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택시에 탄 여성 승객을 상대로 성추행과 나체사진 촬영을 일삼은 택시기사가 덜미를 잡혔다. 기사가 노린 것은 밤늦은 시각 만취한 상태로 택시에 오른 여성들. 승객이 인사불성이 되어 잠이 들면 남몰래 성추행하고 이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했다. 이처럼 승객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삼는 일부 택시기사들로 인해 밤늦은 시각 택시를 타야 하는 여성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밤길 택시 안을 범죄소굴로 몰아넣은 일부 택시기사들의 행각을 들춰봤다.
일부 택시기사 인사불성 여자승객만 타면 음흉한 늑대로 돌변
성추행하고 나체 촬영에 성폭행까지… 택시 안은 범죄소굴?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김모(32)씨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은 택시 안에 보관하고 있던 디지털카메라. 카메라 속에는 낯선 여성들의 은밀한 사진들이 수십 장 담겨 있었다. 김씨에게 사진을 찍힌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택시를 탄 여자 승객들. 술에 취해 택시 안에서 쓰러져 잠든 동안 자신도 모르게 나체사진과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 등을 찍힌 것이다.
잠들기 무섭게 범행
서울 서대문 경찰서는 김씨를 성추행 및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이용ㆍ촬영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월30일 새벽에도 범행을 저질렀다. 이날 30대 여성 A씨는 술을 마신 뒤 집으로 가기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밤늦은 시각에 택시를 타는 것이 불안하긴 했지만 안면 있는 김씨가 온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2년 전부터 이용해오던 콜택시였던 터라 이 전에도 그의 차를 탄 적이 있었던 것.
A씨는 이에 마음 놓고 택시 안에서 잠이 들었다. A씨가 잠들기만을 기다린 김씨는 차를 갓길에 세운 뒤 범행을 시작했다. 뒷좌석으로 가 A씨의 옷을 벗긴 뒤 성추행하고 이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것.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A씨를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택시비까지 받은 김씨는 유유히 사라졌다. 이 같은 수법으로 김씨가 카메라에 담은 여성은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모두 6명. 경찰이 압수한 디지털카메라에는 나체사진과 성추행 장면 등 20장이 담겨 있었다.
수개월간 이어지던 김씨의 행각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덜미를 잡혔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도로에서 단속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차량번호판에 테이프를 붙이다가 경찰관의 검문에 걸린 것. 김씨처럼 여성 승객을 상대로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른 택시기사는 적지 않았다. 지난 8월에는 10대 승객을 강제로 성추행한 택시기사가 6개월 만에 붙잡혔다.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택시기사 이모(40)씨는 지난 2월26일 오전 3시30분쯤 부산 서면에서 B(16)양을 차에 태웠다. 당시 B양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이를 본 이씨는 음흉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국 이씨는 B양이 잠이 든 틈을 타 사하소방서 앞 길거리에서 10여 분 동안 B양의 몸을 만지는 등 강제로 성추행했다. B양은 택시에서 내린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B양의 진술에 따라 택시회사를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이씨의 범행이 드러나게 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에는 제주도에서 여고생을 강제로 추행한 택시기사가 붙잡혔다. 기사 김모(44)씨는 4월5일 밤 12시경 제주시내의 한 여고 앞에서 여고생 C양을 태웠다. 그리고 C양이 뒷좌석에서 잠이 든 것을 본 김씨는 인적이 드문 인근 야산으로 택시를 몰고 가 C양을 상대로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공범을 트렁크에 태우고 다니며 승객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은 택시기사도 덜미를 잡혔다. 광주에서 택시기사를 하던 이모(34)씨가 장본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월19일 새벽 1시40분쯤 광주 동구 황금동에서 택시를 탄 D(25·여)씨를 공터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D씨의 신용카드에서 20만원을 인출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의 범행은 상습적이었다.
지난 1월25일에는 여승객을 한 아파트 앞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현금을 빼앗는 등 한 달 사이 세 차례나 범행을 저지른 것. 이씨는 여자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친구를 합승객처럼 위장해 태우고 다녔다. 그의 친구는 또 여성들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결박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홀로 택시를 타는 여성 승객을 노린 범행은 다른 범죄에 비해 비교적 쉽게 이뤄질 수 있다.
달리는 밀폐된 공간에 단 두 명이 있는 환경은 범죄를 저지르기에 좋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밤에 여자 혼자 택시를 타는 것은 위험한 일로 인식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런 시선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모범적으로 택시영업을 하는 택시기사들. 이들은 택시기사들을 모두 싸잡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마치 공범자가 된 듯 운전대를 잡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고 한다. 이들은 또 여성 승객들이 당한 사건에만 관심을 기울인 채 자신들의 애환에 대해선 무관심한 것에도 섭섭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 택시기사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악용해 ‘꽃뱀’ 행위를 하는 여자 승객도 존재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우리도 억울해”
이 같은 애환 속에서 하루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바쁜 택시기사들은 뉴스에서 택시기사 범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따가운 시선도 시선이거니와 수입과도 직결되는 탓이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터지는 범죄로 불안에 떠는 승객에게나, 혹시 자신을 해치지 않을까 초조한 눈빛을 보내는 승객을 보는 택시기사에게나 달리는 택시 안이 가시방석인 것은 마찬가지다.