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공과' 정밀탐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

[일요시사=정치팀] 새정부 출범 1년차는 정권의 명운을 가름하는 해이다. 여론의 기대감이 극대화된 가장 힘이 센 시기로 정권 차원의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어영부영 보낼 경우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집권 1년차의 공과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25일로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정부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일요시사>가 용인술, 공약이행, 정책, 사회적 시스템 개선 등의 분야로 나눠 세세히 살펴봤다.   
 



국가 경영의 성패는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갈린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인술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혀왔다. 특히 현대와 같은 다원화된 시대에서 리더의 용인술이 가지는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다. 그러나 지난 1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용인술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첩의 한계
드러낸 인선
 

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기도 전에 김용준 총리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장관급 후보자를 포함해 총 14명의 고위직 인사가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각각 고위층 별장 성접대 의혹과 대통령 방미 중 성추행 의혹이라는 추잡하고도 한심한 사건에 휘말려 경질됐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자 의혹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자진사퇴했고,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 이행과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에도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잇단 설화로 경질되는 등 박근혜정부 고위층의 수난사는 진행형이다. 

인사 잡음이 반복되며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를 뒤흔들 가장 큰 뇌관으로 재정이나 복지정책, 공약후퇴 논란보다 용인술을 꼽는 경우도 많다. 이는 시스템에 의한 체계적 인선이 아닌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온 이른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결과라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박 대통령이 인사의 중요 원칙으로 내세웠던 '쇄신' '전문성' 등이 실종된 인선의 사례도 많았다. 지난해 8월 김기춘(76)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을 시작으로 홍사덕(72)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현경대(75)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동호(77) 문화융성위원장, 심대평(73)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원종(72) 지역발전위원장, 한광옥(72) 국민대통합위원장 등 쇄신과는 거리가 먼 충성과 의리가 검증된 원로들이 중용됐다. 또 공천비리로 2차례나 사법부의 처벌을 받은 서청원 의원을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공천한 것도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물론 원로들의 귀환을 꼭 나쁘게만은 볼 수 없지만 인사에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로들에 편중된 인사는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윤진숙 전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주영 신임 해수부 장관이 해양수산 관련 분야의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사례서 볼 수 있듯 전문성을 중시하는 원칙도 깨졌다.

취임 초 고위직 후보자 줄줄이 낙마
'고위층 수난사' 아직 현재진행형

더 큰 문제는 인사잡음이 향후에도 불거질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임명 1년 만에 무능력·무소신을 드러냈고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야권의 사퇴요구가 높아 여론이 쏠릴 경우 이들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추천→검증→임명→평가→재검증'의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가 되풀이될 경우 인사문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후퇴·지연·파기
공약 '수두룩'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7월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국민대통합을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대선 직전에는 20대 분야 201개의 약속(지역공약 제외)으로 세분화해 공약을 발표했다.

당선 이후 정권의 청사진을 그렸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는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시대'라는 국정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와 20대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로 다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의 하위 국정 전략으로 밀렸다. 

물론 지난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신규순환출자 금지 ▲하도급 3배 배상제 ▲중기조합 단가조정협의권 ▲부당특약 금지 ▲가맹점주 권리강화 ▲전속고발제 폐지 ▲표시광고법에 동의의결제 도입 등의 경제민주화 법안 입법이 완료됐고, 이에 따른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도 진행 중이지만 당초 공약에 비해 축소·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쇄신과 관련해선 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대표적 공약이었지만 새누리당은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박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대통합과 관련해선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 기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하다. 오히려 요직에 영남권 인사가 편중되며 영남·보수 중심의 '그들만의 통합'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복지공약 등 좌클릭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 지연, 파기됐다. 이미 인수위 시절 주요 공약 150개 가운데 내용후퇴 29건, 내용삭제 41건 등 총70건(47%)의 공약을 후퇴 및 삭제한 박근혜정부는 '공약의 현실화'를 이유로 서서히 복지공약을 뒤집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 대통령의 대표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전원 20만원 지급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하위 70%에게 주는 선으로 축소됐다. 현재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정부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은 "단계적으로 100% 보장하겠다"에서 가장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선택 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보장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원안이 폐기됐다.

이외에도 '반값등록금' 공약은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올해까지 실질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로 했지만, 국가장학금의 지원 기준액을 450만원으로 정해 그보다 학비가 훨씬 비싼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80%가 넘는 국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무상교육' 공약은 올해부터 매년 25%씩 확대해 2017년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올해 예산에서 완전히 삭감돼 사실상 폐기됐다.

그나마 무상보육 공약은 다른 복지공약과 달리 공약대로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정부담은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고 있어 가뜩이나 재정이 궁핍한 지자체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공약 대거 파기·수정…해명은 실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균형외교 성과 

지역공약도 절반가량이 파기 및 후퇴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박근혜정부 출범 1주년 및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약속했던 시·도별 공약 121개(핵심공약 106개+세부공약 15개)의 이행 현황을 조사 분석한 결과 지역 핵심공약 중 약 50%가량이(60개) 파기, 후퇴, 지연된 상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잇단 공약의 후퇴 및 파기에 박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 만에 복지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최창우 공동운영위원장으로부터 '공약사기죄'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고발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공약은 전 세계 어느 정치인도 다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별다른 사과나 설명 없이 지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치는 불통
외치는 소통?

대선 직전 불거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내 정치는 여야 극한 대치가 1년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후 민주당의 '박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침묵'하며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민주당은 거리로 나갔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등 시민·종교계 일각에선 '대통령 퇴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은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칙을 강조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많다. 우선 청와대도 외교성과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난 1년 30여명의 외국 정상과 단독회담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전임 정부의 친미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 '한-중' 관계 강화에 나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 등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다지는 한편 미국과는 2015년까지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재연기를 추진하는 한편, 미 국방부가 판매자로 나선 F-35A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3년4개월 만에 이산가족상봉 재개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빠진 채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악화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는 아베 정권의 극우 행보에 당분간 냉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분에는 방만경영을 타개하기 위한 개혁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공기관의 막대한 부채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원자력 사업 등의 정책을 떠맡아 발생한 부채가 가장 많아 정치적 사업에 공기업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선 여러 외부의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해 정치적 외압을 차단하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낙하산 인사의 차단이 급선무지만 박근혜정부는 겉으로는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라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새로 임명된 40명의 공공기관장·감사 중 15명(37.5%)이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김성회 전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갔고, 같은 달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임명된 현명관씨도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후보 당내 경선캠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을 지냈던 인사다. 

낙하산 없다?
실제론 진행형
 

최근에도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로 관련 경험이 전무한 이강희·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되는 등 낙하산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정부가 지난 1년 꾸준히 노력하고 많은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게 없다"며 "(새누리)당도 국정원·검찰발 이슈와 청와대를 따라가기에 급급해 국민들에게 뭔가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가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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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