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 고 김태련 3주기 추모식<현장스케치>

‘낭만파 야인’의리 죽지 않았다!

돈 앞에선 의리가 없다. 선·후배간 우정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 심장을 겨누기 일쑤다. 그저 ‘밥그릇’에만 혈안이다. 요즘 조폭 얘기다. 사시미(회칼), 쇠파이프, 도끼 등 이른바 ‘연장’이 난무하는 비열한 조폭 세계엔 이제 더 이상 ‘낭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1950∼60년대 주먹계를 쥐락펴락했던 ‘낭만파 야인’들이 회자되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1세대 주먹계 원로들과 전국 전·현직 보스들이 뜻 깊은 자리에 모여 화제다. ‘형님’들이 모인 경기도 한 야산의 현장을 담아봤다.

양주시 선영에 전국구 주먹계 원로·현역들 추모 행렬
봉사 삶 살다간 고인 뜻 받들어 매년 사회시설에 온정

 
지난 2일 오전 11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공원묘지. 주차장 입구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건장한 청년들이 도열한 사이로 대형 세단들이 줄지어 도착했고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어느새 200여 명에 달했다. 수북이 쌓인 낙엽에 닿을 듯 말 듯한 바바리코트에 축 늘어뜨린 목도리. 그리고 세월이 그린 주름에도 매서운 눈초리는 여전했다. 영락없이 <야인시대>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형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아우도 잘 지내는가.”

계파 불문 전국서 참석
환갑에도 형님에 깍듯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형님’에겐 깍듯했다. 여기저기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땅에 머리를 꽂는 인사법 또한 그랬다. 실존하는 협객인 ‘마지막 야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06년 작고한 ‘낙화유수’고 김태련씨의 3주기 추모식을 맞아 선영을 참배하기 위해서다.

고인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추모식엔 미망인 이부자 여사 등 유가족을 비롯해 김씨가 몸담았던 이정재의 ‘동대문사단’과 유지광의 ‘화랑동지회’는 물론 김두한의 ‘종로파’, 이화룡의 ‘명동사단’ 등의 핵심 멤버들이 총출동했다. 낭만과 의리로 똘똘 뭉쳐 이른바 ‘협객’으로 불렸던 1세대 주먹계 원로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두목급 현역들도 대거 참석했다.

왕년에 주먹계를 주름잡았던 ‘큰형님’들의 2세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주먹계 전체가 술렁일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 원로는 “살아 있는 형님도 배신하는 요즘 주먹계 세태에 고인이 된 선배의 묘소를 돌본다는 게 쉽지 않지만 평소 낙화유수 큰형님을 존경하고 의지하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후배들이 모두 모였다”며 “전국의 어떤 행사도 큰형님의 추모식만큼 계파와 나이를 뛰어넘어 이렇게 모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종로파…명동사단…’
핵심 멤버들 모여

김씨의 선영 앞에서 이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고, 구슬픈 추도문이 야산에 울려 퍼졌다. “낙화유수 큰형님, 아우들 왔습니다. 형님 떠난 세상이 오늘 유난히 쓸쓸해 보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형님….”

이날 추모식을 주관한 조병용 대한연합상사 회장은 “(낙화유수) 형님은 법보다 주먹이 앞섰던 시대적 배경으로 주먹계에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주먹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은퇴 이후엔 학원폭력 근절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20여 년 동안 헌신했다”고 설명했다.

추모식을 치른 후 이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선영 인근의 아동보호시설인 광명보육원. 김씨가 생전 고집했던 ‘사랑·나눔·실천’의 뜻을 받들자는 취지에서 매년 이곳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경기 불황 여파로 도움의 손길이 뚝 끊겨 어느 때보다 을씨년스런 보육원에 반가운 손님들이 방문한 것이다. 보육원 관계자는 “매년 때마다 잊지 않고 방문해 아이들의 쓸쓸한 겨울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며 “사실 처음 유명한 분들이라고 해서 조금 겁도 났지만 막상 만나보니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분들 같다”고 전했다.

2006년 11월2일 뇌출혈로 별세(향년 75세)한 김씨는 1950∼60년대 낭만파 주먹계를 쥐락펴락했던 동대문사단의 돌격대장을 맡았다. 회칼과 쇠파이프가 아닌 주먹 대 주먹의 맞대결을 펼친 뒤 싸움에 깨끗이 승복하는 미덕을 지녔던 이 시대의 주먹들을 가리켜 ‘낭만파’라 불렀다. 김씨는 당시 김두한과 쌍벽을 이루던 이정재의 사돈이자 후계자인 유지광 계보의 좌장이었다.

동대문사단은 머리가 있는데다 깔끔함을 유지해 다른 주먹패와는 차별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동대문사단의 보스 이정재는 휘문고보를 나왔으며 유지광은 단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들은 군사정부의 재판을 받고 죽을 때까지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울대 상대(52학번) 출신의 깔끔한 매너와 명석한 두뇌로 ‘인텔리 주먹’으로 통했다.

175㎝의 큰 키와 100kg의 육중한 체구를 자랑했던 그는 말끔한 외모로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떨어진 꽃잎이 물에 떠내려 간다’란 뜻의 낙화유수란 멋들어진 별명도 서울대 상대 시절 유유자적하게 산다고 해서 여학생들이 붙여줬다고 한다. 그는 1951년 부산 피난 시절 단국대 출신 장윤호를 만나면서 주먹세계로 뛰어들었다.

낙화유수는?‘야인’이정재·유지광 이어 ‘동대문사단’ 보스
서울대 출신 ‘인텔리 주먹’‘원펀치’로 유명


1962년 이정재가 군사정권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후계자인 유지광마저 정치깡패 혐의로 구속되면서 김두한의 ‘종로파’, 이화룡의 ‘명동사단’과 함께 ‘동대문사단’을 이끈 실질적 보스가 됐다. 싸움실력도 대단했다. 유도와 태권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체중이 실린 ‘원펀치’로 유명했다. 그의 주먹 한 방에 어지간한 주먹들이 모두 쓰러졌다는 후문.

또 ‘발을 손처럼 사용했다’는 말도 후배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5·16 직후 정치깡패로 군사재판 법정에 섰던 김씨는 석방후 군사정부로부터 전라북도 군산시장과 전국구 국회의원까지 제안 받았으나 “군사정권에 협력하기 싫다. 쿠데타 정권을 도우며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것은 협객의 길과 다르다”며 거부한 일화 또한 유명하다. 이때 그가 진술한 내용은 주먹세계에서 어록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는 절대 깡패가 아니다. 협객이다. 법을 어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시절이었다. 그래도 약한 사람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았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을 향해서만 주먹을 날렸다. 사람에 따라 내가 걸어온 길을 비난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한 점 부끄럼 없는 당당한 협객의 길을 걸어왔음을 자부한다. 다시 태어나도 협객의 길을 걷겠다.”

이후 주먹계에서 은퇴한 김씨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선행을 베풀었다. 세상을 떠나기 5년 전부터 당뇨 증세로 100kg의 몸무게가 60kg으로까지 줄었을 정도로 고생했지만 봉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투석을 하는 와중에도 양로원과 고아원을 돌면서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노후를 바쳤다.

“서민 등 약자 노터치”
은퇴 후 여생 봉사로

2002년부터는 정의사회실천모임 고문으로 활동하며 원로 주먹들과 함께 범죄추방운동을 벌였다. 틈나는 대로 소년교도소를 방문해 “한때 잘못으로 이곳에 왔다고 좌절하지 마라. 이를 악물고 새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교화활동에 힘을 쏟았다.특히 김씨는 자식들에게 한 푼의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 2004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자택을 비롯해 전 재산을 사회복지센터 건립기금으로 내놓았다.

이렇게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생을 마감한 김씨의 유지에 따라 후배들은 경기도 의정부, 광주 등 외진 곳에 위치한 보육원과 양로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 사랑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조 회장은 “약한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의리를 지키고 협객으로의 도리를 다한 한 세기에 한 번 나오기 힘든 분”이라며 “누구보다 애국심이 강했고 남을 돕는 일도 자신의 공적을 알리기보다는 묵묵히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닌 큰형님이 주먹들 사이에선 협객의 표본이 되고 있어 후배들도 뜻을 받들고자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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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