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⑨23명 선원 앞날은?

살인마보다 더한 도망자들 '감방으로 골인'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수많은 승객이 숨졌다. 시신 수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실종자 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섰고, 유가족의 억장은 무너졌다. 세월호 침몰 후 가장 먼저 육지에 발을 붙인 사람은 승객도 승무원도 아닌 세월호 선장이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가장 먼저 승객을 등지고 도망쳐 기어코 살아남았다. 이 선장의 뒤를 이어 승무원 23명도 세월호를 빠져나왔다. 끝까지 승객들을 지켰던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이 선장을 비롯해 살아남은 23명은 유가족들의 울부짖음과 질타를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선박직 승무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승무원의 구조율은 29명 중 23명이 살아남아 79%에 달했다. 선박직 승무원들의 구조율은 100%다. 반면 승객 구조율은 34%(151명)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사고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살인죄 가능성

탈출한 승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검찰은 승객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고 빠져나온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혐의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준석 선장과 조타수 조모씨, 3등 항해사 박모씨가 지난 19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 선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형법상 유기치사 ▲업무상 과실(선박 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선원법 위반 등의 5가지 혐의로 구속됐다. 조타수 조씨와 3등 항해사 박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과실 선박매물,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특가법상 선박 도주 관련 조항이 적용된 것은 이 선장이 처음이다. 이 조항은 특가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7월30일부터 시행됐다. 최저 5년 이상의 징역부터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처벌 조항이다.


특가법 제5조의12 제1항에 따라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입법 취지는 선박끼리 충돌했을 때 도주한 선박의 선장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 뺑소니 같은 개념이다.

이어 22일 세월호 1등 항해사 강모씨와 신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사 박모씨가 유기치사 및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23일 자살 소동을 일으킨 1등 기관사 손모씨도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2등 기관사 이모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4명의 선원들은 조타실에 모여 있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선원전용통로로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다른 승무원 2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주로 주장하는 선박결함 가능성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날까지 유치된 11명 중 여성인 3등 항해사 박씨만 홀로 방을 사용하고, 나머지 남성 10명은 두 개방에 나눠 지내고 있다.

특히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 선장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관련 판례와 법리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 18조에 따르면 부작위범은 위험상황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고 발생을 무시한 사람이다. ▲미성년자에 대한 친권자의 보호 의무 ▲친족 간 부양 의무 ▲부부 간 부양 의무 ▲경찰관의 보호조치 의무 ▲의사의 진료 및 응급조치 의무 ▲운전자의 구호 의무 등이 부작위범에 포함된다.

예컨대 부모가 어린 자식을 방치해 굶겨 죽이면 이것이 부작위 범죄에 해당한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 아이를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살인이 아니더라도 유기치사죄에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이 선장은 승객이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자신만 살고자 탈출했다. 부작위범에 대한 형량은 특가법과 마찬가지로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승객 구조율 34%…선박직 승무원은 100%
"무기징역 당연" vs "기껏해야 몇 년"

일각에서는 이 선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작위범이나 특가법은 최고 무기징역이지만 ‘살인죄’는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선장이 자신의 의무를 고의로 회피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필적 고의를 증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미필적 고의는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인용하는 것이다. 살인 의사가 약해도 사망이 가능하다는 상황을 인식했다면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이 선장은 사고발생 이후 퇴선명령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당시 선원은 살아있었고, 구조선박과 헬기가 현장에 나와 있었다. 이 선장이 위험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방치해 승객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밝혀야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풍백화점, 남영호 침몰 등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책임자에 대한 비판이 컸지만 실제 살인죄가 적용된 경우는 없었다”며 “지금으로서는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확답하기는 어려워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다. 1995년 삼풍백화범 붕괴사고 당시 검찰은 사고책임자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려 했으나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했다. 이 범죄는 최대형량이 금고 5년에 불과하다.

과실치사 그칠 수도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건에서도 검찰은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판정했다. 당시 남영호는 제주를 떠나 부산으로 가던 중 큰 파도를 만나 침몰하면서 3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생존자는 선장 강모씨를 포함해 13명뿐이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0년 전 이준석 선장 "안전 위해 늘 긴장 한다"더니…

“직업 특성상 긴장을 늦출 겨를이 없다.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래야 잡념이 없어지기에 오히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

10년 전 이준석 선장은 제주지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선장이라는 직책의 무거움을 거론했다.

이 선장은 “처음 탄 배가 원목선이었는데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역에서 배가 뒤집혀 일본 자위대가 헬리콥터를 이용해 구출해 줬다”며 “그때 만일 구출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그 때 일을 회상했다. 이어 “바다에서 태풍을 만났을 땐 ‘다시는 배를 타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이란 간사해서 그 위기를 넘기고 나니 그 생각이 없어져 지금까지 배를 타고 있다”고 했다.


이 선장의 말대로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그는 위기 상황에도 무력해졌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조사 결과 이 선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3등 항해사에게 운항을 맡기고 침실로 내려가 장시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등 휴식을 취했다. 세월호가 침몰하자 이 선장은 배와 탑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 구조 후 이 선장은 온돌 침대 위에 젖은 돈부터 말렸다.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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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