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다어학원 살인음모 의혹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24 1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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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줄테니 사람 하나 처리해'

[일요시사=사회팀] 자신의 남편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던 한 유명 외국어학원 대표가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파고다어학원 박모 대표는 자신의 남편인 고모 전 회장과 재산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살인예비음모였다. 박 대표와 고 전 회장의 피말리는 경영권 다툼은 끝내 파국을 맞았다.




국내 유명 외국어학원인 파고다어학원의 박모 대표가 청부살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세부적인 수사 진행 사항을 함구하고 있지만 박 대표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파고다어학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복수 언론은 경찰의 말을 인용, 박 대표가 자신의 남편인 고모 전 회장과 재산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있는 파고다어학원 본사 20층 사무실에 수사팀을 파견, 1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회장실에 있는 컴퓨터에서 일부 문서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확한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성공한 경영인?


파고다어학원 설립자인 고 전 회장은 오랜 기간 박 대표와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때문에 회장 일가의 재산 분할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 이번 압수수색의 원인이지 않겠냐는 시각이 많다. 경찰은 고소 사건이 아닌 인지수사로 사건을 내사해왔으며, 박 대표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첩보는 지난해 10월 입수했다고 밝혔다.


수사 브리핑 과정에서 한 경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박 대표의 살인미수교사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지목한 해당 언론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근거로 "박 대표가 살인미수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박 대표가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언뜻 들으면 비슷한 말 같지만 형법상 '살인미수교사' 혐의와 '살인예비음모' 혐의는 다르다.

타인을 시켜 살인을 저질렀다면 교사자는 살인죄(살인교사)로 처벌받는다. 살인을 저지르려 했으나 실패한 경우는 살인미수죄(살인미수교사)가 된다.




또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을 승낙하고, 실제 범행을 하지 않은 때에는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토록 법률에 명시돼 있다. 아울러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을 거부했다면 교사자에 한해서만 살인예비음모 혐의가 적용된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은 살인이나 살인미수와 같은 실제 범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박 대표는 살인을 직접 청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표가 살인을 지시한 사람은 운전기사 A씨로 알려진다.

박 대표는 지난해 고 전 회장의 측근을 살해하기 위해 자신의 운전기사였던 A씨에게 5억원 가량의 돈을 준 의혹을 사고 있다. 박 대표는 본인의 비위 사실 등을 수집한 고 전 회장의 측근 B씨를 제거하기 위한 명목으로 A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해 피혐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A씨에 대한 조사에서 "B씨를 '처리하라(살해하라)'는 지시를 박 대표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경찰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뭉칫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인물로 박 대표를 의심하고 있다. 조만간 박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A씨와 대질 심문을 받게 된다.


지난달 박 대표는 회사돈 10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횡령)하고, 각종 대출로 파고다어학원에 수백억원대 손실(배임)을 끼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이중 횡령 혐의만 인정해 박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5년 3월과 같은 해 11월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 회사 매출이 10% 이상 증가하면 자신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내용을 회의록에 기재해 회사돈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회장 부부 재산권 다툼 중 살인청부 의혹
부인이 운전사에 남편 측근 살해사주 혐의


박 대표는 성과급 집행 기준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다른 이사들에게는 매출 변화폭이 적은 출판 부문 등으로 지급을 한정했고, 본인은 매출 증가폭이 큰 성인학원 부문을 선택해 성과급을 산정했다. 그리고 박 대표는 이듬해 1월 파고다어학원 명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10억원을 출금,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했다.

이 같은 범죄 사실은 지난 2012년 12월 고 전 회장 측이 박 대표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뿐만 아니라 고 전 회장 본인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고 전 회장 측은 "박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파고다타워종로' 명의로 관철동 일대 토지를 매입한 뒤 이사회 결의 없이 '파고다어학원'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231억8600만원을 대출하는 등 모두 275억원 규모의 대출로 파고다어학원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 1월 재판부는 박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고 전 회장 측은 반발했고, 박 대표 역시 "횡령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한 상황이다.

지난 1979년 박 대표와 부부의 연을 맺은 고 전 회장은 2012년 3월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 이미 4차례에 걸친 조정은 모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위자료 산정을 놓고 양측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95년 고 전 회장은 자신의 큰 아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그는 산악인 엄홍길씨의 '14좌 완등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며 외국을 오고갔다. 이후 파고다어학원의 경영권은 박 대표에게 넘어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고 전 회장 모르게 회사의 주식 지분을 딸들에게 이전하면서 2004년 무렵부터 남편과 갈등을 겪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 전 회장은 "내가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온 사이 통장과 인감을 아내에게 맡겨 뒀더니 재산을 빼돌려서 재판까지 가게 됐다"고 억울해했다.


비정한 살인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된 박 대표는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대상'에서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으로 선정되는 등 사교육계에서 남다른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박 대표는 최근 있었던 판결 직후에도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는 등 대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청부살인 의혹과 함께 박 대표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현재 박 대표는 때때로 학원에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외부와의 접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 매출 규모만 500억∼600억원대로 알려진 파고다어학원은 정상 운영 중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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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