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빙속여제’ 이상화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1: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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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질주’ 지금 이대로 평창서도 부탁해!

[일요시사=사회팀]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교적 기량을 펼치기 어려운 저지대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 위력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스포츠 여신’의 기량이 평창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상화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차 레이스 37초42, 2차 레이스 37초28로  최종 74초70을 기록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그리고 올림픽 2연패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미국 보니블레어, 캐나다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무엇보다도 악조건 속에서도 신기록을 작성해 그 의미가 깊다.


스포츠 여신의
빛나는 금메달


이상화는 1위를 한 다음 날, 시상식장에서 잠비아 IOC 위원으로부터 받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보였다.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의 순간을 만끽했다. 시상 직후에 이어진 방송 인터뷰에서 그녀는 “금메달이 밴쿠버 올림픽 때보다 좀 더 무거운 것 같다”며 “애국가가 나오면 감동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인터뷰를 통해 드러냈다. 그녀는 “내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를 석권했다는 사실과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것, 올림픽 2연패를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KBS 특별 해설위원을 맡은 강호동은 “이상화 선수의 경기를 보니 뜨거운 뭔가가 느껴졌다”며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이상화라는 것이었다.


이날 시상대에서 은메달 올카 파트쿨리나(러시아), 동메달 마고 보어(네덜란드)가 함께했다.

이상화의 레이스에 경쟁자들도 경의를 표했다. 이들은 “이상화의 테크닉은 완벽했다”며 “이상화를 이기기 위해선 그가 실수를 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화의 이번 금메달이 놀라운 이유는 소치의 낮은 해발고도에 있다. 과거 500m 올림픽 신기록은 1000m 이상 고지대에서 나왔다. 즉 기압이 낮아 공기저항이 적은 덕을 톡톡히 봤던 것이다. 그런데 소치의 해발고도는 불과 4m에 불과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화는 낮은 고도에서 강한 공기저항을 뚫고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지난 14일에는 아들레이드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여자 1000m 레이스에서 마지막 조에 나서 부담 없이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600m를 지나며 조금씩 힘이 떨어진 이상화는 1분15초94의 기록으로 12위를 차지했다. 로테 반 빅(네덜란드)과 레이스를 펼친 그녀는 초반 200m 구간을 17초63으로 돌파하며 이날 레이스를 펼친 선수 중 가장 빠르게 질주했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그러나 주종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4년 전 밴쿠버에서의 기록(23위)에 비해 2.3초 앞당기며 자신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금메달’
여자 500m 압도적인 기량 선보여


이날 금메달은 1분14초02를 기록한 중국의 장홍이 차지했다. 중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첫 금메달이다.

경기 후 이상화는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밴쿠버보다 나아져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1000m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일정을 마감한 이상화는 “그냥 쉬고 싶고 나중에 시간되면 다른 종목 응원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 선수 중에 적수가 없는 이상화는 단짝인 모태범과 함께 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상화의 이번 기록은 남자선수들마저 위협할 정도다.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남자 전 종목을 석권한 에릭 헤이든을 넘어선 수준이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새로운 올림픽 기록을 작성했다. 이상화의 지금 실력으로 34년 전 남자 500m에 출전했다면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이처럼 이번 신기록은 불가능과 한계를 뛰어넘은 매우 값진 결과다.




꾸준히 좋은 기록을 보여준 이상화는 수많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빙속여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이상화 발 사진 속에는 그간의 노력과 고통이 묻어 있었다.

앞서 그녀의 어머니 김인순씨에 의해 이상화의 하지정맥류가 공개됐다. 딸의 하지정맥류가 허벅지까지 퍼져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에 가수 김흥국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김흥국은 한 매체를 통해 “이상화의 하지정맥류 수술을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서울대 강남병원까지 그녀의 수술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악조건 속에서
금빛 신기록 세워


강한 정신력으로 얻은 이번 결과는 이상화의 체중 감량도 한 몫 했다. 2010년 65.6kg이었던 이상화의 체중은 2012년에 63.2kg, 올해는 62kg으로 꾸준히 줄었다. 하지만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대 근력을 체중으로 나눈 상대근력은 2010년 334%에서 2012년 342%, 올해는 349%가량으로 증가했다.

대개 체중이 빠지면 근육도 빠지는데 그것을 막으려면 극한의 웨이트 훈련이 필수다. 이상화는 이런 고통을 감내해, 힘은 유지하면서 가볍게 달릴 수 있는 몸으로 최적화했다. 몸은 가벼워졌지만 근육과 뼈가 더 탄탄해져 초반 스타트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화의 약점은 초반 스타트로 알려진다. 4년 전 밴쿠버에서는 초반 열세를 막판 역주로 만회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소치에서는 달라진 이상화의 하드웨어가 좋은 스타트를 이끌어냈다.

25세인 이상화는 4연패를 도전하더라도 33세다. 단거리 스프린터의 전성기는 30대 초반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단거리 종목에 나이는 큰 부담요소가 아니다. 최근 세계 정상급 단거리 스프린터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초반이다.

이상화는 지난해 9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폴 클래식 대회에서 10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크리스틴 네스빗(1분14초49)을 0.83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당시 그녀의 기록은 한국 신기록인 1분13초66이었다. 네스빗의 1000m 세계기록은 2012년에 기록한 1분12초68이지만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주춤하고 있는 것도 이상화에겐 호재다.

이상화가 좋은 결과를 내면서 그에 따른 포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아웃 가리지 않는 만능 스프린터
최고 시속 55.8km…피땀 흘린 결과


그녀는 2010년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월 100만원의 연금을 이미 받게 됐다. 연금 종류는 월지급과 일시금 중에서 선수가 고를 수 있는데, 월 100만원 한도를 채우면 일시금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상화에게 일시금으로 6500만원을 포상할 예정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빙상경기연맹도 각각 6000만원과 3000만원을 지급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또 각 기업의 후원까지 더해지면 이상화가 받을 포상금은 2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러 기업의 광고 모델로 나설 경우 더 많은 부를 거머쥘 수도 있다.


이상화의 금메달 소식에 후원계약을 체결한 KB금융그룹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상화의 대활약에 금융계도 덩달아 힘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KB금융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금융계에 우울한 소식이 많았는데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면서(직원들이) 힘을 받게 됐다”고 기뻐했다.

밴쿠버 금메달 때만 해도 이상화는 인지도가 낮은 선수였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긴 했지만 대중에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월드컵시리즈를 재패하는 그의 투혼이 알려지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남성패션지 ‘에스콰이어’의 화보 모델로 나서 섹시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화보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이상화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 했다. 그의 소속사인 브리온컴퍼니 관계자는 “평소처럼 훈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 (화보) 섭외가 왔다. 본인도 운동선수가 아닌 일상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고 여겼다. 자연스럽게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에스콰이어 에디터는 “세계 최고의 스케이팅 실력만큼이나 외모도 뛰어난 선수인데 과소 평가받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의 여성스러운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섭외 배경을 밝혔다.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이상화의 주가가 치솟아 광고와 방송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블루칩’을 예고하고 있다. 또 가난한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운동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진정성을 가져다 주는 스타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그녀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이상엽씨는 현재 육군 중위로 복무중이다. 그는 휴가 때 해외 출국을 허가받아 러시아 소치를 방문했다. 이상엽씨는 이상화에게 부담을 줄까봐 경기 전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났다고 전해진다. 또한 오는 5월에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젊은 그녀
앞으로도 창창



이상화는 휘경여자고등학교 재학 중 국가대표가 됐다.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시청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적인 여자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그녀는 2005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세계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500m에서 38초71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스프린트 종합에서 153.2점으로 주니어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어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에는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5위에 올랐다. 2007년에는 500m에서 37초81로 한국 신기록을 다시 경신했고, 이 기록이 곧 주니어 세계 기록이 되기도 했다.

이상화는 이후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 2009년에는 500m에서 37초70, 1000m에서 1분15초88로 다시 한국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 500m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장외선 관능미에 애교도
광고업계 최대 ‘블루칩’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앞둔 2009년과 2010년 시즌에는 기량이 더욱 향상돼, 2009년 12월, 500m에서 37초25, 1000m에서 1분15초26으로 자신이 보유하던 한국 신기록을 새로이 경신했다. 2010년 1월에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는 1차 레이스 38초24, 2차 레이스 37초85, 합계 76초09를 기록해 당시 500m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 세계 1위 예니 볼프를 제치며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 올림픽 종목에서 우승했다.

동시에 한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메달이었다. 500m 레이스를 진행하여 합계 76초14로 은메달을 차지한 예니 볼프는 이상화가 매우 향상되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예니 볼프는 올림픽이 열리기 1개월 전에 같이 레이스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록의 여신…
한국 빙상의 자랑

이상화의 좋은 성적은 밴쿠버 동계 올림픽 이후로도 쭉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19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시즌 월드컵 6차 대회 500m에서 36초99로 대한민국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다음날인 1월20일에는 36초80을 기록하며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기록을 깬 것이었다.



이상화는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 종목별 세계 선수권 대회 2연패 등의 성적을 올리며 12번 우승했다.

2013·2014 시즌에도 이상화는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3-14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74로 다시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11월16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14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1차 레이스에서 불과 6일 전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 36초74를 0.17초 앞당긴 36초57이라는 세계기록을 다시 수립했다. 이튿날 2차 레이스에서는 전날 기록에서 0.21초 앞당겨 36초36으로 세계신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그리고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도 500m 부문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2연패를 달성했다.

한편, 이상화는 스포츠 스타의 이미지와 다소 어울리지 않게 이상화의 취미는 네일아트, 레고 조립으로 알려진다. 뛰어난 기량과 함께, 선후배 관계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전해진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이상화는?]

▲서울 출생
▲휘경여고 졸업
▲한국체육대 학사, 고려대 교육학 석사과정
▲제20회 토리노 동계올림픽
▲제24회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투르드코리아 홍보대사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
▲G20 정상회의 성공기원 스타 서포터즈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제7회 아스타나 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동국대 의료원 홍보대사
▲희망서울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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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