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살인' 층간소음법 보니…

‘삭막한 이웃’ 더 싸움 나게 생겼다

[일요시사=사회팀] 층간소음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로 일어나는 각종 갈등을 줄이고 화해나 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층간 소음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은 것이다. 실효성은 지켜봐야하겠지만 일각에서는 이웃 간 고소·고발이 남발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근본적인 대안이 부재한 무책임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단순한 이웃 간의 갈등이라고 여겼던 층간소음이 범죄로까지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웃 간 말다툼을 넘어 살인과 방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층간소음 갈등 사례는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조사결과 지난해 환경부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건수는 총 1271건으로 하루 평균 3~4건이었다. 층간소음 분쟁조정 신청은 2008년 11건, 2009년 9건, 2010년 18건, 2011년 21건, 2012년 16건, 지난해 29건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부 층간소음 민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접수된 민원은 2012년 7021건, 2013년 1만5455건이다. 

불신의 씨앗
층간소음전쟁
 
층간소음의 원인으로 아이들이 뛰거나 걷는 소리가 73%로 가장 많았고, 망치질 소리 4.5%, 가구 옮기는 소리 2.6%, 가전제품 소리 2.3%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전체 가구 중 65% 이상이 공동주택에서 생활한다. 1990년대 이전에는 통상 주택 바닥을 콩자갈로 시공해 방음이 비교적 잘 됐지만, 최근에는 단가가 낮은 벽식구조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소음발생 문제가 더 커졌다고 한다.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13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는 아파트 층간 소음 갈등을 빚어오던 윗층 거주자의 초등학생 아들을 폭행한 박모(48·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월 13일 오전 8시께 부산 해운대구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왜 시끄럽게 하느냐”면서 A(8)군의 얼굴 등을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A군은 이날 등교하기 위해 나섰다가 박씨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이같은 폭행을 당한 뒤 대인기피증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근 열린 검찰 시민위원회에서 피의자에게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를 보장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약식기소 대신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4일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칼부림이 발생했다. 피해자 허모(45)씨는 이날 집 안에 혼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반사적으로 아무 의심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 앞에는 키 큰 청년이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아랫집 아들 김모(24)씨였다. 김씨는 격양된 목소리로 허씨에게 “좀 조용히 다니라”며 허씨가 시끄럽다고 큰소리쳤다. 결국 실랑이가 벌어졌고 김씨는 뒤로 돌아서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허씨는 가까스로 재빨리 뒤로 물러났으나 열여덟 바늘을 꿰매야 하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허씨 주장에 따르면 이 다툼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김씨네 집이 아래층으로 이사를 온 지 한 달 후부터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와서 “윗집 방과 거실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심해 아들 공부에 지장을 받는다"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허씨는 2010년 3월부터 이 아파트에 살면서 소음으로 갈등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김씨네 집이 이사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더군다나 허씨는 혼자였다. 허씨는 계속 “내가 혼자 살고 있고, 거의 대부분 생활을 거실에서 하기 때문에 소음이 날 리가 없다”며 김씨네를 이해시켰다.
 
이후 두 집은 서로 조심하기로 약속했고, 평소보다 조심히 생활했다. 집 안에서 발꿈치를 들고 생활했고 혹시나 소리가 날까봐 늘 노심초사했다. 허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소음이 안 나도록 노력했지만 갈등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조심조심했지만 소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허씨와 김씨 양측은 결국 관리소장과 함께 소음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허씨는 계속해서 “소음의 원인은 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관리소장도 소음의 원인이 꼭 바로 윗집은 아닐 수도 있다면서 서로 이해할 것을 권유했다. 결국 소음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아랫집에 사는 이웃이 윗집에 사는 이웃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신경쇠약 증세가 있었다.


칼부림·방화 등
심각해지는 범죄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수년간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던 윗집 현관문 앞에 불을 지른 장모(34)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1월11일 오전 4시24분쯤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평소 층간소음으로 다툼이 심했던 위층 A(36·여)씨 자택 현관문 앞 유모차에 불을 붙여 현관문을 태우는 등 145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새벽에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잠에서 깼던 A씨가 불이 타오르는 소리 등을 듣고 관리사무소와 112에 신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장씨 외에 범행 전후에 이동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수사해왔다.
 
화해·조정이 우선 구체적인 기준 마련
실효성 논란…고소고발 남발 현상 우려
 
경찰 조사 결과 장씨는 2008년 9월 위층으로 이사온 이모(36·여)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잦은 다툼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장씨는 술에 취해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자녀는 3∼10살 4명으로 최근 소음이 부쩍 심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집에는 어린 자녀 4명과 이씨의 남편까지 총 6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을 지를 개연성은 인정하지만 당시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어떻게 불 질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일관하거나 “빠른 사건 마무리를 위해 피해자들과 합의를 보고 싶다” 등 모호한 답변을 반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담배를 피우던 장씨로부터 범행 의심 물품인 라이터를 압수하고, CCTV 분석과 관리사무소장 등의 참고인 진술, 거짓말 탐지기 분석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9일에 일어난 사건은 더 끔찍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은 세입자에게 도끼를 휘두르고 집에 불을 질러 2명을 살해한 70대 노인 임모(73)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5월 임씨는 자신의 다가구주택 1층에 세들어 사는 A씨 부부에게 도끼를 휘두르며 위협했다. 이들 부부가 집 안 작은방에 샌드백을 설치해 운동하는 소리가 2층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들렸기 때문.
 
결국 이 부부는 샌드백을 치웠지만 임씨는 전세계약이 만료될 때 나가라고 요구했고 A씨 부부는 전세금부터 먼저 받겠다며 집을 비우지 않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임씨는 범행 한 달 전부터 휘발유 등을 구비해 방화 계획을 세웠다. 
 

5월 A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또 다시 말다툼을 벌인 임씨는 A씨가 “집주인이면 다냐. 이 XX야”라고 욕설한 것에 분개해 집에 있던 도끼로 A씨와 그의 부인의 팔을 가격했다.
 
이 부부는 황급히 집 안으로 도망쳤으나 도끼로 부부의 집 문을 부수고 들어온 임씨는 거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폈다. 당시 집 안에서 놀고 있던 부부의 20대 딸과 남자친구는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화상으로 숨지고 말았다.
 
1심 재판부는 “층간소음이라는 사소한 분쟁 때문에 흉기를 휘두른 것도 모자라 주거지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불을 질러 무고한 2명이 생명을 빼앗겼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즉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범행 전에 휘발유와 라이터를 구입해 범행을 준비한 점, 도끼로 피해자들을 위협하고, 이들이 안방으로 피신하자 거실에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질러 두 사람이 고귀한 생명을 잃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갈등 없앤다지만…
원천적 해결? 글쎄∼
 

이처럼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와 시민단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다. 이에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소음·진동관리법’과 ‘주택법’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 위임사항을 규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기준에 관한 규칙’ 공동부령을 마련하고 지난 11일부터 5월1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정하는 공동부령은 공동주택에서 입주자의 과도한 생활행위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층간소음의 기준을 제시하여 입주자 간의 분쟁을 방지하고, 건전한 공동체 생활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이번 제정안의 적용대상은 공동주택으로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이 해당된다. 층간소음의 구체적인 범위는 아이들이 뛰는 동작, 문·창을 닫거나 두드리는 소음, 헬스기구, 골프연습기 등의 운동기구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 벽, 바닥에 직접 충격을 가해 발생하는 직접 충격 소음과 TV, 피아노 등의 악기에서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으로 하고 욕실 등에서 발생하는 급배수 소음은 제외된다. 이는 건설 시에 소음성능이 결정되므로, 입주자의 의지에 따라 소음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알아서 해결하도록 권고 수준
"건축법규 손보는 게 먼저" 지적
 
규칙은 1분 등가소음도(Leq) 주간 43dB, 야간 38dB, 최고소음도(Lmax) 주간 57dB, 야간 52dB로 기준치를 설정했다. 1분 등가소음도는 1분 동안 발생한 변동소음을 정상소음의 에너지로 등가해 얻으며, 최고소음도는 충격음이 최대로 발생한 소음을 측정하여 얻는다. 이는 지난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연구용역)을 거쳐 완공된 30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제 충격음을 재현하는 실험을 통해 설정했다.
 
이번에 제정하는 층간소음기준은 입주자가 실내에서 보통으로 걷거나 일상생활 행위를 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기준이며 지속적으로 층간소음을 일으켜 이웃에 피해를 주는 소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측정기준도 1분 이상 계속적으로 발생되는 소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층간소음기준은 소음에 따른 분쟁발생 시 당사자간이나 아파트관리기구 등에서 화해를 위한 기준으로 이웃 간 조심 하도록 하고자하는 기준이다. 분쟁 발생시 1시간 동안 소음을 측정한다. 층간소음 기준의 최고소음도 기준을 3번 이상 초과하면 기준을 넘긴 것으로 규정하게 된다. 당사자간 화해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공적기구에서 화해·조정기준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의 관리에서 발생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상담을 통해 지원하기 위하여 주택관리공단에 위탁하여 ‘우리家 함께 행복지원센터’를 지난 8일 개소해 새로이 만들어 층간소음 상담도 함께 지원 층간소음 상담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1661-2642)’를 2012년 3월부터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2013년 9월 5대광역시로, 올해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는 공동주택 층간소음과 관련한 상담, 현장진단 및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웃 간 갈등조정을 위해 전문가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층간소음 분쟁을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2003년 6월 이래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환경분쟁을 조정 및 중재해 온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법적 층간소음기준이 발효됨에 따라 이웃사이서비스를 통해 해결이 어려운 층간소음 관련 분쟁을 중심으로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분쟁해결을 추진한다.
 
공동주택 층간소음기준은 ‘행복한 생활공간 조성’이라는 국정과제의 구현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국토부·환경부가 협업하여 마련한 것으로, 앞으로도 양 부처가 협력하여 층간소음 예방 및 해결에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근본적인
대안부재
 
국토부·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층간소음 수준에 대한 법적기준이 없어 이웃 간 갈등 해결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라며 층간소음기준이 마련되면 “이웃 간 갈등 해결 및 국민불편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제정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기준에 관한 규칙’은 2014년 5월1일까지 입법예고되고, 세부 내용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http://www.law.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와 환경부가 제시한 층간소음 기준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오히려 소음기준을 후퇴시키는 퇴행적 조처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실시공으로 원천적 책임이 큰 건설사 편을 들어주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건설사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새로 제시한 기준이 법적 기준으로 확정되면 5dB이 완화되기 때문에 오히려 추가소음을 인정하게 된다.
 
사실상 정부가 층간소음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주자가 아닌 시공사 입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점과 법적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호주의 소음관리 방식?
직접피해 없어도 이웃 주민 위해 신고
 
호주에는 경찰보다 더 무서운 ‘네이버 워치(Neighbor Watch)’가 있다. 네이버 워치는 이웃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피해를 받지 않았다 해도 나서서 신고하는 호주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가령 밤늦도록 파티를 하거나 소음을 발생시킨다고 판단되면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마을 주민을 위해 신고한다. 주어진 자유 안에서 자신들이 정한 규을을 철저히 지키며 생활하는 셈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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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