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그라운드 떠난 박지성

아듀! 축구화 벗어도 ‘영원한 캡틴’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25년간 그라운드를 누빈 ‘캡틴’박지성(33·PSV에인트호번)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그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은퇴와 동시에 결혼을 발표하며 앞으로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예고했다. 세계 최고의 명문팀에서 아시아 선수로서 이룰 것을 다 이룬 박지성은 한국축구의 전설로 기록될 것이다.

 
‘캡틴’ 박지성이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선수생활 동안 모든 것을 불태운 사나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띄며 향후 거취를 설명했다. 지난 14일 오전, 박지성은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및 결혼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지성은 이날 아버지 박성종씨, 어머니 장명자씨와 함께 푸른 잔디 위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무릎이 문제
“미련없다”
 
마이크를 잡은 박지성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오늘은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라며 입을 연 박지성은 담담한 어투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박지성은 “내 거취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며 “지난 2월부터 은퇴를 결심했다. 계속 좋지 않았던 오른쪽 무릎 상태가 다음 시즌을 버티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심정에 대해 박지성은 “은퇴에 대한 섭섭함이나 눈물은 없다. 아마 축구선수로서 미련이 남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선수 생활 동안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축구선수 박지성으로서 인생은 여기까지다. 앞으로는 받은 사랑을 갚아나가는 인생을 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우선은 유럽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할 것이다. 쉬는 동안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시즌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에 임대돼 활약한 박지성은 원 소속팀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와 계약이 2015년 6월 만료된다. 올시즌 잉글리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서 3위로 시즌을 마친 QPR이 프리미어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에 진출하며 ‘QPR이 승격하면 박지성이 QPR로 복귀할 것이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박지성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거취를 확정했다.
 
박지성은 은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나를 지도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한 분이라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내게 월드컵과 유럽무대를 경험하게 해줬다. 퍼거슨 감독은 내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나란히 뛸 수 있도록 가르쳐줬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자신의 선수생활을 돌아보며 박지성은 “나는 뛰어난 테크니션은 아니었지만 남들보다 많은 활동량이 장점이었다. 내 장점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뛰었다”고 말했다. 또 박지성은 “나는 부족함이 많은 선수였다. 내 커리어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이라고 말하면서 은퇴 순간에도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단상 앞에는 그의 역사와도 같은 유니폼 10벌이 전시돼 있었다. ‘세류국교’라고 가슴팍에 쓰여있는 세류초 유니폼에 이어 경기중, 수원공고, 명지대, 국가대표팀, 교토 퍼플상가, PSV에인트호번,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킌즈파크 레인저스, 그리고 다시 에인트호번. 박지성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유니폼들이었다.
 
단상 왼쪽에는 그가 세류초에서 처음 신었던 검은색 축구화가, 그리고 오른쪽에는 아직 그라운드의 흙이 채 떨어지지도 않은 주황색 축구화와 축구공이 놓여 있었다. 그가 에인트호번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쓴 것들이었다. 박지성은 은퇴와 함께 결혼 소식을 알렸다. 박지성은 오는 7월27일 서울 W호텔에서 그동안 사랑을 쌓아왔던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른 은퇴에도
‘웃으며 안녕’
 

결혼에 앞서 박지성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일원으로 오는 22일 수원 삼성, 24일 경남FC와의 친선전에 출전해 국내 팬들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이어 6월과 7월에는 2차례 자선경기를 치러 현역 시절과 다름없이 바쁜 나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6월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글로라 붕카르노에서 자선 경기인 ‘아시안드림컵 2014’를 개최한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서 박지성은 유명 초청 선수들과 팀을 이뤄 인도네시아 올스타팀과 대결한다.
 
25년 달린 ‘산소탱크’ 선수생활 마침표
한국축구 세계에 알려…‘전설’로 기록
 
7월25일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K리그 선수들이 참여하는 여객선 세월호 추모경기를 연다. 이는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마지막으로 뛰는 고별 경기가 될 예정이다. 박지성은 이 경기를 통해 마련된 기금을 세월호 희생자와 관련된 장학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후 박지성은 축구 행정가를 위한 학업에 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행정가를 꿈꾸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 한국 스포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 그때까지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이미 2012년 모교인 명지대에서 체육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상태다. 베트남·태국 등 아시아 곳곳에서 열어온 아시안 드림컵 역시 축구 행정가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왔다. 지난 10여년간 아시아 축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데다 영어 실력도 능통해 박지성이 행정가의 길을 걷는다면 한국 축구 외교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지성은 “우선 해외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정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의 어머니는 눈물을 쏟았다. 박지성은 부모님을 향해 “아버지는 선수생활을 더했으면 하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어머니는 부상 당하는 것을 너무 싫어하셔서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빨리 은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부모님이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셔서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그렇게 힘든 일을 하지는 않을 거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진 빚을 갚으면서 살아가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박지성의 은퇴 소식이 알려지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이 현역에서 은퇴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올드트레포트에서 레즈 유니폼을 입고 205경기 27골을 넣은 박지성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은퇴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지성이 맨유에 있는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 4번, 3번의 리그컵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했다”고 언급하며 “맨유의 모든 사람들이 박지성의 건투를 빈다”고 전했다.
 
또한 SNS 트위터 계정에서도 “박지성의 미래에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고 언급하며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있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FIFA도 박지성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FIFA는 “한국 슈퍼스타 박지성이 은퇴했다”는 글에서 “박지성은 아시아 축구 선구자였다.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가 커리어를 마감했다”고 전했다.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전남 고흥군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고향은 전남 고흥이지만 유년 시절부터 쭉 수원시에서 자랐다. 그가 축구화 끈을 처음 묶은 건 수원 영본초등학교 4학년 때다. 6학년 때 전국 대회에서 세류초가 준우승을 차지해 차범근 축구대상을 수상했다.
 
안용중, 수원공고를 거친 그는 명지대 김희태 감독의 눈에 들어와 명지대에 진학하게 된다. 2000년 잠시 휴학하고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낸 J리그 ‘시미즈 에스펄스’ 대신 연봉 5000만엔(2000년 당시 한화 약 5억원)이라는 파격 조건과 주전급 대우를 보장한 ‘교토 퍼플상가’에 진출했다. 당시 J리그 진출은 황선홍 등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고참급 선수들만 가능했지만 박지성은 예외였다.
 
‘포스트 박’비상
공백 누가 메우나
 
박지성은 교토 퍼플상가에서 당시 동료들과 맹활약을 펼쳤다. 팀이 2부로 강등된 후에도 팀에 잔류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팀을 다시 1부 리그로 이끌었다. 2003년에는 일본의 FA컵 대회격인 일왕배 전일본 축구 선수권 대회 결승에 ‘가시마 앤틀러스’를 맞아 0-1로 뒤지던 후반에 동점골을 성공시키면서 팀의 2-1 역전승을 도우면서 팀의 첫 우승을 안기는 데 기여했다. 사실 이때 박지성과 교토 퍼플상가의 계약은 종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팀의 컵대회 우승을 위해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2002년 한국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결승골 등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한 박지성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황태자로 거듭나며 이영표와 함께 ‘PSV에인트호번’의 부름을 받는다. 박지성은 3년6개월에 연봉 100만달러라는 계약조건으로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의 PSV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2003년, 이적 초기에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팀 동료들도 그의 부진한 활약을 꼬집을 정도였다. PSV에인트호번의 사령탑이었던 히딩크 감독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그를 주로 원정 경기에만 투입하도록 배려했다. 이후 차차 페이스를 되찾으면서 발군의 기량을 뽐냈고 팀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듬해 정규리그 28경기에서 여섯 골을 넣으며 부진을 만회했다. 
 
2004-05 시즌에도 리그 28경기에서 일곱 골을 넣어 우승에 일조했다. 2005년 5월4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AC밀란(이탈리아)을 상대로 넣은 선제골은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원동력이 됐다. 이후 박지성은 경기 때마다 종횡무진 활약했고 네덜란드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당시 박지성을 상대했던 선수 젠나로 가투소는 박지성을 마크했던 일이 괴로운 기억이었음을 추억하는 내용의 에세이를 일본 축구잡지에 송고하기도 했다.
 
박지성을 괴룝혔던 PSV에인트호번 팬들도 야유가 아닌 열광적인 ‘위숭 빠르크’ 송으로 박지성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리고 2005년 박지성을 눈여겨보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든 감독이 그를 영입했다. 박지성은 등번호 13번을 달고 맨유에 입단했다. 이듬해 아스널 FC전에서 프리미어리그 첫 골을 신고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맨유에서 박지성은 주로 오른쪽 윙어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왼쪽 윙어인 라이언 긱스와 번갈아가면서 출전했다. 그는 일곱 시즌을 뛰며 전성기를 보냈다. 프리미어리그 4회(2007, 2008, 2009, 2011년), 리그컵 3회(2006, 2009, 2010년), 커뮤니티 실드 3회(2008, 2009, 2012년), 챔피언스리그 1회(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2008년) 우승을 함께했다.
 
2012년 2월6일 첼시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는 맨유 창단 이후 92번째로 2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기록은 205경기 27골. 그의 성공을 계기로 잉글랜드에서 한국 선수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졌다. 낯선 유럽 리그를 친숙하게 만든 선봉장이다. 박주영(29·왓포드)을 비롯해, 기성용(25·선덜랜드), 이청용(26·선덜랜드),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25·카디프시티), 윤석영(24·QPR) 등 열한 명이 프리미어리그를 거쳤다.

‘두 개의 심장’
제2의 축구인생
 
2012-13시즌 이적한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는 2부 리그 강등을 경험했으나 지난해 8월 친정팀 에인트호번에 임대로 이적한 뒤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전성기를 지난 데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지난 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25경기에서 2골 5도움을 올려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따는 데 기여했다.
 
은퇴와 동시에 결혼 발표
김민지 아나운서와 결혼
 
역대 한국 국가대표 가운데 월드컵에 세 차례(2002, 2006, 2010년) 출전해 모두 골을 넣은 선수도 박지성이 유일하다. 4년 전 남아공 대회에서는 주장을 맡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일조했다. 대표팀 100경기에서 열세 골을 넣은 그는 센추리클럽 가입과 함께 2011년 1월31일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박지성은 미드필더로 넓은 행동반경과 많은 활동량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스태미너를 갖고 있는 선수였다. 양쪽 측면에서 모두 뛸 수 있었던 건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을 다루는 경합 상황에서도 높은 집중력과 뜨거운 근성을 보였다.
 
특히 공간을 잘 활용하는 능력과 영리한 움직임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이 점을 수차례 칭찬하곤 했다. 맨유 시절에는 윙어임에도 불구하고 공격력과 수비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며 ‘수비형 윙어’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개척하기도 했다. 패싱력 또한 준수해 팀의 승리를 위해 항상 헌신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다.
 
박지성은 지금껏 유럽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렸다. 그는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국외의 시선을 바꿔놓은 대표적인 선수다. 박지성은 그 존재만으로도 한국 축구와 팬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그러던 그가 이제 그라운드를 떠난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khlee@ilyosisa.co.kr>
 
 
[박지성 족적]
 
▲전남 고흥 출생
▲수원공고 졸업
▲명지대학교 졸업

<프로>
▲2000∼2002 교토퍼플상가
▲2002∼2005 PSV에인트호번
▲2005∼2012 맨체스터유나이티드
▲2012∼퀸즈파크레인저스
▲2013∼2014 PSV에인트호번 임대

<국가대표>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 국가대표
▲2004년 AFC 아시안컵 국가대표
▲2006년 FIFA 독일 월드컵 국가대표
▲2010년 FIFA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
▲2011년 AFC 아시안컵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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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