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웅열 '설상가상'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2.24 14: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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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데…다 무너질라 ‘좌불안석’

[일요시사=경제1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울상이다. 적자누적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가 운영하는 리조트가 무너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 사과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막대한 피해 보상과 이미지 실추 등 후폭풍만 되레 거세다. 여기에 리조트 관련 자금 의혹까지 새나와 이 회장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수난의 봄’을 맞고 있는 이 회장의 꽃샘추위. 이를 잘 넘기지 못하면 2014년 내내 추울 수도 있다.




지난 17일 밤 9시께. 코오롱그룹이 발칵 뒤집혔다. 그룹 자회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소유한 경북 경주 마우나리조트 내 체육관이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은 코오롱이 50%,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아들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각각 26%, 24%를 보유하고 있다.


‘악몽의 17일’
고개숙인 이웅렬


이 사고로 당시 신입생 환영 행사를 하던 부산외대 학생 1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코오롱 측은 사고 발생 직후 사고대책반을 꾸려 현장에 급파하고 수습에 나섰다. 이 회장도 익일 새벽 사고 현장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이날 “이번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본부를 설립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무엇보다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원인 규명에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적극적인 수습 행보에 나섰지만, 코오롱은 어떤 경우든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고조사에 따른 법적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고가 난 해당 체육관 건물은 990㎡ 규모로, 전체 수용 인원이 500명에 달하지만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된 임시 건물에 가깝다.

특히 지어진지 4년도 채 안 된 건물 임에도 체육관 중앙 부분에 기둥이 없는 등 이미 붕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구조적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조트 붕괴 사고…오너 책임론 확산
부친과 지분 절반 소유 “자금줄 의혹”


운영상의 문제도 지적된다. 최근 계속된 폭설에도 주변 도로 제설작업만 했을 뿐 무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붕과 본 건물 등에 대해서는 사전 안전점검을 따로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5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건설됐지만 사고 당시 이를 초과해 560명을 수용한 것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보험 가입 시 보상액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마우나리조트는 당초 사고에 대비해 삼성화재의 영업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했지만, 대물손해 최고 5억원, 배상책임은 사고 당 1억원이다.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기대할 수 있는 보험금은 총 1억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코오롱 측과 피해 유가족들과의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마우나 리조트
부자 자금줄?



상황이 이런데도 사고 후 마우나리조트가 정상영업을 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마우나리조트가 이 회장 부자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리조트를 운영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은 회원제 골프장 영업, 143실 규모의 회원제 콘도미니엄 운영, 코오롱호텔 운영 및 빌딩 경영관리 등을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06년 11월1일자로 설립, 2012년 말 기준 자본금은 150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이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산정해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이 회장 부자를 부당 지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코오롱글로텍은 2005년 합병한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 가운데 25.57%(76만7045주)와 21.78%(65만3410주)를 각각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에게 넘겼다. 1주당 처분 단가는 5280원.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은 마우나오션개발 전체 지분의 절반에 가까운 47.35%(142만455주)를 약 75억원에 취득했다.

이후 코오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의 행위 제한 규정에 의해 지난 2012년 1월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중 대부분을 지주회사인 ㈜코오롱에 팔았다.

코오롱글로텍은 남은 지분 52.65% 가운데 50.00%(150만주)를 ㈜코오롱에 1주당 8713원에 처분했다. 이를 적용하면 총 처분가격은 약 130억7000만원인 셈이다.

문제는 코오롱글로텍이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을 ㈜코오롱에 처분할 때 적용한 처분 단가가 앞서 5년 전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에게 적용한 단가보다 1.7배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코오롱그룹 측은 “2007년에서 2012년 사이에 5년 동안 마우나오션개발 회사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처분 단가가 올라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코오롱이 비상장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의 주식 처분단가를 적정 수준보다 비싼 값에 취득함으로써 오너 부자와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에 부당한 이득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마우나오션개발에 대한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공시 등에 따르면 마우나오션개발의 계열사 매출 비중은 지난 2008∼2011년까지 30%대를 유지하다가 2012년에는 43%까지 높아졌고, 계약 형태도 경쟁이나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의 계약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마우나오션개발은 총수 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모두 높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등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사를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 기업에 포함시킨 바 있다.

비록 마우나오션개발이 코오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도 그룹 계열사 및 총수 일가와의 연결고리를 고려하면 그룹이 이번 붕괴참사에 대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향후 사고 수습 대책 등에 미진할 경우 코오롱그룹 계열사 관련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참사 여파로 코오롱그룹 계열사의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등에 따르면 코오롱인더,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머티리얼, 코오롱플라스틱 등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사고 이후 2% 안팎으로 떨어졌다. 코오롱은 물론 계열사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듀폰 악재에
실적 악화까지



이미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적자 지속으로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한 2013년 코오롱 실적 공시에 따르면 순손실이 838억원에 달했다. 앞서 지난 2012년 1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 줄어든 4조427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7.6% 증가한 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1조원대 듀폰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점도 적잖은 경영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미국 화학회사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아라미드 섬유(헤라크론) 생산ㆍ판매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듀폰 손을 들어줬다. 듀폰의 케블라 섬유 기술을 빼내 헤라크론을 만들었다는 듀폰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실적 악화, 거액 소송 등
계속되는 악재에 ‘멘붕’
창립 이래 최대 경영고비


법원은 생산ㆍ판매금지 조치에 그치지 않고 1조원(9억1990만달러)에 육박하는 배상금을 부과했다. 이 금액은 코오롱의 실제 관련 제품 수출액의 300배를 넘는 수치다.

이후 코오롱은 버지니아 동부법원과 미국 제4순회 항소법원에 즉각 집행정지 긴급신청을 제기했고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생산라인은 재가동 중이지만 1조원의 배상금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 항소심이 통상 1년∼1년6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듀폰 항소심 판결은 올 2~3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듀폰의 손을 들어주면 코오롱은 1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770억원의 13배에 달하는 것으로, 코오롱그룹의 존립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의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소송에 휘말릴 경우 수출차질은 물론 경제 전반에 적잖은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결과에 따라 치명적인 경영상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고, 나아가 기업 존폐의 기로에까지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마당에 큰 소송을 앞두고 대형 참사까지 발생했다”며 “사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줄줄 악재에 이 회장이 경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영 최대위기
‘이미지’ 치명타


코오롱 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다. 이번 사태가 그룹 전체의 매출이나 이미지, 경쟁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규모는 크지 않아도 내실 있는 경영을 해 왔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았고, 오너인 이 회장 역시 큰 잡음 없이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실적부진, 듀폰 소송 등의 악재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터지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이 됐다”며 “회사 전체가 비상사태에 돌입, 후폭풍을 최소화 하는데 돌입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감출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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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