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사건으로 본' 2014 신 인신매매 충격보고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1:53:47
  • 댓글 0개

봉고차 납치 옛말…이제 돈으로 꼬드긴다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불거진 '염전 노예' 사건과 맞물려 인신매매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염전 업주와 직업소개소 직원의 공모로 수년간 노예처럼 일했다는 두 장애인의 눈물겨운 사연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인간일 권리'를 노예처럼 사고파는 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빚을 갚기 위해 강제로 성을 파는 매춘부와 영문도 모른 채 바다로 끌려간 뱃사람, 친부모로부터 버림당한 신생아들은 지금 인신매매의 피해로 몸부림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1년 발표한 '국민인권의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은 '인권이 가장 존중되지 않는 집단'(전체 응답자의 84.7%)으로 꼽혔다. 뒤를 이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은 집단은 노숙인(81.2%)이었다.

흔히 이들은 인권을 말할 때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 후보군으로 지목된다. 사회적 편견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감금·강제노동·착취로 유인되는 일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여성과 노숙인
인신매매 타깃

 

무엇보다 이들은 일상 속 다양한 범죄에 노출돼있다. 살인·강간·폭행 등의 강력범죄는 물론이고, 다수의 성매매 여성과 노숙인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인신매매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윤리의 근간을 흔든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대상이다.

넓은 범주로 봤을 때 성매매는 인신매매의 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성매매 여성의 상당수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성매매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일반인'이라고 지칭되는 여성도 포주에게 붙잡혀 성을 제공하면 '성매매 여성'이 된다. 이들은 유흥주점이나 성매매 업소로 팔려간 뒤 수시로 매춘을 강요당한다.

관계 법령상 노숙인은 아니지만 여성 가출청소년 역시 인신매매의 타깃이다. 주거지가 없으며, 경제적 자립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10대들은 악덕 포주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남성도 인신매매에서 자유롭지 않다. 18세 미만의 가출청소년과 18세 이상의 노숙인 모두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신의 자유를 철저히 구속당한다. "재워주고 먹여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간 이들은 강제노역의 현장에서 지옥을 경험한다.

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놓인 성매매 여성과 노숙인은 돈벌이를 찾는 인신매매단의 주요 표적이다. 또 전자가 인신매매의 결과로 파생한 집단이라면, 후자는 인신매매될 확률이 타 집단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노숙인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라면 범죄의 확률은 더 높아진다.

 

갈수록 지능화
단속의지 있나

 

일반적인 인신매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와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인신매매, 범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이다.

지난해 여름 있었던 순천 여대생 납치사건'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남성 정모씨가 계획한 인신매매 범죄로 뒤늦게 드러났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신현범)는 2013년 12월 정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특수강도 및 영리약취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정씨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동년배 A씨와 여성을 인신매매한 뒤 성매매업소 등에 넘기자고 공모했고, 같은 해 6월5일 전남 순천에서 A씨와 친분이 있던 20대 여성 B씨를 납치해 현금 2300여만원과 승용차 1대를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700만원 상당의 빚 독촉을 받던 정씨는 인터넷에서 장기매매를 알선해 준다는 A씨를 만나 이 같은 범행을 공모했다. A씨 역시 인신매매의 한 유형인 장기매매 브로커를 자임한 셈이다.

 

매춘부·노숙인·장애인·가출청소년 피해 반복
성착취·노동착취 목적…대부분 조직범죄 성향

 

B씨의 남자친구와 고교 동창이었던 A씨는 남자친구가 이벤트를 해준다고 속여 B씨의 의심을 덜 수 있었다. 또 A씨 등은 B씨와 함께 원룸에서 거주하던 C씨까지 납치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통화로 C씨를 불러내라고 했던 것.

다행히 이들의 계획은 C씨의 신고로 비교적 조기에 발각됐으며, B씨 역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인신매매의 잠재적 위험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과거 집창촌 등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졌던 시기에는 고액을 미끼로 여성을 유인한 후 업소로 직접 팔아넘기는 수법의 인신매매가 성행했다. 팔려간 여성 중의 상당수는 10대로 추정됐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시함께상담센터'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성매매 여성을 집중 상담한 내용을 살펴보면 10명 중 4명이 13∼19세 때 처음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대다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했다가 브로커 등을 통해 성매매업소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들은 섬으로 팔려갔다. 불과 5년 전의 사건기록만 봐도 인신매매범들은 납치한 여성을 1인당 400만원을 받고 바닷가 어촌마을로 보냈다. 어촌으로 보내진 여성들은 지역 유흥업소나 티켓다방 등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집도 없고, 연고도 없는 이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우리 사법당국은 지난해 3월 '인신매매죄'를 형법에 신설했다. 여성이나 미성년자를 납치해 유흥업소 등에 팔아넘기는 범죄에 대해 지금까지 적용했던 약취·유인죄 대신 인신매매죄를 새로이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성 착취나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해서는 최대 15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명시했다. 또 성추행이나 성폭행, 결혼 등의 목적으로 사람을 사고판 경우에는 징역 1∼10년에 처하고, 자녀를 입양하기 위해 돈거래를 한 경우에는 브로커와 양부모 모두 형사 처벌을 받도록 조문을 넣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인신매매법 개정을 추진해온 진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법리 적용이 어려운 유명무실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인신매매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인신매매범들의 구체적인 범행 목적을 증명해야 하며 ▲인신매매한 사람을 제3자에게 팔아넘긴 사실이 있어야 하고 ▲인신매매 당한 사람이 스스로의 의지에 반하여 이동의 자유 등을 구속받거나 착취당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판 인신매매는 피해자가 인신매매범들의 경제적 유인에 넘어가 착취를 미리 인지하거나 인신의 이동(또는 구속)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고 ▲인신매매범들은 "사람을 모집해서 넘길 뿐이지 착취의 목적은 없었다"며 법망을 빠져나갈 공산이 크고 ▲심지어는 납치한 사람을 제3자에게 넘기지 않고 '사유화'하는 일이 잦다.

 

성접대와
금융범죄

 

실제로 성매매는 집창촌이나 유흥업소가 아닌 오피스텔이나 숙박업소 등을 중심으로 활황하고 있다.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성매매가 개인 간의 거래로 음성화된 탓이다. 때문에 과거 브로커 역할을 했던 인신매매범들은 이젠 본인이 직접 여성들을 관리하는 포주가 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17일 D양 등 여중생 5명을 유인해 강제로 합숙시키고 성접대를 시킨 혐의(공갈 및 감금)로 빌라 임대업자 우모씨와 성접대 알선책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씨가 "월 100만원을 주겠다"고 여중생 5명을 속여 이들을 경기 안양에 있는 한 아파트에 합숙시키고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건설 투자자를 상대로 한 성접대와 술 시중에 동원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우씨는 여중생을 감금하기 위해 조직폭력배 김모씨 등에게 감시를 맡긴 건 물론 전문 안마사를 불러 성접대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우씨는 투자자 최모씨(사립대 강사) 등을 아파트로 초대해 D양 등에게 성접대를 시키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투자자를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우씨 일당에게 씌워진 혐의 중에선 인신매매를 찾아볼 수 없다. 우씨 등은 여중생을 다른 곳에 팔아넘기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성노예로 전락시켰다. UN협약에 명시된 국제기준상 우씨 등이 저지른 범죄는 엄연한 인신매매다. 하지만 형법상 이들에게는 보다 경미한 죄목이 붙는다. 때문에 인신매매가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중·고교생 및 20∼30대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인신매매와 관련한 괴담은 범죄가 발생했다는 보고 사례도 드물뿐더러 범행 수법에서 현실과 차이를 보인다. '어두운 밤 젊은 여자가 봉고차에 납치됐다'는 식의 레퍼토리는 그야말로 확인되지 않는 괴담이다.

 

 

인신매매단은 이미 지능화됐다. 불과 50m간격으로 CCTV가 있는 한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납치나 인신매매는 범행이 발각될 위험에 비해 기대 소득이 적다. 지난해 발생한 '노숙인 인신매매' 사건은 달라진 인신매매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양평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인신매매단 총책 김모씨 등 18명은 각각 인신매수책, 범행대상 물색책, 유인매도책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그런데 이들의 타깃은 가족이 있는 일반 시민이 아니었다. 김씨 등은 집요하게 노숙인만을 노렸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역과 용산역 등지에서 일자리를 주겠다며 노숙인 11명(지적장애인 2명 포함)을 꾀었다. 이어 이들은 인천 등지 오피스텔과 여관 등으로 노숙인을 데려가 합숙시키면서 휴대전화, 금융계좌, 사업자등록증 등을 개설해 20여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또 이들은 납치한 노숙인의 신용등급을 조회한 뒤 등급에 따라 각각 가격(3등급 750만원, 4등급 650만원, 5등급 550만원, 6등급 450만원)을 매겨, 인신매수책 임모씨에게 모두 6100만원을 받고 노숙인을 팔았다.

가출 상태였던 E씨(지적장애 1급)는 지난해 7월 서울역에서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한 남자를 따라 나섰다. E씨는 서울 전농동에 있는 한 폐업 다방으로 끌려가 목욕을 하고 이발을 했다. 증명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인신매매단이 호의를 베푼 속내는 따로 있었다.

다음날 이들은 E씨와 함께 장안동에 있는 주민센터에서 E씨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인근 은행에서 E씨 명의로 된 계좌를 개설했다. 또 이들은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다. 이튿날에는 문래동 주민센터에서 E씨의 인감증명서를 떼었으며, 조회된 신용도를 근거로 650만원의 가격을 매겨 E씨를 또 다른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겼다. E씨를 인수한 조직은 E씨 명의로 된 인감증명서를 이용, 카드할인·신용대출 등으로 모두 5000여만원을 뜯어냈다.

이처럼 신종 인신매매는 피해자의 신체가 범행의 최종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지적장애를 앓고 있거나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사회적 약자'가 범행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들은 왜 노숙인을 노리는 것일까.

 

브로커 점차 포주화…처벌규정 미흡
사람 따라 등급 매기고 사고팔아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대표는 "기본적으로 노숙인은 나쁜 일자리(혹은 범죄)로 유인되기 쉬운 동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의도용 사건이나 최근 염전 사건 모두 노숙인의 현실적인 욕구를 건드리면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노숙인은 집이 없거나 배고픈 상태다. 때문에 범죄자들은 '따뜻한 데서 재워줄게' '밥 사줄게' 등의 말로 노숙인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그러나 노숙인을 꾀어낸 이들은 곧 본색을 드러낸다. 명의를 빼내 금융범죄에 이용하거나 염전이나 멍텅구리선과 같은 고된 노역장에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특히 노숙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 및 강제노역은 이들의 삶을 통째로 파괴하는 중범죄임에도 사법기관에 의해 적당한 선에서 무마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염전이나 무동력선(멍텅구리선) 등에서 노역을 했던 분들을 만나보면 그야말로 노예 형태의 노동을 수개월에서 수년간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분들의 말만 온전히 믿을 수는 없겠지만 '해양경찰과 지역주민들이 모두 한통속'이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은 동물사료만도 못한 식사, 불법감금, 폭력, 고된 노역을 견디다 못해 어선에서 스티로폼을 타고 탈출했다. 다행히 인근을 순찰 중이던 해경에 의해 구조됐지만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또 염전에서 노예처럼 부림을 당한 노숙인은 구조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고 한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늘 불안해하며, '잘못했어요'라고 혼잣말을 하는 등 장기간 폭력에 의한 후유증이 남은 것이다.

그러나 치안당국의 조처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경찰력 강화가 이 같은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낼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노숙인을 명의도용 범죄의 주범으로 조작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경찰은 노숙인 명의로 금융범죄가 발생하면 노숙인을 공범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심한 경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도피하면 아무 것도 모르는 노숙인이 사건의 주범으로 둔갑하는 일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게 가하는 2차 피해다.

 

예나 지금이나
약자만 당한다

 

전문가들은 "전남 신안에서 일어난 이번 인권유린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2의 염전 노예', '제3의 섬 노예'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어두운 곳에서 지금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인신매매는 사법당국과 치안당국은 물론 정부 각 유관기관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뿌리 뽑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장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갓 출산한 신생아를 입양시키겠다는 글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인 간의 아동 입양은 국내법상 불법이며, 국제법상 인신매매로 정의돼 있다. 그러나 아동을 유기의 수단으로 보는 범죄는 되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각 기관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또 관할 지자치단체의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시민들이 '사람을 수단이나 노예로 보는' 구시대적 관행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신매매는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신매매법 표류 '국제 권고 무시'

'땜질식 처방' 피해자 놔두고 가해자 처벌만

인신매매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법은 신설됐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논의조차 중단돼 땜질식 처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인신매매처벌등에관한법률안은 앞서 통과된 형법개정안과 병합 심사되지 못한 채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국제법인 '팔레르모 의정서'에 근거한 제정법이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를 중심으로 한 특별법 성격을 갖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법상 인신매매죄가 적용키 어려웠던 범죄자들에 대해 포괄적인 혐의적용이 가능해 진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의 유경선 보좌관은 "국제 기준과 달리 국내는 인신매매의 정의를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이 문제"라며 "매년 미 국무부가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등급이 강등될까 두려워 형법개정안만 급하게 처리한 뒤 계류 중인 법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는 범죄의 '행위' '목적' '수단'의 요건을 갖춘 경우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인신매매로 규정하게 돼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