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만 특혜? '교회대출' 실태

목사·예배당만 있으면 ‘OK!’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근 세월호 참사의 배후로 지목된 종교단체 구원파 기독교복음침례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른 종교단체들의 금융권 대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종교단체 중에서도 금융사들이 큰 손으로 모시고 있는 교회 대출 실태를 살펴봤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구원파와 연루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협, 현대커머셜, 더케이저축은행 등 금융사 검사에 착수했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청해진해운 관계사 외에 구원파 교회 쪽으로 나간 대출 중에서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전달된 돈이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세운 것으로 알려진 구원파 교회가 받은 금융권 대출의 상당부분이 청해진해운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청해진해운의 자금줄 의혹을 사고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는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규모가 3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대출부실 가능성

그러나 금융당국은 세모그룹과 기독교복음침례회과 관련된 대출의 경우 교회와 기업체가 혼재된 경우로 대출의 성격을 명확히 따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호 부조 등을 목적으로 한 신협과 관련된 대출은 반드시 교회 또는 종교와 연결시키기 쉽지 않다는 부연이다.

개인 명의 대출도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도 개인 명의로 돈을 빌려 헌금 등의 명목으로 유 전 회장 일가 측에 전달했을 경우 자금의 흐름 파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교회 대출은 2000년대 초 처음 상품화됐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부도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금융사들은 새로운 고객인 ‘종교단체’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종교 중에서도 교회를 큰손 고객으로 모셨다.

문화재 등록으로 인해 담보 취급 어려움이 있고, 산간지역에 있는 사찰과 달리 도심권에 위치한 교회는 헌금 등 기부금이 꼬박꼬박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도들로부터 들어오는 예금액이 많아 상환력이 높은 대출 대상으로 보고 있다.

건물 짓는데 건축비 펑펑
돈 꾸러 금융권 기웃기웃
헌금 안 모여 부실 우려

은행 중에서도 수협이 가장 공격적으로 교회를 큰손 고객으로 모셨다.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수협의 지난해 말 기준 교회 대출 잔액은 1조5453억원에 달했다. 국내 은행의 교회 대출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한 금액이다.

수협은 2001년부터 교회 대출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대출 한도는 거의 꽉 찬 상태다. 2011년 수협과 우리은행은 온누리선교재단에 교회 건축 예정지를 담보로 400억원가량을 대출해 주기도 했다.

수협의 상품 중에는 교회를 대상으로 하는 샬롬대출, 달란트예금․샬롬예금 등이 있다. 수협 경영진의 신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교회 내에 수협 ATM이 입점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서 수협은행의 교회대출 규모는 잔액기준 2012년 1조6951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1조5453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출건수도 1212건에서 1141건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시중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 가운데 수협은행의 교회대출이 높았다.


두 번째로 교회대출이 많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말 현재 대출채권잔액이 7326억원으로 수협은행의 절반 수준이었다. 우리은행은 종교시설 내 ATM 35대를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도 교회 인근에 ATM 8대를 운영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횃불선교회관, 분당 할렐루야교회, 우리제일교회 등 교회와 금란교회 옆 상가 등에 설치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회의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헌금이 걷기 힘들어져 교회의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경매에 나온 교회는 100건에 달했다.
 

교회대출의 대부분은 건축비가 차지한다. 막대한 건축비를 대출해 무리하게 교회를 크게 지은 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것이다. 교회가 위치한 부동산 가치하락도 금융권 대출 부실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교회대출 관련 연체율은 2.16%에 달했다. 2010년 1.89%까지 치솟은 후 2012년 말에는 0.24%까지 낮아졌지만 몇몇 교회가 경매에 나오는 등 일부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해진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교회 한 관계자는 “교회도 상황이 좋지 않다”며 “사실상 신도들에 나가는 돈은 많은데 헌금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교회로부터 대출 신청을 받을 때 요구하는 내용에서도 헌금을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신용평가 서류에 헌금과 관련된 재정 상황을 제시하고 신도의 충성도, 목사의 도덕성과 리더십에 관한 내용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도 불황

일부 교회들은 은행권에서 대출하기 어려워지자 제2금융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형 교회들은 시설 신축 등을 위해 캐피탈 등의 고금리를 안고서라도 대출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교회들도 헌금이 대폭 줄어들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경기불황 여파로 교회의 대출 상환 능력도 나빠지고 있다”며 “교회의 경우 신도들의 헌금규모에 따라 대출 상환능력을 볼 수밖에 없어 담보력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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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