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속 보이는 '이상한 입찰' 막전막후

‘떼논 당상’ 짜고 치는 일감 몰아주기

[일요시사=경제팀] 이창근 기자 = 경찰청은 지난달 30일부로 조달청을 통해 ‘경찰관서 교환기 교체 사업’에 대한 입찰공고를 게시한 바 있다. 연간 사업비 80억원 규모로 IT관련 계약으로는 작지 않은 건이다. 이 입찰공고가 게재되자마자 IT업계에서는 “이번에도 낙찰 받는 업체는 정해져 있다”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입찰방식과 채점기준이 모두 2011년부터 3년째 99.5%라는 역대 최고의 낙찰율로 수주한 ‘A업체’를 위한 기준이라는 것. 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입찰을 왜 붙이나. 차라리 수의계약을 줘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IPT장비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키폰’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장비다. 키폰은 일반전화선을 이용한 통신수단이고, IPT는 인터넷 회선을 기반으로한 통신수단이다. 키폰이 외부로부터 전화를 착신 받아 해당 부서로 연결시키는 기능을 위주로 한다면, IPT는 인터넷이나 전용망과 같은 데이터네트워크에서 음성신호나 영상신호를 실시간으로 전달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한 IPT는 온라인이 기반이기 때문에 각종 부가서비스가 지원된다. 예를 들어 외부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면 자동으로 담당자의 휴대폰에 ‘민원인의 전화가 와 있으니 신속히 연결 요망’ 같은 메시지를 띄우거나 바로 휴대폰으로 연결시켜 주는 것도 가능하다. 경찰청 본부에서 전화 한 통으로 전국의 일선 경찰들에게 동시에 지령을 내리고 모니터링까지 할 수 있다. 경찰청 정보화사업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해보나 마나 한 입찰
 
이에 경찰청은 2014년도 IPT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여기저기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청 정보화장비 관련 정책부서가 제시한 입찰방식과 심사기준이 특정업체가 수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A업체는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의 통신운영사업부가 분사하여 설립한 회사로 국내 양대 IPT 장비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에릭슨LG 진영 중 에릭슨LG 쪽에 속하는 업체다.
 
이미 2012년과 2013년에 IPT 계약을 따낸 바 있는 A업체로서는 이번 년도에도 수주가 가장 유력시되는 업체로 꼽히고 있다. ‘기존 시스템 연동조건의 증설사업’과 ‘신규지방경찰청 교체 및 경찰서 교체사업’이 1개의 사업으로 통합발주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신규’와 ‘증설’이 분할발주되지 않는 한 ‘이번 역시 해보나 마나 한 입찰’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진영의 중소협력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번 입찰 기회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설사 계약을 따냈다고 해도 그간 A업체가 설치한 에릭슨LG 교환기에 삼성전자 단말기를 장착하려면 프로토콜(테이터 처리체계) 맞춰야 하는데 계약을 뺏긴 업체 측에서 순순히 협력해 줄 턱이 없고, 적절한 협력을 받지 못하면 애써 설치한 교환기를 들어내고 삼성교환기를 새로 투입해야 난맥이 생기기 때문이다.
 
말이 공개입찰이지 삼성전자 진영의 중소업체들은 아예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진영이니, 에릭슨LG 진영이니 하는 것은 중소 IPT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이 어떤 쪽 교환기의 프로그램을 많이 해봤느냐 하는 것일 뿐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차별 아닌 차별을 받게 된 것이다. 신규와 증설부분을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교환기 교체사업 입찰공고에 IPT업계 불만
3년 연속 99.5% 낙찰 받은 특정업체가 예약?
 
분리발주에 대한 주장은 나름 근거가 있다. 작년에 IPT 사업을 분리발주 한 육군의 경우 당초 예산 대비 45%를 절감했고, 절감된 예산을 다른 IT부분에 투입함으로써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의 효율성을 높인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아끼는 방법이라면 경찰청 역시 분리발주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에릭슨LG 진영의 협력사라고 할지라도 A업체가 아닌 다른 중소IPT업체가 낙찰을 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이 이번 입찰공고와 함께 밝힌 평가기준에 따르면 전체 배점 100점 가운데 입찰가격평가에 대한 배점은 10점, 기술능력 평가의 배점은 90점이다.
 

동등한 기술수준이라면 입찰가격이 낮은 업체가 유리해야 마땅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업체가 그간 99.5%라는 놀라운 낙찰율로 계약을 따낸 것만 봐도 가격 문제는 아닌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체 배점 가운데 90점을 차지하는 ‘기술능력 평가’를 주목하고 있다.
 
이 기술능력 평가는 크게 객관적 평가(20점)와 주관적 평가(70점)로 나뉘어 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재무상태를 반영한 신용등급 및 업체실적, 투입인력의 기술등급과 경력 등이 객관적 평가 항목이고, 각 시스템의 구축방안과 전략, 경찰서간 지방청 집중 통합 서비스 전략, 시스템 구축방안과 설치계획 및 시스템의 안정성과 확장성 등이 주관적 평가 항목이다.
 
주관적 평가 항목 부분에서는 그간 VoIP 분야의 기술이 상향평준화가 됨으로써 상위랭크 업체 간의 격차는 백지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따라서 낙찰여부를 가리는 핵심은 객관적 평가 부분. 입찰업체가 재무적으로 얼마나 탄탄한가, 그 동안의 실적이나 핵심 기술인력의 등급과 경력 등과 같은 외형적 요소가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2~3점만 차이가 나면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과 저렴한 가격으로 입찰을 한다 해도 뒤집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의 배점은 10점에 불과하기도 하고 입찰업체 중 최고가와 최저가를 배제한 평균가격이 낙찰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혜택 업체만 들어와라? 
차라리 수의계약 줘라!”
 
업계에서는 A업체가 최근 3년 이상 계약을 따낸 배경도 바로 이 외형적 경쟁력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국내 유명 전자회사에서 분사한 이후에도 모기업 산하에 있는 통신사의 기지국 관련 일감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A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대기업 후광 업은 기업만 입찰하란 얘기냐”고 입을 모으게 된 배경도 이부분이다.
 
실적평가 항목에 대한 평가기준을 보면 년간 수주실적이 70억 이상(A등급)이 5점, 50억 규모(B등급)는 4점, 30억 규모(C등급)면 3점인데, IPT 분야에서 중소업체가 70억 정도의 수주실적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의 직간접적인 일감 몰아주기’ 없이는 불가능한 실적이란 게 경쟁업체의 시각이다. 기술인력과 관련한 평가항목 또한 마찬가지다.
 
A업체처럼 IPT관련 엔지니어 외에도 기지국 관련한 엔지니어까지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이력서만 추가로 제출해도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업계를 통틀어 객관적 평가에서 만점이 가능한 업체는 A업체뿐이라는 푸념이 퍼지는 배경이다.

가격·기술보다 외형
 
IPT 업계에서는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신규 물량과 증설물량을 따로 입찰해서 업체 간 경쟁을 통한 예산절감 효과와 더불어 여타 중소기업에게도 기회를 제공해주는 방향으로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경찰청 입찰공고에 앞서 한 IPT 업체의 임원은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을 찾아가 위와 같은 사항을 요청한 바 있으나 ‘분리발주는 행정력의 낭비’라는 당혹스러운 답만 듣고 돌아왔다. “육군이 분리발주를 통해 절감한 예산이 수십억인데 실무자가 그만한 수고도 못하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담당자를 설득하진 못한 상태다.
 

한편,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 측은 “분리발주로 인해 예산을 절감한 사례가 있는데도 행정력 낭비 운운하고 있는 경찰공무원의 자세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며 “추후 예산안에 경찰청 노력 여부를 반영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manchoic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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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