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웅열 '설상가상'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2.24 14: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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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데…다 무너질라 ‘좌불안석’

[일요시사=경제1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울상이다. 적자누적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가 운영하는 리조트가 무너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 사과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막대한 피해 보상과 이미지 실추 등 후폭풍만 되레 거세다. 여기에 리조트 관련 자금 의혹까지 새나와 이 회장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수난의 봄’을 맞고 있는 이 회장의 꽃샘추위. 이를 잘 넘기지 못하면 2014년 내내 추울 수도 있다.




지난 17일 밤 9시께. 코오롱그룹이 발칵 뒤집혔다. 그룹 자회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소유한 경북 경주 마우나리조트 내 체육관이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은 코오롱이 50%,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아들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각각 26%, 24%를 보유하고 있다.


‘악몽의 17일’
고개숙인 이웅렬


이 사고로 당시 신입생 환영 행사를 하던 부산외대 학생 1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코오롱 측은 사고 발생 직후 사고대책반을 꾸려 현장에 급파하고 수습에 나섰다. 이 회장도 익일 새벽 사고 현장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이날 “이번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본부를 설립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무엇보다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원인 규명에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적극적인 수습 행보에 나섰지만, 코오롱은 어떤 경우든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고조사에 따른 법적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고가 난 해당 체육관 건물은 990㎡ 규모로, 전체 수용 인원이 500명에 달하지만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된 임시 건물에 가깝다.

특히 지어진지 4년도 채 안 된 건물 임에도 체육관 중앙 부분에 기둥이 없는 등 이미 붕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구조적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조트 붕괴 사고…오너 책임론 확산
부친과 지분 절반 소유 “자금줄 의혹”


운영상의 문제도 지적된다. 최근 계속된 폭설에도 주변 도로 제설작업만 했을 뿐 무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붕과 본 건물 등에 대해서는 사전 안전점검을 따로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5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건설됐지만 사고 당시 이를 초과해 560명을 수용한 것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보험 가입 시 보상액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마우나리조트는 당초 사고에 대비해 삼성화재의 영업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했지만, 대물손해 최고 5억원, 배상책임은 사고 당 1억원이다.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기대할 수 있는 보험금은 총 1억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코오롱 측과 피해 유가족들과의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마우나 리조트
부자 자금줄?



상황이 이런데도 사고 후 마우나리조트가 정상영업을 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마우나리조트가 이 회장 부자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리조트를 운영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은 회원제 골프장 영업, 143실 규모의 회원제 콘도미니엄 운영, 코오롱호텔 운영 및 빌딩 경영관리 등을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06년 11월1일자로 설립, 2012년 말 기준 자본금은 150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이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산정해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이 회장 부자를 부당 지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코오롱글로텍은 2005년 합병한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 가운데 25.57%(76만7045주)와 21.78%(65만3410주)를 각각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에게 넘겼다. 1주당 처분 단가는 5280원.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은 마우나오션개발 전체 지분의 절반에 가까운 47.35%(142만455주)를 약 75억원에 취득했다.

이후 코오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의 행위 제한 규정에 의해 지난 2012년 1월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중 대부분을 지주회사인 ㈜코오롱에 팔았다.

코오롱글로텍은 남은 지분 52.65% 가운데 50.00%(150만주)를 ㈜코오롱에 1주당 8713원에 처분했다. 이를 적용하면 총 처분가격은 약 130억7000만원인 셈이다.

문제는 코오롱글로텍이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을 ㈜코오롱에 처분할 때 적용한 처분 단가가 앞서 5년 전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에게 적용한 단가보다 1.7배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코오롱그룹 측은 “2007년에서 2012년 사이에 5년 동안 마우나오션개발 회사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처분 단가가 올라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코오롱이 비상장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의 주식 처분단가를 적정 수준보다 비싼 값에 취득함으로써 오너 부자와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에 부당한 이득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마우나오션개발에 대한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공시 등에 따르면 마우나오션개발의 계열사 매출 비중은 지난 2008∼2011년까지 30%대를 유지하다가 2012년에는 43%까지 높아졌고, 계약 형태도 경쟁이나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의 계약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마우나오션개발은 총수 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모두 높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등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사를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 기업에 포함시킨 바 있다.

비록 마우나오션개발이 코오롱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도 그룹 계열사 및 총수 일가와의 연결고리를 고려하면 그룹이 이번 붕괴참사에 대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향후 사고 수습 대책 등에 미진할 경우 코오롱그룹 계열사 관련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참사 여파로 코오롱그룹 계열사의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등에 따르면 코오롱인더,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머티리얼, 코오롱플라스틱 등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사고 이후 2% 안팎으로 떨어졌다. 코오롱은 물론 계열사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듀폰 악재에
실적 악화까지



이미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적자 지속으로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한 2013년 코오롱 실적 공시에 따르면 순손실이 838억원에 달했다. 앞서 지난 2012년 1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 줄어든 4조427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7.6% 증가한 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1조원대 듀폰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점도 적잖은 경영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미국 화학회사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아라미드 섬유(헤라크론) 생산ㆍ판매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듀폰 손을 들어줬다. 듀폰의 케블라 섬유 기술을 빼내 헤라크론을 만들었다는 듀폰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실적 악화, 거액 소송 등
계속되는 악재에 ‘멘붕’
창립 이래 최대 경영고비


법원은 생산ㆍ판매금지 조치에 그치지 않고 1조원(9억1990만달러)에 육박하는 배상금을 부과했다. 이 금액은 코오롱의 실제 관련 제품 수출액의 300배를 넘는 수치다.

이후 코오롱은 버지니아 동부법원과 미국 제4순회 항소법원에 즉각 집행정지 긴급신청을 제기했고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생산라인은 재가동 중이지만 1조원의 배상금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 항소심이 통상 1년∼1년6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듀폰 항소심 판결은 올 2~3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듀폰의 손을 들어주면 코오롱은 1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770억원의 13배에 달하는 것으로, 코오롱그룹의 존립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의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소송에 휘말릴 경우 수출차질은 물론 경제 전반에 적잖은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결과에 따라 치명적인 경영상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고, 나아가 기업 존폐의 기로에까지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마당에 큰 소송을 앞두고 대형 참사까지 발생했다”며 “사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줄줄 악재에 이 회장이 경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영 최대위기
‘이미지’ 치명타


코오롱 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다. 이번 사태가 그룹 전체의 매출이나 이미지, 경쟁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규모는 크지 않아도 내실 있는 경영을 해 왔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았고, 오너인 이 회장 역시 큰 잡음 없이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실적부진, 듀폰 소송 등의 악재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터지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이 됐다”며 “회사 전체가 비상사태에 돌입, 후폭풍을 최소화 하는데 돌입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감출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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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