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경계령' 내린 재계 '대물림 비상'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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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가 든 회장댁 ‘상속법’에 발동동

[일요시사=경제1팀] 뒤늦게 새 장가든 재벌 회장님들이 남몰래 속앓이 중이다. 배우자 중심으로 바뀌는 상속법 개정 탓에 머릿속 셈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 홀로 남을 배우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라지만, 기존 자녀들의 반발로 가족간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심한 경우, 오너일가 성씨가 배우자 성씨로 바뀌어 버리는 막장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내 아버지의 재산을 재혼한 새 어머니가 거의 가져가게 된다면?’ 자녀보다 배우자를 우선시 하는 상속법 개정안을 두고 말들이 많다. 때 아닌 구설에 오른 주인공은 최근 새 장가에든 재벌가 회장님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나이 어린 새 아내와 기존 자녀들 사이에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져서다.


무자식 상팔자?
상속의 올가미


최근 법무부가 상속과 관련된 민법을 24년 만에 손질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남긴 재산 중 50%는 남은 배우자에게 먼저 배분하고, 해당 선취분에 대해선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자녀들은 나머지 50%를 상속비율에 따라 나눠 받는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상속재산을 두고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을 경우 재산 상속 시 현재는 배우자가 42%, 자녀가 각각 28%를 받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가 50%를 먼저 선취하고 나머지를 상속분에 따라 나누어 배우자 71%, 자녀들 각각 14%씩 받게 된다.

즉, 배우자는 7억1400만원을 받고, 자녀 2명은 각각 1억4300만원을 물려받게 된다. 배우자에게 50%을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 50%에서도 자녀보다 1.5배를 더 가져간다.


법무부는 고령화 시대에 배우자의 노후 생활비용 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를 막기 위해 배우자의 우선 상속분을 규정하고 나머지 재산을 다시 상속인끼리 나누는 상속법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배우자라고 해서 무조건 재산의 절반을 주는 건 아니다. 혼인 이후 증가한 재산이 그 대상이 되고, 증액에 대한 기여도를 따질 수 있다. 결혼 후 재산에 큰 변화가 없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기업 경영이나 승계와 관련 돼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남서 배우자 중심…상속법 개정 후폭풍
잇단 회장님 재혼 “경영권 분쟁 조짐도” 


과거에는 상속인인 오너가 사망하면 큰아들이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상속 받았었다. 배우자와 장남, 장남이 아닌 아들, 결혼하지 않은 딸, 결혼한 딸의 법정 분배 비율이 0.5대 1.5대 1대 0.5대 0.25였다.

두 번째 개정에서는 호주제도의 변화로 장남에 대한 가산 규정이 사라지고 딸도 아들과 같은 비율을 받게 됐다. 그 결과 현재 배우자, 장남, 장남이 아닌 아들, 결혼하지 않은 딸, 결혼한 딸의 상속비율이 1.5대 1대 1대 1대 1이 된 것이다.


기여도 따라
선취분 조정?


홀로 남게 되는 배우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라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재혼 가정의 경우 가족간 분쟁 가능성이 더 크다.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현재도 재혼과정에서 분쟁이 많다. 지금 법으로는 겨우 50%를 더 받는 것인데도 새엄마가 받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자녀들이 모든 재산을 받겠다고 하는 분쟁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개정이 돼서 50%를 더 줄 경우 이런 분쟁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을 우려한 단서조항이 있긴 하다. 개정안은 생존 배우자의 선취분을 50%로 못 박고, 배우자의 혼인기간, 재혼 또는 별거한 기간, 별거 사유 등을 참작해 법원이 선취분을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정상적 결혼 생활을 하면서 재산을 일군 경우, 재산형성 기여도를 따질 필요도 없이 배우자에게 50%가 돌아가지만, 그렇지 않고 재혼을 했거나 이혼 또는 별거 등의 경우에는 재산형성 기여분을 따져야 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50%를 먼저 주고 나머지 비율대로 나누되 새 부인과 자식들간 이견이 있는 경우 먼저 떼어준 50%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배우자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산정할 것이냐를 놓고 법적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계 오너 중에는 부인을 잃고 외롭게 지내다 새 장가를 든 회장님들이 적지 않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해 11월 40대 초반 여성과 재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이 62세인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나이는 20세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4년 전 부인 고 정혜원씨와 사별한 신 회장은 슬하에 두 아들 중하·중현씨를 두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33.8%를 보유한 신 회장이며, 두 아들이 보유한 지분은 없다.

올해 팔순을 맞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도 지난해 4월 60대 여성과 재혼했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 장학회를 꾸리던 고 조덕희씨와 2012년 3월 사별한 뒤, 그해 말 새 부인을 처음 만났고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동원그룹은 2세 경영권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동원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금융 부문은 장남이, 그룹의 모태인 식품 부문은 차남이 맡아 각각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김 회장은 자녀들을 생산 현장과 어선 등에서 근무를 시키며 바닥부터 엄격히 현장 교육을 시켜왔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머릿속 복잡한
신혼 회장님들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도 새장가를 갔다. 박 전 회장은 서울대병원장 시절인 2003년 지병을 앓고 있던 고 엄명자씨가 사망한 뒤 혼자 지내다 2009년 동문 후배인 여의사 윤보영씨와 비밀리에 결혼했다.

이들은 서울대 의대 동창회에서 처음 알게 된 이후 20살 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해 서울 근교에서 가족과 친지들만 모인 가운데 조촐히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1998년 17세 연하의 차경숙씨와 재혼했다. 전 부인 고 강영혜씨는 1996년 구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직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바로 ‘LG 황태자’ 구광모 LG전자 부장이다. 구 부장과 차씨는 불과 13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재혼 땐 재산형성 기여도 따라 50% 감액
자산승계 미완 기업 갈등 가능성 높아져


이혼 후 재혼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95년 톱스타 고현정씨와 결혼했지만 2003년 갈라섰다. 이후 경영에만 몰두하다 음악회를 다니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플루티스트 한지희씨와 2011년 재혼해 화제를 낳았다.

정 사장은 고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고, 지난해 말 한씨와 사이에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하면서 총 2남 2녀의 자녀를 두게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도 2004년 정의정씨와 이혼하고 2007년 ‘천재소녀’ 윤송이씨와 극비리에 재혼했다.

관련 기업들은 “(재혼한 회장들의 상속 분쟁에 대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반응이지만, 법조인들은 상속세 개정안이 통과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정법이 시행되면 재혼 회장들을 중심으로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친이 현재보다 지분을 많은 지분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지는 데 반발이 없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아직 자산승계가 진행되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더 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승계
복잡해져


상속법이 정부안대로 개정될 경우 자산승계율이 낮은 그룹들은 더욱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오너가 고령인 경우에는 대응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기업정보회사 CEO스코어에 따르면 그룹 총수의 나이가 60세 이상인 기업 중 태광과 동국제강, 부영 등은 자산승계율이 10% 미만이고, 교보생명과 이랜드, 현대중공업은 자산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자산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너가 사망하면 자산의 50%가 무조건 배우자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부모자식 간에 문제가 생기면 배우자가 야심을 갖고 후계 구도에 손을 뻗칠 수 있다.

부부 관계가 좋고 부모자식 간에 문제가 없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배우자가 야심을 갖고 후계구도에 손을 뻗칠 수 있다.

또 배우자가 최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일선에 나설 수도 있고, 상속받은 지분을 특정 자녀에게 몰아주는 형태로 후계자를 직접 고를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오너의 성이 바뀔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정된 상속법은 모든 부분에서 후계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향후에 그룹 임직원들도 전혀 생각지 못한 불안요소이자, 기업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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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