 미용실과 마사지실을 하면서 평생 동고동락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A씨의 생각일 뿐이었다.
 
이후 수세에 몰린 A씨는 B씨와 C씨에게 끊임없이 회유문자를 보냈다. 사실상 협박이었다. A씨는 B씨에게 ‘사랑하는 예쁜 OO아’로 시작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칫 잘못하면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다…원장님 주변에는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친구, 친척이 대한민국 요소요소에서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네가 자꾸 병원 돌아다니면서 말썽 부리다가는 어느 나쁜 놈 손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며 주변에 막강한 변호사들과 박근혜정부실세 중 최고의 자리에 있는 친구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풀어줄게”

당직실로 불러내 겁탈
 
A씨는 “의사는 설령 어떤 허물이 있더라도 이런 식으로 흔들면 안 된다. 네가 아파도 의사를 찾게 되고 어느 날 죽음의 문턱에서도 의사를 찾게 되는 것인데 네 행동이 이래서야 쓰겠냐? 나를 괴롭히면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다. 웃으면서 만나자”고 협박하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이런 문자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구차한 문자는 C씨에게도 향했다. A씨는 C씨에게 “동생이 차기 또는 차차기 경제장관 감으로 거의 확실하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그는 B씨를 다시 입원시켜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B씨의 나쁜 습관이 발동했다며 오히려 치료의 적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관계 이용해
계획적 접근
 
지난달 1일 기자는 성폭행 가해자인 A씨를 만나기 위해 강남에 위치한 ㅇ정신과의원을 찾았다. 의원 내부와 외부는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건물 자체가 허름한 탓이기도 했다. A씨를 만나고자 1층 데스크로 향했다. 데스크 앞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A씨를 만나기 위해 간호사에게 의사를 전달했지만 A씨와 접촉할 수 없었다. 그는 진료 때문에 바쁘다며 오후에 통화하자고 말했다. 이에 그가 말한 시간에 전화를 수차례 걸어봤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겨도 소용이 없었다. 
 
일보 후퇴한 뒤, 새로이 접근을 시도했다. ‘진료’로 접근한 것. 정식으로 진료신청서를 작성한 뒤 무작정 기다렸다. 대기하던 환자들의 진료가 끝난 후, 원장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원장은 기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성폭행 건 관련 질문을 던지자 그는 바로 녹음기를 켰다. “기사를 쓰려고 온 거야? 녹음 좀 할게.”
 
궁지 몰리자 치료 발뺌
취재 기자엔 ‘권총 협박’ 
 
취재를 시작하자 그는 “의사들이 환자 생명을 지키라고 있는 건데, 뭐만 하면 의사들 물고 뜯고, 매스컴에서 떠들고 난리는 떠는데…”라며 중얼거렸다. 성폭행 사실 여부에 대해 묻자 그는 정색하면서 “성폭행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개XX소리다. 성폭행이 절대 아니다. 난 기자들이 이런 식으로 추측기사 쓰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다”라며 B씨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난 합법적으로 권총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말이지, 자랑스러운 시민의 상도 탔고 권총도 있다”고 강조했다. 
 
 허그치료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섹스치료에 대해서는 “그거는 글쎄 누구한테서 들었어요?”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진료시간 외 면담에 대해서는 “입원 환자는 6시에도 7시에도 할 수 있는 거다”라며 “내 재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형이 총경에, 경찰집안”이라며 자신과 불리한 내용을 기사로 내보낼 시 “권총을 들고 OO씨(기자)한테 찾아갈 거다”라면서 협박했다.

B씨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A씨는 B씨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1년 동안 함께 했기에, 그녀가 자라온 환경과 특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불순하게 접근했다.
  
또한 B씨는 과거에도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전에 있던 병원에서는 같은 층 환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었다. 당시 가해자는 B씨에게 10만원을 건네고 합의를 요구했다.
 
B씨는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병원 측은양측의 합의를 종용해 고소를 취하하게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B씨는 보호자도 없이 합의서 내용을 그대로 따라 적었다는 것이다.
 
당시 B씨는 병원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었다. 그런데 되레 강제퇴원 조치를 당했던 것. 가해자는 여전히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병원 측은 B씨가 강제퇴원 조치한 사실이 없고, B씨가 제 발로 나갔다고 전했다. 

허술한 관리에
멍드는 환자들
 
의사가 되려면 선서를 해야 한다.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배려한다. 나는 종교·국적·인종·정치적 입장·사회적 신분을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해 의무를 다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망각한 채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씨는 15년 이상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환자다. 7번의 자살기도를 한 흔적도 있다. 이러한 아픔이 있는 여성에게 정신과 의원은 치료와 고통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있었다는 의혹도 전해진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신보호관제’ 도입…정신병원 감금 못한다
 
정신병원과 장애인시설같은 수용시설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수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인신보호관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인신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신보호관은 위법한 수용인지 피수용자가 구제청구를 받을 수 있는지 고지를 받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수용자에게 피수용자와의 면담, 관련 자료의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위법한 수용 등을 발견한 인신보호관은 피수용자가 구제청구를 원하거나 원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구제청구를 신청하고, 검사는 그 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관할 법원에 구제청구를 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법원의 수용해제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구제청구된 피수용자를 다른 수용시설로 이송하거나 수용해제 후 다른 수용시설에 바로 재수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피수용자를 다른 수용시설로 이송하려면 관할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개정안은 아울러 시설운영자로 하여금 ‘피수용자가 지정하는 배우자, 법정대리인, 직계혈족 등도 구제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들 배우자 등에게 직접 알리도록 했다. 인신보호관의 수용시설 점검 및 관련 요구를 거부·방해하거나 법원 허가 없이 수용된 사람을 다른 시설로 이송한 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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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