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강원도 태백

“야생화 천국 ‘분주령’으로 오세요”

분주령은 5월이면 ‘천상화원’으로 변한다. 이름도 신기한 야생화들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린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과 분주령, 검룡소로 이어지는 코스는 봄날 야생화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홀아비바람꽃, 범꼬리, 현호색, 앵초 등 금대봉과 분주령에 피는 야생화만 약 900여 종. 내려오는 길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도 만날 수 있다. 야생화 트레킹을 마친 후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도 많다. 고생대 삼엽충과 공룡을 전시하고 있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국내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태백석탄박물관 등이 인기가 높다. 화전동에 위치한 용연동굴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휴양도시 태백의 면모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하루쯤 머물며 심신의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멋진 풍경을 자아내는 매봉산 풍력단지도 가볼 만하다.

5월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야생화 화원
태백석탄박물관서 석탄산업 역사 한눈에

5월은 트레킹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따뜻한 봄 햇살과 싱그러운 숲내음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창한 장비는 필요 없다. 발이 편한 트레킹화와 물통, 도시락을 싸서 떠나보자.
목적지는 태백 분주령.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천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야생화가 가장 많은 때는 5월 초부터 7월 초순경으로 기린초, 하늘나리, 하늘말나리 등이 눈부시게 핀다.

숲길 따라
야생화 트레킹

트레킹의 시작은 두문동재(1268m)에서 시작한다. 두문동재는 정선과 태백을 잇는 고개인데 싸리재라고도 부른다. 두문동재에서 트레킹을 시작해 금대봉 정상과 분주령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약 6.6km.
두문동재에서 헬기장을 지나 금대봉(1,418m)으로 향하는 길은 평탄한 능선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양지바른 곳에는 할미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있다. 산책하듯 느린 걸음으로 걸어 약 30~40분 정도를 가면 금대봉이다. 금대봉은 식물자원 보호구역이다. 그만큼 야생화가 많다. 금대봉 이르는 짧은 길에도 노란 산괴불주머니며 솜방망이, 딱총나무꽃 등의 단아한 자태를 만날 수 있다.
금대봉에서 숲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면 ‘고목나무 샘’이다. 이 물은 검룡소로 스며들어 다시 솟구친다. 고목나무샘에서 다시 1시간여를 가면 분주령 초원이다. 이 길은 ‘들꽃숲길’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데, 이름에 걸맞게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녹음이 우거져 있고 길섶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봄바람에 흔들린다. 이들과 눈을 맞추며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전망이 탁 트이는 곳에 닿는다. 분주령이다. 해발 1080m에 이렇게 넓은 분지가 펼쳐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봄이면 분주령 일대는 드넓은 꽃밭으로 변한다. 다양한 야생화들이 앞다퉈 핀다. 낚시제비꽃, 줄딸기꽃, 노루삼, 홀아비바람꽃, 범꼬리, 왜미나리아재비, 현호색, 앵초, 터리풀, 요강나물, 쥐오줌풀, 구슬붕이, 어릿광대수염 등이 분주령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 금대봉과 분주령에 자생하는 풀꽃은 약 900여 종에 달하는데 식물도감을 챙겨가 꽃 이름을 확인하며 걷는 것도 야생화 트레킹을 잘 즐기는 한 방법이다.
분주령을 지나 계곡길로 내려서면 검룡소로 가는 길이다. 빽빽이 들어선 침엽수림 사이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검룡소로 이어지는 길은 거의 내리막이라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주차장 못 미처 오른쪽에 난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닿을 수 있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다. 울창한 숲 속, 푸른 이끼가 가득한 바위 웅덩이에서 하루 2000톤의 물이 샘솟는다. 오랜 세월 동안 물줄기가 흘러 2m 정도 되는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패여 있다. 이끼가 가득한 암반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가 신비스럽게 보인다. 이 모습이 마치 용이 용틀임하는 것과 비슷해 검룡소라 불린다. 물 온도가 사계절 내내 섭씨 10도 안팎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입산은 5월16일부터 가능하며 분주령은 생태경관보존지역이기 때문에 입산 일주일 전에 태백시청 환경보호과에 사전예약하면 된다.


태백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 위에 건립된 고생대 전문박물관으로 고생대 삼엽충, 두족류 및 공룡 화석과 자체 제작한 영상물, 입체 디오라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대륙 이동 등 지각변동에 관한 자료도 볼 수 있는데, 고생대 때 한반도가 3개의 땅덩어리로 분리돼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화석 발굴 현장, 화석 탁본, 30억 년 지층 파노라마 등 다양한 주제의 체험전시실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가기 전 볼 수 있는 구문소는 황지에서 시작된 물이 태백을 빠져나가며 산자락을 뚫어 커다란 석문(石門)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417호다.

동굴 속
신비로운 경관

태백산도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태백석탄박물관도 흥미롭다. 1997년 ‘석탄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건립됐는데 국내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광물, 화석, 기계장비, 광부들의 생활용품 등 8700여점의 석탄 관련 유물과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 지하에 위치한 8전시실에는 채탄과정과 지하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지시의 모습, 여러 가지 갱도의 유형 등을 전시하고 있어 광산의 위험성과 광산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느껴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또 있다. 화전동에 위치한 용연동굴이다. 국내 동굴 중 가장 높은 해발 920m 지점에 있다. 1억5000만~3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 길이 1.5km.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 석주 등이 즐비하다. 모양에 따라 드라큘라 성, 죠스의 두상, 등용문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동굴 내부에는 폭 50m, 길이 130m의 광장과 인공분수, 조명시설이 만들어져 있는데 자연 생성물들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1.1km 구간을 운행하는 ‘낭만의 용연열차’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태백 대부분의 지역은 평균 해발 높이가 800m를 훌쩍 넘는다. 그래서 태백을 ‘고원관광휴양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휴양도시 태백의 면모를 잘 느낄 수 있는 곳.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이 마련되어 있는데 하루쯤 머물며 심신의 휴식을 취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산행길과 트래킹 코스도 잘 닦여 있으며 MTB(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는 ‘바람의 언덕’으로도 불린다. 가파른 비탈의 배추밭 꼭대기 능선에 자리한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발전기 외에도 조그마한 네덜란드식 풍차가 한 기 서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자연체험 코스 : 분주령 야생화 트레킹 - 검룡소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날 : 분주령 야생화 트레킹 - 용연동굴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숙박
· 둘째날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 석탄박물관 -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태백시청 문화관광포털 tour.taebaek.go.kr
· 태백산도립공원 park.taebaek.go.kr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paleozoic.go.kr
· 태백석탄박물관 www.coalmuseum.or.kr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forest.taebaek.go.kr

문의 전화
· 태백시 관광문화과 033)550-2085
· 태백시 환경보호과 033)550-2061
· 태백시 관광안내소 033)550-2828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8181
· 태백석탄박물관 033)552-7730
· 용연동굴 033)553-8584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033)582-7440

대중교통 정보
버스> 
· 청량리-태백 : 하루 7회 운행, 4시간40분 소요.
· 동대구-태백 : 하루 2회 운행, 4시간20분 소요.
· 부산-태백 : 하루 1회 운행, 6시간30분 소요.

기차> · 동서울-태백 : 하루 32회 운행, 3시간10분 소요.
· 북대구-태백 : 하루 7회 운행, 5시간 소요.
· 부산-태백 : 하루 6회 운행, 5시간 소요.

자가운전정보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 나들목 - 중앙고속도로 - 제천IC - 영월방면 38번 국도 - 두문동재 터널 입구

숙박 정보
· O2리조트 : 태백시 황지동, 033)580-7500
· 호텔메르디앙 : 태백시 황지동, 033)553-1266
· 스카이호텔 : 태백시 소도동, 033)552-9912
· 태백산 민박촌 : 소도동, 033)553-7440

식당 정보
· 태성실비식당 : 태백시 상장동, 한우, 033)552-5287
· 경성실비식당 : 태백시 삼수동, 한우, 033)552-9156
· 태백닭갈비 : 태백시 황지동, 닭갈비, 033)553-8119
· 강산막국수 : 태백시 황지동, 막국수, 033)552-6608

축제와 행사 정보
· 태백산 눈축제 : 매년 1월, 033)550-2085, festival.taebaek.go.kr
· 태백산 철쭉제 : 매년 6월, 033)550-2085, festival.taebaek.go.kr

주변 볼거리
황지연못, 추전역, 삼수령, 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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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