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야구감독 9인9색 출사표

돌아온 야구의 계절…"우승 향한 담금질 마쳤다"

[일요시사=사회팀] 드디어 야구의 계절이 왔다. 2014년 프로야구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은 시범경기를 거치고 7개월간의 대항해를 시작한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컵은 어느 팀이 차지할 것인가. 각 팀은 어떤 전략으로 우승을 노리고 있을까.

[삼성 류중일]
“이 없으면 잇몸으로”

다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삼성을 우승 0순위로 꼽는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를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은 ‘돈성’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2011년 이후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유망주 육성에 주력하면서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끽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에이스 오승환과 최고 출루율 배영섭이 각각 일본과 군대로 떠났다.

외국인 투수 제이디 마틴의 부상도 악재로 꼽히는 상황. 류중일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삼성은 지난 20일 오후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8-8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삼성은 올 시범경기 첫 무승부를 기록했고 넥센은 3연패(2무)를 이어갔다. 이날 선발 장원삼이 6이닝 동안 8피안타(2홈런) 2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부진했지만, 마지막까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웠다는 점이 돋보였다. 경기 후 삼성 류중일 감독은 “장원삼이 비록 홈런 2개를 맞기는 했지만, 지난번 등판보다 공끝이 좋아진 것 같아 고무적”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이승엽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올해 이승엽의 홈런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산 송일수]
“즐기면서 소신대로”

사실상 올 시즌 전력으로 따지면 두산만큼 누수가 심한 곳도 없다. FA로 이종욱·손시헌(NC), 최준석(롯데)을 한꺼번에 잃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혜천·임재철·김상현·서동환·정혁진도 팀을 떠났다. 코치직 제안을 거절하고 LG로 둥지를 튼 베테랑 김선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절호의 기회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와 타자 호르헤 칸투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실력파 선수들이다. 지난 20일 잠실에서 두산은 한화를 5-2로 꺽었다. 송일수 감독은 “선발로 나온 유희관이 끈기있게 잘 던졌다.

출루를 많이 허용했지만 실점하지 않은 게 긍정적이다. 중간으로 나온 오현택과 정대현이 잘 던졌다. 특히 현택이가 좋아지고 있는 게 보여서 다행이다. 이용찬이 9회에 나와서 실점을 했는데 8회말 타선이 2점을 추가하면서 긴장이 풀렸을 수도 있다. 던지는 걸 봤을 땐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송 감독은 “타선에선 고영민이 좋은 타격을 했다. 2볼에서 노림수가 좋았다.

어제와 오늘 상대 실수로 득점을 했는데 우리도 실수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송 감독은 경기 전 2군에 있을 때보다 승리와 선수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송 감독 부임 이후 두산이 첫 연승을 달리자 65세 노감독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LG 김기태]
“선수들에 만족”

LG는 FA 시장 최대 큰손이다. LG는 전력 보강을 위해 2012년 100억을 투자했다. 그리하여 지난해 11년 만에 정규 시즌 2위로 도약했다. 그러나 올해는 외부 영입 소식이 없다. FA 이병규·권용관과 재계약을 한 게 전부다. 대신 LG는 1선발이던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하고, 새 외국인 투수로 코리 리오단, 타자론 3루수 조쉬 벨의 입단을 성사시키면서 투수와 타자 보강에 힘썼다.


야구계는 LG에게 호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변수가 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리즈가 LG를 떠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한 것이다. 다행히도 조쉬 벨이 한국 프로야구에 적응하고 있다. LG는 지난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시범경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결과로 LG는 시범경기 전적 4승 1무 2패를 기록, 공동선두에서 단독 선두로 올랐다. 

이날 전까지 공동 선두였던 롯데가 KIA에게 패한 것. 5회까지 상대 선발 윤희상에게 묶인 LG는 6회 1점을 만회한 뒤 1-3에서 8회 이진영의 내야 땅볼과 조쉬 벨의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후 김기태 감독은 “원정 9연전을 치르느라 선수들이 고생이 많다”고 밝힌 뒤 “남은 일정을 컨디션 조절 잘하면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올 시즌 3루에서 1루로 포지션을 변경한 정성훈과 내외야를 겸업하게 된 문선재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9개 팀 7개월간 대장정 ‘준비 완료’
2014 한국시리즈 ‘우승컵’어느 팀이?

[넥센 염경엽]
“시즌 초반에 승부”

넥센은 올 시즌 전력 보강에 가장 성공한 팀으로 꼽힌다. 이유는 2차 드래프트에서 LG 유망주 강지광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야구계는 올 시즌엔 강지광이 넥센의 최대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넥센은 지난 19일 대전구장에서 한화와 시범경기 2차전을 펼쳤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판도를 예측하며 ‘9중’이라고 밝혔다. 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늘어나 구단마다 외국인 타자들을 영입했다.

한마디로 전력이 평균화됐다는 것. 염 감독은 “이번 스토브리그 때 전체적으로 전력 보강이 잘 됐다. 그만큼 전력이 평준화됐기 때문에 4~5월에 처지면 위로 올라가기 힘들다. 그때 흔들리는 팀이 꼴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전체적으로 시즌을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반이 조금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은 이날 경기 포함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강정호는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강정호는 왼손 약지 염좌로 18일 한화전부터 시범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부상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염 감독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29일 정규리그 개막전까지 강정호를 아낄 생각이다. 염 감독은 이미 선발진을 꾸려놓았다. 1선발 나이트를 시작으로 밴헤켄-오재영-문성현으로 이어진다.

금민철과 강윤구는 경쟁을 통해 5, 6선발을 맡을 공산이 크다. 넥센은 시즌 초반엔 6선발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 김시진]
“실험은 끝났다”

롯데는 중심 타선을 보강했다. 최준석 영입에 성공하면서 막강한 4강 후보로 올랐다. 선발진이 훨씬 좋아졌다. 경찰청에서 제대한 장원준과 그간 부상으로 침체했던 정대현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또한 손아섭-최준석-루이스 히메네스-강민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다른 팀과 견줘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승리의 열쇠는 외국인 선수들이 쥐고 있다. 히메네스는 선구안이 좋아 타율 2할8푼에 30홈런 이상이 기대되나 한국 투수들의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롯데는 지난 20일 KIA전에 낯선 인물을 1번 타자로 내보냈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 솜씨를 지닌 손아섭이 1번으로 출전했다. 김 감독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중이다. 결국은 가장 출루율이 좋은 타자가 1번을 맡아야 한다. 손아섭도 1번을 할 수 있다. 가고시마 캠프에서부터 고려했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29일 사직구장에서 한화와 이번 시즌 개막 2연전을 갖는다. 김시진 감독은 “아직 1,2,3,4선발 순서를 정하지 못했다. 조만간 확정하겠지만 KBO에 통보할 시점 전에는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시진 감독은 “미리 개막전 선발을 발표하고 난 후 컨디션이 유지되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있다. 좀더 신중하게 고려해서 개막전 선발과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 선발 투수 4명은 이미 확정됐다.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장원준이다. 김 감독은 컨디션, 한화와의 상대 성적, 개막전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개막전 선발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SK 이만수]
“겨울부터 준비했다”

SK는 FA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러나 SK의 전력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SK를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부상한 선수들의 회복과 예비 FA가 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스 김광현은 4년 만에 처음으로 부상 없이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의 올 시즌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지난 20일 SK는 LG와의 경기에서 선발 윤희상이 호투했지만 박정배가 부진하며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결과로 SK는 시범경기 전적 3승 1무 4패가 됐다. 이 감독은 경기에 앞서 “레이예스가 겨울부터 준비를 잘했다.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미국에서 자신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크리스 세든이 잘 됐으니 거기에 대한 자극도 받았을 것이다”고 전했다. 레이예스는 2013시즌 중반부터 고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레이예스의 커브와 체인지업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직구 슬라이더와 구속 차이가 많이 난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커브와 체인지업의 제구를 잡기 위해 볼넷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구가 잘 된다. 시즌 때 이렇게 가면 된다”고 만족했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 포지션 경쟁을 두고 김광현과 박희수 외에 자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프링캠프 전에 머릿속에 구상은 해뒀는데 남은 시범경기를 통해 구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오고…가고…승패 관건은 ‘영입 인물’
전력 최적화 위한 각고 노력 ‘기대감’

[NC 김경문]
“노련+패기=승리”

NC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다. 외국인 투수가 무려 3명이다. 선발진 절반 이상을 외국인 투수로 채운 것인데, 모두 다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FA 외야수 이종욱, 내야수 손시헌을 영입하며 내·외야진, 테이블세터진, 하위 타선 강화에 성공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NC는 지난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과의 경기에서 5-13으로 패배했다. 이날 NC는 실책 4개를 범하는 한편 사사구 8개를 내주는 아쉬움을 보였다. 마운드는 5선발 후보들이 나란히 부진했다. 이날 NC 선발투수 이태양은 3피안타 5실점 3자책점을 남겼다.

투수들의 제구와 내, 외야 수비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한 탓이었다. 앞으로 손민한, 박명환, 이혜천 등 올드보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문제다. 김 감독은 어느 정도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참은 고참으로서 예우하고 신예에게는 그에 맞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적절한 안배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련한 선수와 패기 있는 선수의 장단점을 잫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KIA 선동열]
“비상체제 유지”

현재 기아는 어지럽다. 에이스 윤석민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며 투수진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견수 이용규가 한화로 떠난 것도 큰 손실이다.

그러나 기아가 영입한 외국인 선수 3명과 ‘이용규 대체 외야수’ 이대형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계는 기아 성적은 외부 영입 요원 4명의 활약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선동열 감독은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와 시범경기에 앞서 “오늘부터 사흘간 5선발 후보들의 마지막 경연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수 데니스 홀튼과 좌완 양현종, 우완 김진우 송은범으로 선발진을 꾸린 기아는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세 명의 투수가 경쟁 중이다. 불펜이 약하다는 점도 신경쓰이는 부분인데, 확실히 치고 나오는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선 감독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선 감독은 “한승혁 박준표 등 불펜 필승조에 들어가야 할 투수들이 오키나와 연습경기 때보다 훨씬 안 좋은 공을 시범경기에서 뿌리고 있다. 정규시즌 때 구위를 회복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면서 “불펜진이 경험이 적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야 한다. 다른 네 명의 투수들은 큰 걱정없어, 남은 한자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김응용]
“두 번 망신은 없다”

한화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용병 최고액인 80만 달러(이적료 제외)를 투자해 앤드류 앨버스에게 한화 유니폼을 입혔다. 또한 팀내 FA 선수들과 모두 계약했고, FA 최대어였던 정근우·이용규를 한꺼번에 영입했다.

김응용 감독은 “기존 선수들만 각성한다면 올 시즌은 한번쯤 승부수를 던져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 20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서 2-5로 패배했다.

한화로선 선발 송창현이 4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기록하는 등 5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볼넷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게 고무적이다.

다만 타선에선 잔루가 13개나 쏟아졌고 수비에서도 실책 4개가 쏟아지며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경기 후 김응용 감독은 “송창현이 잘 던졌다. 비록 홈런을 맞았지만 선발로서 준비를 잘 해나가고 있다”라고 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