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 고 김태련 3주기 추모식<현장스케치>

‘낭만파 야인’의리 죽지 않았다!

돈 앞에선 의리가 없다. 선·후배간 우정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 심장을 겨누기 일쑤다. 그저 ‘밥그릇’에만 혈안이다. 요즘 조폭 얘기다. 사시미(회칼), 쇠파이프, 도끼 등 이른바 ‘연장’이 난무하는 비열한 조폭 세계엔 이제 더 이상 ‘낭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1950∼60년대 주먹계를 쥐락펴락했던 ‘낭만파 야인’들이 회자되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1세대 주먹계 원로들과 전국 전·현직 보스들이 뜻 깊은 자리에 모여 화제다. ‘형님’들이 모인 경기도 한 야산의 현장을 담아봤다.

양주시 선영에 전국구 주먹계 원로·현역들 추모 행렬
봉사 삶 살다간 고인 뜻 받들어 매년 사회시설에 온정

 
지난 2일 오전 11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공원묘지. 주차장 입구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건장한 청년들이 도열한 사이로 대형 세단들이 줄지어 도착했고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어느새 200여 명에 달했다. 수북이 쌓인 낙엽에 닿을 듯 말 듯한 바바리코트에 축 늘어뜨린 목도리. 그리고 세월이 그린 주름에도 매서운 눈초리는 여전했다. 영락없이 <야인시대>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형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아우도 잘 지내는가.”

계파 불문 전국서 참석
환갑에도 형님에 깍듯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형님’에겐 깍듯했다. 여기저기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땅에 머리를 꽂는 인사법 또한 그랬다. 실존하는 협객인 ‘마지막 야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06년 작고한 ‘낙화유수’고 김태련씨의 3주기 추모식을 맞아 선영을 참배하기 위해서다.

고인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추모식엔 미망인 이부자 여사 등 유가족을 비롯해 김씨가 몸담았던 이정재의 ‘동대문사단’과 유지광의 ‘화랑동지회’는 물론 김두한의 ‘종로파’, 이화룡의 ‘명동사단’ 등의 핵심 멤버들이 총출동했다. 낭만과 의리로 똘똘 뭉쳐 이른바 ‘협객’으로 불렸던 1세대 주먹계 원로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두목급 현역들도 대거 참석했다.

왕년에 주먹계를 주름잡았던 ‘큰형님’들의 2세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주먹계 전체가 술렁일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 원로는 “살아 있는 형님도 배신하는 요즘 주먹계 세태에 고인이 된 선배의 묘소를 돌본다는 게 쉽지 않지만 평소 낙화유수 큰형님을 존경하고 의지하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후배들이 모두 모였다”며 “전국의 어떤 행사도 큰형님의 추모식만큼 계파와 나이를 뛰어넘어 이렇게 모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종로파…명동사단…’
핵심 멤버들 모여

김씨의 선영 앞에서 이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고, 구슬픈 추도문이 야산에 울려 퍼졌다. “낙화유수 큰형님, 아우들 왔습니다. 형님 떠난 세상이 오늘 유난히 쓸쓸해 보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형님….”

이날 추모식을 주관한 조병용 대한연합상사 회장은 “(낙화유수) 형님은 법보다 주먹이 앞섰던 시대적 배경으로 주먹계에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주먹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은퇴 이후엔 학원폭력 근절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20여 년 동안 헌신했다”고 설명했다.

추모식을 치른 후 이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선영 인근의 아동보호시설인 광명보육원. 김씨가 생전 고집했던 ‘사랑·나눔·실천’의 뜻을 받들자는 취지에서 매년 이곳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경기 불황 여파로 도움의 손길이 뚝 끊겨 어느 때보다 을씨년스런 보육원에 반가운 손님들이 방문한 것이다. 보육원 관계자는 “매년 때마다 잊지 않고 방문해 아이들의 쓸쓸한 겨울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며 “사실 처음 유명한 분들이라고 해서 조금 겁도 났지만 막상 만나보니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분들 같다”고 전했다.

2006년 11월2일 뇌출혈로 별세(향년 75세)한 김씨는 1950∼60년대 낭만파 주먹계를 쥐락펴락했던 동대문사단의 돌격대장을 맡았다. 회칼과 쇠파이프가 아닌 주먹 대 주먹의 맞대결을 펼친 뒤 싸움에 깨끗이 승복하는 미덕을 지녔던 이 시대의 주먹들을 가리켜 ‘낭만파’라 불렀다. 김씨는 당시 김두한과 쌍벽을 이루던 이정재의 사돈이자 후계자인 유지광 계보의 좌장이었다.

동대문사단은 머리가 있는데다 깔끔함을 유지해 다른 주먹패와는 차별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동대문사단의 보스 이정재는 휘문고보를 나왔으며 유지광은 단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들은 군사정부의 재판을 받고 죽을 때까지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울대 상대(52학번) 출신의 깔끔한 매너와 명석한 두뇌로 ‘인텔리 주먹’으로 통했다.

175㎝의 큰 키와 100kg의 육중한 체구를 자랑했던 그는 말끔한 외모로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떨어진 꽃잎이 물에 떠내려 간다’란 뜻의 낙화유수란 멋들어진 별명도 서울대 상대 시절 유유자적하게 산다고 해서 여학생들이 붙여줬다고 한다. 그는 1951년 부산 피난 시절 단국대 출신 장윤호를 만나면서 주먹세계로 뛰어들었다.

낙화유수는?‘야인’이정재·유지광 이어 ‘동대문사단’ 보스
서울대 출신 ‘인텔리 주먹’‘원펀치’로 유명


1962년 이정재가 군사정권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후계자인 유지광마저 정치깡패 혐의로 구속되면서 김두한의 ‘종로파’, 이화룡의 ‘명동사단’과 함께 ‘동대문사단’을 이끈 실질적 보스가 됐다. 싸움실력도 대단했다. 유도와 태권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체중이 실린 ‘원펀치’로 유명했다. 그의 주먹 한 방에 어지간한 주먹들이 모두 쓰러졌다는 후문.

또 ‘발을 손처럼 사용했다’는 말도 후배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5·16 직후 정치깡패로 군사재판 법정에 섰던 김씨는 석방후 군사정부로부터 전라북도 군산시장과 전국구 국회의원까지 제안 받았으나 “군사정권에 협력하기 싫다. 쿠데타 정권을 도우며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것은 협객의 길과 다르다”며 거부한 일화 또한 유명하다. 이때 그가 진술한 내용은 주먹세계에서 어록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는 절대 깡패가 아니다. 협객이다. 법을 어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시절이었다. 그래도 약한 사람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았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을 향해서만 주먹을 날렸다. 사람에 따라 내가 걸어온 길을 비난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한 점 부끄럼 없는 당당한 협객의 길을 걸어왔음을 자부한다. 다시 태어나도 협객의 길을 걷겠다.”

이후 주먹계에서 은퇴한 김씨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선행을 베풀었다. 세상을 떠나기 5년 전부터 당뇨 증세로 100kg의 몸무게가 60kg으로까지 줄었을 정도로 고생했지만 봉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투석을 하는 와중에도 양로원과 고아원을 돌면서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노후를 바쳤다.

“서민 등 약자 노터치”
은퇴 후 여생 봉사로

2002년부터는 정의사회실천모임 고문으로 활동하며 원로 주먹들과 함께 범죄추방운동을 벌였다. 틈나는 대로 소년교도소를 방문해 “한때 잘못으로 이곳에 왔다고 좌절하지 마라. 이를 악물고 새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교화활동에 힘을 쏟았다.특히 김씨는 자식들에게 한 푼의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 2004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자택을 비롯해 전 재산을 사회복지센터 건립기금으로 내놓았다.

이렇게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생을 마감한 김씨의 유지에 따라 후배들은 경기도 의정부, 광주 등 외진 곳에 위치한 보육원과 양로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 사랑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조 회장은 “약한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의리를 지키고 협객으로의 도리를 다한 한 세기에 한 번 나오기 힘든 분”이라며 “누구보다 애국심이 강했고 남을 돕는 일도 자신의 공적을 알리기보다는 묵묵히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닌 큰형님이 주먹들 사이에선 협객의 표본이 되고 있어 후배들도 뜻을 받들고자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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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