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미스터리 연봉킹’ 리스트 공개

‘일당 5000만원’ 얼굴 없는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상장기업 등기임원의 개인 연봉이 처음 공개됐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에 국민들의 입은 '쩍' 벌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기업의 크기와 상관없는 연봉이다. 많은 중견기업 등기임원들이 대기업의 '뺨'을 후려쳤다.

지난달 31일 연간 5억원이 넘는 상장회사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개를 의무화한 법안에 따른 것이다. 예상대로 대기업 등기임원들은 수십억원대의 연봉을 챙겼다. 10대 재벌그룹 총수 중 가장 많은 액수의 보수를 받은 인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지주사 C&C를 포함한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주) 등 5개 계열사에서 지난해 모두 30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드디어 공개된
등기임원 연봉

최 회장의 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었다.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에서 모두 140억원을 받았다. 3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 한화케미칼, ㈜한화, 한화갤러리아, 한화엘앤씨 등에서 모두 13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4개 계열사에서 62억100여만원을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4위에, ㈜CJ 등 5개 계열사에서 51억3000여만원을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6위는 롯데쇼핑 등 5개사에서 47억3000만원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7위는 ㈜LG에서 43억8000만원을 챙긴 구본무 LG그룹 회장, 8위는 효성에서 39억원을 받은 조석래 효성 회장, 9위는 GS와 GS건설에서 38억9000만원을 받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10위는 ㈜두산에서 24억원을 받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었다.

재계 1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아무 곳에서도 연봉을 받지 않았으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각각 67억원, 62억원, 50억원의 연봉을 지급 받았다.


국민들은 수십·수백억원을 넘나드는 재벌그룹 오너의 연봉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한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놀라게 한 인물들은 따로 있다. 이름도 생소한 중견기업 오너들이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이들의 1년 수입은 대기업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김형섭 전 평안엘앤씨 부회장은 총 201억9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평안엘앤씨는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로 유명하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평안엘앤씨에서 근로소득 27억7600만원과 기타소득 74억5700만원, 퇴직금 85억3600만원을 받았으며 계열사인 네파에서는 14억2800만원의 근로소득을 챙겼다. 김알버트해리 대표이사와 조재훈 대표이사는 각각 11억8800만원과 5억44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4년간의 경영활동을 마무리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기업 총수일가 안 부러운 중견기업 오너들
김형섭 네파 부회장 202억…재계 전체 2위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받은 김 전 부회장은 1989년 평안섬유공업사(현 평안엘앤씨)에 입사해 캐주얼 브랜드 'PAT'와 함께 2005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2008년 라이선스 브랜드 '엘르골프'를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캠핑브랜드 '오프로드', 아웃도어스포츠 '이젠벅', 스타일리쉬 아웃도어 '엘르아웃도어', 유통 전문인 '세븐스마일즈'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평안엘앤씨는 김 전 부회장의 조부인 고 김항복 창업주에 의해 설립됐다. 김 창업주는 '독립문' 메리야스로 기반을 다졌고, 그의 아들이자 김 전 부회장의 선친인 고 김세훈 회장은 'PAT'로 의류시장에 진출했다.
 

항암백신을 개발하는 바이오업체인 젬백스&카엘의 이익우 대표는 총 81억79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급여로 받은 1억원에 주식매수선택원(스톡옵션) 행사차익인 8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젬백스&카엘은 이 대표 외에도 김경희 이사와 서영운 이사에게 각각 32억9800만원, 5억6100만원 등 거액의 보수를 지급했다.

젬백스&카엘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클린룸 오염제거 사업을 벌였던 '카엘'을 모태로 한다. 한국줄기세포뱅크 오너인 김상재씨가 2008년 5월 코스닥 상장사인 카엘을 인수했고 다시 카엘은 2008년 10월 노르웨이 항암백신 개발 전문회사 젬백스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젬백스&카엘로 변경했다. 젬백스&카엘은 항암백신 기술개발을 주 사업으로 하는 카엘젬백스, 의료관광 및 의약품 도소매 업체인 KSCB인터내셔널 등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율도 62.94%에 달한다. 


급여는 1억인데
스톡옵션은 80억

이 대표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79년 효성물산 시애틀지사 대표이사, 96년 효성드라이비트 대표이사, 2002년 한국전화번호부 대표이사, 2007년 한국줄기세포뱅크 회장 등을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젬백스&카엘 대표에는 2008년 올랐다.

위메이드 전 대표이사이자 자회사 조이맥스 이사에 올라있는 김남철 이사는 42억2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창근 조이맥스 대표이사에게는 6억4400만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지난해 위메이드 공동 대표이사였던 남궁훈 씨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위메이드는 김 이사가 단독대표체제로 운영해오다가 지난달 말 장현국 위메이드 부사장으로 대표가 교체됐다. 위메이드는 '캔디팡' '윈드러너' 등 1000만 다운로드 게임 2개를 보유한 게임 회사다.

위메이드는 2000년에 설립, 지난 14년간 게임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 '미르의전설2'는 현재 서비스 중인 국내 단일 게임 사상, 전 세계 누적 매출 최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에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 처녀작으로 '바이킹 아일랜드' '리듬스캔들' '카오스&디펜스'를 출시했고 '캔디팡'은 출시 20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면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 이어 지난해 1월 출시한 '윈드러너'도 12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최단기간 다운로드 기록을 갱신했다.

김 이사는 2002년 대만국립사범대를 졸업한 뒤 대만 마야온라인 부사장, 와이디온라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9년 12월부터는 위메이드 전략기획 및 게임 CRM 본부장(부사장)을 맡아오다 2011년 3월부터 조이맥스 대표직을 수행했다. 위메이드 대표에는 2011년 12월 올랐다.

반도체 제품 생산장비, 기계부품 및 부속품 제조·판매 업체인 비아트론의 김병국 전무는 지난해 총 35억9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1억5000만원에 상여금 6500만원, 스톡옵션 33억8300만원, 기타 소득 30만원이 합산된 금액이다.

예상 빗나가지 않은
10대그룹 총수 연봉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급여 9억6000만원, 상여금 24억원 등 총 33억6000만원을 받았다. 김홍창 대표이사는 급여 2억6500만원, 상여금 3억3500만원 등 총 6억9000만원을, 이혁병 대표이사는 급여 3억2300만원, 상여금 3억1400만원 등 총 6억3700만원을 수령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산업, 두성, 극동정밀, 레데코 등 계열사 15개를 두고 카지노 운영과 호텔, 여행, 레저, 제조, 건설, 부동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고 전락원 창업주에 의해 72년 설립된 파라다이스투자개발(주)을 모태로 하며 97년 사명을 현대의 파라다이스로 변경했다.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 매매가 개시됐으며 전 회장은 2004년 창업자 사망 이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다. 현재는 일본 세가사미그룹과 합작을 통해 인천 영종도지역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전 회장은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버클리대학교를 졸업하고 93년부터 95년까지 ㈜파라다이스 이사를 거쳐 기획조정실 전무, 파라다이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4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회장에는 2005년 11월 공식 취임했다.

박상돈 코데즈컴바인 대표이사는 22억1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박 대표가 받은 22억100만원은 전부 근로소득 명목으로 받은 급여로, 보수산정기준과 방법은 이사회 결정에 따랐다.

의류사업을 주요사업을 영위하는 코데즈콤바인은 원래 환경사업 위주 회사였다. 95년 세워진 ㈜윤디자인연구소를 전신으로 하며 설립 초기 하폐수 처리장치 개발 제조를 주요사업으로 했다. 2000년 ㈜씨투디투로 상호를 변경, 2년 뒤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05년 ㈜디자인쉬프트를 자회사로 추가, 그해 ㈜디앤에코로 상호를 변경했다가 2008년 ㈜예신피제이로 또 다시 상호를 변경하고 ㈜리더스피제이를 흡수 합병하면서 주요 사업을 패션의류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듬해 환경사업 부문 특허권을 ㈜바솔텍에게 양도하고 ㈜제이앤지산 지분 45%를 취득하면서 2010년 12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

남녀 캐주얼 의류 및 내의류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패션의류 사업 외에도 팬시용품과 사무용품을 유통·판매하는 디자인 사업도 영위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안랩은 김홍선 전 사장에게 21억2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김 전 사장은 급여 3억3000만원에 상여금 3억3000만원, 스톡옵션 10억8825만원, 퇴직금 3억5446만4000원을 받았다. 김기인 안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억3095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샐러리맨 신화' 주인공들
수억∼수십억 보수로 받아

안랩은 국내 보안 소프트웨어 대표주자다. 95년 서울 서초동 소규모 사무실에서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출발, 2000년에 사명을 안철수 연구소로 변경했고 2004년 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안랩이라는 사명을 쓰기 시작한 때는 2012년 2월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 'V3'로 잘 알려져 있다.

김 전 사장은 2008년 8월 안랩의 4대 CEO로 선임되어 지난해 12월 6개월여의 임기를 남긴 채 사임했다. 이와 관령해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고 김 전 사장은 "나는 뼛속까지 기업인이고, 사업이 재밌다"면서 "정계 진출은 사임 이유와 전혀 무관하며, 앞으로도 정계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안랩은 지난달 27일 주총에서 권치중 대표이사를 신규선임했다.


김 전 사장은 안랩 대표에서 물러난 후 언어문화봉사단 비비비코리아 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달 21일 SK커뮤니케이션즈 주총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이완근 신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계열사인 우리기술투자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을 합해 총 18억1600만원을 받았다. 3개월간의 급여는 1억원, 퇴직금만 17억1600만원이다.

신성그룹은 신성솔라에너지, 신성이엔지, 신성에프에이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태양광 전문기업이다. 77년 제습기와 냉동기를 생산하던 신성기업사(현 신성엔지니어링)를 설립, 조선용 냉공조설비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회사를 성장시켰으며 80년대 초 국내 반도체업체의 규모 확대에 따라 '클린룸' 사업을 시작, 신성솔라에너지 기반을 닦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우리기술투자 대표에서 사임했다. 빈자리는 그의 아들 이정훈 대표가 채우고 있다.

터치패널기술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모린스는 지난해 석송곤 회장에게 총 17억93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석 회장은 급여 10억원과 퇴직금 7억9300만원을 받았다. 진교영 사장은 급여 8000만원과 퇴직금 1400만원 등 총 9400만원을 받았고 남상욱 부사장은 급여 8000만원과 퇴직금 1900만원으로 99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수십억은 기본
작은 고추가 맵다

모린스는 지난 2003년 설립,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전자부품 제조사다.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 첫해에만 매출액 868억원, 영업이익 145억원 등 설립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터치폰 패널 공급을 모린스가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이 확산되고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아이폰의 '정전용량 방식'을 채택하면서 모린스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경쟁업체와는 다르게 본인들만의 기술을 고집한 결과였다. 모린스는 지난달 28일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지난 2일 재산보전처분 신청과 포괄적금지명령신청에 대한 결정을 받은 상태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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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