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⑧심상찮은 북풍

여태 가만히 있다가…"냄새 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대한민국이 또 다시 메가톤급 악재에 부딪혔다. 구멍 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손 볼 겨를도 없이 북한발 안보위협이 먹구름처럼 밀려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정국은 안갯속이다. 악화된 여론은 반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우외환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에도 실책을 거듭할 것인가.

세월호 침몰 여파로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북한발 안보 위협까지 가시화되는 등 박근혜정부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2일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도발 위협의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4차 핵실험이든 전선(국경)에서 문제가 나든 심각한 분위기인데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급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큰 거 한 방'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우리 군은 최근 함경북도 길주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핵실험 준비로 의심되는 활동을 감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2월 전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핵실험(3차)을 강행한 바 있다.

현재 군은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적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든 다음 단계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4월30일 이전에 큰 일이 날 것이다'라고 말한 점 등을 미뤄 실험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종승인만 있으면 핵실험이 즉각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 과거 전례를 볼 때 핵실험을 가장한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은 "(북한의) 구체적인 활동은 공개할 수 없지만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징후를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군은 미국으로부터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 내부 정보를 토대로 공식 브리핑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이번 발표의 배경과 의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첩보의 진위 여부와 관련한 의혹이 첫 번째이고, 브리핑의 시점과 관련한 의문이 두 번째이다. 먼저 동북아 방위 파트너인 미국 측 반응이 우리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한) 전력이 있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증거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미국)는 북한의 활동에 대해 언제나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한 보도를 봤으며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마찬가지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특별히 발표하거나 확인할 것은 없고 미군과 구체적으로 정보를 공유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건 "한·미간 정보를 긴밀히 공유했다"던 우리 측 입장과는 차이를 보인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우리 측 발표와 배치되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당장에 있을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핵실험장을 유지 또는 보수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에 게재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핵실험이 임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미연구소는 "지난 19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북동쪽 갱도 인근에 목재 추정 물건들과 물품 운송용 대형 상자들의 움직임이 보인다"며 "지난 수 주 동안 차량과 장비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 트레일러 1대가 실험장에서 도로로 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미연구소는 "(지난 3차 핵실험을 전후로 한 시점의 사진과 비교해볼 때) 핵실험 준비 초기 단계일 수 있고, 덜 위험한 의도로 보면 유지·보수 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핵실험 가능성을 낮게 내다본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국방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과 만났다. 관계자는 "38노스의 사진은 정보당국에서 찍은 것과 달리 흐릿하며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외에도 다양한 정보 수집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핵실험장 갱도에 설치된 가림막이 사라졌는데 이는 3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핵실험 당시 갱도 입구에 설치된 가림막을 치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환구시보>는 올 3월 말 북한 외무성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던 것을 짚으며 이같이 전했다. 비슷한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설득노력을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수습 와중에 북한 핵실험 임박설
갑자기 안보 위협…여론 물타기 의혹

핵실험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일종의 협상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27일부터 30일까지가 중대 기로로 점쳐지는데 여기서 진짜 문제는 핵실험의 실체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앞서 밝혔듯 군은 최초 브리핑에서 확인 불가한 첩보를 동원했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멘트인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가 유력매체를 통해 사실로 둔갑했다. 외교 관례상 상대국의 공식기구 또는 매체의 말을 인용해야 했음에도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언론계 안팎에선 정부가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배경을 놓고 '물타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악화된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정부가 '만능열쇠'인 북한을 집어든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던 시점에 의도적으로 남북 긴장국면을 조성했다는 주장은 다각도로 힘을 받고 있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북풍' 조작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북한발 이슈가 터졌을 경우 야권보다는 여권에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브리핑을 한 건 국방부지만 관료조직문화상 청와대 허락 없이 유관 부처가 튀는 행동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왕창 부풀리기?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북핵 문제가 대두되면 될수록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안보장사'를 했다가 수습하지 못할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권 일각의 주장대로 북한이 흉흉한 민심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박근혜정부가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의 이중행보
핵실험 한다면서 조의문?

북한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조의의 뜻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남측에 보냈다. 지난 23일 통일부는 "북한이 적십자회중앙위원회 명의로 된 전통문을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보내왔다"며 "답신은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통지문에서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전통문 발신은 국가 간 외교적 관례 행위이며,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는 것으로 통일부는 전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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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